LSAT을 준비하는 국내파에게
북미 로스쿨 진학을 위해서는 꼭 통과해야 할 관문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학점이고 다른 하나는 로스쿨 입학 자격시험이라고 불리는 LSAT (Law School Admission Test)이다.
LSAT은 변호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과 논리력을 보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직 학생이 아닌 다음에야 학점은 고칠 수 없으니, 북미 로스쿨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LSAT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LSAT은 총 4가지의 시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Logical Reasoning, Analytical Reasoning, Reading Comprehension 그리고 Writing이다. 이 중 Writing은 제출은 되지만 채점은 되지 않고 입학 사정을 위한 참고 자료로 사용되니 실제로는 나머지 3가지 시험 준비에 집중하게 된다.
예전에는 1년에 4번 있었던 LSAT이 요즘은 2월, 6월, 7월 9월 11월 이렇게 5번 있다고 하니, 그만큼 지원자가 늘어난 것이 아닐까 싶다. 로스쿨은 지원서가 들어오면 그 때 그 때 합격과 탈락을 결정하는 rolling-basis 결정을 하는 곳이 많으니 성적이 아주 우수하지 않은 이상 늦게 지원할수록 불리하다. 그리고 보통 8월부터 지원이 시작되니 9월까지는 시험을 마치는 것이 좋다. 한 번만 잘 보면 되지만, 2년에 3회로 응시 자격이 제한되어 있으니 충분히 준비가 된 후에 시험을 보야햐 하는데, 그 '충분함'을 만드는 과정이 영어 국내파에겐 어렵다.
지난 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현지인 학생들은 4-5월에 마지막 하기를 마치고 약 3달 정도 시험 준비를 한 후 여름에 LSAT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순수 국내파나 나처럼 외국에 있더라도 영어를 한국에서 배운 1세대들은 이렇게 LSAT을 끝낼 수는 없다. 그러니,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도 해야 하지만, 더 많은 요령도 필요하다.
LSAT을 준비하는 캐나다 학원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출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주중 낮에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기출문제 풀이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기출문제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었는데, 다행히 전 세계의 모든 수험서를 구할 수 있다는 강남의 ㅈㅇ 복사 가게를 통해 1회부터 가장 최근까지의 모든 시험문제를 공수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지적재산권 변호사가 되고 보니 Copyright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출제기관에 살짝 미안하다고 동료 변호사들에게 얘기했는데, Copyright을 담당하던 파트너 변호사가 “나도 어제 디즈니 만화 불법 다운로드해서 딸한테 보여줬어” 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웬만한 대학가에는 다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런 복사 가게가 수험생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Copyright은 아직도 제대로 보호받기가 쉽지 않은 권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서점에서 Copyright에 대한 보상이 모두 이루어진 모든 LSAT 기출 문제집을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참고로 LSAT과 유사하게 만들었다는 유명 학원들 문제집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내 경험으로는 그걸 풀 시간에 기출 문제를 한 번 더 풀어보는 것이 낫다.
요즘 한국에는 LSAT 준비를 해 주는 학원이 꽤 생긴 것 같다. 해외에서 정규 과정을 영어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한국의 학원을 다니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학원은 캐나다나 미국의 학원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현지에 나가지 않고 한국에서만 공부해도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학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뜻인데, 그건 구술 능력의 경우다. 각종 어학 시험 준비반은 오히려 현지 학원보다 한국 학원이 낫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도 GMAT 공부를 위해 여름 방학에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지 않는가 (국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따라갈 수 있다면 말이다). 점수 올리기 측면에서 한국 수험 학원의 위상은 대단하다. 그러니, 국내파라면 한국의 학원을 먼저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수 있다.
간단하게 LSAT의 구성을 설명하면 1개의 reading comprehension 시험, 1개의 analytical reasoning시험, 그리고 2개의 logical reasoning 시험, 총 4개로 구성이 되는데 여기에 위 3가지 시험 중 1개를 dummy 로 추가해서 총 5 번의 시험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점수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참고자료로 들어가는 writing 시험이 별도로 있다.
Dummy 는 현재 개발 중인 시험 문제들을 평가하기 위해 보는 시험으로 reading comprehension, analytical reasoning, logical reasoning 중에서 어떤 분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리고 5번의 시험 중 어떤 시간에 dummy가 치루어질 지도 알 수 없다. 예를들어, 내가 가장 싫어한 부분은 logical reasoning 부분이었는데, 내가 시험을 볼 때에는 하필이면 이 부분이 dummy로 나오는 바람에 logical reasoning 을 3번이나 풀어야 했고, 그 중에 어떤 것이 dummy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Logical reasoning은 일종의 논리력 평가로 간단한 문장 1-3개를 주고, 그 문장들로부터 유추되는 것을 주어진 선택지에서 고르는 것인데, 많이 치르던 4지 선다형 문제와 유사한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이상한 선택지만 나와서 도대체 뭐가 답인지 고민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공부하다보니 이 분야의 문제는 그냥 죽어라고 문제를 많이 풀다보면 선택지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주어진 문장만 읽어도 ‘아, 선택지 중에 이런 것이 있겠구나, 그럼, 이런 내용이 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이 온다. 그 단계에 이르면 logical reasoning 시험을 볼 준비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이 분야는 기출 문제를 풀고, 풀고 또 푸는 것이 국내파에겐 가장 빠른 길이다.
Logical reasoning 문제 수가 많아서 시험 내내 잠깐도 딴 생각을 할 수 없는 분야라 주의가 흐뜨러지면 안 되는데, 내가 시험을 볼 때에는 어떤 몰지각한 수험생이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 두었더랬다. 밖에 두고 오라는 지침을 어긴거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logical reasoning 시험 시간에 계속 전화벨이 울리는 거다. 참다 못한 감독관이 가방을 교실 밖으로 던져버렸지만 집중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2-3문제를 풀 시간이 지나가 버려서 화가 났었다.
Analytical reasoning은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문제들인데 (그래서 이 부분을 Game 이라고도 부른다) 여러 가지 주어진 힌트를 읽고, 문제에 나오는 빈 부분은 맞추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나는 빨간 모자를 볼 때만 눈이 빨개져. 친구 A를 만났는데, 눈이 빨개졌어. 책상 위의 하얀 모자는 친구 A 아니면 친구 B의 것이야. 이 모자는 누구의 것일까?” 와 같은 (물론 이렇게 쉽게 나오는 문제는 없다) 식이다.
가장 만만해 보이는 유형이라 LSAT 공부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도전을 했었는데, 12분 안에 풀어야 할 첫 세트의 문제를 1시간 30분 동안 고민하고 단 한 문제도 풀지 못해서 절망했던 기억이 있다. 이 부분은 수수께끼를 푸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어야 자신있게 대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은 이렇게, 저런 유형을 저렇게 풀다보면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만 없어진다 (내가 그랬다). 나는 이 분야는 무조건 도표로 시작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고 나면 안정적으로 쓸 만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하버드나 예일 로스쿨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면 그저 쓸 만한 점수면 되지 않는가. 그리고, 익숙해지면 그나마 시간이 좀 남는 과목이 analytical reasoning이다.
이렇게 analytical reading과 logical reasoning은 문제를 풀다보면 늘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reading comprehension은 끝까지 거의 늘지 않았다. 독해 속도가 느린 것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독해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가능하다면 어학원에서 독해 수업을 따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 내 동료들은 (캐나다인들) LSAT 중에 reading comprehension이 가장 쉽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살짝 억울했다. 모국어가 영어라는 이유만으로 누리는 특혜인데, 넘어설 방법이 없다.
독해 시험은 보통 4개 전후의 지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난이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제 유형 자체는 중학교 때 부터 풀어 온, 혹은 토익이나 토플 시험 등에서 풀어 본, 영어 독해 문제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다 읽기에는 지문의 양이 많아 도저히 마지막 지문은 다 읽어보고 풀 수가 없었다. 마지막 지문에 다다르면 항상 5분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아 정상적으로 지문을 읽고 답을 고를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터득한 시험용 독해법을 사용해서, 각 문단의 첫 문장과 끝 문장만 읽고 문제를 풀었는데, 생각 외로 효과가 좋았다. 물론 지문을 읽기 전에 문제부터 확인하는 건 대한민국 독해 시험의 기본기이고.
로스쿨에 합격하더라도 사실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는 과정이 만만하지는 않다. 나도 회사 생활을 하는 16년 동안 꾸준하게 영어 학원을 다녔고, 회화반, 청취반, 각종 영어 시험 준비반을 비롯해서 별별 종류의 영어 수업을 다 들어 보았다. 하지만, 그 중에 로스쿨 수업을 따라 가는 데에 가장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과정은 동시통역대학원 기초반이었다.
오해하지 말자. 나는 동시통역대학원을 노릴 정도로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다른 수강생들도 그랬다. 동시통역대학원 기초반은 그저 읽기, 쓰기, 듣기를 총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곳이었고 (기초반이 아니라 입시 준비반은 차원이 다르다고 들었다), 시사 문제에도 노출이 많은 수업이어서, 내 경험상 로스쿨 수업에 필요한 준비를 가장 잘 해 주는 수업이었다.
그러니, 북미 로스쿨을 목표로 하는 국내파 혹은 1세대라면, 지금 기출 문제집을 주문하고 동시통역대학원 기초반에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