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에 나왔는데 이미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있었어요.
하마터면 못 살 뻔했네요."
"아침 7시 반에 갔는데 품절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한 시간 동안 동네 매장들을 다녔지만 장렬히 실패했어요."
지난8월 3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MINI 코리아와 협업해 출시한 MD(Merchandise·기획 상품)들에
대한 네티즌의 구매 성공, 실패 후기다.
출시 이전부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해당 굿즈들은
출시 당일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매장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오픈런(Open Run)' 현상을 빚었다.
지금도 일부 매장에서는 매일 품절 현상이 벌어질 정도다.
스타벅스 굿즈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여기서 굿즈(goods)란 판매용 MD와 증정용 사은품을 통칭한다.
스타벅스의 모든 굿즈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MINI 코리아와의
협업 MD와 같이 일부 굿즈들은 '가지려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굿즈를 갖기 위해 매장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거나, 먹지도 않을 음료를 한 번에 수백 잔 구매하거나,
새벽부터 일어나서 매일같이 휴대폰을 들고 대기한다.
때로는 프리미엄(웃돈) 거래도 서슴지 않는다.
스타벅스 굿즈의 역사는 1999년 스타벅스가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열면서 시작됐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머그컵과 텀블러 등 소량의 MD들을 들여와
선보인 것이다.
이후 2011년까지는 해외에서 제안하는 품목을 판매하다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타벅스코리아 내에 디자인팀을 신설해 단독으로
MD제품 개발과 판매를 시작했다.
MD 매출은 매년 20%씩 신장되고 있다.
월평균 1회꼴로 출시되는 굿즈의 종류는 2012년 연간 40여 종에서
2020년 연간 500여 종으로 8배 늘었다.
품목 또한 다양화됐다.
커피 전문점의 일반적인 굿즈인 머그컵, 유리컵, 텀블러, 워터보틀 등을 비롯해
우산, 열쇠고리, 머들러(음료를 젓는 막대), 코스터(컵 받침) 등
영역을 넓힌 제품들까지 선보인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실용성 있는 품목들
(캠핑 의자, 아이스박스, 랜턴 등)도 출시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실용적인 제품 제작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 굿즈의 남다른 인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 '경험으로서의 소비' '경쟁심' '우월감' '과시욕' 등의
키워드들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로는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가 꼽힌다.
같은 디자인의 굿즈라도 '브랜드명과 세이렌 로고'가 있느냐 없느냐가
인기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된다는 점에서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높은 브랜드 파워는 곧 높은 브랜드 충성도로 연결된다.
국내 압도적 1위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그만큼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다수이며, 이들이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 팬덤은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가 내놓는 굿즈까지
소장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한마디로 팬덤이 워낙 커서 굿즈의 인기 또한 높다는 얘기다.
스타벅스의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이 소비자의 경쟁심과
소장욕을 자극한다는 분석도 많다.
헝거 마케팅이란 말 그대로 소비자를 배고프고 갈증 나게 만드는
마케팅을 말한다.
제품의 희소성을 높여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높이는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굿즈가 인기 있다고 해서 생산 수량을 무한정 늘리지 않는다.
구매 기간을 연장하는 일도 거의 없다.
한정된 기간에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하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소비자에게
'이번에 갖지 못하면 다시는 가질 수 없다'는 심리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소장욕에서 비롯된 경쟁심은 또한 '남들은 갖지 못한 물건을 나는
가졌다'는 우월감과 과시욕 같은 감정들로 이어진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진 것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스타벅스 해시태그(#)를 사용한 게시물이
818만개가 넘고 #스타벅스MD 해시태그 게시물 수는 13만건이 넘는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과거에는 F&B 브랜드를 단순히
먹고 마시는 행위로만 소비했다면, 이제는 '총체적인 경험'으로서의
소비를 하려 한다"며 "특정 브랜드를 애정하는 소비자들은 굿즈를
구매함으로써 해당 브랜드를 일상에서 향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를 과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향은 MZ세대에게서 강하게 나타난다는 게 문 교수 설명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기준 스타벅스 MD 구매층을
분석한 결과, 구매자 중 60%가 여성이며 40%는 남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 비중은 20대 22%, 30대 38%로 2030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스타벅스 MD 구매층 분석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국내 굿즈 시장은 2030 여성들에 의해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2030 여성들은 좋아하는 브랜드의 굿즈를 소비하는 데 적극적이며,
이를 SNS 등에 공유하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스타벅스의 예를 보더라도 이 회사 전체 매출 중 10%가 굿즈에서
발생할 정도로 굿즈 시장 볼륨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연 매출이 1조928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굿즈에서만 2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다.
최근에는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다른 커피 전문점 브랜드는 물론 식품
제조회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앞다퉈 한정판 굿즈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이
브랜드 소비 경험을 확대하게끔 하고 있다.
잘 만든 굿즈 하나가 웬만한 신제품보다 낫다는 인식이
유통업계에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한 유통업계 마케팅 담당자는 "굿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소비가 날로
확대됨에 따라 브랜드 정체성을 재밌고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굿즈를
개발하는 데 기업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세훈 스타벅스코리아 MD팀장 인터뷰
스타벅스의 MD(Merchandise·판매 목적으로 만들어진 각종 상품)는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매월 새로 출시되는 MD들을 미리 기획하고 완성품으로 만들어
고객에게 선보이기까지 과정은 분명 녹록지 않을 것이다.
흐름을 앞서 읽어야 하는 것은 물론 고객 니즈 또한 미리 파악해
적절히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출시할 때마다 완판되는 스타벅스 MD 인기 뒤에는 스타벅스 MD
팀의 앞선 감각과 노력이 있다.
매일경제는 최근 김세훈 스타벅스 MD팀장(45)을 단독 인터뷰했다.
김 팀장은 2010년 스타벅스에 입사한 이후 인테리어팀과 구매팀을
거쳐 현재 MD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MD팀은 13명으로 구성돼 스타벅스 전국 매장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한다.
스타벅스의 모든 MD는 1년 앞서 기획된다.
김 팀장은 "보통 출시 1년 전부터 유관 부서와 함께 상품 콘셉트와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아이디에이션(디자인 구상 등) 회의를 시작한다"면서
"아이디에이션을 통해 콘셉트가 결정되면 출시할 상품 목록을 만들고
크리에이티브팀에서 상품 특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얹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 제작 협력사들과 오랜 기간 긴밀히 소통해 2차원(2D)
그래픽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도록 '샘플링' 작업을 진행하고,
상품이 어느 정도 실물화되면 상품별 제작 수량을 신중하게 결정
한다"고 덧붙였다.
출시일이 다가오면 상품 소개 문구를 제작하고 사진 촬영 등 상품
비주얼 작업을 시작하며, 출시 하루 전에는 불량 상품, 바코드 인식,
판매가 확인, 라벨 오류 등 모든 사항을 최종 점검한다.
김 팀장은 "고객 만족을 위해 전 과정에 걸쳐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 MD의 인기가 유난히 높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해답은 고객에게 있는 것 같다"며 "'마이 스타벅스 리뷰'라는
자체 디지털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 니즈를 수집하는데, 한 달에 한
번꼴로 진행되는 이 설문으로 평균 10만명 정도의 고객 의견이
수집된다.
이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탄생한 MD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제주 특화
MD'다.
제주 스타벅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MD를 만들어달라는
고객 요구에 맞춰 관련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스타벅스는 2018년 3월 제주 특화 MD를 선보였으며,
이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을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출시 첫해 제주지역 MD 매출은 출시 이전에 비해 매장당 약 60% 상승했으며,
작년에는 매장당 평균 150% 수준으로 늘었다.
방탄소년단, BMW MINI 코리아 등 최고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협업) MD를 출시해
'오픈 런' 현상을 빚었던 만큼 MD팀에는 각종 협업
제의가 매일같이 쏟아진다.
협업 파트너 선정과 기준에 대해 묻자 김 팀장은 "뜻이 잘 맞는지,
지향점이 같은지를 두고 많이 고심한다"고 답했다.
첫댓글 커피 판매하는 곳에서 기획상품을 판다?
역발상인데,1999년 시작했다니 꽤 오래됐네요
더구나 기회상품 매출이 10%가 넘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