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백
강헌모
나는 대학을 중퇴하고 군대를 갔다 와서 대구에 있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식당에 가서 도와주며 생활했다.
그때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노래가 한창 유행할 때였다. 그래서 옛일을 생각하며 지금 그 노래를 들어도 정답다.
나는 대구에 살 때 그곳에 있는 공단도 돌아보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 대학을 다니다 말고, 군에 갔다 왔으니 취직을 하려고 그랬던가? 아무튼 그랬다.
지금 생각하니 마음이 쓸쓸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전에 청주에 살았을 때에도 그곳에 있는 공단을 돌아볼 때가 있었다. 그것도 밤에 그랬던 것이 새록새록 어제 일처럼 기억에 남는다. 심심하기도 해서 바람을 쐴 겸해서 돌아 다녔던 것 같고, 한편으로는 총각이니 맘에 드는 아가씨라도 하나 만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랬던 것 같다.
우리 집은 가난에 허덕여서 이사를 자주해야 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운영했던 작은 식당에서 불편하게 생활했고 활동적이지 못했다. 이렇다 할 취직도 못하고 공무원 시험 보겠다고 나름대로 공부하곤 했다.
맨 처음 공무원시험을 본 것이 법원서기보 시험이었다. 서울로 돌아가신 아버님과 함께 가서 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만족하게 보았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래서 그 이듬해에 똑같이 법원서기보 시험을 보아서 됐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도 저번처럼 합격되지 못하였다. 법원서기보 시험의 모든 문제는 한자로 되어있었다. 나는 한자 읽는 것에 대해 불편한 것은 없었다. 그동안 공부해왔던 법률과목을 수월하게 치러서 꼭 합격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서 실망했다.
한때는 7급 행정직 시험을 보려고 강원도 태백에 있는 친척집으로 주소를 옮겨놓고 시험을 보려고 했다. 7급 행정직 시험에 수학과목이 없어서 그 시험을 택했었다.
수학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그 과목 때문에 과락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랬다. 9급을 보기에는 눈에 차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시험 준비를 한 것 같은데, 7급 행정직 시험을 보지 않았다.
법원 서기보 시험에 떨어진 이후로 또 다른 시험을 보기도 했다. 한때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내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라고 교육대학에 가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 시절에는 교육대학 가는 것보다 공무원 시험이 한 단계 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
지금 교사 되기란 많이 힘들다. 공무원 시험도 마찬가지다. 마치 예전에 고시 시험 준비하는 만큼이나 어려울지 모르겠다. 예전에 아버님 말씀을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해서 나는 후회하고 있다.
지금 공무원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적지 않은 고통 속에서 생활할 때 가 있곤 했다. 공무원도 공무원 나름이다. 적성에 맞아야하고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그러기에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건 인간관계인데, 그것을 잘 이루기가 쉽지 않다.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생활해 오길 어언 30여년이 되어가는 나는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서 직장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하곤 했다.
정년퇴직까지 못갈 것 같다는 마음이 들고 중간에 그만둘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명예퇴직 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어 마음이 산란하여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30대의 열정과 패기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수그러들었고,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고 힘 있게 살아야 하리라.
자녀들을 많이 둔 편이라 마음이 흔들리면 곤란하겠다. 아내와 함께 열심히 살아야 하기에 정년퇴직을 하든, 명예퇴직을 하든 간에 구애됨 없이 평범하고 꾸준히 생계유지를 위해 건강이 허락 되는 한, 일 안하고 놀고먹을 수 없는 처지가 아니다. 자녀들 대학교 교육비도 갚아야 할 형편도 있어 여러모로 어렵다. 그러나 결코 실망하고 싶진 않다. 희망을 안고 살도록 하고 절약해서 소박하게 살고 싶다.
그 동안 인생을 아내와 함께 어렵게 살아오지 않은 내가 아닌가? 또다시 여기서 지금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주님의 사랑 안에 낙담하지 않고, 실망 않고 힘을 내서 착하게 살도록 해야 하리라. 또 사랑하는 아들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기도하며 슬기롭게 이 세상을 헤쳐 나가고 싶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대학을 다니는 자녀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여유가 있으면 돈 걱정 없이 대학생활 하는데 불편 없이 하면 좋으련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이들이 안쓰럽고,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가정형편을 잘 헤아려서 돈에 욕심내지 않고 슬기롭게 생활하리라 믿는다.
더군다나 아내와 나는 아픈 곳이 있으니 어느 때보다도 주님께 더 의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살아야겠다.
주님께서는 항상 고통을 주시지 않으시는 분이시고,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가까이 계시며 무한한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분이시기에 늘 만족해하며 살아가야 하리라. 그런 주님을 생각해서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자.
첫댓글 올려주신 옥고에 즐감하고 갑니다
편하신 밤이 되십시오!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