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신인 1차 지명 (2) - 호남, 경북, 경남권, 그리고 신생팀

[lyw9094]

2013-06-28 14:47 [배지헌 칼럼]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프로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대주를 선택하는 2014년 신인 1차 지명이 오는 7월 1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주말리그와 각종 전국대회를 통해 옥석을 가린 각 구단은, 이제 고르고 고른 옥 가운데 좀 더 밝게 오랫동안 빛을 발할 진옥(眞玉)을 가리는 작업에 한창이다.
올해의 1차 지명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신생팀 NC와 KT를 제외한 기존 8개 구단이 각자의 연고지에서 선택한 1차 지명 선수를 1일에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발표한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8일에는 나머지 선수들을 대상으로 NC와 KT가 연고지에 관계없이 1차 지명 선수를 선택해 발표한다.

효천고 우완투수 차명진.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2경기 연속 완봉승을 따내며 괴력을 뽐냈다.
광주 - 호남권 : 효천고 우완 차명진과 동국대 유격수 강민국(광주일고 졸)의 2파전이다. 둘 다 신생팀 KT의 유력한 우선지명 후보였다. 그만큼 출중한 재능을 자랑한다. 혹시라도 KT가 먼저 데려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KIA로서는 이제 ’우선지명급’ 유망주 둘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고교 우완 랭킹 1, 2위를 다투는 차명진은 187cm 장신에 140km/h 초중반의 묵직한 빠른 볼이 일품인 정통파 투수. 투수로서는 이상적인 길고 늘씬한 체형에 힘과 유연성을 겸비했다. 지난해까지는 컨트롤과 게임 운영 능력이 약간 부족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3학년인 올해 들어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더하는 피칭으로 우려를 잠재웠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의 잇단 호투로 ‘큰 무대 체질’임을 입증한 것도 수확이다. 황금사자기 1회전 충훈고전에서 8회 1사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치며 2피안타 13K 완봉승, 16강전에서는 우승후보 경남고를 상대로 9이닝 무실점하며 2경기 연속 완봉승의 기염을 뿜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프로에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선수로 기대를 모은다.
대학 최대어로 꼽히는 강민국도 만만찮다. 강민국은 올해 고교와 대학을 통틀어 가장 프로 즉시전력에 가까운 선수로 통한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수비 하나만큼은 최고로 평가받았고, 동국대 진학 이후에는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로 성장했다. 한 스카우트는 “타격은 몰라도, 수비와 종합적인 기량면에서 내년에 바로 프로 1군에서 기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했다. 경기에서 보여주는 승부 근성은 물론 스타 기질도 갖추고 있어 프로 무대에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동국대 유격수 강민국. 광주일고 시절 청소년 대표로 활약했고, 대학에서는 공격력까지 갖춘 선수로 진화했다. 소속팀 동국대를 올해 대학야구 2관왕으로 이끈, 고기를 두 번 먹어본 선수이기도 하다.
투수냐 야수냐. 잠재력이냐 즉시 전력이냐. 이상형 월드컵 결승보다도 힘든 선택을 눈앞에 두고, KIA는 치열한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에서는 “대형 투수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명진을 KIA가 놓칠 리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주력 내야수 대부분이 군 미필인 KIA로서는 바로 주전으로 쓸 수 있는 강민국을 택하는 게 낫다”는 현실론도 있다. KIA가 최근 수년간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 위주의 지명을 해온 것도 변수다. 둘 중 선택받지 못한 선수는 NC 또는 KT가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 - 경북권 : 삼성의 1차 지명도 일찌감치 고교 투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상원고 좌완 이수민과 경북고 우완 박세웅이 주인공이다. 올해 고교 무대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삼성은 KIA 못지않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탈삼진 신기록의 주인공 이수민. 신기록과 혹사 논란으로 올해 고교야구에서 가장 '핫'한 선수로 떠올랐다.
이 중 이수민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유명주. 2학년인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캐나다전에서 호투를 펼치며 일찌감치 유명세를 치렀다. 올해는 주말리그 대구고전에서 10이닝 동안 삼진 26개를 잡아내며 한 경기 최다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해 ‘괴물’의 칭호를 얻었고, 황금사자기 북일고 경기에서는 10이닝 178구 완투패로 ‘혹사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체격조건(177cm)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좋은 투구 밸런스에서 140km/h 안팎의 힘있는 빠른 볼을 던진다. 여기에 브레이킹 볼의 각도와 제구가 좋고, 피칭에 대한 감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삼성 스카우트 관계자는 “선발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만, 불펜투수가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민보다 유명세는 다소 떨어지지만, 기량만 놓고 보면 경북고 박세웅도 전혀 떨어질 게 없다. 안정적인 제구력과 침착한 경기 운영이 장점인 박세웅은 올해 들어 빠른 볼 구속도 최고 140km/h 중반까지 끌어 올렸다. ‘167구 완투’를 기록한 황금사자기 울산공고전에서는 투구수 160개를 넘긴 10회에도 139km/h를 기록하는 등 위력을 뽐냈다. 프로에서 몸을 키우고 힘이 붙으면 구속과 구위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에서는 불펜보다는 선발투수감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북고 에이스 박세웅. 동생 박세진도 좌완투수로, 미래 경북고 에이스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형제가 한 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눈에 띄는 것은 이수민이 한 경기 178구, 박세웅도 거의 화제가 되지 못했지만 167구 완투를 경험하며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혹사’를 겪었다는 점. 최근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가 워낙 많다는 점에서 우려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고교 투수들한테 160개 이상 던지라고 해도 실제 던질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며 “그만큼 기본기가 잘 갖춰지고 체력과 근력, 유연성을 갖춘 투수가 둘씩이나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두터운 선수층과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자랑하는 삼성에서 장기적인 계획 하에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1군에서 활약중인 심창민도 입단 첫해 재활치료로 시작해 이듬해 퓨처스리그를 거쳐 1군 필승조로 단계별 성장을 거쳤다.
일단 후반기 주말리그에서는 이수민이 4.2이닝, 박세웅이 9.2이닝씩만 던지며 숨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수민-박세웅 둘 다 아주 좋은 선수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며 “삼성이 누굴 뽑든 성공적인 지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 - 경남권 : 개성고 심재민이 신생 KT에 우선 지명을 받으면서 롯데의 선택지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경남고 좌완 김유영이 있기에, 유희운 카드가 날아간 한화보다는 타격이 적은 편이다. 김유영은 1학년 때부터 에이스 겸 4번타자로 투타에서 맹활약을 펼친 팔방미인. 체격조건이 최상급은 아니지만, 좌완에서 나오는 140km/h 초중반의 빠른 볼과 변화구의 제구력이 일품이다. 최근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주로 타자로 나오고 있지만, 고교 좌완투수 중 가장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은 투구를 보여주는 투수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타자로 전향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평을 듣는다. 기본적으로 야구를 매우 ‘잘하는’ 선수라서, 프로에서 몸집을 불리고 힘을 키우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모른다.

경남고의 팔방미인 김유영. 마운드에서나 타석에서나 믿음직한 활약을 보여준다.
부산고 포수 안중열도 후보로 꾸준히 이름이 나오는 선수 중 하나. 수비 기본기와 송구가 좋고 1학년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해 고교 포수치고는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체격조건이 크지 않고, ‘수비형 포수’로 보는 평가가 많아서 1차 지명 감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생팀의 선택은 : 기존 구단의 1차 지명이 끝나면, NC와 KT는 일주일간 심사숙고를 거친 뒤 8일에 1차 지명 선수를 발표하게 된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연고지에 관계없이 모든 지역 선수를 대상으로 지명할 수 있기에 선택의 폭은 넓은 편이다. 특히 1차 지명의 특징인 지역간 자원 불균형으로 인해, 1차 지명감 선수가 몰려 있는 호남과 경북 지역 선수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차명진과 강민국, 이수민과 박세웅 중 2명은 신생팀 차례까지 돌아올 것”이라며 “KIA와 삼성이 누굴 데려가든, 신생팀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지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생 구단들이 반드시 호남과 경북 선수들만 찍는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신생 구단의 한 관계자는 “물론 KIA와 삼성의 지명 대상 선수들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울 지역 선수 중에도 잠재력 있는 유망주들이 많아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올해 부진했지만 재능만큼은 뛰어난 서울고 배재환이나 덕수고 한주성, 야수 중에 임병욱이나 배병옥 등 이 차례까지 돌아온다면 호남과 경북 선수들과 견줘도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앞의 관계자는 “기존 구단들의 지명을 지켜본 뒤 선수의 기량은 물론 현재 팀의 전력과 선수 구성까지 모두 감안해서 신중하게 결정 하겠다”고 했다.

부산고 포수 안중열. 고교생이지만 성실하고 차분한 태도와 안정적인 포수 수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NC의 경우 KT보다 먼저 1차 지명권을 행사한 뒤, 추후 열리는 2차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지명권을 갖기에 1차 지명을 두 번 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NC 뿐만 아니라 기존 구단들도 예년 같으면 1라운드 지명감이지만 2차 드래프트로 밀려난 선수들을 지명할 기회가 남아 있다. 1차 지명이 끝나더라도, 2차 상위 지명감인 선수들을 계속해서 주목해 봐야 할 이유다. LA 다저스 류현진도 이런저런 이유로 2차 지명으로 밀려난 선수였다.
2차 드래프트는 청룡기 대회를 비롯한 각종 전국대회가 모두 마무리된 뒤 열릴 예정이다. 현재 고교야구에서 모든 팀이 참가하는 전국단위 토너먼트 대회를 계획 중이라, 만일 대회가 신설된다면 2차 드래프트 일정도 대회 이후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