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으로
아니 저희집 역사상 최초로 에어컨이란 물건을 구매했습니다.
에어컨이라는 놈을 구매할 때엔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점이 많더군요.
일단 삼성 제품은 구매 대상에서 제일 먼저 제외했어요.
백색가전은 삼성 안 삽니다.
에어컨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이 없어서 동호회에 글을 올렸더니
회원 분 중 하나가 엘지전자 아는 분을 소개시켜줘서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했네요.
에어컨 구매를 결정하면서 알아본 사항 몇가지를 적어봅니다.
1. 사는 집 실평수의 절반 이상 되는 제품을 구매하라
보통 에어컨에 보면 18평형, 20평형 그런 문구가 나오는데
그게 거실 실평수를 기준으로 제시한 수치더군요.
거실 + 부엌의 평수를 아파트 실평수의 절반 정도로 잡기에 그렇답니다.
이것은 스탠드형 에어컨을 거실에 주로 설치하기에
거실 냉방 용량을 아파트 냉방의 기준으로 산정한답니다.
될 수 있으면 자기 집 실평수의 절반 이상 되는 제품을 살 것을 권장하던데
이유는 용량이 작은 제품은 에어컨 설정온도까지 다다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설정온도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다시 냉방을 시키려고 돌아가는 시간도 길어지기에
전력소모가 오히려 심하고
자주 구동되는 실내기 모터와 실외기 모터가 고장날 확률이 높아진답니다.
하지만 에어컨은 용량이 크면 가격이 훨씬 더 비싸지더군요. ㅋ
2. 요즘 유행하는 2IN1 또는 3IN1 제품을 너무 믿지 않는게 좋다.
요즘은 거실용 스탠드형 에어컨 + 안방용 벽걸리 에어컨을 묶음 상품으로 만들어
2IN1 또는 3IN1 (스탠드형 에어컨 + 벽걸이 2개)이런 패키지형 제품을 많이 파는데
이런 패키지 상품의 장점 중 하나는
실외기를 하나만 설치해서 여러 기기가 나눠 쓰는 것입니다.
가격도 따로따로 샀을 때보다 더 싸고요.
그런데 여기에는 맹점이 몇가지 있더군요.
대부분의 이런 패키지 상품에 들어가는 실외기를 보면
스탠드형 에어컨 단독 제품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용량의 실외기가 들어간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18평형 스탠드형 에어컨 + 7평형 벽걸이 에어컨을 묶어서 파는 2IN1 패키지에 들어가는 실외기가
18평형 스탠드형 에어컨 단독 상품에 들어가는 실외기가 그대로 들어가는 겁니다.
물론 이런 패키지 상품도 제어모듈을 잘 만들어 놓았기에
스탠드형 에어컨과 벽걸이형 에어컨이 한없이 동시에 돌아가는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효율적(순차적)으로 돌아가게 프로그래밍을 해놓았죠.
그렇다 하더라도
거실과 방의 열기를 좀더 빨리 뺄 수 있는 용량이 큰 실외기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실외기가 돌아가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따라서 전력소비 상승 + 고장 및 노후화 가능성 상승)
총시스템 냉방능력은 대형인 18평형 스탠드형 에어컨 하나를 썼을 때와 같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면에서는 방의 냉방을 시켜주는 에어컨이 하나 더 있으니
시스템 효율면에서는 조금 더 나을 수 있겠더군요.)
이런 패키지 상품을 사느니
거실과 방 에어컨에 실외기를 각각 달아주는게 전기세나 냉방능력 측면에서 훨씬 낫다더군요.
요컨데 18평형 스탠드형 에어컨 + 7평형 벽걸이 에어컨을 구매한다고해서
제조사가 선전하는대로 18 + 7 = 25평형 에어컨의 냉방능력을 기대해선 안되고
18평형 에어컨의 냉방능력인데 쓰기에 따라서는 좀더 효율적일 수 있다.
3. 설치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 수 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30만원짜리 벽걸이 에어컨을 샀는데
설치비만 35만원 들었다는 괴담이 심심치 않게 있더군요.
특히나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제품가는 싼데
제조사의 전문 인력이 아니라 판매처와 계약한 사설업체에서 나와서 터무니 없는 설치비를 요구하거나
설치를 불량하게 해서 여름 내내 악취에 시달렸다는 후기가 많더군요.
사실 대기업 직영점을 통해 구매해도
해당 기업 정직원이 아닌 하청의 재하청업체 기사 분들이 나와서 설치 및 서비스를 하니
그다지 많은 것을 기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이없는 실수는 많지 않을걸로 보고
나중에 불평할 곳이라도 있으니... 비슷한 가격이면 직영점을 통해 사는 것이 괜찮을 것 같더군요.
저도 에어컨을 구매만 했지 아직 설치된 것은 아니니
제발 좋은 기사 분들이 오시기만 기도하고 있습니다.ㅋ
4. 엘지나 삼성이 아닌 중소회사 제품도 괜찮을 수 있겠다.
제가 에어컨 구매를 두고 고민하는 것을 본 지인 분이 캐리어라는 회사 제품은 어떠냐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캐리어가 대형 에어컨 제조사로 유명한 것만 알았지
가정용 에어컨도 판매한다는 걸 몰랐는데
다나와에서 찾아보니
대기업 제품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더군요.
23평형 제품 같은 경우에는 대기업 제품에 비해 30프로 정도 저렴합니다.
대기업 제품에는 판매 후 서비스 비용까지 포함됐다고 보는 게 맞는데
사실 요즘 대기업 백색가전 제품 서비스가 극악한지라
아예 처음부터 저렴한 제품을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더군요.
실제 삼성이나 엘쥐 제품 중 몇 종은
캐리어에서 제조해서 OEM으로 대기업에 넘기는 제품입니다.
5. 무슨 첨단기능이 들어간 제품 살 필요 없다.
제균이나 이오나이저 기능
무풍 에어컨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제어기능 등등
첨단 기능이 들어갔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제품들이 있는데
항상 그렇지만 다 필요없는 소리
그런 첨단(?) 기능을 유용하게 쓰는 소비자는 열에 하나도 되지 않고
저는 항상 열의 아홉명 중에 들어가는 사람입니다.ㅋ
에어컨에 무슨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까지 들어가는지...
전자제품에 쓸데없는 기능 많이 들어가면
고장의 위험성이나 높아지죠.
이오나이저 기능을 켰는데
집안에 오존 냄새가 가득해져서 집에서 탈출했다는 사람도 있고
그냥 빨리 시원해지고 전기세 덜 나오고
고장 잘 안 나고
제습기능과 공기청정기 기능만 있으면 저는 만족입니다.
6.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너무 맹신하지 말아야한다.
요즘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인 백색가전을 구매하면 정부에서 구매금액의 10프로(최대 20만원)까지 환급해 줍니다.
물론 기업들은 앞다퉈서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을 대거 쏟아내기 시작했고
광고도 대대적으로 하고
가격도 올렸죠. 어떤 놈들인데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은 대부분 인버터를 사용하는 제품이고
이론적으로는 인버터를 사용한 제품이 기존의 정속형 에어컨보다 전력소비가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실험실에서 에어컨을 켜 놓고 계속 구동시켜보면 인버터 제품이 정속형 에어컨보다 50프로 가량 전력을 덜 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우리나라 전자제품 기업들의 인버터 설계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서 믿을만 하고요.
But... 항상 But이 따라오죠.
실사용하는 환경이나 패턴에 따라서는 인버터형 제품이 정속형 제품보다 전력소비량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들이
누진세 걱정에 아주 못견디게 더운 날에만 에어컨을 틀기 마련인데
이렇게 열부하가 높은 날에는 설정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전력량을 더 많이 소모하는 인버터형이 초기 전력소모가 훨씬 더 높을 수 있다더군요.
따라서 제조사에서 주장하는 3~40 프로 전력량 감소는
그냥 탁상공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고
일년에 에어컨 트는 날이 그리 많지 않는 가정은
차라리 초기 구매비용이 싼 구형 제품을 사는게 나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에너지소비효율보다는 소비전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게 더 현실적으로 맞을 겁니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받느라 꼼수를 부린 것 같은 제품도 보이더군요.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써놓았지만
대기업을 싫어하는 제가 엘쥐의
그것도 저는 제가 별로 신뢰하지 않는 2IN1 인버터형 에어컨을 구매했다는게 또다른 함정이겠죠.ㅋ
진짜 에어컨은 겨울에 사야한다는 격언이 있는데
왜 한여름에 몇일 쓰지도 못할 에어컨을 비싸게 사고 앉았는지
한숨이 푹푹 나오네요.
첫댓글 이미 사셨군여 에어콘은 위니아인데 뭐 엘지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삼성만 아니면 되죠 ㅋ
무 에어컨 동지 한 사람을 잃었군요..ㅠ_ㅠ
살 가능성이 0%이지만 앞날은 모를 일이죠. 그래서 열심히 읽었어요. 유익한 정보 고맙습니다. ^^ 대박 실력 좋고 꼼꼼한 기사분이 오시기를 빌어요~^^
ㅎㅎㅎ...전 삼성샀는데...예~~~~~전에...ㅎㅎㅎ 김연아가 lg 에어컨 선전할 때였는데 lg 스탠드가 너무 비싸서 싼 삼성 스탠드 샀어요. 그때 잠깐 썼다가...몇 년 묵혀두었다가 올해 봄에 다시 설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