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생 8명 중장 진급… 현 정부에서 육군총장 등 군 수뇌부 발탁 가능
⊙ 육사 37기, 합참 작전본부장·기무사령관·특전사령관·정보본부장 등 군 핵심 요직 포진
⊙ 박지만 회장, 아버지에게 “훈육관 임형주 소령 가장 존경한다” 말해
⊙ “현 정부 내내 지만씨와 37기에 불편한 시선 쫓아다닐 것”(37기 동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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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입학식 때 박지만 생도의 모습. |
장경욱(張璟旭) 전 기무사령관 경질 파문이 일면서 ‘육사 37기’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의 후임인 이재수 중장이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朴志晩) EG 회장과 중앙고·육군사관학교(육사) 동기인 데다 그 동기들이 합참 작전본부장, 정보본부장, 특전사령관 등 군(軍)의 핵심 요직에 대거 진출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군 수뇌부 인사를 무리하게 단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군 안팎에선 장 전 사령관의 경질 배경에 육사 37기들이 직접 관련됐다는 소문도 있다. 장 전 사령관이 육사 37기들의 약진에 제동을 걸려다가 좌절됐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5일 정부가 총 110명에 달하는 중장급 이하 군 인사를 단행하자,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육사 37기에 쏠렸다. 예상대로 육사 37기들의 ‘약진’이었다. 이재수 교육사령관은 논란 속에 기무사령관에 임명됐고, 신원식 수방사령관은 대장 진급 1순위인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인범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차장(소장)은 특전사령관으로 발탁됐고, 지난해 10월 ‘노크 귀순’으로 징계대상에 올랐던 엄기학 당시 합참 작전부장도 군단장으로 진출하면서 부활했다. 조보근 정보사령관도 국방부 정보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육사 37기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중장으로 진급하기 시작했다. 신원식 합참 작전본부장과 양종수 군단장이 동기들 중 처음 진급했고, 지난 4월 인사에서 이재수 사령관 등 3명이 더 진급했다. 지난 10월 25일 인사에서 전인범, 엄기학, 조보근 장군 등 3명이 나란히 별 셋을 달아 37기는 지금까지 총 8명의 중장을 배출했다. 통상 한 기수에서는 3~5명이 중장에 진급한다. 이들은 현 정부에서 대장 진급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로 발탁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기무사령관을 지낸 새누리당 송영근(宋泳勤) 의원(육사 27기)은 지난 11월 1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기무사령관에게 수방사령관(신원식)의 부적절한 처신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며 “수방사령관 간 지 1년 만에 (합참) 작전본부장이 됐는데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다.
신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장성 인사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수방사령관에 취임한 지 1년 만인 이번 인사에서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특별히 수방사령관에 대해 보고를 받았거나 한 것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넘어갔다.
정치권도 국방부의 인사를 질타했다. 박지원(朴智元)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28일 열린 국회 법사위 군사법원 국감에서 “이명박 정부는 형님 인사로 만사형통(萬事兄通), 박근혜 정부는 동생 인사로 만사제통(萬事弟通)”이라고 꼬집었다.
“37기 약진은 과장된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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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낙종 국방조사본부장(맨왼쪽)과 이재수 국군기무사령관(가운데). |
박지만 회장과 동기인 육사 37기생들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주목의 대상이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들이 군 실세로 부상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이 무렵부터 박 회장이 육사 동기 모임에 참석한 일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동기 중에서 누구와 가깝게 지낸다는 얘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최근의 발표 인사 명단을 살펴보면,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육군 장성은 모두 여섯 명이다. 이 중에서 절반인 세 명이 박 회장의 육사 동기들이다. 올해 4월 전반기 인사에서는 네 명 중 세 명, 지난해 10월 후반기 인사에서는 다섯 명 중 두 명이 37기였다.
세 차례 진행된 인사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15명 중 8명이 박 회장의 육사 동기인 셈이다. 이 기수가 중장 진급 시기이기는 하지만, 다른 기수에 비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해 후배인 38기에서 김용현 수방사령관 한 명만 중장으로 진급한 것을 두고 37기가 다 차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중·대장급 인사를 국방장관이 혼자 단행했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진급자들을 뜯어보면 국방장관 계열, 청와대 안보실장 계열, 경호실장 계열, 국정원장 계열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고루 섞여 있다고 보는 게 맞아 보인다. 심지어 군 내에서는 해군출신 합참의장이 최초로 탄생한 것에 대해 김기춘(金淇春) 청와대 비서실장이 해군 법무관 출신이어서 가능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들 인사가 진급할 만한 자격이 있느냐 여부가 핵심이라고 한다. 기무사가 비판한 인사들 상당수는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 수혜자 명부’라는 기무사의 살생부에 이름이 올려져 ‘변방’으로 내쫓겼다가 김관진 장관의 취임과 함께 복권됐다. 인사라는 게 통상 결과를 놓고 인맥을 연결시키면 모두 그럴듯한 해석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국방부는 적어도 군 인사를 하는 데 한배를 탔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이 군 인사를 비판한 것은 청와대를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 육사 출신인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생도 때 독일유학 경험이 있는 소위 ‘독일 육사’ 출신들을 챙긴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예비역 장성은 “유제승 중장(수도군단장), 김현집 중장(합참차장) 등 독일 유학파 장성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라며 “이상희(李相憙) 전 국방부장관이나 김병관(金秉寬) 합참의장은 전략기획 분야에서 튀었던 독일 유학파를 선호했다”고 했다.
28사단장과 육군대학 총장을 지낸 류대우(柳大雨) 육군협회 사무총장(육사 30기·예비역 육군소장)은 “2001년 36기·37기 대령 진급심사 때 심사위원으로 들어갔었다”며 “당시 느낌으론 36기생들 못지않게 37기생들에도 ‘인재’들이 많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