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도 푸르른 날에 청주 근교에 있음에도 미처 가보지 못했던 내수읍 형통리 428-2 (Tel,(043) 213-0570)에 있는 김 기창 화백의 '운보와 정원'에 다녀왔다. 김기창(운보) 화백은 만원 지폐 속에 있는 세종대왕, 김정호와 을지문덕의 영정을 맡아 그렸고 한국 동양화계에 한 획을 그은 거장이다. '운보와 정원'은 3만 여 평의 드넓은 대지위에 전통한옥과 미술관 그리고 수석과 조각, 분재가 연못과 잔디 위에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김화백이 기거하던 집과 평소에 작품 활동을 하던 작업실, 미술관, 조각공원, 수석, 분재들을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토록 사랑했던 동료이자 반려자였던 우향 박래현 화백과 함께 누워있는 묘를 잠시 참배參拜하고 돌아왔다. '운보와 정원' 이곳은 김기창 화백 어머니의 고향이다. 부인 박래현화백과 사별하고 1984년, 7년에 걸쳐 완공하여 여기에서 타계할 때까지 기거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 분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퇴색된 마루며 옛 가구들이 방벽을 둘러 진열되어 있었다. 넓은 작업실 창 앞에서 바라보는 주위경관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사면을 바라보아도 울창한 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리며 우릴 반긴다.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셨을 운보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속세를 떠나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며 작품을 하셨으니 영혼이 녹아 있는 작품의 세계에서 자유로우셨으리라. 작업실에서 나온 우리는 곧바로 미술관으로 갔다. 미술관에 들어서니 한편엔 운보의 그림들이 새겨진 옷가지며 도자기와 각가지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어 발길을 잠시 머물게 한다. 한 옆 전시실로 들어서니 넓은 공간에는 운보와 그의 부인, 월북하여 김일성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셋째 동생 김기만 화백의 작품이 함께 걸려 있다. 동생의 작품은 2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에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미술에 뛰어난 소질은 유전인 것 같다. 동생 김기만 화백의 작품은 홍매화 그림 한 점과 해질 무렵 앙상한 나무 가지에 둥지인양 찾아드는 수많은 참새 떼의 그림이었는데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실제의 풍경 같았다. 하루 종일 먹이를 찾아 헤매다 해질 무렵 둥지로 날아드는 참새 떼를 바라보니 내 마음 속에도 아득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운보의 작품 세계는 다양했지만, 청산을 주로 많이 그렸고 오리지널 석, 동, 실크판화도 여러 점 있었다. 그 중에 김화백이 가장 좋아했다는 '태양을 먹은 새' 앞에서는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내가 보기에도 그 분의 예술적 혼이 마치 불꽃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어려서 심한 장티푸스를 앓고 청각을 잃었다는 운보는 아내의 다정한 목소리와 아이들의 사랑스런 음성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한 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세상의 잡다한 소음을 뒤로하고 자연 속에서 자연과 벗하며 혼신에 힘을 다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연출하며 불꽃같이 살다 갔으리라. 미술관에서 나온 우리는 군데군데 놓여있는 분재들의 멋진 모습에 매료되었다. 수령이 450년이나 된다는 저 모과나무! 키는 작으나 굵은 나무둥치가 견디어온 세월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조선시대를 지나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 오늘에 이르기 까지 역사의 흐름을 지켜보았을 저 분재들은 오늘도 가는 하루를 지켜보며 탐스런 열매를 맺고 있다.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인 나무인데 정상적인 것보다 더 멋있다. 그러나 애처로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인일일까? 여기저기 알맞게 자리를 차지하고 놓여있는 기이한 수석들과 진흙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잎을 가득담은 연못을 지나 김기창 화백의 묘가 있는 길목으로 들어섰다.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드디어 작은 산봉우리의 정상에 이르니 한국 근대 미술사의 거목으로 우뚝 섰던 김기창 화백이 그의 부인과 함께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코스모스가 무리를 지어 피어있고 이름 모를 들꽃들이 황금들녘과 어우러져 최고의 자연 경관을 연출하였다. 태양을 가린 구름사이로 간간히 빛이 새어나오고 비취색 하늘 위로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시시각각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 또 다른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첫댓글 작은 숲속님 깨끗함의 도시로 마음에 남았어요
겁고 행복 에너지 충만한 주말 휴일이 되시길요
이렇게 거인의 정원 화실을
정말 말만 들었지 저도 초면에 만남을 울 숲속님으로 부터 귀한 길 함께 걸어봅니다
청주 하면
귀한 걸음의 발자취 늦은 시간 마음 함께 마중하면서
주말이지요
양떼목장님, 반갑습니다.
좋은 계절에 예쁜 추억 많이 만드시고 계시리라 생각해 봅니다.
저도 가을을 그냥 보내기가 왠지 서운하더라구요.
옆지기 건강문제로 장거리 여행은 접었습니다.
하여 청주 근교에 있는 곳만 잠시 들려요.
목장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저희 청주는
양반에 도시요, 교육의 도시로 인정받았는데
지금은 도시가 팽창하면서 여러곳에서 많은 분들이 모여살다보니
옛에 그 아름다운 모습이 차츰 퇴색해 가는 것이 몹씨 안타깝습니다.
일산엔 저도 한 번 가본적이 있어요.
호수공원이 참 아름답더라구요.
목장님께서도 좋은 곳에서 살고 계십니다.
부족한 공간에 찾아주심에 감사드리며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네~
숲님!
주말인데 우에 보내 실까요
여자는 할일이 많지요
제가 한 십년전에 청주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거리의 모습들이 참 단아하니 정리된 기분으로 지금도 남아있답니다
좋은 곳에 살고계시는 숲님
마음도 한없는 넉넉하심이제요
늘 마음이 행복 하신 시간들이 되시길요
감사합니다. 목장님,
님의 덕담에 올 가을은 풍성하게 지낼 것 같습니다.
목장님께서도 알찬 가을을 맞이 하실거라 믿어요.
남는 시간도 즐겁게 보내세요.
작은 숲속 님, 좋은 곳을 다녀오셨습니다.
님의 견문기인 수필체가 아주 명확하고 깔끔하게 전달됨이 운보님의 삶을 한눈에 직시하게 합니다.
청각이 그의 삶 일부분 삼켜버렸지만 그의 영혼에 응집된 불타는 예술적 혼불은 그를 대가로 거듭나게
하는데엔 부족함이 없었듯이, 한 거목의 예술인이 꿈꾸고 기거해온 삶의 터전이 그 위용을 보이는 듯합니다.
님의 견문기에 제가 흠뻑 젖습니다.
아울러 가을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님의 글귀에 공감하면서
잠시 쉬었다 갑니다. 이 가을에도 님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고운매님, 찾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가끔 구름이 오락가락하여 사진이 잘안되었습니다.
더 좋은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언제 기회가 되면 위의 주소로 한 번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인들과 몇시간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더라구요.
어쩌면 운보님이 귀머거리여서 자신의 세계에 그토록 열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운매님의 예리한 안목에 감탄스럽습니다.
그 분이 가신지도 어언 14년이 흘렀네요. 2001년에 87세로 작고 하셨어요.
어릴적 많이 듣던 말 중에 '인생을 짧고 예술은 길다' 라고 했던가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 분의 작품은 길이길이 전해질테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