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규 선생님의 가슴에 흐르는 강

선생님의 시집을 소개해 놓았길래 시집 제목의 시를 옮겨 볼까 한다 시집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는것 같더라                 가슴에 흐르는 강   내 가슴에 흐르는 강 하나 있다 그 강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나는 잘 모른다 아버지의 산맥 그 어디쯤서 흘러온 것인지 어머니의 산맥 그 어디쯤서 흘러온 것인지   내 가슴에 흐르는 강에는 낙동강 하구둑 같은 둑이 하나 있어 수믄을 막았다 열었다 하기도 한다 그 강물은 때로 역류하기도 하고 소용돌이치기도 한다   내 가슴에 흐르는 강 언덕에는 아름다운 나누숲 대신에 엄청나게 굵은 말뚝이 박혀있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 그림자 대신에 회색빛 바람 그림자가 떠 있고 밤 강물에 잠긴 달과 별 구림자 대신에 핏빛 상채기 여기저기 잠겨 있다 가슴의 강물 저 밑바닥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도 자세히 보면 아프던 시절이 영상처럼 자나가고 군데군데 자리잡은 붉은 핏자욱이 있다   내 가슴에 흐르는 강물 빛은 비치는 그림자에 따라서 수도 없이 변한다 투명한 유리빛이다가 황톳빛이 되기도 하고 푸른 하늘빛이다가 검은 구름빛이 되기도 하고 아련한 추억의 노란빛이다가 핏물이 번져나기도 한다   가슴에 흐르는 강은 탁류를 정화하기도 하지만 내 늙어가니 가슴 속 강물도 자정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더욱 깊어만 간다   나는 이 강물이 영원히 내 가슴 속에서만 흐르기를 소망한다 더구나 이 강물이 내 아이들에게 흘러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나의 여행 끝나는 날 나는 이 강물을 고스란히 가져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