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망은 하늘의 그물이다. 노자에 나오는 '천망회회(天網恢恢) 소이부실(疎而不失)에서 따왔다. '하늘의 그물은 헐렁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천망회회소이불실
天網恢恢疎而不失
한자 뜻과 음
하늘 천, 그물 망, 넓을 회, 트일 소, 말 이을 이, 아닐 불, 잃을 실.
풀이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넓어서 눈은 성기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殃禍(앙화)를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아니함. 失은 一本(일본)에 ‘漏(누)’로 되었음. 天網恢恢疎而不漏(천망회회소이불루).
유래 및 용례
이 말은 ≪老子(노자)≫ 七十三章(칠십삼장)에 나온다. “……하늘이 미워하는 바를 누가 그 까닭을 알리요. 이러므로 聖人(성인)도 오히려 어려워한다. 하늘의 도는 다투지 않고도 잘 이기며, 말하지 않고도 잘 대답하며, 부르지 않고도 스스로 오게 하며, 느직하면서도 잘 꾀한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커서, 성긴 듯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 老聃(노담: 노자)이 말하기를, “그 정치가 察察(찰찰)하면 그 백성이 鈌鈌(결결)하다고 하고 또 말하기를, 하늘 그물이 크고 커서 성기어도 새지 않는다.”고 했다. ‘찰찰’은 너무 세밀하게 살피는 것을 말하고 ‘결결’은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는 것을 말한다.
이병주의 소설중에 '매화나무의 인과(因果)'라는 작품이 있다. 1966년 신동아에 발표된 단편이다. 그후 '천망(天網)'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고 TV문학관 드라마로도 방영됐다.
하늘은 인간의 죄와 벌을 인과응보(因果應報)로 다스린다는 내용이 줄거리인데, 매화나무가 하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음양오행에따라 우주의 천기를 가장 잘 알고 움직인다는 매화. 마당에 서있는 매화는 소설속에서 한마디도 하지않지만 세상과 인간을 지켜보는 '하늘의 눈동자'로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다.
작품의 줄거리를 잠깐 소개한다. 참봉댁 마당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봄마다 꽃이 필때면 동네 구경꾼들이 몰려든다. 그런데 집안에 우환이 자꾸 터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냥 즐거운 사람은 참봉댁 머슴 돌쇠 뿐이다. 돌쇠는 일손을 놓고 양복 차림으로 돌아다닌다. 더 이상한 건 주인이다. 그는 이런 머슴을 나무라기는커녕 용돈을 줘가며 비위를 맞추느라 바쁘다. 급기야 돌쇠가 주인의 외동딸과 결혼하겠다고 나서자 주인은 충격으로 쓰러져 죽는다.
참봉의 상여가 나가던 날, 돌쇠는 주인의 역린(逆鱗)이던 매화나무 밑을 파헤친다. 그 속에서 나온 것은 송장의 뼈와 땅문서. 인골의 당사자는 10년 전 행방불명된 마을 청년이다. 예전에 그 청년의 아버지가 참봉에게 논을 담보로 빚을 졌는데, 부친이 죽으며 “논을 다시 찾아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부자가 되어 돌아온다. 귀국길에 참봉을 찾아가 빚을 갚고 논문서를 요구한다.
영감은 돈과 논을 모두 갖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장롱에서 문서 대신 망치를 꺼내 청년의 뒤통수를 친다. 마당가에 사체를 묻고 그 위에 매화나무를 옮겨 심는다.
천망(天網)이 작동했을까. 비밀이 되어야할 현장을 그만 머슴 돌쇠에게 들키고 만다.
천망은 하늘의 그물이다. 노자에 나오는 '천망회회(天網恢恢) 소이부실(疎而不失)에서 따왔다. '하늘의 그물은 헐렁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어줍잖게도 참봉이 집 마당에 선비를 상징하는 매화 한그루를 심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매화가 하늘의 눈동자가 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하늘이 하는 일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어른들은 뉴스를 보다가 악행의 당사자에게 "하늘이 보고 있다. 천벌 받는다" "하늘은 저런 놈 잡아가지 않고 뭐하고 있나"라고 욕을 한다. 죄 짓고도 벌 안받고 잘나가는 사람이야기에 세상은 언제나 분노한다.
노자는 천망을 통해 하늘은 공평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늘의 심판론은 종교적 삶에 익숙한 서양에선 그물코가 덤성덤성 한 것이 아니고 더욱 촘촘한 모양이다. "심판의 맷돌은 천천히 돌아가기때문에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않지만 아주 미세한 것까지 갈아버린다"는 미국의 역사학자 찰스 비어드가 한 말을 인용할 것까지도 없다. 매화가 결국 천망, 하늘의 눈동자이자 그물이라는 소설구도가 재미있다.
*참고;
善惡到頭終有報 (선악도두 종유보) : 선악은 죽을때 까지 끝내 응보가 있게 마련이다
只爭來早與來遲 (지쟁내조 여래지) : 다만 그것이 다가옴이 늦고 일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국 明나라 후기에 편찬된 修身書인 增廣賢文 平韻 168 에 실려있는 말이다.
악(惡)을 행하고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안도(安堵)하는 이들이 있다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선악에는 마침내 그에 상응하는 갚음이 이르게 되는 것, 단지 빠르고 더딤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명심보감 계선편에는,
善有善報 惡有惡報 不是不報 時候未到(선유선보 악유악보 불시불보 시후미도)
선한 일에는 선한 갚음이 있을 것이고, 악한 일에는 악한 갚음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갚음이 없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니고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법구경(法句經)에도 선과 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妖孽見福 其惡未熟 至其惡熟 自受罪虐 禎祥見禍 其善未熟 至其善熟 必受其福 ( 요얼견복 기악미숙 지기악숙 자수죄학 정상견화 기선미숙 지기선숙 필수기복)
"죄를 짓고도 복을 누리는 것은 아직 그 악이 다 익지 않았음이니 마침내 그 악이 익고 나면 저절로 모진 벌을 받게 될 것이며, 좋은 일을 하고도 화를 입을 수 있음은 아직 그 선함이 다 익지 않았음 이니 드디어 그 선행이 다 익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복을 받는다."
더러 어떤 악인들은 죽을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리기도 한다. 그래서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는 이들도 있지만, 공자가 주역(周易)을 설명한 주석 가운데 하나인 문언전(文言傳)의 가르침 중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積善之家必有餘慶 積不善之家必有餘殃 (적선지가필유여경 적불선지필유여앙)
"선행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요, 악행을 쌓은 가문에는 필연적으로 재앙이 있게 될 것이다." 선악의 행위에 대한 갚음이 본인에게 이르지 않았다면 그의 자손에게 라도 이르게 된다는 뜻이다.
악(惡)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 사람도 복을 받고 잘먹고 잘산다. 그러나 악(惡)의 열매가 익었을 때 악한 사람은 반드시 그 죄업을 받는다. 선(善)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착한 사람도 화를 만난다. 그러나 선(善)의 열매가 익으면 착한 사람은 반드시 복을 받는다.
노자가 말하길,
天網恢恢 疎而不漏 (천망회회 소이불주)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성기지만 결코 놓치지 않는다. 하늘의 그물이 성겨서(구멍이 커서) 죄를 지은 나쁜 사람들이 그 사이로 숭숭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그들의 악업은 반드시 벌을 받는것이 하늘의 법이다.
장자왈 若人作不善 得顯名者 人雖不害 天必戮之 (약인 작불선 득현명자 인수부해 천필육지)
장자가 말하길,
만약 어떤자가 착하지 못한일을 하고 이름이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다면 사람은 비록 그를 해치지 못할지라도 하늘이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