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에 양 팔을 퍼덕거리며 있는 힘껏 발을 굴러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늘을 향해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소망… 학교에 지각이라고 하는 날이면 단숨에 날아가고 싶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하늘은 우리에게 너무 높다. 게다가 중력 때문에 사람들은 단 1초도 공중에 떠있기 어렵다. 중력이라는 녀석은 우리를 땅에 붙들어 놓아야 속이 풀이나 보다. 내 옆을 포르르 날아가는 참새들이 마냥 부럽다.
하늘을 향한 소망은 비단 우리의 것만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날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인간은 인체 구조상 어떻게든 날 수 없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직접 나는 대신 다양한 비행 도구들을 상상하며 대리 만족을 느꼈다. 빗자루, 양탄자, 근두운과 같은 것들이 바로 하늘을 날고 싶은 사람들의 꿈이 집결된 상상인 것이다.
모두들 잘 알고 있는 라이트 형제가 그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시켰다. 자전거 기술자였던 라이트 형제는 실제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물체, 즉 비행기를 고안했고, 그 후 비행기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오늘 꿈꾸는 과학의 과학 소풍 장소는 인간 비행의 꿈을 하나하나 되짚어 볼 수 있는 ‘항공우주박물관’이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박물관은 한국항공대학교 캠퍼스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항공의 미래를 책임질 대학의 캠퍼스답게, 곳곳에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다. 넓은 활주로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비행기 사이를 지나 우리는 항공 우주 박물관에 도착했다. 총 4개의 전시장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은 각종 비행기와 비행기 부품들, 그리고 우주에 대한 관련 자료들로 빼곡하다.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수수께끼 하나, 하늘을 처음 난 물체는 무엇일까? 당연히 비행기? 땡. 정답은 기구다. 기구 역시 하늘을 비행할 수 있었지만, 학자들은 기구를 비행기의 원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구와 비행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세 가지인데, 날개와 엔진, 그리고 사람이 직접 타는 것이다.
비행기는 어떻게 중력을 이겨내고 하늘을 날 수 있을까?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는 총 4가지의 힘이 작용한다. 우선 지구가 비행기를 잡아당기는 중력(gravity), 그리고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양력(Lift), 비행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력(Thrust), 비행기를 뒤로 잡아끄는 항력(Drag)이 그것이다. 이 중, 비행기가 날 수 있는 힘은 양력이다.
양력은 1783년 베르누이가 발견한 베르누이 정리로 설명할 수 있다. 정리에 따르면 공기의 흐름이 빠를수록 공기의 압력은 작아진다. 책상 끝에 걸쳐놓은 종이에 수평 방향으로 바람을 불면 종이 끝이 위로 향해 날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베르누이 정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유선형으로 이루어진 비행기 날개 위, 아래를 흐르는 공기는 각각 속도가 다르다. 공기는 흐르면서 비행기의 날개를 만나 위 아래로 갈라진다. 이 때 평면으로 이루어진 날개 아랫면에 비해 곡선으로 이루어진 날개의 윗부분이 길기 때문에 공기가 이동해야 할 거리가 길어진다. 따라서 날개 윗부분을 지나는 공기는 아랫면을 지나는 공기보다 빨리 달려가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공기 속도 차가 서로 다른 크기의 압력을 발생시킨다. 즉 윗부분의 압력이 낮아지고, 아랫부분의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때 비행기는 서서히 떠오른다! 이것이 바로 양력의 발생이다. 이 양력이 중력과 항력보다 크면 비행기는 위로 떠오른다. 이 때 앞으로 나아가는 추력만 채워지면 비행기는 얼마든지 앞으로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비행기가 날기 위해 필요한 원리를 모형실험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또한 원리를 뒷받침하는 비행기 장비들을 실제 비행기에서 막 꺼낸 듯, 하나하나 분해하여 보여주고 있다. 양력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양력 시험동풍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풍부한 스피커의 음향과 함께 실제로 프로펠러가 도는데., 부릉부릉~ 프로펠러가 도는 소리에 내 가슴도 뛰었다.
또한 비행기 조종실의 계기판이나 운전 장치들을 접할 수 있다. 공기의 흐름이 비행기의 몸체에 가하는 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비행기 몸체를 마주치는 힘과 비행기를 스쳐 지나는 힘이다. 전자를 정압, 후자를 전압이라고 하는데 각각의 압력은 비행기에 있는 구멍을 통해 고도계 속도계, 승강계로 전해진다. 조종사들은 조종실의 이런 계기판들을 통해 비행기 운항을 위해 중요한 공기의 속도 정보를 확인한다.
한참 비행기의 원리 공부를 했으니 이제 다양한 비행기의 세계로 빠져볼까. 박물관 한 쪽에 자리 잡은 각종 비행기 모형들! 이곳에는 비행기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탄성을 지를 만한 멋진 모형들이 가득하다. 최초의 비행기 라이트 형제의 것에서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했던 린드버그의 비행기가 빛난다.
전쟁 당시 여러 겹 날개를 가졌던 비행기들이 재미있고, 차세대 전투기 B-2스피릿이 그 모습을 뽐낸다. 스피릿은 폭격기인데,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빛을 흡수하고 반사각을 조절하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다. 또한 열 추적에 걸리지 않기 위해 엔진을 비행기 안에 넣은 세심함까지… 한 대 가격이 200억 원 대 비행기 100대 가격이라니 어마어마하다.
항공우주박물관의 뛰어난 또다른 자랑거리 하나! 여러 가지 시뮬레이터들이다. 각자가 스스로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날아보자. 이곳 항공우주박물관 실제 근처 지형을 화면 속에 옮겨 놓았다. 비행기 조종대를 잡고 비행기의 고도를 높이기도 하고, 좌우로 날개를 틀어보기도 하며 박물관 일대를 날아보자. 그러다가 어어!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비행기가 추락하고 말았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비행기 조종이 얼마나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인지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음으로 입체 안경을 쓰고 우주로 향하여 보자. 우주선 시뮬레이터는 우리가 실제로 우주를 나는 느낌을 갖도록 한다. 태양계 내의 9개 행성들 옆으로 조심스레 접근하여보자. 푸른 별 지구, 짙은 이산화탄소 대기로 둘러싸인 금성의 모습이 이채롭다. 영상을 통하여 우주에 다가갈 수도 있다.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들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흥미를 돋운다.
박물관 2층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우주인증 발급! 이곳에서는 1500원만 지불하면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우주인증을 발급해준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우주인증을 손에 뿌듯이 쥐고 있으면, 자신이 우주 속의 특별한 구성원이 된 것 같아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비행기의 과거와 현재를 두루 살폈으니, 이제는 미래로 향하자. 미래 항공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가장 각광받는 미래의 항공기는 무인항공기이다. 또한 동력장치를 가볍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으로 제작하는 것 역시 미래 항공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꿈이며 우리 친구들의 꿈이기도 하다.
여기서 잠깐, 미래 항공기 개발은 일부 선진국들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12번째 자체 초음속 항공기 개발 국가이며, 저속 양력 발생장치와 같은 비행기 부품을 수출할 정도로 비행기 강국이다. 자신감을 갖고 항공우주공학자로서의 꿈을 계속 키워나갈 것! 라이트 형제가 그랬듯이 꿈은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참새들은 작은 날개를 아래위로 흔들며 날아가고,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 본능적인 욕망과 꿈이 이루어낸 도구, 비행기. 우리는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아름다운 꿈과 치열한 노력이 만들어낸 결정체를 보았다.
물론 날고 싶다는 순수한 꿈은 전쟁 역사 안에서 왜곡되기도 했다. 비행기가 발전하는데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세계 1,2차 대전이었다.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가운데 비행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통해 얻은 건, 현 세대는 과학과 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교훈이다.
항공우주박물관은 박물관이 아니라 특별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체계적인 전시와 재밌는 체험 공간이 돋보이는 곳이다. 항공우주박물관으로 소풍을 떠나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을 마무리하면 어떨까? 비행기에 관련한 과학도 배우고,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드는 시간이 될 것 같다.
■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박물관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200-1 관람시간: 화-일 10:00~17:00 (입장마감 16: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법정 공휴일, 개교 기념일(6월 16일) 입장료: 개인 대인 2,000원 고교생이하 1,500원/단체(20인 이상) 대인 1,500원 고교생이하 1,000원 찾아가는 길: 광역버스 9708, 9706, 9713 홈페이지: http://www.aerospacemuseum.or.kr/ 문의: 02-300-0466 사이언스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