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 보도해명자료에 대한 반박
경주방폐장에 활성단층이 없다는 해명은 거짓말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법적 건설 운영허가에 대해 책임져야
지난 21일 환경연합이 경주 방폐장 부지에 활성단층이 있으며 위법한 건설 운영허가를 내줬다고 발표 한 것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방폐장 부지 내 활(동)성 단층은 없음,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건설․운영허가는 적법’이라는 보도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원안위 스스로가 규정한 법에 따르면 방폐장 부지의 단층들은 활성단층이 맞다. 원안위가 활성단층과 활동성단층을 의도적으로 혼용한 것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관리 감독하는 원안위는 이번 사건의 불법적 운영허가를 내 준 주체로서 고발을 당하거나 감사를 받아야할 대상이다. 그런데 사업자도 아닌 원안위가 직접 사실과 다른 해명자료까지 내 반박하는 모습은 도저히 상식적이지 않으며, 규제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원안위
활성단층은 방폐장 위치 관련 기술기준에 명시되어 있는데, 따로 용어정의가 없으므로 지질학계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인 활성단층 개념으로 제 4기 지층(180만년~200만년)에서 발생한 단층을 일컫는다. Z21, Z22, Z31, Z32 단층의 연대 측정 결과가 실려 있는 2008년 안전성분석보고서에는 이 단층들의 연대가 17만년~100만년 사이로 나와 있다. 활성단층인 것이다. 이 중 Z21, Z31 단층은 두 개의 단층으로 볼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하나의 단층으로 보고 활성단층보다 지진 위험이 더 높은 활동성 단층으로 평가했다. 이는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수행평가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명자료에서 원안위가 활성단층과 활동성단층을 ‘활(동)성 단층’이라고 혼용해 쓰면서 그 근거로 든 것은 원안위 고시 제2012-3호이다. 이 고시는 ‘활동성단층’만을 정의하고 있지 활성단층을 정의하고 있지 않다. 이 고시의 정식 이름은 ‘원자로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으로 원자로 즉, 원전을 건설할 때 어떤 부지에 위치시킬 지에 대해 기술적인 내용을 서술한 것이다. 그 내용 중 ‘원자로시설 부지의 지질 및 지진에 관한 조사·평가지침’에 대해 미국 ‘NRC 10CFR Part 100 Appendix A’ 등을 준용하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해당 문서에 들어가면 ‘Capable Fault', 즉 원전에 적용하는 '활동성 단층'에 대해 정의내리고 있다. 하지만 활성단층, 즉 ’Active Fault‘에 대해서는 정의가 없다.
원안위원회는 ‘경수로형 원전 규제기준’ 1.1.2에서 ‘활동성 단층’을 따로 정의내리고 있다. 법의 일관성을 본다면 규제기준과 기술기준의 정의가 동일해야 하지만 1997년 미국 NRC가 변경한 규제기준에 맞춰 아직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아 일부 숫자가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미국 ‘NRC 10CFR Part 100 Appendix A’에서 정의한 ‘활동성 단층’과 동일하다. 어쨌든 ‘활동성 단층’은 원전을 건설할 때 고려하고 평가해야 할 기준으로서의 단층인 것이다.
대신 활성단층에 관한 사항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에 나와 있다. 이 기준에서 ‘활성단층’에 대해 따로 정의를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법에서 용어 정의가 따로 없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을 준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질학계는 ‘활성단층’을 180~200만 년 전에 형성된 제 4기 지층이 움직여서 발생한 단층으로 정의하며, 앞으로 지진가능성이 높은 단층으로 파악하고 있다. 활동성 단층은 그 정의에 따라 3만 5천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 또는 50만년부터 지금까지 두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이므로 활성단층보다 더 위험한 단층이다.
원안위가 원전과 방폐장을 각각 활동성단층과 활성단층으로 구분해서 기술기준을 마련한 이유는 원전과 방폐장의 운영 수명이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원전의 설계수명은 일반적으로 30년이고, 아무리 길어도 60년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방폐장은 오염물질 관리를 비롯해 최소한 300년 이상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방폐장의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해 원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 부지에는 활성단층도 있고 활동성단층도 있다. Z21, Z222, Z31, Z32 단층은 모두 활성단층인데, Z21과 Z31이 서로 다른 단층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활동성 단층이라고 평가했다. 둘 다 50만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씩 움직였으니까 50만년부터 지금까지 두 번 움직인 활동성 단층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수력원자력(주)는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때 이 단층을 활동성단층이라고 평가했다.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 스스로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원안위가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원안위는 해명 역할이 아닌 규제기관, 위법적 건설 운영허가에 대해 책임져야
2008년 당시 기술기준에 위배되는 활성단층이 경주 방폐장 부지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규제기관인 원안위는 건설 운영 허가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라 부지선정 취소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지금까지도 비공개이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으면서 사실왜곡과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시에 이 보고서가 공개되었다면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비공개’, ‘은폐’에 있다. 원안위가 공개하는 것은 심사결과인 심사보고서이고 정작 핵심 내용이 있는 ‘안전성분석보고서’는 비공개이다. 피규제기관의 안전성 분석 보고서조차 공개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원안위의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원안위의 사무처에 경고한다. 원안위는 위원들이 구성한 ‘위원회’이며 사무처는 ‘행정기관’일 뿐이다. 이번 보도해명자료는 원안위 위원들에게 사전 결재 없이 이메일로 통보되었다. 기자들이 위원들보다 더 일찍 보도해명자료를 받았다. 이런 중차대한 사건에 대한 원안위의 논의와 판단을 거치지 않고 사무처가 원안위의 이름을 도용하는 것은 월권이며 비정상적인 관행이다. 원안위 사무처는 과거 원자력계 대변인 노릇을 하던 습성을 버리고 자숙해야 한다.
*본문에 언급된 보고서 등의 자료가 필요하신 분은 연락 바랍니다.
2014년 8월 22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시재 장재연 지영선 사무총장 염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