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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밀러(지속가능한 밀리터리 러브)를 시작하며 많은 사연들이 들려왔다. 그 중 사연 하나를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아직 지밀러를 제대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지밀러를 소개한다. 지밀러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공군 장병들이 군 생활 속에서 연애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공감(www.afplay.kr)의 연애 학습 프로그램이다.
여러분의 한 맺힌 연애사연을 받아 네티즌과 함께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밀러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네티즌의 의견을 받아 분석, 게시한다. 읽는 독자가 스스로 연애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셀프 코칭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도 영화로 만들면 눈물 한 바가지는 뽑을 만한 사연이 들어왔다. 제대 후 여친에게 '꽃신'
을 신켜주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줄 알았던 K군(가명)은 버려진 고무신만 든채 상심에 빠졌다.
사연을 읽고 난뒤, K군을 만나게 된다면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라도 사먹이고 싶었다. 지금
우리는 그가 지금도 밥 대신 술로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K군에게 불행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지 함께 알아보고 K군과 같은 고장난 연애를 하지 않도록 예방하자는 것이다.
자 그럼, 정신 집중하고 '만남'부터 잘근잘근 씹어먹으면서 시작해보자.
빠른 전개를 위하여 사연은 요약하여 전개한다. 전체 사연이 궁금한 독자는 하단을 참고하길 바란다.
[지밀러] 그녀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진짜 이유는?
넌 내게 반했어
K군의 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다. 그는 아는 누나의 소개로 그녀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1년 연상이었으며 남자친구가 이미 있던 그녀에게 그는 첫 눈에 반해 버렸다. K군은 그렇게
1년 동안 짝사랑을 시작했다. 그는 사연속에 이런 말을 남기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었어요.
K군 외에도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은 너무 흔해서 '사랑합니다. 고객님' 같은
관용구 같은 느낌도 든다. 사람들은 왜 '첫 눈에 반한다'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가끔은 처음
만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우리는 사랑에 빠지곤 한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라고 말하였다. 우리는 잘 알고 있는 사람보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새로움을
느낀다.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기 쉽다. 그만큼 우리는 첫눈에 반한 사람의
'실제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당혹감을 느낀다고 한다. 환상으로 꾸몄던 공간에 실제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K군이 첫눈에 반해 1년 동안 '그녀'에 대해 지켜만 본 것도 후의 이별의
원인의 한 부분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연하남 사귀기 어떻게 생각해?
사연 속 그녀는 연상의 여인이었다. 지인들에게 연상연하 커플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사귀고 보니
'연애'가 아니라 '육아'였다는 하소연부터, 연하는 좀 아니라는 소리가 많이 들려왔다. 과연 정말일까?
이번에 공감은 네티즌에게 이를 물어보았다.
대다수의 투표 참가자가 '나이 차이가 크지 않다면 연상연하 커플도 가능하다'에 투표하였다.
과거에 비하여 나이에 대해 거부감이 적어진 것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나이 차이가 적다'라는
단서를 단 만큼 안정감이나 현실적 요소도 고려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셜 데이팅 이음(i-um)에
조사에 의하면 연상을 선호하는 이유로 남녀모두 '어른의 여유로움'을 뽑았다. 어린 사람들은
상대의 어떤 면을 세월이 자연스럽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그 사람만의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단지 지상에 몇 년은 더 살았기에 얻어진 성숙함이 매력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1년을 그렇게 보내다가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하려던 찰나 K군은 안좋은 사건에 휘말려 감별소
(소년원과 비슷한 개념)에 가게 되고 그녀에 대한 사랑도 식어갔다고 한다. K군은 감별소에서
나온 이후 정신을 차려 대학을 가게 된다. 학교 MT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K군은
여기서 그 만남이 마치 영화와 같다고 표현하였다. 그녀의 꿈이 '군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
고향의 향수병을 달래며 자주 만나게 된다. 그녀가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차이던 날 밤. K군과
그녀는 연인사이가 된다.
K군과 그녀는 '고향'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함께 영화도 보고, 식사도 자주하면서 만남을 자주
가졌다. 그와 그녀가 연인사이가 된 이유에는 '가랑비 작전'이 통한 것이 않은가 싶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주 만나고 연락하면서 가랑비처럼 친구에서 연인으로
변하는 그런 방법이다. 가끔 문자 폭풍을 보내며, 이를 가랑비 작전과 착각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그건 장마다. 장마와 가랑비는 엄연히 다르다.
입영통지서는 이별을 싣고
둘은 알콩달콩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K군에게는 국방의 의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K군은 군대에 입대하게 되고, 처음에는 둘 사이에 문제가 없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순간
부터 그녀의 연락이 뜸해졌다. 그리고 얼마 뒤 들려온 소식. 그녀가 곧 '입대'를 한다는 것이었다.
군 입대는 잘 사귀어오던 연인에게도 '장벽'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2년이란 시간동안 많은
커플들이 헤어지기도 한다. 잘 버틴다고 해도 그 시간이 평탄한 길은 아니다. 연인들에게 '군 입대'는
얼마나 큰 고민으로 작용할까? 네티즌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자.
예상과 달리, 군 입대 시기까지 고민했던 커플들은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였다. 한국에서 '군복무'
는 의무라는 현실이 이 곳에서도 작용한 것 같다. 또한 최근 불경기와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군입대를 서두르는 대학생이 늘어나는 현상도 함께 더 했다고 본다.
우리 더 이상 아닌거 같아
다시 사연으로 돌아가보자. 휴가를 나와 그녀를 만났지만, 그녀는 K군에게 그동안 자신이 받은 것을
상자에게 넣어 돌려주었다. 그런 그녀에게 K군은 그녀의 꿈을 무시하고 험한 말을 남긴 채 부대로
복귀를 하였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과연 이들 커플의 이별과정도 일반적인 군화&고무신
커플의 이별과정이었을까? 하는 질문이다. 아니면, 여친의 군입대로 인한 특별한 케이스며, K군이
주장한 것과 같이 어느 '영화'같은 그런 이별과정이었을까? '네티즌 조사 찬스'를 써보자.
과반수를 넘는 네티즌들이 일반적인 군화&고무신 커플의 이별 과정을 답습했을 뿐이라는
답변을 선택하였다. 일반적인 이별과정은 무엇일까?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지게 되고
결국은 헤어지게 된다는 그런 스토리다.
신뢰란 상대방의 '부재'를 이해하는 것
군화&고무신이 겪는 문제들은 무엇일까? 헤어진 커플들의 눈물어린 이야기를 들어보면, '믿음'이
부족했다는 말을 하곤 한다. 과연 믿음이란 무엇일까? 믿음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한다. 소설가 알랭드 보통은 신뢰란 상대방의 '부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라고
말하였다. 갑자기 훈련으로 며칠간 연락을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힘들 때 그 사람이 내 곁에
없더라도 불안하지 않는 것은 '신뢰'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방을 방목하는 사람이 있다. 방치와는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몇 가지는 인정하고 이해하도록 하자. 상대방을 비판하는 대신, 왜 그(그녀)
가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 편이 비판하는 것보다 더 유익하고 흥미롭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은 공감, 관용, 친절을 낳는다.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된다.
생각했던 것들 보다 변수가 많을 수 있다. 입대 전에는 보지 못하였던 현실적인 요소들이 나타날
수도 있고, 기다림에 지친 고무신에게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지친 마음에 안방을 차릴 수도 있다.
또한 반대로 군화가 '짬'이 차감에 따라 자기의 여자친구를 비교하면서, 제대 후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수록 기본적인 것이 중요하다. 서로가 힘들고 떨어진 만큼 서로에게 의미
부여를 많이 하여야 하고, 앞선 걱정과 사소한 염려도 크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 혹은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생겼을 일을 상상해 봄으로써 서로의 만남이 놀랍고 특별하며 조금은 신기한 일 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여 보는 것이다. 현재가 어렵고 견디기 힘들기에 서로에게 상처주었던 일, 힘들었던 일들만
계속 생각나는 것이다. 힘든 현재가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불러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기억의 왜곡이 결국에는 '이별'을 불러올수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면, 둘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 질 것이다.
남는 것은 후회뿐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둘은 헤어졌다. 그녀와 헤어진 뒤 K군에게 후회가 밀려왔다. K군과
헤어진 후 그녀는 전 남자친구와 다시 사귀었다. 그는 군인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밖에 있는
고무신도 지쳤다는 것을 몰랐다며 후회의 말을 남기었다. 사연은 여기서 끝난다.
그리운 시절은 어디로 갔나 달콤하고 즐거웠던 그 시절은?
우리의 서약은 어디로 갔나 왜 그 입술은 거짓을 말했나?
왜 모든 것은 변해 버렸나 눈물과 고통으로
왜 그 추억은 내 마음을 떠나지 않나?
- <피가로의 결혼 3막 중에서>
K군에게 남은 것은 후회이다. 달콤하고 즐거웠던 시절은 이미 가버렸다. 사연에서 '죽고 싶은 만큼
괴로웠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기분'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끝나버린 일이다. 과연 이 커플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이별을 막기위해
필요했던 안전장치 같은 것은 없었을까? 지밀러를 통해 계속 사연이 들어온다. 내 눈물샘 다
말릴 작정인가, 앞으로 이러한 사연들이 접수되지 않도록 그 예방법을 알아보자.
K군의 사연을 읽다보면, K군이 여자친구의 '꿈'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상대방과 나누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다. 여기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같은 유행가 노래 가사 같은 막연한 미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지금 우리가 어디로, 얼마 만큼 가고 있는지를
상대방과 진지하게 공유하도록 하자. 그런 소통과 고민 없이 걷다 보면 언젠가 K군처럼 삐걱
거리는 날이 올 수 있다.
누군가와 '사랑'을 한다는 것은 홀로만 걸어오던 길을 둘이 함께 손을 잡고 걷는 것이다. 길을
걷다보면 갈림길을 만날 수도 있고, 험난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그때마다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걸어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그런 의미에서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스피노자는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뿐만 아니라 드물다'라고 말하였다. 하물며, 사랑이 쉬울까?
에필로그
글을 마치기 전에 네티즌들의 의견을 모아 보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만약에 K군이라면
어떻게 행동하였을까? 네티즌들의 의견을 소개하며 이만 메뉴얼을 마친다.
헤어졌다고 한 이상 다시 붙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K군이라면 내가 그녀의 꿈을
이해해주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의 꿈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더 멋진 사람에게 가도록
그냥 있겠다.
대학생, 실용예술학과 22세 女
위 글만 봤을 때는 그 남자가 그녀를 진짜 좋아했다면 자신의 욕심보다 그녀의 꿈을 존중해
주었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 경영학과 22세 女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다. 시작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지하철처럼 갈아타고
여자입장에서도 외로워서 사귀었을 뿐이지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을거다. 애초에 남자도
여자도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자도 전 남친과 욱해서 싸우고
헤어지고 홧김에 사귀었다가 자신을 이해해주는 전남친에게 다시 돌아간걸 수도 있고, k군도
어린 시절 비타민같은 존재였던 짝사랑하던 누나에게 웬지 지금까지 자기가 그녀를 사랑해
왔으니까 그 사랑을 꼭 이루어야 한다는 집착을 보인 것으로 보여진다. 둘 다 올바른
사랑이 아니다.
대학생, 영상디자인학과 22세 女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확실하다면 찾아가서 사과하고 마음을 표현한다. 그렇지만 여자의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녀의 꿈을 완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남자와 행복할 수 있도록
깨끗이 물러나준다.
대학생, 교육학과 21세 女
그녀가 가치있는 여자라는 확신이 굳게 남아있는 때까지는, 도전한다. 그래야 나중에 되돌이켜
봤을 때 후회도 남지 않을 것이다.대학생, 국제통상학과 21세 女
여자는 k군이 어린게 감당이
안되서 전 남친이 그리워졌고 다시 돌아간 것 뿐이겠네요. 애초에군대를 가지않아도 헤어졌을 인연인듯 싶네요. 이 사연에서 군대는 큰 문제가 아니고 그냥 둘이
안맞았던 것 뿐인듯 . 애초에 단추도 이상하게 끼웠고 살아가면서 군대말고도 유학이나
출장이나 연수나 지방발령같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군대문제 넘겼어도 저런 문제에서 걸고
넘어졌을 듯 해요.
대학생, 디자인학과 22세 女
이미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상대방 역시 마음이 떠난 상태다. 서로가 인연이
아니라고 본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겠다.
대학생, 경영학과 25세 男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도, 여자쪽에서는 이미 물건까지 정리한 상태에서 다시 그 여자에게
간다는 건, 글쎄.이제서야 후회하면서 옛 여친이 보고싶어서 만난다면 또 다시 서로에게
상처만 될거라고 봅니다.
공군 712기 일병, 21세 男
우선 장교나 간부는 직업이기에 경제적 능력이 있으므로 미래가 아직 불투명한 젊은 연인들
보다는 구체적은 앞으로의 계획이 가능하니,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
입니다. 저 역시 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했기에, 당연히 고무신 거꾸로의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물론 나름 사연이 있어
그닥 큰 상처는 되지 않았고 또 제대 후 1년뒤 그녀를 다시 만나 충분한연애 끝에 서로의 인생을 위해 헤어졌습니다.
즉 경제적 여력이 있는 위치라면, 꼭 병역을 이행중인 군인 이라고 해도 애인이 쉽게 변심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음.. 오히려 애인 역시
군인이라면 더 좋은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직장인, 31세 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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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알랭 드 보통. 2011. <우리는 사랑일까> 은행나무.
2) 김정운. 2012. <남자의 물건> 21세기북스.
3) 티모시 윌슨. 2012. <스토리> 웅진지식하우스.
4) 알랭 드 보통. 2007.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청미래.
5) 무한. 2007. <솔로부대 탈출 매뉴얼> 경향미디어.
6) 연하남 선호 아직 대세 아니다 <한국경제>, 2011/02/18
7) 데일 카네기. 2010. <인간관계론> 더 클래식.
설문협조
1) 네이버 대표카페 '고무신 카페(곰신모임)'
2) 네이버 대표카페 '밀리터리 군사무기 카페'
3) 대학생 연합동아리 '대학생성공연합동아리 PIU'
○ 첫 만남
내 나이는 17살. 그녀의 나이는 18살이었다.
친한 누나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난 그 자리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었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당시 그녀는 군인인 남자친구가 있었다.
내 바람과 달리 그녀는 날 그저 '동생'으로만 보았다.
그렇게 첫사랑과 짝사랑은 동시에 시작되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PC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사실상 그녀를 볼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싸이월드를 항상 들어가 그녀의 소식을 접했다.
1년이 지나서 고백을 하려고 큰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먹었던 그 달에 친구들과 안 좋은 일에
휘말려서 감별소(소년원 개념)라는 곳에 갔다.
3개월이란 시간동안 내 사랑도 식어갔다.
○ 재회
나는 출소 후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하며 검정고시학원을 다녔다.
이러한 노력으로 늦지 않고 대학을 들어갈 수 있었고
그동안 번돈으로 등록비와 자취방을 구했다.
대학생활에 적응 할 무렵 나는 간부 LT에 갔다.
간부는 아니었지만, 초대 형식으로 가게 되었다.
장기자랑을 하는데 거기에서 나는 '챔피언'을 불렀다.
열광의 무대가 끝나고, 누가 나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녀다'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얼굴에 태극기 모양으로 분장한 것을 깨닫고 화장실로 도망갔다.
얼굴을 씻고 또 씻었다.
그녀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나를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라서 정말 반가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가 이 학교 간부라는 것이었다.
'이런 우연이 있는가...'
별로 좋지 않은 학교였다.
그녀는 인문계에서 나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왜 이 학교를 들어왔는지 물었더니
그녀는 '자신의 꿈은 군인이라고 했다.'
우리 학교에 해군부사관과가 있었다는걸 그때 알았다.
타 지방이라서 나는 고향사람이 그리웠다.
그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 동생에서 남자친구로
그 후로 우린 자주 같이 만나고 영화도 보고 술도 마셨다.
나는 소믈리에 대회 때문에 창원에 넘어가서 대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대회를 마치고 핸드폰을 켜니 그녀의 문자가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나 오늘 생일인데 너희집 가도 되니?' 라고 문자가 왔던것 같다.
나는 그래서 자취방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급히 선물을 사고 자취방을 향했다.
그녀가 음식을 해 놓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자취방에서 이렇게 향긋하고 맛있는 냄새가 난 적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선물을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에서 한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 이었다.
난 당황해서 그냥 옆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그녀는 한참을 울고 나서야 갑자기 음식을 먹자고 말하였다.
술 기운이 서로 올라와서야 내가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녀가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나 헤어졌어"
'아 ... 아... 아...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근데 이상하게 내 머릿속은 왜 이렇게 기쁜것인가?'
그렇게 음식을 다 먹은뒤 기숙사 통금 시간이 다 되어가서 데려다 준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오늘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난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난 말리지 않았다.
이상했다.
그렇게 우린 그날밤
동생과 누나 관계에서 연인 관계가 되었다.
○ 사랑 그리고 입대
그렇게 우리는 동거를 시작했다.
6개월간 동거를 하면서 싸운적도 많고 함께 행복했던 적도 많다.
그렇게 난 정말 행복했다.
2010년 9월 국방의 의무인 군대를 가게 되었다.
그녀는 예전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나한테 종종 하고는 했었다.
나는 두려웠다. 그녀를 홀로 남긴채 군대를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남자다. 난 입대를 했다.
그녀도 처음 보다 많이 괜찮아 하며 진주까지 배웅도 해주고 면회도 자주 왔다.
그리고 자대를 받고 난 그녀와 잘 지냈다.
○ 그녀의 꿈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나의 전화를 받지않고 편지 답장도 오지 않았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난 친구들과 그녀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왜 그런것인지 알아보았다.
그녀가 입대를 한다는 것이였다.
잊고 있었다 '그녀의 꿈이 군인이였다는 것을...'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 졌다.
휴가를 나가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받은 것을 상자에 담아서 주었다.
나는, 그녀가 필요 없다고 당장 사라지라고 욕설도 함께 퍼부었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이해가 안된다고,
그녀는 자신의 꿈이라고 나에게 말했다.
난 그녀의 꿈을 무시하며, 온갖 막말을 퍼부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아무말 없이 울었다.
나는 내가 아쉬울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전역하고 그녀를 다시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나는 그렇게 헤어지고 난 복귀를 했다.
○ 이별 그리고 아픔
이상했다.
숨이 막혔다.
그녀가 갑자기 너무 보고 싶었다.
이대로 놓치면 그녀를 영원히 못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난 연락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그녀의 소식이 궁금해 그녀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의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믿어지지 않았다.
그것도 예전 남자친구...
죽고 싶었다...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전화를 받지않았다.
내 한심한 자존심 때문에 그녀는 영영 나에게서 떠나갔다.
그녀가 날 기다려 준 만큼 나도 그녀를 못 기다린단 말인가?
'이렇게 이기적이였던가 내가...'
그리고 군대에 간다고해서 나에게 누가 될게 뭐가 있던가?
그녀의 꿈을 인정해주지도 못한 나를 뒤늦게 후회한다.
이제 그녀와 이별하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군대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밖에 있는 그녀도 힘들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였다.
오로지 나만 힘들고 나만 지치는줄 알고있다.
사회 사람들도 군대에 있는 사람만큼 힘들고 지친다.
이것을 절대 군화들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곰신한테 항상 바라기만 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선 안된다.
군화는 국방의 의무지만
곰신은 의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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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짠하네요.. 서로믿는게 가장중요한거같애요ㅠㅠ
안에있든 밖에있든 다 쉬운거없고 힘드니까!!
곰신파이팅ㅎㅎ
싸인이 안맞았네요..
서로에게 배려와 대화를 많이 했었더라면..
군에 있는 아들들이 이런 아픔을 안 겪으면 좋을텐데..
지나고 보면 돈주고도 사지못할 큰 공부가 되기도 하죠..
아픈만큼 성숙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