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황정원

[박기옥]

인연.hwp

15.50KB

인연

황정원

  잠자리 날개가 바위를 스쳐도 인연이라 했던가?

  일상에 시달려 지친 몸을 끌고 현관문에 들어선다. 마치 주인장의 후줄근한 상태를 위로하듯 두 녀석이 나를 반긴다. 강아지는 꼬리를 연방 흔들어 대며 주둥이론 바짓가랑이에 코를 박고 킁킁댄다. 눈빛이 영롱한 영악스런 고양이는 폴짝 내 품에 안긴다, 앙숙일 것 같은 강아지와 고양이, 두 녀석이 한 지붕 아래 같이 살줄이야 예전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 또한 인연이리라.

  두 녀석과 숙명처럼 다가온 우리 집 가족사를 더듬어본다. 주위에서 흔히 애완견이니 반려 동물 따위는 관심 밖에 없었다. 그들의 배설물 처리와 날아다니는 털 문제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에. 어느 날, 아들이 느닷없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어머니, 친구가 도저히 키울 수 없다."기에 불쌍해서 데리고 왔단다. 아들의 눈빛에 측은지심이 담겨있다.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니 내칠 수 없었다. 한편으론 아들 생각이 가상하게 여겨졌다.

  "배설물 담당은 너의 몫이다." 라는 약속을 받고 반려 견으로 맞아들였다. 탐탁하지는 않았지만, 모성애가 발동 했을지 모를 일이다. 입양한 강아지 '사월'이는 동거한 지 14 년 동안 가족처럼 지냈다. 모든 생명체가 세월의 힘을 비껴가지 못하듯, ‘사월’이도 벌써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세월의 무게에 못 이겨 예전처럼 발랄하지 못하고 살갑게 굴지 않는다. 사람도 늙어 가면 감정이 무뎌지는 것과 다를 바 무엇이랴!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식구들과 의논 끝에 '공주'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 놈에게 용기를 주고자 함은 틀림없겠다.

  고양이가 한 가족이 된 이야기다. 일 년 전 지인의 초청이 있어 그의 집을 방문할 때 일이다. 마을 들판은 온통 복숭아밭이었다. 연분홍 복사꽃이 하르르 꽃잎을 열고 벌 나비가 분답게 춤사위를 펼치고 있었다. 중국 시인 도연명이 설파한 것처럼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구나.' 고즈넉한 시골길, 꽃향기에 취해 몽롱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다. 발등에 묵직함을 느꼈다. 까만 고양이가 발등 위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라 발로 내쳤다. 나가떨어진 고양이는 나의 몸짓에도 아랑곳없이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배가 고픈지 나를 바라보는 눈이 처연했다.

  '이 일을 어쩌나.‘ 아들에게 전화하여 도움을 청했다.

  "엄마 알아서 하세요." 아들 목소리가 뜨악하다. 공허한 소리는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못된 자식, 자기는 강아지를 가져올 때 청을 들어주었는데." 잘 키울 수 있을까. 아프면 어떡하지, 날선 발톱으로 해코지는 않을지, 한참을 갈등했다. '그래. 함께 살아보자. 이것도 인연인가 보다.' 수건으로 야윈 고양이를 돌돌 말아 차에 태웠다. 고양이가 나를 선택했는지, 내가 고양이를 가족으로 찍은 것인지 여태 헷갈린다.

  목욕 시키고 드라이로 털을 말렸다. 자칭 미용 업을 하는 나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양이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는지 나의 주문대로 잘 따라 주었다. 나의 손길을 거친 놈의 인물은 한층 더 돋보였다. 마주치는 눈동자에 생기가 돈다. 앙증맞은 행동이 얼마나 예쁜지.

"어머니가 데리고 왔으니 녀석은 엄마 성을 따라 황黃씨, 이름은 '까미'라 지읍시다." 아들이 너스레를 떤다.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가족 중에 내 성을 따르는 황黃씨가 생겼네. 나에게도 든든한 우군이 생겼네. 족보에 얹어야지.’ 그놈을 내쳤더라면 들판을 헤매는 도둑고양이 신세로 전락했을 터인데.

  길거리엔 유기견과 도둑고양이가 자주 눈에 띈다. 처음에 살가워하지만, 기능이 떨어지면 용도 폐기하는 인심의 추세다. 생명을 가진 동물일진 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들이…. 세상사엔 선연과 악연이 있다. 두 녀석과 맺은 인연을 선연으로 엮어 오순도순 오래토록 살고 싶다.

[이미란(39기)]

황쌤 글 너무 잘쓰셨어 부럽습니다
근데요 쌤. 본문에서 "도둑고양이"라고 하셨는데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적으로 그단어는 사용안해요 대신"길고양이" 라고 불러요 참고 해주셨음해서 댓글 답니다

[박기옥]

도둑 고양이-길 고양이로 정정 부탁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