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화창한 봄날로 접어들자 목련꽃이 피어나려 하지요. 이런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 중 하나가 <사월의 노래> 입니다. < 목련꽃 그늘 아래서 >로 시작하는 이 곡은 4월의 생동감을 잘 표현해주고 있지요. 이 곡은 한국의 성악가들이 즐겨 부르는 가곡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곡이 4.19 민주혁명을 찬미한 노래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 라는 대목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 곡은 사월혁명이 일어나기 6년전인 1954년 발표된 곡입니다. 이 곡을 창작한 분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 곡의 탄생 배경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952년 한국전쟁이 한창 진행되던 무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는 잡지가 창간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 1954년에는 <학생계>라는 잡지가 창간되었다. 두 잡지는 명랑소설, 만화 등을 정기 연재하여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학생계>는 4월 창간호를 내면서 전쟁의 상처가 남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자 4월에 대한 노래를 만들고자 했다. 그에 따라 시인 박목월 님과 여성 작곡가인 김순애 님에게 희망찬 가곡을 만들어 줄 것을 청탁했다.
박목월 님은 해방 이후 1946년 유명한 시집 <청록집>을 발표하여 대중적 인기를 누린다. 그 과정에서 대구의 계성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1949년 서울에 있는 이화여자고등학교로 전근한다. 발랄한 여고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교정의 잔디밭에서 독서를 하곤 한다. 교정에 도열한 목련꽃 나무 그늘은 독서하기에 안성마춤이었다. 국어 교사였던 박목월 님에게 이러한 광경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목월 님은 잡지사의 청탁을 받자 전쟁 이 일어나기 전 4월의 교정에서 열심히 책을 읽던 소녀들이 모습이 떠올랐다. 한편 고단했던 피난생활과 남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김순애 님은 전쟁이 일어나자 남편이 북으로 끌려가서 홀로 세딸을 데리고 피난을 떠난 아픔을 겪었다. 피난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김순애 님은 잡지사의 청탁을 받자마자 새 가곡을 준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서울로 돌아오니 피아노도 없어졌고 적적한 방 안에서 화창한 봄날을 연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자리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상처입은 청춘들에게 강렬한 희망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곡을 완성했다.
<사월의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2.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이 곡은 가사 도입부부터 목련꽃을 등장시킴으로써 계절이 4월임을 선명하게 드러내지요. 아울러 희망을 연상시키는 용어를 총동원하여 새로운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즉 목련꽃, 구름꽃, 네잎 클로버, 무지개 등의 활력을 불어넣는 자연을 배경으로 설정합니다. 주인공은 이 화사한 자연을 배경으로 경쾌하게 휘파람, 피리를 불어 봅니다. 그러자 기분이 한결 상쾌해집니다.
가사에 보이는 베르테르의 편지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소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774) >>에 나오는 대목이지요. 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가 아름다운 처녀 롯테와 이룰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곡이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 것을 미루어 편지를 읽고 쓴다는 것은 절망적인 소설의 스토리를 따라가자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 곡에서 편지를 읽고 쓴다는 것은 독서를 통해 학문을 연마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곡은 생명, 등불, 꿈, 별 등을 동원하여 주인공이 원대한 목표에 도전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제 주인공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목표를 향해 출발합니다. 또 주인공은 깊은 산골에서 별을 보며 이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것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지요. 그리고 돌아온 사월이라는 후렴구에서 보듯이 그 도전이 시작되는 시점은 바로 생명력이 약동하는 4월이지요. 그래서인지 이 곡에서 <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부분은 곡 전체를 통해 가장 높은 음이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곡은 1950년대 발표된 이래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깊은 의미를 담은 아름다운 가사와 격동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결과로 보여집니다. 특히 선명하게 그려지는 시각적 이미지가 탁월하지요. 봄의 희망을 노래한 명곡으로 오랜동안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래가 인간의 감정을 순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곡으로 평가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곡은 4월혁명이 아닌 한국전쟁의 상흔을 달래주려 만든 곡입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을 달래주려 만든 곡입니다.
https://youtu.be/pRf0ZHwBt2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