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전 들르는 키요스미 정원은 그렇다고, 만만히 돌아볼 규모는 아닙니다... 에도막부에 지분이 있는 가문의 일원이었던 쿠제 히로유키(久世広之)의 저택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땅은, 1878년 일찌감치 이와사키 야타로(岩崎弥太郎)가 이 일대를 죄다 사들여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고, 이후 3대에 걸쳐 세밀하게 다듬어졌습니다.. 그렇게 축적된 풍정의 집합체, 미츠비시 재벌가의 천석구예( 泉石丘壑)가 여기 베풀어져 있습니다...
규모에 걸맞게 시간배분이 중요했던 곳, 여기서도 중간에 한번 모일 장소를 정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후카가와 신보쿠엔(深川親睦園)이라 불리며, 가문의 비장으로 품기만 했던 것은 아니고, 회사 연수원으로도 활용했고, 내외 귀빈을 접대할 때는 꼭 여기로 데리고 왔다고 하네요...
그러면 아마도 그들에게 가장 먼저 멀리서부터 확 뜨였을 곳, 그런 곳이 필요했는데, 지도를 보니 후지산이 있길래, 여기가 좋겠다 싶었고, 다이센스이에 접어들어 반대편에 보였던 후지산은 누가봐도 헷갈리지 않을 만큼, 돋보였습니다^^
이와사키 가문의 소유였던 또다른 다이묘 정원, 리쿠기엔과 하나하나 비교해봄직도 하고, 이런 장대한 정원을 기부한 덕에 이렇게 자유롭게 저렴한 가격에 이런 수준높은 조경을 감상할 수 있어 부럽기도 했습니다...
과연 가이드님이 입구에서 엿봤을 그 찰나에도 예뻐보였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던 것을 바로 실감했습니다...
50분의 시간을 잘 안배해야 합니다... 아니면, 정말 뛰어가야 할 불상사가 벌어질지도 몰랐습니다...
계속 후지산과 나의 거리를 재가면서 한 걸음에 반바퀴씩 주위를 둘러봅니다^^;;
그야말로 일보일경(一步一景)입니다!!!
초록이 같은 초록이 아님을 이렇게 증명하네요...
온통 푸르지만, 그야말로 다채(多彩)로움 그 자체입니다...
시간을 잘 조절한 덕에, 거의 딱 맞게 약속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꽤 많은 분들이 여기에 다들 모여계셨네요^^~~ 감사~~
그렇게 이 장대한 노블리스 오블리쥬(자발적인 기부였겠죠 ?? ㅎㅎ)의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남은 여유시간을 들여 소요하기로 합니다... 저 멀리, 소우죠우덴(葬場殿)의 청동지붕이 보입니다... 다이쇼 일왕 장례에 이용되었던 건물을 이축해온 것이라는데, 꽤나 정원과 잘 어울립니다...
여기도 역시 드는 생각은 차경에 관한 것입니다.... 둘째날에 들렀던 하마리큐의 경우, 마천루가 오히려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감흥의 요소로 느껴졌는데, 여기는 조금 생활형 저층 상가건물이 주이다보니, 경관에 그렇게까지 어울린다는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네요@@ 뽀샵으로 날려버리면 더 멋있는 그림이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습니다ㅠㅠ
후지산 언저리, 아니면 인근 곳곳에, 일본 전국의 난다긴다하는 정원석 산지로부터 옮겨온, 이를테면 토후쿠(東北), 시코쿠(四国), 큐슈(九州),오가사와라(小笠原), 이토(伊豆) 같은 곳으로부터 옮겨온 거석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는 시니컬한 반응, '돈*랄'했다랄수도 있겠고, '할 수 있으니 했던' 호사였을 수도 있겠고, 여튼 과정이야 어떻든, 지금 우리의 손으로 돌아온 이 정원의 당당한 경물로 자리잡아 아름다움을 뿜뿜하고 있습니다^^
료우테이(涼亭)까지 다다르고 보니, 시간만 더 넉넉했다면, 말차 일배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무지 이번 답사에서는 다실에서 말차 한 잔 즐길 여유가 없었네요==;; 다실 설계의 장인, 야스오카 카츠야의 작품인 료우테이의 이 명품 다실도 그냥 지나쳐, 이제 슬슬 모임 장소로 가까워집니다...
일기일회(一期一会)하여야 함을 명심하면서, 이렇게라도 스쳐 지나간 이 풍정은 다시는 되돌아 오지 않을 인연일 것이겠죠... 아마도 이번 답사의 많은 곳은, 우연에라도 다시 들르지 못할, 딱 한번의 방문이 될지도 모를 곳일 것 같습니다...
마름모 꼴의 마름 잎 셋이 모여 미츠비시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 미츠비시 재벌, 태평양 전쟁 패전 전까지 굴지의 대기업 집단으로 ,3대 재벌로까지 불렸던 이 기업집단은, 군수와 강제징용으로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도 소멸되지 않은 배상 책임은,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로도 확정되었지만, 그 판결로는 어떤 한 마디 사과도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
아마도 일부러 물을 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닥을 드러낸 연못입니다... 시오이리의 효과를 보게 된 걸까요 ?? 호안 정비 공사의 여파일까요 ?? 둥글게 놓인 징검다리가 앙징맞게 보입니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는 않았는데, 되돌아가는 경로 다리 위에 해설사 할아버지와 일군의 관람객이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기엔 다리는 꽤 좁아보이고, 기다려서 통과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얼마안가 설명을 끝나고 우리는 다리를 건너 모임장소로 나아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점심 전 답사를 성공적으로!! 무사히!! 마무리하고, 맛있는 돈까스를 먹으러 출발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식당 선정의 줄다리기의 결과물이 바로 이제 당도하게 될 카츠키치 스이도바시 지점입니다~~ 과연 맛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