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스턴트는 선생님이 나중에 먹으려고 남겨놓은 만두를 사전 양해없이 먹어서는 안 된다.
어시스턴트는 선생님을 방문해온 여자 손님이 단지 미녀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사무실에 들여보내지 않아서는 안 된다.
어시스턴트는 차를 끓일 때 선생님에게는 재탕을 끓여드리면서 자신은 처음 끓인 차를 마셔서는 안 된다.
어시스턴트는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 '저--.글쎄요'라는 말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어시스턴트는 선생님보다 많은 급료를 받는다거나 선생님보다 안락한 의자에 앉으면 안 된다.
어시스턴트는 명함에 함부로 '사장'이라는 글자를 인쇄해서는 안 된다.
이같은 이유로 해서 나는 영원히 어시스턴트가 될 생각을 버렸다.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몇 줄의 글은 '어시스턴트'라는 이름이 가진 비애가 그대로 배어난다. (물론 하루키와 같이 악독 오너를 만날 경우가 드물긴 하더라도.. )
사실 문학도 뿐 아니라 레코딩디렉터, 코디네이터, 헤어드레서,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아티스트등 어시스턴트라는 과정을 마치 의무인 양 거쳐야만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직업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사진 분야는 마치 태초부터 있었던 직종인 듯, 어시스턴트 제도가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전통처럼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아마 오늘도 어느 스튜디오에서나 어시스턴트들은 아침을 청소로 열고 밤을 인화액 향기로 맞을 것이다.
우리나라 어시스턴트는 과연 어떤 일을 하며, 그들의 대우는 어떠한가.
어시스턴트에 관한 모든 것, 우리나라 어시스턴트 환경에 대한 것들을 줌인에서 짚어보았다.
어시스턴트란 직업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어시스턴트란 일반적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작가를 보조하면서 일을 배우는 사진가를 말한다. 외국의 경우는 어시스턴트라는 개념이 두가지로 나뉘며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개념으로 생각하 듯, 붙박이로 실장을 돕는 어시스턴트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스튜디오를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일을 함께 동업식으로 진행하는 어시스턴트로 분류한다.
대게 우리나라의 어시스턴트는 실장(스튜디오의 메인 사진가)의 밑에 2~3명이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청소나 장비정비와 같은 잡다한 일부터 촬영에 관한 보조와 프린트, 사진fee결산까지 촬영 외에 수반 되는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고 있다. (스튜디오에 따라 외국의 어시 개념처럼 아예 일을 넘겨주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메인으로 진행하는 사진 분에 관해 거의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 있다.)
어시스턴트의 역사
어시스턴트 제도는 70년대 이후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소위 광고사진1세대라 불리우는 문선호, 김한용, 이영정 등의 작가들은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하던 미술인들이었다. 국내에서 사진을 독학으로 공부한 이들이 어시스턴트를 받아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이후 2세대라 불리우는 양세민, 장명준, 이창남 작가들이 최초의 어시스턴트 출신이자 2세대 작가로 태어났던 것.
그 사이에도 계명대의 이재길 교수 등이 이런 계보에 편입되지 않은채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치지 않고 성공한 사진가가 되기도 했다.
" 나는 대구 출신이었어요. 또 사진을 전공할 수 있는 유일한 학교였던 서라벌 예대에 다니지 않아 사진계에서 이끌어 줄 스승이나 연고가 없었지요. 당시는 어시스턴트로 들어가 사진을 배우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지만, 기술이나 테크닉이 중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런부분이 검증되지 않으면 조수로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난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치지 않고 스튜디오를 낸 1호 작가였을 거예요.
그렇게 혼자서 힘들게 일어섰기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사실 그래서인지 어시스턴트를 꼭 겪어야 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대학 4년 동안 준프로페셔널이 되어서 졸업을 하고 완성된 포트폴리오의 질을 높여서 시장에 뛰어들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물론 업그레이드 되어 있는 안정된 시스템속에서 기술적인 노하우를 축적하거나 스튜디오에 몸담고 있는 클라이언트들을 쉽게 받을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나 자신도 젊은 감성으로 시장을 개척했고, 내 칼라를 더욱 선명하게 가질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또한 사진을 하다 정말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독자적으로 일어선 사진가와 쉽게 일을 잡아온 스튜디오 출신은 분명한 차이가 있을것이예요. 혼자 큰 사진가들의 생존력이 더 크다는 것이죠. 끊임없는 노력. 그것이 경쟁력입니다. "
그의 말처럼 어시스턴트 과정은 꼭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스튜디오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분명 스스로 클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은 스튜디오에 취직해 힘든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거부할 수 없는 매리트 - 어시스턴트
현재 우리나라의 사진학과 졸업생들은 학교마다 특성이 다르겠지만 대게 졸업생의 30~40% 정도가 스튜디오에 취직을 하고 있다. 그들 취업자의 대부분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스튜디오에 직접 컨택을 하거나 지인의 소개로, 또는 학교의 강사를 통한 루트 등으로 스튜디오에 입문하고 있다.
이렇게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일을 배우겠다는 소기의 목적으로 문을 두드린다. 독립 스튜디오를 차리려는 사람의 대부분은 어시스턴트를 꼭 거쳐야 할 관문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학을 마친 신예사진가들이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치지 않고 귀국 후 바로 스튜디오를 내는 등 조금씩 변화가 있기는 하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필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많은 사진가 중에는 사진작가의 밑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독립한 케이스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사진작가 조선희, 윤준섭, 강영호 등으로 작가 김중만 밑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독립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들은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면서 실력있고 이름있는 작가 밑에서 사진을 배우면서 실력을 키웠고, 또 스튜디오 생활을 통해 사진계의 많은 클라이언트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들의 오늘이 있기 까지는 물론 자기 자신의 노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겠지만, 환경적으로는 개인적인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런 노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어시스턴트 생활이 큰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어시스턴트 생활은 10년에 걸쳐 혼자 일구어 내야 할 시장과 실력을 2~3년 이라는 시간안에 키워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사진계에서는 스튜디오에서 오랜기간을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우에는 대게 실장으로부터 클라이언트나 장비를 일정부분 넘겨받아 독립하는 것이 관습처럼 내려오기도 하고, 때로는 스튜디오 자체를 물려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일을 배우고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전문 작가로 금방 클 수 있다는 점등의 매리트는 어시스턴트라는 직업을 투자대 효율면에서 썩 괜찮은 직종으로 보이게 한다.
우리 나라의 많은 젊은 사진학도들이 치열한 삶의 현장, 어시스턴트의 세계로 모여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분명 어시스턴트 제도는 큰 장점들을 가지고 있긴 하되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 기간을 답습해 내려오는 동안에도 거의 변하지 않는 최저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최악의 근로조건 들은 어시스턴트들 스스로도 3D업종에 종사한다고 생각하게 한다.
현재 어시스턴트의 생활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각 분야의 어시스턴트들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시스턴트의 생활
어시스턴트의 하루 생활은 장르를 불문하고 거의가 비슷하다. 출근 후 청소와 장비 정리, 작업 전 회의참여와 세트가 필요한 경우 전날 세트제작, 촬영시에는 세팅과 테스트를 한다. 촬영이 없을때는 자료정리와 장비점검, 프린트 작업 등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대게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스틸 분야의 경우 스튜디오 생활보다 촬영장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점 정도이다.
대부분 이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1년에서 5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어시스턴트 생활로 보내게 되는데 연차에 따라 궂은 일 보다 실무적인일을 더 많이 맡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3개월 내에 실무적인 일을 맡아 사진을 찍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적인 어시스턴트 들의 대우는 어떠할까. 현실적으로는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사람들에 비해 매우 열악한 편이다.
현재 평균적인 이들의 임금은 충무로 쪽의 경우 50~70만원선, 강남과 압구정 쪽의 스튜디오에서는 70~80만원 선이다. 어떤 오너(스튜디오실장)를 만나느냐에 따라 임금의 정도는 달라지지만 대게 시작은 50만원 이하부터 시작하거나 거의 받지 않는 수준부터 3개월마다 임금이 조금씩 올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약간의 월급이 오른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몇년이 지나도 역시 생활을 유지하는데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수준이다.
"어떤 스튜디오에서 근무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실장하나에 어시스턴트 한두명 같은 중소 스튜디오는 오히려 초봉도 쎄고.. 더 알차게 하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50만원부터 시작했거든요. 월급 오르는 것도 스튜디오마다 틀려서..확실한 부분은 어시스턴트 최고 월급은 150이 상한선이에요. 고용주 입장에서도 그 이상을 주면 그를 쓰는 매리트가 없겠죠. 60주고 쓰나 150주고 쓰나 하는 일은 거의 차이가 없으니까요. 돈을 따진다면 이일을 할 수가 없어요.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못해요. 저는 이 쪽 계통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안이 넉넉하지 못하면 시작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중산층도 하지 말라구 하구 싶어요. 시작은 할 수 있지만 버티질 못하거든요. 더 큰 꿈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면 이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버티는 거죠. " (4년차 어시스턴트, 광고)
"스튜디오 임금은 거의 최저 임금 수준이죠..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영세 스튜디오의 경우 고용보험이나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고, 또 카드 한장을 만들려고 해도 보장된 직업군이 아니니까 발급도 힘들어요. 이런 부분에서는 정말 문제점이 있긴 하죠." (6개월차 어시스턴트, 스틸)
사실 그들의 말처럼 현실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70만원선의 월급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적어도 나이가 어릴때는 그럭저럭 지낼수는 있겠지만 몇년이 지나 가정을 가진다면 분명 생활이 힘들어 질 것이고 곧 같은 동년배 친구들에 비해 생활의 질적인 면에서 뒤쳐질 것은 분명하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그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만약 앞서말한 인터뷰이와 같이 임금 외의 일을 맡아 돈을 벌거나 또는 작업 분량의 인센티브를 받는다면 조금 나은 수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개인 시간은 전혀 없어요. 스튜디오마다 출퇴근 시간이 있긴 해도 따로 근무시간이 없어요. 들어오는 일 따라 같이 움직이니까요. 문화생활도 못하고 약속도 못해요. 언제 어떻게 촬영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죠." (광고 분야 어시스턴트)
그의 말처럼 그들은 사실 대부분이 개인적인 시간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또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사진분야, 특히 스튜디오는 하나의 사업장으로 인정받기가 힘들고, 오너 역시 보험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시스턴트들은 대게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보험혜택을 받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이처럼 열악한 근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시스턴트생활을 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한결 같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이론적인 사진은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해요.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목적은 상업적인 사진을 찍어보기 위해서죠. 테크닉과 인맥을 넓히고 학교와 다른 사진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가는거예요. 돈..그걸 생각하면 이 생활을 못해요. 그리고 사진을 아예 못할 거예요.
평생 사진을 찍기 위해서 2년정도 투자를 한다는 개념이죠.
박봉이라도.. 그정도 투자해서 평생할건데. 제대로 하려는 거죠. (스틸 어시스턴트)
외국의 어시스턴트 제도
"어떻게 보면 박봉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생각도 들어요. 정말 쉽게 보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할 사람만 싹을 가려내는 제도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생활이 가능 한거예요. 2~3년 젊은데 투자할 만 하다고 생각해요." (광고 어시스턴트)
"촬영 기회를 갖는 것이 일종의 메리트죠. 기회를 더 갖게 되고 경험을 쌓게되고요. 그래서 처음 시작할때 작은 영세한 스튜디오보다는 크고 일이 많은 스튜디오에서 일을 시작하는게 똑같이 고생해도 더 나을거에요. 돈 일이십 만원 때문에 그런걸 놓쳐요. 사실 메리트는 그게 더 큰 건데..." (광고 어시스턴트)
실제 많은 스튜디오의 어시스턴트가 스튜디오 생활로 제대로 실력을 쌓은후 오너로부터 클라이언트와 장비들을 넘겨받아 독립하는 경우가 다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 대부분의 어시스턴트들은 언젠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포토그래퍼가 되기 위해 그런 고생을 묵묵히 참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실제 인터뷰를 해 본 결과, 실제적으로 이런 부분 - 촬영의 기회를 갖게 되고 배우는 부분 -에 있어서는 젊은 실장들의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여서 대부분이 불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촬영을 하고 배우는 데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감수하겠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몇몇 어시스턴트들은 말그대로 악독한 오너를 만나 고생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 막내 어시스턴트도 그 전 스튜디오에서 호되게 당한 것 같아요. 열심히 일 부려 먹다가 월급 오르면 짜르고 새로 받아서 돈 조금만 주고 또 부려먹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커튼 쳐놓고 작업 안 보여주는 실장도 있다나 봐요." (B 스튜디오 어시스턴트)
"세팅 다 해놓고 나가라고 해요. 저 같은 경우는 그래서 6개월을 넘게 일해도 카메라 한번을 못잡아 봤어요. 촬영 작업 조차도 못보구요. 죽도록 장비 나르고 일만 하다가 결국 못 버티고 나온거죠" (O스튜디오 전 어시스턴트)
"일을 가르쳐주려는 마음이 있는 실장이라면 대게 2개월 정도면 촬영을 시켜요. 저희 스튜디오도 그렇고 친구들을 보면 그런것 같아요." (J 스튜디오 어시스턴트)
이처럼 그들 대부분은 그런 고생을 감수하는 대신, 어느정도의 실무적인 능력이 있는 실장 밑에서 일을 배우고 싶어했고, 또 박봉이어도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는 스튜디오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배움'을 담보로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공정한 '거래'일까?
만약 어시스턴트 제도가 일본에서 건너온 도제가 아니라도 과연 이런 박한 직업군에 속하게 되었을까?
사진문화 자체가 유럽이나 미국쪽과 차이가 있고, 때문에 포토그래퍼가 고급직종으로 분류되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사진fee (촬영한 사진에 대한 가격) 자체에서부터 수준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고 사진을 말하기 이전에 항상 전제 되어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우리의 어시스턴트제도 역시 이 문제를 따져보지 않을 수가 없다.
"유럽쪽은 배우기 위해서 거저로 일 하려는 사람부터 프로 어시스턴트까지 외국은 어시스턴트 종류도 다양해요. 쟤가 왜 사진가를 안하고 조수를 하나 할 정도로 일 잘하는 전문 어시스턴트도 있죠.
프리랜싱 하는 사람과 스탭으로 조수하는 사람은 가격부터가 틀리죠. 일단 조수로 프리랜싱을 선언하면 자기 특기따라 자기가격을 책정해요.
예를 들어 조명 기기 몇개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조명을 얼만큼 쓸 수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른거죠.
붙박이로 하는 스탭들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게 없지만, rep(몇몇 포토그래퍼가 공동으로 소속되어 일하는 모임)이나 에이전시가 없는 마당에 처음부터 프리선언할 수 있는 외국과는 시작부터가 틀린거죠" (준초이 스튜디오 실장 최 명 준)
"호주에 아는 포토 어시가 있는데 나이가 40이 넘었어요. 이번에 미국의 스튜디오 어시로 취직이 됐다고 너무나 행복해 하더라구요.
그 쪽은 보수가 한국보다 훨씬 좋고 사진 fee가 더 좋아요. 그래서 평생직종도 될 수 있죠. 우린 다른 직종에 비해서는 굉장히 못받는 거지만 외국은 일하는 만큼은 받는거죠." (B스튜디오 어시스턴트)
최명준 실장이나 B스튜디오 어시스턴트의 말처럼 외국의 어시스턴트들은 프리랜서 개념의 어시스턴트가 많다. 에이전시가 있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일하기 쉬운 환경적 자양이 있어 그들은 대가가 아닌 이상 붙박이 어시스턴트를 쓰기보다는 동업 형태의 어시스턴트 제도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의 어시스턴트 시스템은 '한국화' 된 어시스턴트 제도를 새롭게 개혁해 본다면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적 어시스턴트 제도의 개혁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사진 환경 하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개혁이 있어야 할까?
사실 어시스턴트 제도는 그간 모순과 문제점들이 산재해 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나름의 사진환경 하에서 어느정도의 기능을 해 온것도 사실이다.
분명 그 제도로 인해 빛을 본 사진가들이 있고 또 그 제도가 가진 긍정적 측면도 있기 때문에 어시스턴트 제도가 계속해서 운영되는 것이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이 제도 자체를 반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인터뷰에 응해준 사진가들 역시 그 누구도 어시스턴트 제도 자체에 관한 부정은 없었다.
오히려 어느정도의 어시스턴트 생활은 분명 자기 사진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이 지적하는 몇가지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법적인 제도의 정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진을 찍고 돈을 받는 이상 스튜디오도 엄연한 사업장인데, 근로자를 위한 최소한의 환경은 갖추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4대 보험혜택은 고사하고 산재보험과 의료보험은 어느 곳이나 필수적인 근로 조건이 되었는데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진가들이 많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자리잡지 않은 사진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마도 스튜디오 오너들의 인식 전환일 것이다.
여전히 '내가 30년전 어시스턴트 할때는 말이지...' 하며 박봉과 고된 노동을 당연시 하는 오너 밑에서는 30년 전의 사진과 생각 외에는 배울 것도 없다.
이런 인식전환의 반향으로 최근 젊은 스튜디오 오너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B스튜디오에서는 모든 어시스턴트가 제작 아이디어 회의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제작 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연봉제라 해서 월급과 액수의 차이가 큰 것은 아니지만, 보험혜택과 함께 자기 몸값을 자기가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개인존중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H스튜디오 역시 프리랜서 개념의 어시스턴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기가 맡은 작업 분량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신 작업분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B스튜디오나 H스튜디오의 움직임은 바로 유럽이나 미국의 어시스턴트 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런 시도들은 곧 전문 어시스턴트들을 키워내는 또 다른 길이기도 하다.
B스튜디오나 H스튜디오와 같이 업계 스스로의 변화의 움직임이야 말로 좀 더 나은 사진계를 위한 초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라기에, 이러한 사진계의 개혁은 바로 젊은 사진가들이 시도하며 바꾸어나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점차 그 문화가 바뀌고 있는 만큼 그들의 새로운 시도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는 스스로의 권리를 보장받으려는 어시스턴트 스스로의 자신감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인터뷰 중에 만난 한 어시스턴트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런건 스스로 찾아가는 거죠. 밑에 사람이 요구해야 되요. 물론 윗사람이 챙겨주면 좋겠지만 그럴 환경이 안되니까요. 아직 사업장의 개념이 안되어선지 오너들은 오너 편한대로 하니까 잘 안챙겨줘요. 그런걸 알아서 챙겨주려는 오너도 별로 없구요. 환경은 만들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서서 요구하는 것을 주제넘다 생각하면 안될것 같아요. 또 어느정도의 대우와 자기개념이 생겨야 할것 같아요. 자기 스스로가 속칭 시다바리 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전문직이 될 수 있겠어요? "
그녀의 질타가 상당히 날카롭긴 했지만 우리나라 어시스턴트들의 자의식이 일정부분 결핍되었다는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이번 기획특집을 취재하는 도중 어시스턴트 동호회를 찾아 곳곳을 헤메 봤지만 단 한개의 커뮤니티도 개설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타 분야의 어시스턴트 커뮤니티는 상당히 활성화 되어있었다.
스스로 권리를 찾아가려면 밑에서부터 연대하는 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가는 그들이 되기를 바램해 본다.
어느 스튜디오에나 있는 어시스턴트들. 그들 모두가 힘들지만 미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은 언제나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미래를 위해 과감히 오늘을 땀으로 보내는 어시스턴트. 지금 사진계에서 그들의 자리는 작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사진계의 주역이 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한국 사진계의 미래는 밝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첫댓글 어시란 말이지... 무늬만 사람이고, 그 속은 프로브여...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