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소설] [미소녀 아이돌 스타 양성 프로젝트]41~50편

[(베라★코코)]

작가:아야쨩..♡(아야짱)
메일:psy2221@hanmail.net
팬카페:http://cafe.daum.net/ayazang
(현재 2부 연재중)

불펌하시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응징을 해드리겠습니다.-_-+
그리고, 펌 문의는 메일로 하며 꼭 '퍼가시는 카페' 주소를 명시하셔야
합니다. 물론 허락맡은 후 퍼가셔야 하고요.


41화. 남자주인공




다음 날.

어젯 밤 늦게 까지 연기학원에 가 연기지도 수업을 받았더니,

너무 피곤하다.

괜히 연기 못해서 쪽팔림 받기는 싫고, 열심히 배우긴 하는데

너무 힘들고 어렵다.

특히나 눈물 연기가 제일 어렵다.

지도 선생님은, 나보고 가장 슬펐던 때를 떠올리며 감정을 잡으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몸은 절대 안 따라 준다.

평소에는 울지 않으려고 해도 잘만 울면서, 이렇게 울어야 할 때는 왜

눈물이 흐르지 않는 걸까.

어디, 호스라도 끌어 와서 내 눈에 넣고 물을 줄줄줄 흘려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설화 일어났어??"




가인이 내 침대로 와 물었다.




"으..응."




피곤에 잠긴 목소리를 겨우 끌어내어 대답했다.





"매니저 언니가 연습실 가야 한다고 나오래"




"으..응..."




또 다시 반복되는 일상이다.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연습실에 갈 준비를 한다.

그냥 대충 세수하고, 머리감고, 토스트 하나에, 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연습실로 향했다.





"설화야, 오늘 저녁에는 감독님이랑 유작가님이랑, 몇몇 주요 출연진들이랑

미팅 가지기로 했으니깐...이따가 4시쯤 되면 데리러 올게"





룰루 랄라, 즐거운 얼굴로 말하는 매니저 언니.

분명 유작가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기대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휴우. 난 유작가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만약에 계속 나한테 관심을 보인다면 사실대로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

...할수가 없다.-_ㅜ!!! 만에 하나라도, 나랑 리안이가 사귄다는 스캔들이

나면 곤란하니깐 말이다.




* * *

연습이 끝나고 점심때 쯤, 한 며칠 못 본 리안이도 보고 점심도 같이 할 겸

사장실로 올라갔다.

땡-

엘레베이트 문이 열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마침 엘레베이트에 타려던 리안이랑

딱 마주쳐 버렸다.



"리..."



활짝 웃으며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순간 리안이 뒷 쪽에 있던 여자애가 눈에 들어 왔다.

예쁘장 하게 생긴 얼굴. 분명, 어제 화장실에서 봤던 그 여자애다!

그런데 리안이랑 같이 있다니..

두 사람 아는 사이인걸까.




"설화"




나를 보며 살짝 미소짓는 리안이.

그러자, 여자애의 표정이 살짝 삐죽거린다.





"치이....쟨 뭐하러 온거야?

리안. 오늘 나랑 점심 같이 먹기로 했으니깐 가야 해"





여자앤 날 탐탁치 않은 눈으로 흘겨 보고는 리안일 잡아 당겼다.

...저 애랑 먼저 약속이 되어 있었다니...

괜히 마음이 울컥한다.




"시끄러. 리나."




여자애를 쏘아 보며 말하는 리안이.

리나? 분명, 어제 리사가 말해준 미소녀 아이돌 스타 양성 프로젝트 2기

화소녀 멤버 중 한 명 이름이 리나였다.

그럼 저 애가, 그때 리안이가 고민하던 멤버란 말이야?!





"설화야 가자"




내 손을 잡고 엘레베이트에 타는 리안이.

순간 리나의 표정의 싸악 굳어 버렸다.




"리안!!!나랑의 약속은??"




"너랑 약속 한 적 없어. 너 혼자 정한 거잖아"




"그래도 그런 게 어디있어!

나 너 기다리고 있었잖아!!"




"누가 기다리래? 그러게 먼저 밥 먹으러 가라고

했잖아. 그럼 간다"




아주 매몰차게 말하고는 엘레베이트 [닫힘]버튼을 누르는 리안이.

내 심장이 두근 두근 거린다.

혹시라도 싶은 마음에 리안일 잠시 의심했었는데...

리안이한테 미안하다.

이렇게, 변함 없는 리안이고 나만 바라바 주는 리안이인데...헤헤.




"뭘 그렇게 실실 쪼개냐?"




"아니. 그...그냥"



"너 아까 질투 했었지?"



"아..아냐!"



"아니긴, 넌 너무 솔직해서 얼굴에 그대로 다 드러나!

그나저나, 앞으로도 좀 골치 아플 것 같은데 절.대. 오해는 하지 마.

전적으로 쟤 혼자 들러 붙는 거니깐"



"당연하지!!"




리안이가 너무 믿음직 스럽다.

그래도, 약간 리나가 마음 속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리안이가 고민할 때 절대 뽑지 마라고

할걸.-_ㅜ

누가 저런 앨 줄 알았겠냐고요!!! (리안이가 분명 괴팍한 성격이라고 했잖아)









* * *


약속한 시간 4시가 되어 매니저 언닌 나를 데리러 왔다.

그런데 휘황찬란한 빛이 마구 뿜아져 나와 눈이 너무 아프다.

세상에, 저렇게 때 빼고 광낸 매니저 언니의 모습 처음이다.

트레이닝 받던 시절에는 항상 우릴 지도하느라 후줄근한 옷 차림,

그리고 가수 시절에는 편안한 활동을 위해 헐렁한 캐쥬얼 복.

그런데 오늘은 무려...명품 마크가 딱 달린 정장에다가, 백에다가

구두를 신었다.

머리로 윤기가 잘잘흐르고, 얼굴도 화장발의 기술로 한층 더

승화 되었다.



일 미팅하러 가는거지, 선 보러 가는 줄 아나.하..하...하..

그래도, 보기에는 너무 아름답다.





"설화야. 나 어때?"




이리 저리, 조각상 포즈를 잡으며 묻는 매니저 언니.

완전 자신감이 콧대를 찌른다.




"예뻐요!"




"호호..고마워~"




날 살짝 안아 주며 말하는 매니저 언니.

완전 붕붕 날아 다닌다.




"근데, 매니저 언니가 연예인도 아니면서 왜 연예인보다

더 튀게 하고 있는 거야? 설화는 지금 연습 한다고 면티

하나에 청바지 하나 딸랑 입고 있잖아.

매니저가 그래도 돼?"





리사가 옆으로 와 말했다.

그러자, 움찔 하는 매니저 언니.




"하..하...하......

설화도 당연히 예쁘게 꾸미고 가야지!!

명색이 주인공인데, 안 그래?

그래서 약속 시간 보다 일찍 데리러 온 거잖아"





"뭔가 수상하단 말이야."





매니저 언니가 유작가님에게 관심 있다는 걸 알리 없는 리사는 의심의

눈초리로 매니저 언닐 쳐다본다.

그러자, 재빨리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르는 매니저 언니.

꺄아!!!






"언니!! 바람 난거 맞지?!!!!!!!!!!!!!!!!!!!"





뒤에선 계속 리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리사야. 바람난 게 아니라, 사랑에 빠진 거야.

하지만 매니저 언니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전까진..

내가 말 하면 죽.겠.지?

입 다물고, 잘 있어야 겠다. 훔..





..

일단, 난 협찬 받은 옷으로 갈아 입고 코디언니의 머리 손질과

화장을 받은 후 매니저 언니와 함께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나랑 같이 연기할 남자 주인공도 나왔을 텐데,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다.

대본을 보니, 막....포옹씬, 키스씬도 있던데....... 꺄아. 부끄럽다.

(연기이기 때문에 리안이가 허락해줌)




특별실로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방으로 갔다.

들어 가니, 감독님이랑 유작가님이랑 몇몇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빨간 뒷 통수도 보인다.

꽤나 강렬한 빨강 색이네. 누군가를 떠오르게끔 하는.....





"아! 설화양! 어서 앉아!"




감독님이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네에!"




싱긋 웃으며 대답하곤 재빨리 자리에 가 앉았다.






"자아, 일단 남녀 주인공 부터 인사 시킬까?

앞으로 좋은 호흡을 보여 줘야 할테니깐 말이야.

자아, 설화양. 이 쪽은 남자 주인공 이쿠라 쿄....."




감독님의 말과 동시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빨간 머리..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빨간 머리의 얼굴.

순간 멍한 얼굴로....1초....2초....3초...흐리고...





"쿄우짱!!!!!!!!!!!!!!!!!!!!"


42화. 행복 그 하나만으로..



눈 앞은 솜털 처럼 하얗고, 머릿속에는 제야의 종 소리가 땡 땡 땡- 울려 퍼진다.

그리고 하얀 날개를 단 아기 천사들이 트럼펫을 들고 나타나 일렬로 불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사실, 여기 까지는 다 내 눈의 환상과 환각이다....

그만큼, 지금 이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라? 설화양이랑 쿄우군이랑 서로 아는 사이 였어?"




놀라면서도 반가운 얼굴로 말하는 감독님.

아마도, 생전 처음 보는 두 주인공이 연기 하는 것 보단 아는 사이가

더 수월 할 거라고 생각하고 좋아라 하는 걸테다.

하지만 감독님은 내 마음을 모른다.

오히려 더, 처음 만나는 사람 보다 연기가 안 될 것이라는 걸!ㅜ _ㅜ



"네. 우리 둘이 아.주. 친해요"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쿄우짱.

으아악. 완전 초 난감이다.

친하긴 뭐가 친하냐고, 말 하고 싶지만 어떻게 말 할 수 있으리.

그저 눈물을 마음 속으로 삼키며, 씨-익 미소 지을 수 밖에...

너무 가짜로 미소지으니깐 입 꼬리에 경련이 일어 난다. 하..하....;




"그거 아주 잘 됐어!!!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으시며 만족하는 감독님.

절대 잘된 게 아니란 말이에욧~~!!

근데, 유작가님 표정은 별로 안 좋다.

아마도, 나랑 쿄우짱 사이를 의식하는 모양이다.

정말..... 이 둘 사이에서, 내가 드라마를 잘 찍어 낼 수 있을까?

끄아아! 누가 날 좀 살려줘요오!!





...


"유키하나 여기서 또 만나니깐 반갑다. 그치?"



잠시, 화장실 간다고 나왔는데 언제 따라왔는지 미리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쿄우짱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벌써 부터 딱 걸린 기분이다.




"솔직히 난 쿄우짱이랑 드라마 찍는 거 불편해"





싫은 걸, 좋다고 할 수도 없고 솔직한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러자, 잠시 말이 없어 지는 쿄우짱.

...내가 너무 직설 적이었던 걸까...

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입가에 씨-익 미소를

걸치는 쿄우짱.




"불편이 무슨 뜻이야??? 나 한국 말 중에서 못 알아 듣는 용어도 많아서

잘 모르겠어"




"뭐?"




분명, 알아 들어 놓고는 못 알아 듣는 척 하는 거다.

그럼 그렇지!!

쿄우짱이 쉽게 소심해질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잠시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싶다.





"근데, 유키하나 내가 선물로 준 타이즈는

안 신어??? 오늘 입은 스커트에 신으면 딱 어울리겠는데!!"





타이즈라 하면...

쿄우짱을 따라 하라주쿠 갔을 때, 쿄우짱이 옷을 사고 받은 사은품이다!

그거, 사실 리사 선물로 줘 버렸는데...하..하...핫...






"난 타이즈 같은 거 잘 안 신어"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대답하는 나.





"뭐야. 망사랑 스판 안 신느나고 해서 타이즈로 바꿔줬더니...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엔 귀여운 발가락 양말로 사줄게♡"




정말이지. 쿄우짱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어느새 이야기의 본질이 이상하게 흘러 가는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뇌 구조의 쿄우짱.




"발...발가락 양말 안 사줘도 돼!!"



"진짜?"


눈을 살짝 크게 뜨는 쿄우짱.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진짜"



"정말?"



"응. 정말 안 사줘도 돼!"



애써, 침착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갑자기 얼굴을 내 얼굴 앞으로 들이 내 밀어 싱긋 웃는 쿄우짱.





"그래! 예의상 3번 거절 했으니깐, 이젠 사줄게!"





정...정말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다.

물론 한국인에게는 3번 물어 봐야 진심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쿄우짱 처럼 비정상적인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몰라. 사주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

난 들어 갈래"




더 이상 쿄우짱이랑 이야기를 해 봐야, 진전이 없다고 판단하고는

돌아섰다.

그러자, 갑자기 내 손목을 화악 끌어 잡는 쿄우짱.

순간 난 깜짝 놀라며 자동적으로 힘에 이끌려 쿄우짱 품 아래로 들어갔다.




"유키하나,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발 버둥 치지마.

그럴수록 더 건들고 싶어지니깐"



여전히 손 목을 꽈악 쥔채로 내 눈을 똑 바로 주시하며 말하는 쿄우짱.

그리곤 씨-익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는다.

점점 손이 풀리고...

난, 발갛게 물든 왼쪽 손목을 오른손으로 감싸며 말 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뒤에서 나지막하게 들리는 쿄우짱의 음성.




"내가 분명 경고했는데. 또 도망친다. 유키하나"




난 잠시 멈춰섰다.

그리곤 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쿄우짱... 난 도망가는 게 아니야.

..그리고...더 이상 나 놀리지 마.

앞으로, 드라마 촬영도 같이 해야 하면 함께 지낼 시간들도

많아지는데...나 너랑 불편한 채로 드라마 촬영 하기 싫어.

그러니깐.......제발 나한테 이상한 소리들 하지 마.

차라리, 모르는 사람 처럼 대해 줘....부탁이야."





다시 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울컥해서 말 하긴 했는데, 뭔가 찝찝하다.

그리고, 그 날 쿄우짱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감독님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고 말이다.

신인배우주제에 건방진 행동이라며 다들 욕했지만,

웬지 나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 * *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리사가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나

킁킁 거리며 말한다.





"헤에. 설화한테 아기 냄새 난다. 킁킁"



"베이비 로션 발랐거든"




"아하... 아! 맞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난 듯 한 리사.




"왜 그래?"



"내일은 연습 쉰대"



"에? 정말?"




그거 참 신기하다.

지금 까지의 강행군으로 봐서는 절대 쉬지 않고 행진 할 것 같은데

갑자기 뜬금 없이, 쉬는 날이라니...




"응! 그러니깐 내일은 늦게 일어 나도 돼!"






오랜만에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알람을 일부러 꺼 놓은 덕에, 난 푹 잠을 잔 후 거의 점심 때쯤에

다다라서 눈을 떴다.

천천히 눈을 부비며 시계를 보니 딱 12시다.

신기하기도 하지.

그런데, 옆 침대랑 2층이랑 보니깐 애들 아무도 없다.

다들 이미 일어난 모양이다.




"리사야. 가인아. 잎새야"




거실로 나가면서 불렀다.

그런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벌써 다들 어딜 나간 걸까?

웬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리안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되겠습니다.

연결 된 후에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여자의 소리가 흘러 나온다.

바쁜 것일까.


문자나 보내 놔야 겠다.




[리안아 문자 확인하면 전화해]





꽤나 달콤한 휴식임에도 불고 하고, 아무도 옆에 없으니깐 차라리 연습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게 활기차고 사람 사는 맛 같다.

집에나 가 볼까 싶어,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엄마도 전화를 안 받고 아빠도 전화를 안 받는다.

웬지 세상에 외토리가 된 느낌이라면 이 느낌일 것이다.

휴우.


그 후, 몇시간 쯤이 흘렀을까.

함참을 빈둥 빈둥 거리며 리안이한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리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화야! 내 부탁 하나만 들어 줘!!]




급박한 리사의 목소리.



"응. 알았어. 뭔데?"




[나 지금 디카가 급하게 필요한데, 내 침대에 보면 있을 거야.

여기 좀 갖다 줘]



"알았어. 어디야?"




[여기가 말이지.....]





별로 할 일도 없고, 차라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하자 싶어 리사의 디카를

들고 리사가 말 한 곳으로 향했다.

무슨 대강당이었는데, 그런 데서 무얼 하길래 디카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잠시 후, 대강당에 도착하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한 대강당.

내가 잘 못 찾아 온 것일까?

분명 여기가 맞을 텐데.....



그때......



펑!!펑!!!




갑자기, 커다란 폭죽 소리가 터져 울렸다.

그리고 객석에만 환하게 켜지는 불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대강당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제히 나를 향해 풍선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팬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네에!! 오늘의 주인공 류설화양 등장입니다!!!"





그때, 무대 위 조명들도 켜지면서 리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자세히 보니, 리사, 잎새, 가인이 싹다 있다.

그리고 무대 뒷 편으로 길다랗게 걸린 플랜 카드가 내 눈에 들어 왔다.



[류설화의 18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알았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너무 바쁘게 지내고 날짜 감각 없이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깜짝성 이벤트 선물을 받으니깐 너무 놀랍고 감동이다.

또 눈물이 한방울씩 뚝 뚝 떨어졌다.





"정말이지, 울보 아니랄까봐 또 우네요.

이 참에, 눈꽃공주가 아니라 울보 공주로 바꾸는 건 어떨까요?"




장난스럽게 팬들을 향해 말하는 리사.

그 말에 팬들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나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라... 울다가 웃으면 어디 어디에 뿔난대요.

그런데, 이미 설화 어디 어디에는 뿔이 백만개도 넘게

났겠는 걸요. 쿡"




"리사 너어~!!"




부끄러운 마음에 리사를 살짝 흘겨 봤다.

그러자 씨익 웃는 리사.

다들,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정말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탄생을 축복 받는 다는 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 받는 것 같다.





드르르르-

초 18개가 꽃힌 3단 케잌이 무대 정중앙으로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꺼지는 불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설화의

생일 축하합니다. ♬"




팬들과 멤버들의 합창 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계속 행복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펑펑펑!!

노래가 끝나고, 폭죽이 터지는 동시에 난 촛불을 입 바람으로 후우-

불었다.





"짝짝짝!!!!!"




대강당 안을 울리는 힘찬 박수소리들.





"정말 감사해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에요..."




난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팬들에게 말했다.





"다음은 특별 게스트를 모시도록 하겠씁니다. 나와 주세요!!!!"





리사의 외침과 함께 무대 뒷편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처음에는 누군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아빠랑 엄마다.

어쩐지 전화를 안 받는다 싶더니....여기에....





"아빠....엄마....."





"설화야.. 생일 축하한다"




빙그레 웃으시며 말하는 부모님.

내겐 너무나도 고마우신 분들이다.

나를 태어나게 해주고, 이 만큼 크게 해주고, 이 자리에 있게 해줬으니 말이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그리고......팬 여러분도 너무나 사랑해요!!!!"


43화. 리안이의 선물






생일 파티가 끝나고, 멤버들과 함께 뒷풀이를 했다.

알고보니 이 파티는 멤버들이 먼저 매니저언니에게 제의해서 이루어 진것이라고

한다.




"헤헤. 다들 고마워.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당연하지!!"



리사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대답했다.





"정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생일 축하를 받은 건 처음이야"




"그런데 사장님은 어딜 간거래~? 여자친구 생일이라고 해도, 코빼기도

안 보이고 말이야"




슬쩍 슬쩍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가인이.

그러고 보니 리안인 아직도 연락이 없다.

아마, 내 생일 인 건 모를 것 같다.




"...일이 바쁜 가봐...."





많이 섭섭하긴 하지만, 나 조차도 잊고 있었던 생일이기에

이해할 수 있다.





"아! 맞다~ 설화야 오늘 또 중요미팅 있는데. 깜박 했어!!"




갑자기, 시계를 보곤 놀란 표정으로 말하는 매니저 언니.

그런게 있으면 진작 어제 알려주지,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

아무리 깜박했다고 하더라도 전혀, 매니저 언니 답지 않은 행동이다.




"무슨 미팅인데요?"



*주: 여기서 미팅은 남녀 미팅이 아니라, 공적인 미팅(사업적 만남) 이랍니다.




"시간이 빠듯해서 그러니깐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얼른 가자!!"





재빨리, 내 손을 낚아채 내 달리는 매니저.

그 말 할 시간에 누구 만나는지 말해줘도 되겠다.-_-;




그러해서 도착한 레스토랑.

여긴 어제 그 레스토랑이다.

하필이면 또 여기에서.....





"설화야, 어제 우리가 갔던 방 바로 옆 방이거든...

거기로 가. 난 잠시 화장실 좀 다녀 올테니"





설명을 해주고는 돌아서는 매니저 언니.




"아앗. 언니 저도 화장실 갔다가 같이 가요.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혼자 먼저 들어가요??"




"아니야. 너도 아는 사람이야. 그러니깐 걱정 말 고 들어 가.

난 정말 화장실이 급해서 말이야. 그럼...이따 봐!!!!!!"





재빨리 말하고는 사라져 버리는 매니저 언니.

어찌 먼지 하나 안 날릴 수 있으려나. 하..하..핫....


어쨌든, 매니저 언니가 설명해 준대로 방을 찾아 갔다.

약간 떨린다.


덜커덕-

천천히 문을 밀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런데 무슨 오늘은 하루 종일 껌껌한데랑 인연이 있는지 여기도 껌껌하다.




"계세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갑자기 내 발 빝부터 작은 전구에 불이 들어 오기 시작해 도미노 처럼

차례대로 불이 들어 왔다.

그리고 그 모양은 하트 표시 안에 설화라고 되어 있었다.

반짝 반짝 빛나는 불빛.




"류설화 생일 축하한다."




리안이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세상에....

그럼 매니저 언니가 잘 안다던 사람이 리안이었나 보다.

그러고 보면, 일부러 누굴 만나는지도 대답 안해 주고 할 때 부터 수상했다.

그나 저나, 내 생일 까먹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안 까먹고 따로

이벤트를 준비해준 리안이가 너무 고맙다.

더 더욱이, 남자가 여자에게 해 주는 이런 이벤트는 드라마에서 보거나,

영화에서 보며, 늘 꿈꾸어 오던 환상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이루게 되니깐

너무 기쁘고 기분이 날아 갈 것만 같다.




"고마워 리안아!"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는 리안이.




"좋아하니깐 다행이다"




"헤헤. 당연하지."





난 리안이 앞에 살짝 안겨 리안이를 올려다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러자, 무표정하면서도 살짝 웃는 얼굴로 내 이마에 입을 맞추는 리안이.

곧 입술은 내 입으로 내려 왔고, 난 리안이의 팔을 꽈악 붙잡았다.


격렬한 키스로 둘 만의 사랑을 확인했다.

리안이 품에 안겨 키스를 해서 그런지 더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리안이의 심장이

느껴지는 것 같다.

콩..콩...콩.....

빠른 비트로 뛰는 리안이의 심장.

듣기 너무 좋다.





"리안아 사랑해"



"나도"






정말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다.






...

......


리안이는, 날 숙소 앞에까지 데려다 준 후 짧은 입맞춤을 나누고는 돌아갔다.

그리고 내 품엔 리안이로 부터 선물 받은 곰인형이 꼬옥 안겨있다.

너무나도 귀여운 테디베어.

예전부터 남자친구 생기면 꼬옥 선물 받고 싶은 물건 중 하나였는데,

드디어 소원 이뤘다. 헤헤.

보들 보들 하고 푸근 한게, 리안이 같아서 너무 좋다.


숙소에 들어 가니, 현관이 선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이게 다 뭐야?"




겨우 발을 디디며 들어섰다.




"뭐긴. 다 팬들이 보내는 네 생일 선물이지"




"이게 전부 다??!"




평소에도 팬들로 부터 선물을 많이 받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받은 건 처음이다.

역시 생일이라서 다르긴 다르다.

하지만 이 많은 걸 언제 다 정리 하고, 언제 다 풀어 본 단 말인가.

하..하..핫....

옛날엔 언제 선물 많이 받아 보겠나 싶었는데, 이젠 현실이 되니깐

당황스럽다.


....그래도,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팬들의 마음인 것 같다.

...나를 좋아하고 동경하는 마음...





...


띠리리리리리리리리


한참 선물 정리 중인데 울려대는 내 핸드폰.

발신자 표시를 보니깐 처음 보는 번호다.

이럴 경우엔 십중팔구 스팸전화이거나, 팬 전화던데...

그냥 내버려 둬야 겠다.

(팬 전화의 경우엔, 소문이 퍼져 나가 피해 보는 경우)



잠시 후, 전화벨이 멈추고 이번엔 문자가 왔다.

띵똥-



[생일 축하해]


방금 전, 나한테 전화한 사람인가 싶었는데 세류 문자다.

그때 세류랑 화해하고 난 뒤엔 가끔씩 연락을 하며 지낸다.

물론 서로 바빠서 만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고마워]



[선물은 다음에 사주마.ㅋ]


[오오. 기대할게!]



이젠 정말 친구 다워진 느낌이다.

아주 편안한 이성친구. (애인으로서의 뜻이 아니라)



[ㅋ안까먹으면]


[치이! 그런게 어디있어!]


[그래.그래. 잘자고 다음에 문자 또 보낼게]


[응 너도 잘자]



항상 간단 명료한 우리들의 문자.

원래 남자들이 문자 오래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다 보니 세류랑의

문자도 다 짤막 짤막하게 끝내는 편이다.



딩동-

또 문자소리다.

분명 끝난 줄 알았는데....



[유현진이에요.]


이 번호는, 분명 방금 전에 전화 온 그 번호다.

설마하니 유작가님이 직접 전화 할 줄은 알아겠냐구.



[아하. 전 또 스팸전화인 줄 알고]


[지금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절대 안된다!!!

특히나 지금은 밤인데!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방금 전에 매니저가 설화양 숙소에서 푸욱 쉬는 중이라던데]



허억.

아무리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매니저 언닌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아마 알면 까무러 치겠지만.



[무슨 일로 그러세요?]


[생일이라길래, 생일 선물 주려구요]




거절하기 어렵다.

절.대 선물 때문은 아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선물들도 많은 데 설마

내가 욕심을 내리~

그저....날 위해서 선물을 준비한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어디서 만날건데요?]



[지금 설화양 숙소 근처 놀이터에요.]




[알았어요. 나갈게요.]




어쩔 수 없이, 난 유작가님이 말한 놀이터로 나갔다.

갑자기 깜깜한 놀이터에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더니 불꽃이

하트 무니를 그리며 높게 일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서 있는 유작가님.


정말 난감하다.

그저 생일 선물 준다기에 나온거지, 이렇게 까지 준비 한 줄은 몰랐다.

아마 내가 매니저 언니였다면 감동하고도 100배는 더 고마워 했을 텐데..

리안이가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설화양에게 바치는 꽃이에요."



꺼져 가는 불꽃 사이로 걸어나와 무릎을 꿇고 말하는 유작가님.

휴우.. 점점 드라마 찍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주위에 날 힘들게 하는 사람이 많은 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다시, 기분이 다운되어버렸다.

날 좋아해주는 유작가님에게 화가 난다는 게 아니라, 그에게 공평한 사랑을 줄 수 없기에

미안해서 그런거다.

정말이지, 미소녀가 되고 나서부터 남자복이 터지는 것 같다.

예전엔 고백 한번 들어 본 적 없던 내가 이런 이벤트를 오늘 하루만 2번 받고 말이다.

물론 리안이가 해준 이벤트랑 유작가님이 해주는 이벤트에 느끼는 감정은 틀리지만 말이다.





"죄송하지만 전 이 꽃을 받을 수 없어요."




정중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유작가님과 눈은 마주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예쁜 눈이기에 그 눈이 상처 받은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 혹시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죄송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전 유작가님이 왜 절 좋아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저보다도 유작가님에게 어울리는 멋진 여자들이 많은 데

굳이 저 같이 어린 앨...."




"...운명을 느꼈으니깐요..."





"운명요?"





"처음 방송국에서 부딪혔을 땐, 그저 당황해 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설화양이

귀여운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두번째 카페에서 만났을 때...

...내 눈이 예쁘다고.....렌즈를 껴보라고 이야기 하는 설화양을 보면서 왠지 모를

두근 거림을 느꼈어요. 그래서 다시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감독에게

설화양을 추천한 거구요. 전 설화양이 제게 관심을 보여줘서.....다른 뜻이 조금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아니었나 보군요."






그저 난, 유작가님이 예쁜 눈이 안경에 가리어 안 보이는 게 안타까워서

말했을 뿐인데..

유작가님은 다르게 받아 들였었나 보다.




"전...그저...."




"하지만 설화양. 한번만 더 생각해 줄 수 없겠어요?

이 꽃다발을 받아 줄 것인지...안 받아........"




갑자기 말을 하다 멈추고는 내 뒤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 유작가님.




"왜 그러..."



무슨일인가 싶어, 물으면서 나도 고개를 돌렸는데 나도 그대로 경직되었다.

거기엔 슬픈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는 매니저 언니가 서 있었다.

보아하니, 방금 전 상황을 다 지켜 본 것 같다.

하필이면....




"매니저 언니!"



난 얼른 매니저 언니에게로 갈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돌아서서 뛰어 가버리는 매니저 언니.

분명 눈가에 뭔가 반짝 였던 것 같다.

...혹시....울고 있었던 걸까?




"유작가님 죄송해요.

저 먼저 가 볼게요."



"그...럼..그래요..."




내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유작가님.

원래 착하고 좋은 분이니깐 내 말을 잘 이해해 줄 거라고 믿는다.

내게 조금 곤란하게 해서 그렇지...

일할 때 만큼은...

...마음의 열정을 가득 담은 순수한 분이니깐...





..



"언니!!! 좀 멈춰 서봐요!!"




매니저 언닐 뒤 쫓아 가며 소리쳤다.

헉...헉...

정말 빠르다.


........그런데 갑자기 어이가 없는 상황이 발생해 버렸다.

열심히 가련하게 뛰어 가던 매니저 언니가 그만, 전봇대에 퍼억! 박아 버린 것이다.

뒤로 휘청거리며 주저 앉는 매니저 언니.

보아하니 충격이 장난 아닌 것 같다.

세상에, 이런 비극이 다 있을 수 있을까;

방금 전 상황과는 전혀 매치가 안되는 코믹스러운 분위기.





"언니 괜찮아요???"




"....으...으....."



신음소리를 내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서는 매니저 언니.





"어디 봐요!!"




혹시라도 피가 나는 게 아닐까 싶어 푹 숙인 매니저 언니의 얼굴 밑으로

얼굴을 갖다 들이 댔다.

그러자, 눈물을 뚝뚝 흘리던 매니저 언니는 민망했는지

고개를 돌리려다가....그만 내 코랑 2차 충돌을 해 버렸다.

퍼억!!!

눈 앞에 별들이 왔다 갔다 한다. 하...하..하..





"설...설화야 괜찮니??!!!"



놀란 얼굴로 소리치는 매니저 언니.

갑자기 뒤 바뀐 상황속에, 내 코에선 피가 줄줄줄 흘러 내렸다.

어쩜 매니저 언닌 전봇대에 부딪히고도 멀쩡한데, 난 매니저 언니의

머리에 부딪히곤 코피를 흘리는 걸까.;



"....괜....괜찮아요...."



"일단 피 부터 닦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닦아 주는 매니저 언니.



"언니....죄송해요"



"네가 뭐가 죄송해? 그 사람이 널 좋아하는 게 네 잘못도 아닌데"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는 매니저 언니.

조금 안타까워 보여도 ...상황을 이해해줘서 다행이다.

그래도...미안한 건 어쩔 수 없다.

매니저 언니...유작가님이랑 진심으로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휴우.




"사실...나 그 사람한테 고백했다가 차였어"



뜻밖의 매니저 언니의 고백이다.

어느새 그렇게 빨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돌아섰는데...

아까, 슈퍼에 잠시 나갔다가 급하게 나가는 널 보고는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갔는데.....그 장면을 보고 만거야. 현진씨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너일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상당히 충격이었어.

....결국 내가 현진씨에게 차인 것 처럼 현진씨도 너에게 차이고

말았지만 말야"




"언니..그래서 포기 한거에요?"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포기 안했어. 처음엔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오늘 현진씨가 차이는 걸 보고는 다시 도전하기로 했어!!!

너도 알다시피 내 생명력은 고무줄 보다 질기잖아!!"



고무줄 보다 질긴 매니저 언니의 생명력은 나도 인정한다.

제발, 유작가님이 매니저 언닐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그건 내 바람이고, 유작가님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차피, 난 안되니깐 말이다.


밤 하늘, 반짝 반짝 거리는 별님에게 빌었다.

...제발...

내가 사랑하는 모든이들이 상처 안받고 행복할 수 있게 해주세요.

44화. 뜻밖의 사고.



이제 드라마 촬영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제목은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 로 최종 결정되고,

첫번째 씬을 촬영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쿄우짱은 이미 일본에 있다고 하는데, 만나면 어떤 얼굴로 쿄우짱을

봐야 할 지 모르겠다. 휴우.

유작가님이랑도 자꾸만 시선을 피하게 되고,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설화양"



호텔에 도착하고 매니저 언니가 잠시 일을 보러 간 사이에 유작가님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작가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싱긋 슬픈 미소를 짓는 유작가님.



"그렇게 나를 너무 의식하지 말아요"




"네?"



"나 때문에 지금 설화양의 마음이 불편하단 건 잘 알아요. 하지만 드라마에선,

연기자의 호흡 뿐만 아니라, 모든 스텝들과의 호흡도 잘 맞아야 하는데..

이렇게 설화양이 나를 피하고...불편하게 생각한다면.........

드라마 촬영이 어떻게 제대로 되겠어요?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날 그렇게 설화양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가 드는 군요"




유작가님은 참 배려가 깊은 사람이다.

자기 자신도 나 못지 않게 마음이 불편할 땐데 그 모든 걸 감추고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려고 하니 말이다.

난 일부러 살짝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다행이군요. 설화양이 마음이 깊어서"



"....아니에요....."




그때, 우리에게 오고 있는 매니저 언니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유작가님은 재빨리 몸을 돌려 감독님과 스텝들 사이로

걸어간다.

웬지 유작가님, 매니저 언닐 피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자신을 좋아하는 매니저 언니에게 미안하고 얼굴 볼 낯짝이 없어서

일거다.

...내가 유작가님에게 갖는 마음을, 유작가님은 매니저 언니에게 갖는 걸까..?

그렇다는 건 유작가님이 매니저 언니에게 마음을 줄 수 없다는 것일까.

...난...두 사람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설화야"



싱긋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 매니저 언니.

분명 방금 전 일부러 피하는 유작가님을 보고서도,

애써 태연한 척 하는 매니저 언니가 약간은 안쓰럽기도 하다.




"언니..."



"자, 들어 가자"



"네.."







* * *

다음 날.

비행기 타고 오느라 고단했던 몸을 하룻밤 푸욱 쉬었더니

상쾌하고 컨디션이 좋다.

이대로라면 촬영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쿄우짱 때문에

또 다시 가라앉는다.


그러고 보니 처음 쿄우짱을 만난 것도 이 호텔 앞에서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 주었던 쿄우짱.

그땐...참 반가웠었는데.....

왜 이렇게 되어 버려야 했던 걸까.



....


"자아, 다 됐다!"



컨셉에 맞추어 화장과 의상을 챙겨 주는 코디 언니.

아무래도, 나중에 병 때문에 죽는 역활이다 보니

백지 같이 청순하면서도 쾌할한 컨셉이다.


그때, 막 촬영지에 도착한 쿄우짱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컨셉 때문인지, 검은 머리로 바뀐 쿄우짱의 얼굴이 약간은 낯설게 느껴진다.

특이하던 의상들도 한결 차분해 져서 이미지도 많이 달라보인다.

강한 인상에서, 약간은 부드러워 졌다고 해야 할까.





"설화, 빨리왔네요!"




내게 싱긋 웃으며 말을 건네는 쿄우짱.

그런데 만날 유키하나라고 하다가 '설화'라고 하는 건 뭐고,

'요'자를 붙이는 건 뭘까?

갑자기 변한 쿄우짱의 태도에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약이라도 무얼 잘못 먹은걸까. 허..허....





"스...스타일 바꿨네"





무어라고 이야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또 싱긋 웃는 쿄우짱.





"네. 어때요? 어울려요?? 나름대로 이런 컨셉도 마음에 드는데~~

뭐 망사 티라던지, 피어싱을 못해서 아깝긴 하지만요"



이리 저리, 몸을 돌려 보여주며 계속 존대로 말하는 쿄우짱.

그리곤, 내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한다.



"지금의 난, 유키하나가 원하는 대로 처음으로 돌아 가는 거야.

그러니깐 나 유키하나 부탁 들어 준거다"




아.

난 문득 그 날 레스토랑에서 내가 쿄우짱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쿄우짱... 난 도망가는 게 아니야. ..그리고...더 이상 나 놀리지 마.

앞으로, 드라마 촬영도 같이 해야 하면 함께 지낼 시간들도

많아지는데...나 너랑 불편한 채로 드라마 촬영 하기 싫어.

그러니깐.......제발 나한테 이상한 소리들 하지 마.

차라리, 모르는 사람 처럼 대해 줘....부탁이야.'


그거 때문에 일부러 저러는 것일까.




"그럼 다시 말을 바꾸어서, 설화. 나이도 같은데 말을 놓아도 될까요?"





눈 앞이 핑글 핑글 적응이 안 되어서 죽겠다.

아무리 내가 한 말이라곤 하나, 굳이 저런 뜻은 아니었는데..;

쿄우짱이 너무 진지하게 받아 들이는 거 아니야?

내 뜻은 그저 쿄우짱이 내게 이상한 소리들을 안하고 그냥 동료로서 적당한 선만

지켜 주길 바랬다.




"그...그래..."



"그러 유키하나라고 불러도 될까?"



"어..응..."



"그럼 유키하나도 쿄우짱이라고 불러줘~!"




어째, 처음 쿄우짱을 만났을 때랑 똑같은 패턴이다.





"...그래..."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유키하나!.."




오른 손을 내 앞으로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말하는 쿄우짱.

대체, 쿄우짱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러는 지 모르겠다.

하긴 언제는 이해한 것도 아니고...

나도 쿄우짱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나도, 잘 부탁해"







잠시 후, 촬영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촬영은 나랑 쿄우짱이 둘이 길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부딪히는 씬이다.

그러면서 난 넘어지고 쿄우짱은 신경질 스럽게 나를 노려보고는 가버리는 거다.

이게 드라마 속 '수아'와 '히데'의 첫 만남.




"자아, 그럼 레디.......액션!"




감독님의 지시가 떨어지고, 우린 연기에 들어갔다.

연기를 하는 쿄우짱의 모습은 또 색다른 것 같다.

표정 하나 하나에, 드라마 속 '히데'의 모습이 묻어 나온다.

대본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를 모두다 소화해내는 쿄우짱이

놀라워 보이기도 했다.





"NG!!!! 설화 연기에 집중해!!"




크게 들려 오는 감독님의 목소리.

아, 쿄우짱의 연기에 감탄하고 있느라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 지는 잠시

깜박하고 있었다.

이 바보 류설화.

자기 부터 잘해야지!!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사과한 후 다시 촬영에 들어 갔다.

이번엔 잘 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일본에 오기전 리안이가 내 귓가에 속삭여 주었던 마법의 주문.

'지금 이 순간 부터 류설화는, 연기의 여왕이 되는 거야'

그래...





"컷!! 좋아!!!! 설화 표정 연기가 좋았어!!!"





다행이다. 헤헤.

칭찬을 듣고 나니 기분도 좋아진다.





"그럼 다음 씬 촬영하러 이동 하자!"






* * *




촬영이 모두 끝난, 늦은 밤.

드라마라는 게 보통으로 볼 게 절대 아니다.

많은 스텝들이 움직여야 하는 것과 동시에, 촬영 도구들 까지 만만치 않다.

그리고 한 번 NG가 나면 그만큼 시간이 더 늦어 지고..

때론 주변 환경적 요인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기도 한다.

첫 촬영이었지만,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 되어서 앞으로 남은 촬영들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띠리리리리리리-


막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핸드폰이 울려댔다.

발신자 표시를 보니 리안이다.




"응!!"



반가운 마음에 냉큼 전화를 받았다.




[...꽤 생생해 보이는 군. 난 또 녹초가 되어서 축 늘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힘들긴 힘들어도 그만큼 보람이 큰 것 같아!

내가 찍은 화면을 다시 모니터 해 보는 게

정말 신기했어!"



[쿡.. 그래.. 벌써 나도 기대되는 군]



"헤에... 부끄럽다"



[부끄럽긴 뭐가 부끄러워. 넌 프로야. 프로는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거야. 그러니깐 열심히 해]



"응"



[이번 주 일요일에 일본 한 번 갈 것 같은데 그때 보자]




"정말??!"





근 2주간 일본 촬영이 잡혀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리안일 못 볼 거라고 생각하고

무지 섭섭했었는데 이렇게 리안이가 일본으로 온다니깐 너무 반갑다.




[그래. 그럼 피곤할테니 쉬어]




"응!!! 그럼 일요일에 봐!!"



[그래. 잘자]




뚝.

전화를 끊고 나니, 힘이 더 불끈 나는 것 같다.

그 어떤 좋은 약, 좋은 음식, 보다도 더 힘이 되는 리안이의 말.

헤헤... 좋다.





...




이튿 날.

오늘 촬영은 세트장 안에서 이루어 졌다.

극 중, '수아'가 지내게 된 집이 어쩌다 보니 '히데'네 집이라는 내용.

당연히 히데는 수아를 쓰레기 보듯이 취급한다.






"너 뭔데 우리집에 있는 거야?!!"




"...저...저........혼다 아줌마께서..."




"우리 엄마가 뭐??"



"...앞으로....여기서 지내게 해주었다구요...."





"컷!!! 좋았어!!!!!"



감독님의 큐사인이 떨어지고,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더운 여름 날씨에, 조명 아래 계속 서 있어야 하니 너무 덥다.

게다가 세트장 촬영이라서 더 콱콱 막혀 퉁풍도 안 된다.




"덥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 보며 부채질을 해 주는 매니저 언니.




"언니도 더울텐데 그냥 제가 할게요"



"아니야. 넌 배우잖아. 배우가 몸이 상하면 안되지"




싱긋 웃으며 말하는 매니저 언니.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매니저 언니가 있기에

너무 든든하다.


그런데 그때, 세트장 한 구석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한 스텝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불이다 불!!!!!"



놀란 마음에, 그 곳을 쳐다 보니 정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조명 도구에서 불이 발생한 것 같았다.

이미 불은 여기 저기 들러 붙어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빨리 피해!!!!"




감독님이 소리쳤다.

완전히 우왕좌왕 난리가 나 버린 세트장.

나 역시 빨리 피하기 위해 매니저 언니와 함께 입구로 뛰었다.


그런데 그때, 우리 사이로 떨어지는 불덩이 때문에 피하느라

우린 서로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내 주위를 타고 활활 타오르는 불들.

거의 고립되어 버렸다.






"설화야!!!"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매니저 언니.

하지만 이미 연기를 많이 먹어서 인지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




"쿨럭....매...매니저.....언니........"





그리고 정신이 약간 혼미해 지려는 그때...

누군가가 내 뒤에서 나를 감싸어 끌어 당겼다.

살짝 뒤를 쳐다보니 유작가님이었다.

여기 저기 화상을 입은 유작가님은 자신이 아픈 것도 잊고서

나를 위해 뛰어 들어 온 것이었다.

덕분에 난 불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천장이 더 큰 소리를 내며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돼!!!!!"




매니저 언니의 큰 목소리와 함께 유작가님이 내 쪽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원래 유작가님이 있던 자리엔 매니저 언니가 천장 조각에 맞아

쓰러져 있었다.





"으윽...."




신음을 내는 매니저 언니.

아예 일어 나지 조차 못 하고 있다.





"언니!!!!!!!!!"





재빨리 매니저 언니에게 가려고 했다.




"안돼!!"




뒤에서 날 잡아 붙드는 쿄우짱의 손.




"하지만!!"



"넌 지금 위험해!

여기 저기 상처라고!! 네가 매니저를 데리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내가, 매니저 언니에게 도움이 별로 안 될 거란 건

알지만...어떻게 매니저 언니를 두고 먼저 나갈 수 있겠는가.





"매니저는 내가 데리고 나갈테니, 쿄우군은 얼른 설화양을

데리고 나가세요"





확고한 표정으로 말하는 유작가님.

그리고 난 쿄우에게 이끌려 밖으로 빠져 나갔다.

하지만....유작가님도 다쳤는데 어떻게 혼자서 매니저 언닐 데리고

나올 수 있을까.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쏴아아아아-!!!



어느새, 신고 접수 되어 온 소방차가 불을 끄고 있었지만 불길은

이미 많이 커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어요!!!!"




난 소방관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소방관들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간다.


...제발 무사해야 할텐데....

난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45화. 하늘을 향한 도약





나도 모르게 의식을 잃었었나 보다.

눈을 뜨고 보니, 난 사고 현장이 아닌 병원에 누워 있었다.




"괜찮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내려다 보며 묻는 쿄우짱의 얼굴이 보인다.

순간 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쿄우짱이 아니라, 리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안이가 너무 보고 싶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리안일, 어떻게 보리....




"매니저 언니랑 유작가님은??"




설마 하니, 어떻게 된 건 아니겠지??




"괜찮아. 두 사람 다 무사해..

다만....."




말 끝을 흐리며 얼굴이 약간 어두워 지는 쿄우짱.





"다만????"




"..두 사람 다 며칠 입원해 있어야 한대.

매니저는 등의 상처가 심해서 수술을 끝낸 상태고, 유작가님은 화상때문에

입원 치료후 남는 상처는 수술해야 한대"




순간 온 몸의 힘이 풀렸다.

나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나만 아니었으면 유작가님이 화상을 입을 일도 없었고, 매니저 언니가

유작가님을 구해주다가 등에 상처를 입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괜히 나 하나 때문에 두 사람 다...




"지금 어디 있어???"




"두 사람 다 같은 병실에 있어"




"나 가볼래!"




난,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그러자, 나를 저지 하며 막는 쿄우짱.




"안 돼, 의사말이 넌 조금 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

괜히 움직이다가 후유증이 더 커질 지도 모른다구 말야"




"갈 거야"




쿄우짱을 밀치며 병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내가 강력하게 말해서 일까. 쿄우짱은 그냥 힘 없이 나를 보내 주었다.

쿄우짱 역시 나를 위해서 하는 소리란 건 알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나만 생각 할 수 있겠는가.



덜커덕-


문을 열고 들어 서니, 침실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 왔다.

나를 본 매니저 언니가 반가운 얼굴로 말을 했다.



"설화야! 기절했다더니 일어 났네!"




"언니...."





온 몸에 상처 투성이인 매니저 언니를 보니 가슴이 아프다.

그럼에도, 내게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걱정 안하게 하려는 매니저

언니가 너무....고맙다.





".....괜찮아...?"




"걱정 마. 이 정도 쯤이야 뭐!! 네가 별로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지!"




"...하지만...."




"..괜찮아. 괜찮으니깐 그런 표정 짓지 마"





싱긋 웃으며 말하는 매니저 언니.

그렇게 등을 난도질 당했는데, 괜찮을리가 없다.

나 같으면 분명 고통을 참지 못했을 건데, 너무 태연하게 말하는

매니저 언니를 보니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어라...울보 공주님 눈물샘 또 터졌네!"





"놀리지 마아아...."






내가 울면 매니저 언니 마음이 무거울 거란 걸 잘 알기에

애써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설화야....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거야.

오늘 일도, 그냥 좋은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우리 웃자.

이봐.. 좀 다치긴 했지만 모두 무사하잖아. 그럼 된 거야.

그러니깐 주저 앉지 말고 다시 일어서서 앞 만 보고 걸어.

그게 지금 유작가님과 나를 위하는 길이야"






매니저 언니의 말에 옆에 있는 유작가님도 동조를 하며 입을 열었다.






"설화양. 매니저 말대로, 앞으로 촬영 계속 열심히 하면 되는거에요.

그래서 모두가 놀랄 만큼의 멋진 드라마 만들어서 보여주세요.

비록, 난 더 이상 촬영에 직접적인 관여는 못하겠지만...

상처가 아무는 대로 돌아 가서 모두를 지켜볼테니.....설화양...

힘내세요......."





유작가님의 따뜻한 배려에 마음이 찡하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나를 좋아하는 유작가님이 아니라...

작가와 배우로서의 교감이 통하는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너무 고맙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줘서....

한 번더, 높은 하늘을 향해 도약할 수 있는 힘을 내게 줘서....






"설화야. 몇달간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네 매니저를 하겠지만,

그래도 항상 내가 네 옆에 있단 건 잊지마.

그리고, 꼭 돌아 갈게. 우리 미소녀들 곁엔 내가 있어야 하니깐.

안 그래?"





찡긋 윙크를 하며 말하는 매니저 언니.

너무 감동적이다.

그래서, 난 새롭게 다짐을 하며 힘차게 대답했다.




"네!!"





모두를 위해서라도, 저 울지 않을게요.

그래서 세상에 보란 듯이 강인해 질게요.

어떤 위험한 풍파와 태풍이 몰아 친다 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희망을 가진 사람이 될게요.





...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홀로 피어 있는 예쁜 꽃 앞에 앉아 있다.

그리고 그 뒤로 한 어른남자가 다가섰다.


'아이야. 아이야. 넌 무얼 하고 있는 거니?'


'...예쁜 꽃에게 물어 봤어요. 넌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울지 않고

잘 자라느냐구요..'


'응?'


'전..항상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 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꽃을 보니깐 부끄러져요. 그래서...이젠 저도, 다른 사람이 될 거에요.

이 꽃처럼 혼자서도 기죽지 않고 예쁘게 꽃잎을 피워낼 수 있는

...훌륭한 어른이 될 거에요...'



'아이야. 이 꽃처럼 아름답고 똑똑하구나..이름이 뭐니?'



'....설..화.......류 설화요.....'



<<아주 오래 된 story>>



* * *





난, 매니저 언니와 유작가님이 입원한 병실을 나와 걸었다.

그런데 그때, 등 뒤로 누군가가 나를 꽈악 껴안았다.

깜짝 놀라 고함을 지르려다가 익숙한 향기와 익숙한 음성에

코가 마비 되고, 귀가 자극 받아....가만히 멈춰 버렸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류설화....."




나지막하게 흐느끼는 남자.



"리안아!!!"



난 몸을 뒤로 돌아 리안일 와락 껴 안았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나약하게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깐.

남에게 기대어 내 나약함을 묻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깐.

그래서 난 울지 않는다.





"어떻게 온거야???"



예상치도 못한 리안이의 등장에 난 궁금해 하며 물었다.




"바로 이야기 듣고 날라 왔지.

아무리 일이 바빠도, 어떻게 그냥 기다려.

...내 심장이 이렇게 쪼그라 져버렸는데...."




"리안아.."




".....널 보고 나서 다시 내 심장이 뛴다. 류설화"





내 두눈을 똑바로 쳐다 보며 말하는 리안이.

눈빛 하나 하나에 나를 진심으로 걱정한 리안이의 마음이

담겨져 있어서 내 마음이 짠-하다.



"리안아, 너무 보고 싶었어!!"



"나도야"



내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하는 리안이.




"아까 밑에 보니깐 기자들 많이 몰려와 있던데, 일단

다른 데로 가자"




"응!"





리안이를 따라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밑에 내려다 보니 차량들 장난 아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몰려든다.

아마,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서 나타나는 모양이다.

여태까진, 출입 통제 되어 있었을 테니 말이다.





"..얼굴에...상처났네?"




내 얼굴을 쳐다보며 말하는 리안이.

아마 살짝 긁힌 정도 일거다.

그래도 리안인 큰 일 인것 처럼 나를 바라본다.

그 모습에서 리안이가 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 나보다도 매니저 언니랑 유작가님이 큰일이지"




"들었어. 나중에, 내려가서 한 번 봐야지.

그나저나, 네가 불안해서 못살겠다. 또 촬영하다가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닌가 싶어서"




"..괜찮아.. 설마 또 무슨 일 생기겠어.

오늘 일은 부주의 해서 그런 것일테니깐, 앞으로 주의 하면 되지.

그리고......이렇게 된거, 더 악착같이 연기해서..

꼭 좋은 성과 이룰 거야.

그게 내가 모두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이니깐"





내 말에, 리안이는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봤다.

그리곤 내 머릴 살짝 쓰다듬어 준다.




"너무 많이 크지는 마라.

...내게도 네가 기댈 수 있는 공간은 있으니깐.

언제든 힘이 들면, 내게 말해...

.....내가....충고해 줄테니.."





"응. 리안아. 고마워"




"한 마디 더해야지?"




씨익 웃으며 말하는 리안이.

풉... 아무튼....



".....그리고...사랑해"




그러자, 리안이는 내 대답에 만족을 한 듯 나를 꼬옥 껴안는다.

아주 소중한 인형을 품 안에 안 듯이...




"오늘 일은 그냥 잊어 버려...

...알았지?"



"응.."



"류설화..."



"응?"



"....네가 만약에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다면...

내 심장 멎는다. 네 심장이 내 심장이고 내 심장에 네 심장이니깐...

......다시는....내 심장......아프게 하지 마라...

...다치지 마라........."





"...응..."






고마워 리안아.

항상 하는 이 말이지만, 그래도 항상 이 말 밖에 안 떠올라.

'고맙다' 라는 말이 가장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보답의 선물인 것 같으니깐 말야.


46화. 촬영 재개하다.



이틀 후에 촬영은 다시 재개 되었다.

화제사고가 있었던 터라 촬영장 분위기는 사뭇 가라 앉아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방송사에서 온 각종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촬영장은 시끌 벅적했다.

일본 방송사 뿐만 아니라, 한국 방송사도 포함되어 있다.

내 사고 소식을 접한 멤버들도 직접 촬영장을 찾아 나와 이야기를

나눈 후, 매니저 언니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떠났다.

이렇게 모두가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어서 고맙다.




"설화양. 이번 화제사고를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한국방송, mxc마크를 마이크에 단 리포터가 내게 물었다.

그리고 내 주위엔 다른 방송국 리포터와 기자들도 몰려 들었다.




"하마터면 큰 대형 사고가 일어 날뻔 했죠. 하지만 다행히 큰 참사

없이 일이 마무리 되었고...지금은 촬영장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아 있긴

하지만 곧 다시....처음의 열정 그대로 타오를 거에요. 저 역시도..

이번 일이 있었던 만큼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촬영 할 거구요.

꼭.....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드라마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 대답에, 많은 리포터들은 감동을 받은 듯 고개를 끄덕 끄덕였다.

그리고 옆에서 듣고 있던 감독님은, 대견스럽다며 살짝 어깨를

토닥여 주셨다.




"감독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이번엔 감독님에게 묻는 리포터.





"설화의 말대로, 이번 사고를 위기로 삼지 말고 기회로 삼아

..불 처럼...활 활 타오르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궁금해 하시는 만큼 좋은 드라마 만들어 곧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응원해 주십시오."





내 말과 감독님 말 때문이었을까.

스텝들은 정말 다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진 것 처럼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예전 보다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진 건 없었다.

출연자들 역시, 성의와 노력을 보이며 촬영에 임했다.





"유키하나...커 보이네"




쉬는 시간 중에, 쿄우짱이 살짝 옆에 와 물을 마시며 말했다.




"커 보인다구? 나 키 안컸는데"




"풉...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었는데"



"그럼?"




"처음엔 그저 너무 연약하고 여려 보여서 누구든지 널 지켜줘야 할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깐 너무 강인해 보이잖아. 그래서 커보여"




오오...

쿄우짱도 가끔은 감동적인 말을 할 줄 아는 구나.

새삼 다르게 보인다.




"고마워. 쿄우짱"



"고맙긴...내가 더 고맙다.

많은 걸 일깨워 줘서"



"..헤헤...."



"그래서 말인데...."



"어?"



"....그래서... 네가 날 안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 못하겠어. 너무 반짝 반짝 거려서...눈이 부시면서도..

계속 손에 쥐고 싶어"




나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하는 쿄우짱.

그리고는 돌아서서 휑하니 가버린다.

....물론 난 돌이 되어 그 자리에 경직되어 있다.

포...포기 하지 못하겠다니....

웬지...앞으로 각오하란 식의 선전포고로 들린다.

끄아아아아!!!쿄우짱!!!!!!







...

일요일이 되었다.

잠시 일본에 왔다가 바로 돌아 갔던 리안이, 다시 일본으로 왔다.

그리고 지금 내 촬영 현장에 와 있다.

물론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남자친구가 아닌 사장으로서 말이다.





"오...당신이 바로 그 유명한 천리안 사장이시군요..."




감독님이 리안이를 보더니 반가이 맞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연석 감독님"



"이거 영광입니다. 그런데 익히 듣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젊은 사장님을 만나니깐...놀라운데요..하하하..."




다들 리안이를 처음 만나면 하는 말이다.

남들이 보기엔 18살의 어린 나이로 사장이 되어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고 있는 리안이의 카리스마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그들 중에는 시기 질투 하는 어른도 있어 가끔 곱지 않은 말도

하지만..그때 마다 그 사람들은 리안이한테 한 방 먹었다.




"저야 말로, 이렇게 유명한 감독님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하하... 설화 격려차, 일본에 오셨나 보군요."



"네. 그렇기도 하죠.

그리고 곧 일본에 데뷔할 미소녀, 사업건에 관해서

일본 기획사 쪽이랑 이야기 나눌 미팅도 있고요."



"하하...바쁘십니다. 그럼...촬영 구경 잘하시고 가십시오..이만..."



감독님은 리안이에게 인사를 한 후, 다시 카메라 쪽으로 갔다.

지금은 내 촬영씬이 아니라 다른 연기자 촬영씬이라 난 좀 한가하다.




"좋은 분인 것 같군.."



리안이가 말했다.



"응 좋은 분이야. 패기와 열정을 다 가지신 멋진 분이지.

그래서 뭐...오케이 컷 받기가 어렵지만...."



"쿡....그 만큼 멋진 작품 하나 완성 되겠군"



"헤헤...."



"근데...저기서 나 째려 보는 녀석...

너랑 같이 드라마 찍는 주인공 맞지?"



그때, 리안이가 내 뒤쪽 누군가를 가리켜 말했다.

분명 쿄우 일 것이다.

하지만...리안일 째려 보다니.. 설마하니, 쿄우가 뭔가를 눈치

채거나 한 건 아니겠지?




"응.. 맞아. 이쿠라 쿄우야. 연기력이 아주 대단해"




비록, 날 힘들게 하는 요인이긴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오...그런데..설마하니, 저 녀석이랑 드라마 찍다가

눈 맞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분명 장난스럽게 농담식으로 하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순간 난 가슴이 뜨끔거렸다.

나야, 늘 정직하게 '당연히 아니지!!'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쿄우가 걸린다.

아니...정확히는 저번 그 선전포고가 걸린다.




"에이..그런 일 없어"




"당연하지. 그런 일 있음 저 녀석 죽고..나 죽는다"



"어? 왜 네가 죽어?"



"저 녀석은 너를 사랑한 죄로 죽고...

난....네가 내 심장을 가져갔기 때문에

죽는다."



너무나도 솔직한 감정을 담은 리안이의 눈.

평소 같았으면 감동적이어야 할 말인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리안이 한테 잘못한 건 없는데...

쿄우 하나 만으로 찔리다니...휴우...




"네가 죽는 일은 없을거야.

내가 살아 있는한, 천리안도 같이 살아 있어야 해. 알았지?"




"쿡...알았다. 이 욕심대마왕아"




"치이~!"




제발, 이 순간이 안 깨어지고 영원했으면 좋겠다.

....아주 단단한 보호막 처럼 말이다.






며칠 후, 우리 촬영팀은 일본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물론 아직 일본 촬영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중간에 있을 한국

촬영씬을 찍기 위해 온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일본 촬영씬은, 방송에 드라마가 나가고..

내가 일본에 데뷔하러 갈때 이루어 진다.

물론, 그럼 더 고단해 지겠지만 다행히 10부작인데다가...

일주일에 한 번 방송하는 거라 그렇게 빠듯하진 않다.




"유키하나. 이거 먹을래?"




자기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내게 내밀며 묻는 쿄우짱.

침이 흥건히 묻는 아이스크림을 보니...

절로 입맛이 떨어졌다.

그 날 이후론 항상 이런 패턴이다.

난 의미심장하게 받아 들여서, 뭔가 대담하게 다가온다거나..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사소한 것들로

다가섰다.



"안 먹어!"



"왜애?? 맛있는데~~ 유키하나 딸기맛 좋아한다며??"



"아냐! 초코맛 좋아해~!"



"칫.. 저번에, 초코맛 아이스크림 줄 땐 딸기맛이 좋다더니"




그거야, 당연히 먹다가 만 아이스크림을 주니깐 그렇지.


그때, 감독님이 다시 촬영에 들어 간다는 싸인을 보냈다.

이번 촬영 씬은, 내가 쿄우짱이랑 싸우다가 쓰러지는 씬이다.



"래디 액션!!!"



대본대로 점점 일그러지는 쿄우짱의 얼굴.




"수아!!! 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냥 그대로 한국에 가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무책임 해도 돼???"




"히데가 나보러 사라지라며.. 눈 앞에서 꺼지라며...!

그래 놓고는 여기까지 찾아와 내게 이러는 이유가 뭐야???

나..이제 히데라면 지긋 지긋 할 정도 싫어.

항상....내게...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주는 히데가 정말 싫다구!!!"



그러고는 갑자기 쓰러지는 나....

아주 실감난 연기를 위해 온 몸을 던지다 보니 바닥에 세게 머리를 박고

말았다.

하지만 아파도 어쩌리...

OK를 위해서 참아야지.... 히잉..





"컷!!!"






한국에서의 촬영은 내게 더 힘이 되는 것 같다.

팬들도 촬영장에 자주 찾아 응원해 주고, 나를 알고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있어서....너무 편안하다.




..

이날 촬영이 예상보다 조금 일찍 끝나, 난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로 향했다.

원래대로라면 쿄우짱이 촬영 끝나고 서울 구경 시켜달라고 난리 였는데...

...유감스럽게도 아직 쿄우짱의 촬영은 남아 있어서, 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어쩜 이리 기쁠 수 없다.

감독님. 알라뷰. 탱큐 소마취!


회사 입구에 들어서는데, 어디서 많이 익숙한 여자애가 걸어 나왔다.

바로 리나였다.

리나는 나를 보더니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꼭 못 올 곳에 온 것 처럼 말이다.




"여긴 웬일이래? 드라마 촬영은 안하고~"



비아냥 거리며 말하는 리나.

내가 듣기론, 리나 분명 나보다 한 살 어리다고 했는데..

너무 싸가지 없다.

게다가, 난 선배이기도 한 건데...공.경.의 공자도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여기 오던 말던 내 자유야.

여긴 내가 일하는 회사니깐"




그렇게 말한 뒤, 그냥 리나를 무시한 채 지나치려고 했다.

하지만 리나가 내 어깨를 잡으며 멈추게 만들었다.





"잠깐... 이야기 좀 나누지 그래?"




이야기라..

나랑 단 둘이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다고 그러는 걸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부터 뿜어져 나오는 불안감.

.....리나 저 애....

내 예상이 맞다면, 리안이 때문일 것 같다.



47화. 리나의 충고.




난 리나를 따라 빈 연습실로 들어갔다.

가자 마자, 양 팔을 딱 꼬으고 나를 거만하게 쳐다 보는 리나.

아무리 그래도, 내가 선배이고 나이도 한 살 많은데 이건 진짜 아니다 싶다.



"선배예우를 바라진 않을 게.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날 쳐다보진 마"




결국 한 소리 했다.

그랬더니, 기도 안 찬다는 얼굴로 콧방귀를 뀌는 리나.

대체 누가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지...

완전 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웃기지 마. 나 너 선배 취급 안 해.

어차피, 연예계란 정글과도 같은 곳이야.

내가 너를 뛰어 넘으면 돼. 아니.. 뛰어 넘을 거야.

그래서 널 특별히 대해 줄 필욘없어. 자동적으로

넌 내 밑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거든."




하.... 정말 안하무인이다.

만약 이 소리를 리사가 들었다면, 벌써 요절을 내고도 남았을 거다.



"말 조심 해. 함부로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지금의 넌 우리 기획사의 연습생일 뿐이야"



"연습생이라도, 최고의 스타가 될 끼를 가진 예비 스타지"




"......"




정말 저 말빨에 할 말이 없다.




"한 가지 충고할 게"



"..뭔데...?"



"천리안한테서 떨어져"




단도 직입적으로 말하는 리나.

나를 쏘아 보는 눈빛이 예사가 아니다.

마치, 들판 위에서 혀를 낼름거리며 먹잇감을 찾아 다니는

독사 같다.




"....너...리안이 좋아하니?"




이미 알고 있는 대답이지만 확인 차 물었다.

그러자, 가소롭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짓는 리나.





"당연한 거 아니야? 난, 내가 관심이 없는 일에는 아까운 시간 투자 안 해.

그래서 노래 부른거고, 춤 춘거야.... 그리고 이젠...천리안이 내 관심사야"




"...그런 건 나랑 상관 없어.... 내가 상관 있는 건 네가 아니라 리안이랑 나야"




난 또박 또박 말대꾸 했다.

아무리 대범하지 못한 성격의 나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까지 기를 눌릴 순 없다.

더더욱이........리안이가 관련 된 일에서는 말이다.



"흥. 웃기는 군. 너 따위 금방 리안이한테서 잊혀 질 수 있어.

그러니깐 넌 꺼져"



몸이 부들 부들 떨린다. 어쩜 이렇게 독설 적이고, 자기 이기주의일까.



"..넌..인간 되기 부터 글런 사람 같구나.."




내 입에서 나지막하게 흘러 나오는 말.

이미...내 정신과, 뇌가...온통 '분노'에 잠식 당한 것 같다.




"뭐어? 그럼 너 나 동물 취급 하는 거야??"



"동물을 너 처럼 비하 시키지 마"



"뭐??"



"넌.....이 작은 먼지 티끌 보다도 못 해.

....리안이한테 접근 해 보려거던, 그 성격 부터 고치는 게 어때?

리안인 너 같은 앨 아주 싫.어.하.거.든"



"이...이게"



찰싹-

뭔가가 아주 빠르게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아릿해 지는 내 감각.



"....정말...제멋대로구나...."




난 내 뺨을 부여 잡으며 리나에게 말했다.




"흥. 난 나대로 사는 방식이 있어. 그 방식 중엔, '내가 갖고 싶은 건

무엇이든 지 갖는다.' 도 있거든. 그래서 천리안도 꼭 가져야 겠어.

아주 유혹적인 상품이거든"



"상품?"



"그래. 나를 최대로 높혀줄 다이아몬드지"





더 이상은 나도, 터질 듯이 분출해 나오는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찰싹-

리나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러자, 깜짝 놀라며 뺨을 잡고는 나를 노려 보는 리나.

자신도 방금 전 내 뺨을 때려 놓고는, 자기가 맞았다는 사실에만 안중을 두는 것 같다.





"....리나....이번엔 내가 한 마디 충고 할게...

.......우리 리안일.....건들지 마...."



그렇게 말한 후, 난 돌아 섰다.

그러자 뒤에서 리나의 독살 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웃기지 마!! 웃기지 말라구!! 내가 포기할 줄 알고??? 너 후회 할 거야!!!

후회 할거라고!!!!!!!!!!!!!!!!"



정말이지...

끝까지 반성이라고는 모르는 인간이다.

...꼭 누군가를 보는 것 같다.

신쥬..

자신이 갖고 싶은 걸 갖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을 짖눌러 버렸다가..

결국 자신이 파멸 당하고 말았지 않았던가.

제발...리나는 신쥬의 전처를 밟지 않길 바란다.

적어도 이건 내 진심 어린 마음이다.



....

......


연습실을 나와, 엘레베이트에 타니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지며

벽에 기대었다.

방금 전 그 일 때문인지, 리안일 보면 마음이 많이 무거울 것 같다. 휴우.



덜커덕-!

문을 열고 사장실로 들어섰다.

그러자,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고 있던 리안이는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 촬영 끝났어?"



"응. 오늘 촬영할 내 씬은 다 끝났어. 대신 내일 이른 아침 부터 또 촬영이

있지만 말야."



"음....그런데, 밥은 제대로 먹는 거야??"



나를 싸악 훑어 보며 뭔가 불만에 찬 얼굴로 말하는 리안이.




"으..응.. 먹어"



"근데 왜 더 마른 것 같냐??"



"원래 이랬어~"


"아니야. 분명.......잠깐 있어 봐.."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오는 리안이.

그리곤 나를 꽈악 껴안는다.



"...음....팔이 더 잘 감겨.. 원래도 잘 감겼지만...

역시....살 빠졌어"


팔을 천천히 놓으며 리안이 말했다.




"살 빠지면 좋지 뭐. 일부러 다이어트도 하고 그러잖아~"



"네가 빠지면 좋긴 뭐가 좋냐! 처음 그 몸매를 유지하면 됐지!!

지금 이 상태는...내가 보기에 아슬 아슬 해.....뭔가를 좀 먹어야 겠다.

나가자!"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가는 리안이.

난.....리나의 생각을 잠시 하다가, 나를 잡은 리안이 손에 힘을 세게 줬다.

절대로 이 손을 놓지 않으리라...





....


다음 날.

어제 너무 늦게 까지 리안이랑 있었던 탓인지, 아침 일찍 나와서 촬영을 하려고

하니 너무 피곤하다.

사실 리안이가 그만 쉬어라고 했지만, 내가 계속 떼를 써서 새벽녘까지 밤 하늘의

어스름함을 구경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둘 사이에만 흐르는 정적이 너무 좋았다.

그 순간 만큼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움직이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유키하나. 얼굴 색이 별로 안 좋다.

어제 일찍 돌아 가더니, 제대로 안 쉬었나봐?"



쿄우짱이 날 보더니 말했다.

뭔가 말에 가시가 박힌 듯 하다.

무슨 딴 짓을 하느라 안 잤냐...식으로..



"그냥...좀..."



"치사했어. 유키하나. 혼자만 쏘옥 가버리고"



"그거야, 네 촬영이었지. 내 촬영은 아니었잖아"


"그래도!! 드라마 속 수아랑 히데는 앞으로 슬픈 사랑을

나눌 사이라고~ 두 주인공이 불쌍하지도 않아?

그러니깐 죽기 전까진 오래 붙어 있어야지~"



싱긋 웃으며 말하는 쿄우짱.



"드라마 속 주인공이 죽는 거지, 왜 현실 속의 내가 너랑 붙어

있어야 해? 말이 안 맞잖아~"



"노우 노우!! 내겐 수아나 유키하나나

마찬가지야~~"


"그건 쿄우 짱의 억지 논리이구~"



"그것 보다도 유키하나~ 오늘은 꼭 나 서울 구경

시켜줘!"




내 어깨에 살짝 팔을 걸치며 말하는 쿄우짱.

정말 쿄우짱은 스킨쉽을 잘하는 것 같다.

난 슬쩍 어깨를 빼 보려고 했지만, 쿄우짱의 우르는 팔 힘이

장난 아니다.-_-; 으앙.





"스케줄 끝나고 시간 없잖아"



"그러니깐 끝나는 대로"



"...피곤할거야.."




쿄우짱에겐 미안하지만, 절대 쿄우짱에게 내 빈틈을 내 보여선 안 된다.

안 그럼 분명 빈틈을 공략 하고 들어 올 것이 뻔하므로.




"...유키하나..... 그 사람이랑 함께 있는 건 안 피곤하고

나랑 있어 주는 건 피곤해?"



"그...그 사람?"



혹시, 쿄우짱이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가 쿄우짱한테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럼 다행이다. 그 상대가 누구인지만 모르면 소문이 나도 별로

염려가 없으니깐 말이다.



"그래. 유키하나의 남자친구"



"..으..응...."



리안이가 내 남자친구라는 건 절대 들키면 안 된다.

만에 하나, 이 일이 붉어지면 '사장과 소속생'으로서 사회에 큰 논란이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쿄우짱은 안심할 수 없는 상대기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좋겠다...천리안 사장은"




쿄우짱 입에서 흘러 나오는 저 말.

꺄아아아!!!!!!!!!!! 그럼 이미 다 알고 있었단 말이야???


48화. 쿄우와의 데이트.


"어...어떻게 알았어????"



놀란 마음에 재빨리 물었다.

그러자, 씨익 입가에 미소를 걸치는 쿄우짱.



"찍은 건데 맞네"




"뭐어!!?"



이럴 수가. 그럼 난 쿄우짱의 계략에 빠져 들었던 걸까?

이런 멍청한 류설화!!!!

'어떻게 알았어?' 가 아니라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해?!!'

라고 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후회 해도 늦었다. -_ㅜ



"...음... 꽤 쎈 라이벌이군.."



"근데 왜 하필 리안일 찍었던 건데?"



"그건..........우리 화제 났던 날 병원에 있었잖아.

그때 천리안 사장이 오더니 널 꽈악 껴 안는 장면을 목격했었어.

보통 사장과 소속생이라면 뒤에서 껴안진 않잖아.

앞에서 포옹하지"



방심했었다. 하필이면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쿄우짱이 보고 있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나저나...유키하나... 나 구경 시켜 줄 거지?"



"안...안 돼!"


"안...돼?.....음... 나도 이런 말 까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겠네"


"뭐...뭘??"



"...유키하나 만약에, 천리안사장이랑 너랑 사귄다는 소리가 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협...협박인 건가!!

쿄우짱, 치사 빤스가 하늘을 솟아 오른다.




"알았어. 알았어!! 오늘 촬영 끝나고 맞지??"




어쩔 수 없이 대답 해버리고 마는 나.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싶지만, 질긴 쿄우짱을 이길 수 없단 걸 잘 알기에

그냥 순순히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응. 그럼 오늘 기대할게.

탱큐. 유키하나"




손을 흔들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쿄우짱.

굉.장.히. 얄.밉.다.

그리고.......걱정이다.

쿄우짱이, 앞으로 리안이랑 내가 사귄다는 빌미로...무엇을 더 요구할 지 모르기

때문에, 벌써 부터 앞 날이 깜깜하다.

........휴우..........

이젠 쿄우짱한테 함부로 화를 낼 수 도 없고..






* * *




"자아, 오늘 수고 했습니다. 그럼 내일 봅시다."



촬영이 모두 끝나자, 난 작은 한 숨 부터 나왔다.

이제부터 쿄우짱이랑 데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리안이한테 미안해진다.

부디, 리안이한테 들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안 그럼 나 죽는다.-_ㅜ





"유키하나 가자~"



내 손을 잡으려고 하는 쿄우짱.

난 슬쩍 뒤로 내뺐다.



"잡으면 안 돼"



"왜?"



"이 손은 내꺼지만 내꺼가 아니니깐"



"그게 무슨 말이야?"



".......흠...그..그러니깐....오직 리안이만 잡을 수 있다고..."



이왕 들킨거, 나 아주 대담해져 버렸다. 하..하...

그런데, 쿄우짱은 내 말은 와장창 씹어버리고 그냥 손을 잡아 버린다.

또 내뺄려고 했지만 워낙에 집요한 관계로 붙잡혀 버린 거다.



"잡..잡지 마라니깐!"


"이건, 히데로서 잡는 거야. 그냥 지금 이게 드라마 촬영이라고 생각해.

그럼 손 잡아도 상관 없잖아. 안 그래. 수아야?"



...얄...미우래야...저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완전 최강 얄미움의 대명사는 쿄우짱일 것 같다.

어쩜 저렇게 항상 비정상 적인 논리를 현실에 적용시켜 사람을

황당하게 만드는 지, 그 재주가 아주 굿(good)이다.



"쿄우짱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가 해??"


"말로 만들면 말이지. 뭐야?"


또 입이 쩌억 벌어진다.

한 번 시작한 말싸움에서 누가 쿄우짱을 이길 까 싶다.

나 역시, 쿄우짱에겐 새발의 피라는 걸 알기에 그냥 ...

손 잡고 있기로 했다.

쿄우짱의 말대로 그냥 연기하는 셈 치고....수아로서 말이다.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음....나 63빌딩!!"


"...쿄우짱.. 거긴 문 닫았어!!"


"그럼 문 안 닫은 곳이 어디 있어?"


"이 시간엔 거의다 닫았을껄... 지금까지 영업 하는데라곤...

술집 밖에 없을 거야"


"영화관, 노래방, 등도 다 하잖아"




꼭 꼬투리를 물고 늘어지는 쿄우짱.

그렇게 따지고 들면, 세상 오만가지 일에 다 꼬투리를 잡겠다.



"유키하나! 나 그냥, 한강 구경 시켜 주라!"



한강이라..

하지만, 이 시간대에 남녀 둘이서 한강은 좀 위험한 것 같다.

꼭 쿄우짱이 그런 사람이라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믿을 인간도 아니라는 걸 알기에...-_-

경계해야 한다.




"우리 밝고 건전하나 곳에 가자. 쿄우짱."



"이 시간대에 밝고 건전 한 곳이 있어? 그리고 강을 불건전하게

보다니.....그렇게 보는 사람은 유키하나 뿐일 걸.."




내 말은 강 자체를 불건전 하다고 보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사람의 의도를 불건전하게 본다는 거였는데 말이다. 하핫....



...

결국 난 쿄우짱이랑 한강에 와버렸다.

특별히 이 시간대에 다른 곳에 갈데도 없고, 다른 곳이라고 해도 이 시간대라면

불건전한 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한강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와아...다리 많다"


한강 다리들을 쳐다 보며 감탄하는 쿄우짱.



"근데 쿄우짱...우리 언제 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



사실은 지금 이러고 앉아 있기 30분째다.

엉덩이에 좀이 쑤시고, 안 그래도 피곤한 몸...더 졸린다,


"유키하나... 사실은 말야...나 너랑 아주 닮은 앨 알고 있어"



갑자기 씁쓸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하는 쿄우짱.

나랑 닮은 애라....



"누군데?"


"내 첫사랑"



그 닮은 애가 첫사랑이라.....

쿄우짱 바보. 아무리 내가 잘 속아 넘어 간다고 하더라도, 이런 말까지

속아 넘어갈 바보는 아니단 말이다.



"쿄우짱. 그건 남자들이 여자 꼬실 때 쓰는 방법이잖아"




"아니야~ 진짜야!"



내 말에 정색을 하며 말하는 쿄우짱.

그래도 못 믿겠다. 워낙에 표정 연기를 잘하는 쿄우짱인지라 지금 저 표정도

거짓일지 모른다.



"난 안 속아~"



"으악... 남자의 순정을 짖밟아 버리다니...

나쁜 유키하나"



역시, 진지성이 결여 된 걸 보면 거짓 말이 없음이 틀림없다.




"쿄우짱은 항상 진지하지가 못해"



"..진지...?"



"그래. 항상 모든걸 얼렁 뚱땅 넘겨 버리고.

쿄우짱 마음대로 해버리잖아."



"그럼 한 번...진지해져 볼까?"




갑자기 진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는 쿄우짱.

그리곤 천천히 내 얼굴로 가까이 다가온다.

헉.. 순간 깜짝 놀라 내 눈을 동그랗게 떠졌다.




"쿄...쿄우짱...뭐하는 거야!!!!"




"진지해져 보라며? 난 키스할 땐 아주 진.지.해.지.거.든."




싱긋 웃으며 말하는 쿄우짱.




"안 돼!! 하...하지 마!!!!"



"이미 날 자극했어.. 유키하나가..."




더 가까이 다가오는 쿄우짱의 얼굴.

순간 난 머릿속이 새 하애지면서 나도 모르게 쿄우짱을 세게

쳐버렸다.




"어..어..어!!!"



풍덩_!!

그만 강변에 빠지고 만 쿄우짱.

난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쿄우짱은 수영을 못 하는지 허우적 거리며 점점 빨려 들고 있었다.





"쿄우짱!!!!!!!!!!!!!!!!!"

48화. 경사스러운 일




"..으...으업.........."





쿄우짱의 입으로 계속 물이 들어간다.

이거 큰일이다.

나도 수영 못하는데, 119라도 불러야 되는 걸까.

난 얼른 핸드폰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졌다.

그런데 꼭 이런 때일 수록 찾기 힘들다.




"빨리..빨리...빨리..."



난 초조한 마음에 발까지 동동 거리며 가방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서운 마음에 눈물이 조금씩 떨어져 나왔다.

혹시라도 나 때문에 쿄우짱이 죽는 다면, 어떻게 될 지...

끔찍했다.



그때, 갑자기 내 발 목으로 차가운 것이 느껴졌다.



"으악!"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데, 내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쿄우 짱이었다.

입가에 씨-익 미소를 띠우며 물 속에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쿄우짱.




"쿄...쿄우짱!!"



어떻게 된 걸까. 분명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빠져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멀쩡하다.

설마...쿄우짱, 날 놀린 건가?




"우와. 유키하나 입술이 시퍼래.. 원래는 내가 시퍼래야지 되는 거 아닌가?"




물 속에서 빠져 나와, 내 입술을 보곤 놀리는 듯이 말하는 쿄우짱.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 치면, 재미있을까?

순간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쿄우짱 그만 해!!"




"..유...유키하나?"



"수영 할 줄 알면서, 왜 못 하는 척 했던 거야??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나 때문에 혹시라도 쿄우짱이

잘 못 될까봐 얼마나 무서웠는데..

쿄우짱은 사람 목숨가지고 남 놀리는 재미있어??"




파르르르 떨리는 입술로 쿄우짱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멍하니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쿄우짱.



"유...유키하나..난 그저..."



"다음 부터는 절대 이런 장난 하지 마!!

하나도 재미 없으니깐!"



난 그렇게 화를 낸 후, 쿄우짱을 두고 돌아서서 와 버렸다.

어쨌든 애초에 잘 못한 건 나 지만, (쿄우짱을 밀었기 때문에)

쿄우짱에게 너무 화가 난다.

정말...요즘 기분 최악인 것 같다.

어제 리나의 일도 그렇고..... 휴우.





* * *




다음 날. 촬영 현장에 가니 아직 쿄우짱은 오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이 시각에 도착해야 정상인데, 늦은 거다.

혹시라도, 어제 내가 화를 내서 그런가...약간 마음이 불편해 졌다.




"이런 큰일 이군"



감독님이, 전화를 끊더니 곤란한 얼굴로 중얼 거렸다.




"무슨 일이세요?"



내가 물었다.



"쿄우군이, 글쎄...촬영장에 나오다가 쓰러졌다는 거야..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감기 몸살이라고 하루 입원해야 한대.."



"...감...감기...몸살요....?"



나 때문이다.

어제 내가 쿄우짱을 물에 빠트렸기 때문에, 감기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아무리 여름이라 하더라도, 요즘엔 일교차가 심해져서 그 시각엔 물이 아주 차가웠음이

틀림없다. 게다가 요즘 일이 너무 힘들어서, 몸살기도 있었을 거다.

...몸의 상태가 최악인데다가 물에 빠졌으니.....

갑자기 쿄우짱에게 미안함이 몰려 들었다. 어젠, 그저 쿄우짱의 장난에 화가 나서...

화만 내고 돌아서 와 버렸는데, 쿄우짱의 몸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때문에 일어난 일인데...챙겨줬어야 했다.

휴우.




"그럼 촬영은 어떻게 되나요?"



"오늘은, 그냥 쿄우군 빠지는 씬만 찍어야 겠어"



"네에..."



나중에, 병문안 가봐야 하는 걸까?

역시..가봐야 겠지?




드르르르르르-

그때 내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어 보니 리안이에게서 온 전화 였다.



"응"


전화를 받았다.


[지금 촬영장 이야?]



"응"


[오늘, 남는 시간 없어?]



"잠깐만...."




난 전화를 내리고, 감독님에게 물었다.



"감독님, 오늘 촬영 언제쯤 끝나요?"



[음....설화양은....오전이랑 오후 내내 촬영이 있고..저녁...7시 쯤에서 10시까지

시간이 비겠어. 나중에 10시 쫌 넘어서는 밤 촬영이 있거든]




"네에. 감사합니다."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대었다.



"8시쯤에...."




감독님은 7시라고 했지만, 잠깐 쿄우짱 병문안을 가 볼 생각으로 거짓말 했다.

물론 리안이한테 사실대로 말해도 되지만, 그랬다간 어제 쿄우짱이랑 단 둘이

한강변에 간 것 까지 나올까봐...숨길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럼, 8시 쯤에.....회사 앞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 게]



"응. 알았어"



전화를 끊고서, 얼마 후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7시가 되었다. 하지만, 촬영이란게 언제나 딱딱, 시간에 맞추어 끝날 수 없는 일.

그만 어쩌다 보니 7시 반이 되어서야 촬영이 끝났다.

난 서둘러, 쿄우짱이 입원해 있다는 병원으로 향했다.

거기서 볼일 30분을 보고, 리안이에게로 가야 한다. 하지만 교통 시간 까지 계산해야 하니..

불가능 할 것 같다.

난 얼른 리안이에게 전화를 걸어 한 30분 쯤 늦을 것 같다고 했다.



[알았어. 그럼 8시 30분에 봐]



"응"



...


잠시 후,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곤, 안내 데스크에 가 쿄우짱이 입원해 있는 병실을 물었다.



"301호입니다."


"네. 감사드려요"



인사를 한 후, 쿄우짱이 입원해 있다는 301호로 향했다.

물론, 쿄우짱에게 줄 음료수도 사들고 말이다.

덜커덕-

살짝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다행히 쿄우짱 혼자 누워 있었다.




"유키하나!"



나를 보더니,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는 쿄우짱.



"괜찮아?"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그러자, 씨익 웃고는 뽀빠이 처럼 알통을 보여주는 쿄우짱.

(물론 근육질은 아님-_-)



"나 멀쩡해"



"...치이...쿄우짱 바보"



웬지, 나 때문에 아프면서도 안 아픈 척 하는 쿄우짱이 바보 처럼

느껴졌다.

쿄우짱에게도 그 만큼의 배려란 게 있는 가 싶어 놀라기도 했다.




"매니저랑 유작가님은 만났어?"



쿄우짱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 병원에 매니저랑 유작가님도 입원해 있다.

우리가 한국에 돌아오면서, 둘도 같이 옮겨 온 것이다.

..리안이랑 약속한 시간이 빠듯하긴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두 사람을 안 만나고

가면 죄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 잠깐 두 사람 좀 보고 올게!"



"그래. 그럼 또 와야 해!"




당부 하듯이 말하는 쿄우짱.

뭐...빠르게 두 사람을 보고 온다면, 또 쿄우짱을 보고 갈 시간은 될 것 같다.





"알았어!"



그렇게 대답한 후, 난 매니저 언니랑 유작가님이 입원해 있는

병실로 갔다.


덜커덕-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 사람 다 나를 반갑게 맞이 했다.

어쩜, 일본에서도 같은 병실에 입원하더니 한국에서도 같은 병실에 입원 할 수 있는 걸까

싶다.




"설화야~ 드라마 촬영은??"



"지금은 시간이 빠져서, 잠시 나온 거에요"



"아하, 잘 하곤 있어?"



"네"



내 대답에, 매니저 언닌 꽤나 흡족한 얼굴이다.




"나도 곧 퇴원 할 것 같으니깐.. 걱정 마"



"와아...다행이에요!"



"응...현진씨도 곧 퇴원할 거구.."




두 사람다 곧 퇴원한다고 하니깐 너무 기쁘다.

근데...잠깐만...

분명 매니저 언니 유작가님 부를 때 이름 말고 '유작가님'이라고 불렀었는데

그 사이에 '현진씨'라고 부른다.

아마, 함께 입원해 있으면서 꽤 친해진 모양이다.





"아...설화야.. 축하해줘야 할게 있어!"




즐거운 표정으로 말하는 매니저 언니.

이 상황에서 축하해 줘야 할 거라니...?




"뭔데요??"



"그게......"



약간 얼굴을 붉히는 매니저 언니.



"언니...?"



"...나랑.....현진씨랑 사귀기로 했어.."




"..정...정말요..?? 우와!!"



두 사람이 사귄다니.....

정말..... 잘 됐다.

유작가님을 보니, 유작가님도 부끄러운 듯 살짝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그게....미나씨랑 함께 있다 보니.. 미나씨의 따뜻한 마음을 많이

느끼게 되었어. 그리고 날 위해...대신 천장 조각에 맞아 주기도 하고...

...정말.........미나씨라면.....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유작가님이 말했다.

아마도 매니저 언니의 진심을 느끼게 된 것이겠지?

정말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헤헤... 두 사람 다 너무 축하드려요!!!

꼭 예쁘게 잘 사귀길 바랄게요."

50화. 쿄우짱의 경고.



매니저 언니랑, 유작가님 병실에서 나와 시계를 보니 어느새

8시 30분이 넘어 있었다.

빨리 나올 생각이었지만,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리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버린 것이었다.

드르르르르르-

핸드폰이 울려댔다.

발신자를 보니 리안이였다. 아마도, 내가 오지 않아서 전화를 하는 것 같다.




"응. 리안아!"



[어디야?]



"나, 지금 가고 있는 중이야!! 조금만 기다려!!!"


[알았어]



전화를 끊고서, 난 쿄우짱이 마음에 걸렸지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리안이를 생각하니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쿄우짱과의 약속을 어기고 말았다.



...
.....




택시에서 내리니, 리안이는 회사 앞에 서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시간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처음엔 8시였다가, 또 8시 반으로 바꾸었다가, 결국엔 9시에 도착하니깐..

리안이한테 조금 미안하다.



"왜 이리 늦었어?"



"아...차가 좀 막혀서"



"그래?"




약간은 의심적은 눈초리로 쳐다보는 리안이.



"진...진짜야!!"



"알았어. 알았어. 자 가자"



"어딜 갈 건데?"


"따라 가 보면 알아"



리안이는 무작정 날 차에 태워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해서 도착한 곳은 리안이네 집이었다.



"들어와"



날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리안이.

그리곤 계단 앞에 서서, 내 눈에 안대를 씌웠다.



"이게 뭐야??"



"잠깐만 끼고 있어 봐"



대체, 뭘 보여 줄 거길래 이렇게 눈 까지 가리는 걸까.

웬지 막 두근 두근 기대된다.

리안이의 손에 의지해 조심 조심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어느 방 안으로 발을 조심스레 들여 놓았다.



"자 여기 앉아 봐"



리안인 날 의자에 앉혔다.




"으..응..."


"잠깐만................자아..이젠 안대 벗어도 돼"





리안이의 말에, 난 천천히 안대를 벗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 온건 하얀 그랜저 피아노랑 그 앞에 앉아 있는

리안이었다.

이 방은 분명, 그때 리안이가 피아노를 치던 그 방이다.


"♬~♪♩♪ ♭ ♬"

잠시 후, 리안인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아주 감미로운 음악..........

처음 듣는 연주 곡인데, 내 마음 속의 심금을 울릴 정도로 신비로웠다.




"어때?"



피아노 연주가 다 끝나고, 조심스레 묻는 리안이.

당연히 난,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짝짝짝-


"너무 좋아!!! 이거 누구 곡이야??"



"내 곡"



방금 그 곡이 리안이 곡이었다니, 굉장히 느낌이 묘하다.



"우와. 대단해"



"당연하지. 이거 만들고 너한테 제일 먼저 들려 주는 거야"



피식 웃으며 말하는 리안이.

일(1)..이란 숫자가 부여하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라이벌인 상대에게는, 우월감을 느끼겠지만...사랑하는 사람에겐,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낀다.



"정말 좋은 곡이야!!"



"다행이다. 사실 이 곡 너에게 주는 곡이거든"


"응?"


나에게 주는 곡이라니..

그럼 '세레나데'랑 비슷한 의미인걸까?



"2집 때, 앨범에 수록 될 네 솔로곡이야. 2집 컨셉은, 각각 멤버들의 노래를 한 곡씩

담고, 타이틀 곡 한 곡을 담는 거거든. 물론 다른 멤버들 노래는 다른 사람이

작곡 작사하겠지만....네 노래 만은, 내가....선물 할 거야"



감동적이다.

그 어떤 선물 보다도, 리안이의 마음이 듬뿍 담겨져 있어서..

듣는 것 만으로 가슴이 벅차 오른다.



"..리안아......"



"작사도 직접 하는 중인데.. 워낙 글 쓰는 데는 소질이 없어서...

조금 늦어 질 것 같아. 하지만...100% 내 정성이라는 건 기억해라"




"당연하지!!!! 웬지 가슴이 두근 두근 거리고, 막 기대돼!!!"




"훗..... 그럼 다시 자리에 앉아 봐"



"응"



리안이의 지시대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리안인 또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다른 곡인데, 꽤 귀에 익은 곳이다.



"..이 곡은 뭔지 알겠어?"




연주를 끝낸 리안이 물었다.



"아니.. 잘은 모르겠어. 근데 귀에는 익어"



"..이 곡은 말이야....."




"응? 뭔데??"




"너랑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쳤던 연주곡"




이 곡이, 처음 나랑 리안이가 만났을 때 연주했던 곡이라니..

내 기억 속엔 없지만, 뭔가 아주 아련한 기분이다.



"우와.. 리안이 기억력 좋다!

난 기억 못 하는 데..."




아주 오래전의 일이라도 , 너무 기억 못하는 내가

이상하기도 하지만...워낙에 덜렁거리고 잘 까먹던 성격이라서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사고 때문이라는 건 모름)



"....내가 기억력이 좋은 게 아니라..

네가 나쁜거야.."



"그렇지? 헤헤...

나 원래 좀 잘 잊어 먹잖아"



".....기...........다...."



"응?"



너무 조그맣게 말해서, 방금 전 리안이가 뭐라고 했는 지 모르겠다.




"아냐. 기억 못해도 상관 없어.

사람은 과거에 얶매이는 게 아니라,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거니깐.

난, 지금의 네가 내 곁에 있단 거에 만족 해"




"헤헤..리안아 고마워"




리안이에게 다가가, 뺨에 살짝 뽀뽀를 하며 말했다.

그러자, 피식 웃음을 짓는 리안이.



"고마울 것도 많다. 류설화"



"응. 난 많아"



"그럼 너도, 내가 너에게 고마워 할 만한 걸 만들어 봐"



"엥?"



난감하다.

난, 리안이 처럼 곡을 만들 능력도 기억해줄 능력도

아무것도 없다.

그러고 보면....생일 때도 그렇고, 항상 받기만 했다.

내가 리안이게게 해 줄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풋...뭐가 그렇게 진지하냐?"



내 이마를 살짝 튕기면서 말하는 리안이.



"아얏"



아무리 살짝 때렸다곤 해도, 약간은 찌-릿 거렸다.



"..애써, 무언가를 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

...나에겐, 너 자체가 ...'감사' 거든."



천천히, 내 몸을 감싸 오며 귓가에 속삭이는 리안이.

악마가, 마치 천사에게 무화과를 주며 달콤한 유혹을 하듯

기분이 몽롱해 지지만....

악마라도 좋다. 그 악마가 리안이라면 말이다.




"......리안아....."






『 사랑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 하나만 내 곁에 있으면 되는 거니깐요.

.....영원히 내 곁에 머무러 주기를 바라는게.......

...사랑입니다......』




* * *

리안이와 헤어져 다시 촬영장으로 향하는데, 핸드폰이 급하게 울려 댔다.

누구인가 싶어서 발신자 표시를 보니....쿄우짱이었다.

약간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키하나...]




아까 병실에서 만났던 목소리와는 달리, 나지막하게 가라 앉아 있다.

마치...성을 내기전 고요한 바다 처럼...

파도를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쿄...쿄우짱...아깐 미안해.....시간이..없어서...."




[......나..너 계속 기다렸어...

한시간이고.......두시간이고......

계속 네가 오기 만을 기다렸다고!!!]




"쿄...쿄우짱...."



[...천리안 사장 만나느라고 나와의 약속은

중요치 않게 여긴거지?]



"아..아니야... 어차피, 넌 만났고...또....리안이가 계속

기다리고 있어서......"



[....유키하나...천리안만 기다린 거 아니야.

나도 너 기다렸어. 내가 분명히 말했지?

꼭 다시 오라고.... 그러니깐 넌 알았다고 했어..

....유키하나 한 가지 경고할게.....

나.....이제 더 이상, 유키하나를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이 말은, 유키하나를 가지겠단 말이야..]



쿄우짱의 나지막한 저음이 내 귓가를 타고 온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쿄...쿄우짱!!!!!!!!!!!!!"



뚝-

전화를 끊어 버린 쿄우짱.

이거 큰일이다.


'나.....이제 더 이상, 유키하나를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이 말은, 유키하나를 가지겠단 말이야..'


라니......

앞으로 어쩌겠단 말일까.

..걱정되고, 두렵다.




잠시 후, 촬영장에 도착했다.

감독님이 나를 보더니, 뭔가를 내게 내민다.



"설화양...차 안을 정리하다가 누군가가 흘린 듯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는데...이거 설화양 맞지?"




난 얼른 사진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사진 속에는 분명 내가 있었다.

짧은 노랑 단발에, 개성적인 옷을 입고 있는 내 얼굴.

하지만, 이건 분명 내가 아니다.

난 이런 머리를 한 적도, 이런 옷을 입은 적도 없으니깐 말이다.




"...이....사진....저 아니에요....."


작가:아야쨩..♡(아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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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카페:http://cafe.daum.net/ayazang
(현재 2부 연재중)

불펌하시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응징을 해드리겠습니다.-_-+
그리고, 펌 문의는 메일로 하며 꼭 '퍼가시는 카페' 주소를 명시하셔야
합니다. 물론 허락맡은 후 퍼가셔야 하고요.

[음악타임]

우와 ㅇ ㅁ ㅇ 1빠다 > 0 <

[소녀의귀두]

2빠에요~~~ 너무 재밌어요

[진실한 사랑♡]

3빠/

[ㄲr슈양ㅅrㄹ6ㅎN]

사진속 주인공 쿄우짱의 첫사랑??

[ㅎJ덩ㅇIS2]

쿄우 원래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나빠져 버릴거야ㅜ_ㅜ 왠지 리나랑 쿄우랑 손 잡고 리안이랑 설화랑 떨어뜨려 놓을 것 같애ㅜ_ㅜ...........리나 완전 짜증나 짜증나!

[지대간지혜쟈-ㅇ-]

리나뭐야잉~ ㅠㅠㅠ

[『☆사탕요정★』]

저이거 결말 잘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