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부에 있는 유명 관광지 다낭은 한때 한국 관광객 사이에서 경기도 다낭시라 불렸습니다.
휴가철만 되면 다낭으로 줄지어 가는 한국인 관광객 숫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다낭 관광지 한복판에는 한국어로 된 간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다낭은 한국에 특화된 도시였습니다.
베트남 현지 매체 등에 인용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9년 다낭은 국내외 관광객 860만명을 끌어들인 것으로 나옵니다. 그중 한국인 방문객은 17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휴가철 다낭에 가면 '여기가 한국인가 베트남인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특히 다낭은 글로벌 여행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해변 25선에 이름을 올린 미케비치를 축으로 인터콘티넨털, 셰러턴, 노보텔 등 글로벌 호텔체인이 집결하며 가족여행객 중심의 한국인 관광객을 급속도로 빨아들였습니다. 게다가 편도 4시간 안팎의 짧은 거리, 비행기 티켓이 싼 LCC 라인의 밀집, 저렴한 현지 물가 등 이점이 더해져 한국인 눈길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다낭이 얼마나 '핫플레이스'였는지는 대기업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호텔신라는 2020년 6월 자사 최초 어퍼업스케일급 브랜드인 '신라모노그램'을 다낭에 처음 열었을 정도였습니다. 어퍼업스케일이란 상위 15% 럭셔리 호텔 바로 다음 등급의 고급 호텔을 말합니다.
호텔신라는 오션뷰를 갖춘 309개 객실을 배치하고 유아풀과 키즈풀, 패밀리풀과 어덜트풀로 나뉜 4개의 야외수영장을 설계했습니다. 제주신라호텔에서 쌓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부어 다낭을 글로벌 호텔 진출 도약대로 삼을 계획이었습니다.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한 해 200만명 가까운 한국인 관광객 일부만 유치해도 넉넉하게 장사가 될 것이란 계산을 세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베트남 항공길이 막히면서 지금 이 리조트는 휴업상태입니다. 롯데면세점 역시 다낭에 시내면세점을 열 계획이었습니다.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밀리고 있지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코로나19를 바라보는 베트남 정부의 시선이 달라지며 베트남 관광길이 본격 열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16일 베트남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입국 시 관광객에게 요구하던 '격리 조치 의무화'를 폐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 들어가는 외국인은 출국 전 72시간 이내에 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입국 후 격리 없이 활동할 수 있습니다. 출국 전 24시간 내에 신속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이 나와도 무격리 대상이 됩니다.
게다가 이에 앞서 베트남 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13개국에서 오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비자를 면제해주는 과거 혜택을 전격 부활시켰습니다. 여기에는 한국, 일본,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벨라루스, 러시아, 덴마크, 독일, 핀란드, 영국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 나라 국민은 비자 없이도 최대 15일간 베트남에서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습니다. 이제 베트남 관광을 가로막는 모든 절차가 사실상 해제된 것입니다. 여전히 베트남에서 쏟아지는 코로나 확진자가 적지 않지만 관광산업에 크게 의지하던 베트남 입장에서는 더 물러설 곳이 없었습니다.
비행 예약 플랫폼인 스카이스캐너 등에 따르면 올여름 휴가철 기준 '인천공항~다낭' 왕복 항공권은 최저 20만원 중반대에 나와있습니다. 항공길이 열리며 항공사마다 정기편을 부활시켜 항공료가 코로나19 발발 이전 수준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한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 시기처럼 다낭을 비롯한 베트남 관광지에 우르르 몰려가게 될까요. 그래서 한동안 잊혔던 '경기도 다낭시' 현상이 재현될 수 있을까요. 억눌린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터지게 될 올여름, 모든 것이 판가름 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호텔신라의 신라모노그램 다낭과 롯데면세점 다낭점은 본격적인 개점 준비에 들어간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