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권 6. 중인도[6개국] - 8
높이는 2백여 척이고 무우왕이 세운 것이다.
옛날 여래께서 이곳에서 6개월간 몸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空)하고 부정(不淨)한 것임을 설하셨다.
그 곁에는 과거 네 분의 부처님께서 앉거나 거니시던 유적이 있다.
또 여래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넣은 작은 솔도파가 있는데
사람들이 병에 걸렸을 때 지극한 정성으로 이것을 빙빙 돌면
반드시 치유되어 이로움을 얻는다고 한다.
큰 성의 동남쪽으로 백여 리를 가면 납박제바구라성(納縛提婆矩羅城)에 도착하게 된다.
이 성은 긍가하 동안(東岸)에 의거해 있으며 둘레는 20여 리에 달하고
꽃과 숲, 그리고 맑은 연못이 어우러져 서로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납박제바구라성의 서북쪽, 긍가하의 동쪽에 천사(天祠)가 하나 있는데
중각(重閣)의 층대는 그 솜씨가 뛰어나고 특이하게 만들어졌다.
성의 동쪽으로 5리를 가다 보면 가람이 세 개 나오는데
같은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 문을 달리하고 있다.
승도들은 5백여 명인데 이들은 모두 소승의 설일체유부를 배우고 있다.
가람 앞에서 2백여 걸음을 가면 솔도파가 있는데 이것은 무우왕이 세운 것이다.
기단은 비록 기울고 무너졌지만 여전히 높이는 백여 척에 달한다.
이것은 여래께서 옛날 7일 동안 법을 설하셨던 곳이며
그 속에 들어 있는 사리는 이따금 빛을 낸다.
그 옆에는 과거 네 분의 부처님께서 앉거나 경행하던 곳이 있다.
가람의 북쪽으로 3∼4리 가다 보면 긍가하의 언덕에 솔도파가 있는데
높이는 2백여 척이며 무우왕이 세운 것이다.
옛날 여래께서 이곳에서 7일간 설법하셨던 곳인데
그 때에 5백 명의 아귀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뒤에
아귀도를 버리고 하늘나라에 났다고 한다.
설법하셨던 솔도파 옆에는 과거 네 분의 부처님께서 앉거나 경행하셨던 유적이 있으며
그 옆에는 여래의 머리털과 손톱이 들어있는 솔도파가 있다.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6백여 리를 가다가 긍가하를 건너면
아유타국(阿踰陀國)[중인도의 경계이다]에 이른다.
2) 아유타국(阿踰陀國)
아유타국의 둘레는 5천여 리이다.
나라의 큰 도성의 둘레는 20여 리이며
곡식이 풍성하고 꽃과 열매가 매우 번성하다.
기후는 온화하며 풍속은 선량하고 순박하다.
복을 짓는 것을 좋아하고 학문과 기예에 열심이다.
가람은 백여 곳 있으며 승도는 3천여 명이 있는데
대승과 소승을 함께 공부하고 익히고 있다.
천사(天祠)는 열 곳 있는데 이교도들은 거의 없다.
큰 성 안에는 옛 가람이 있는데
이곳은 벌소반도(伐蘇畔度:vasubandhu)보살[당나라 말로는 세친(世親)이라고 하고
구역에서는 바수반두(婆藪盤豆)라고 하며 번역하여
천친(天親)이라고 하지만 잘못된 것이다]가 수십 년 동안 머물면서
대소승의 여러 논서들을 지은 곳이다.
그 옆에는 오래된 터가 있는데 이곳은 세친보살이
여러 국왕과 4방의 뛰어난 인재나 사문, 바라문들을 위하여
강의하였던 설법당(說法堂)이다.
성의 북쪽으로 4∼5리 가다 보면 긍가하의 언덕에 큰 가람이 있는데
그 안에 솔도파가 있다.
높이는 2백여 척에 달하며 무우왕이 세운 것이다.
이곳은 여래께서 하늘과 인간의 대중들을 위하여
3개월간 미묘한 법들을 설하셨던 곳이다.
그 옆의 솔도파는 과거 네 분의 부처님께서 앉거나 거니시던 유적이다.
가람의 서쪽으로 4∼5리 가다 보면
여래의 머리카락과 손톱이 들어 있는 솔도파가 있다.
머리카락과 손톱이 들어 있는 솔도파의 북쪽에 가람 터가 있는데
옛날 경부(經部)의 실리라다(室利邏多)[당나라 말로는 승수(勝受)라고 한다]논사가
이곳에서 경부의 『비바사론(毘婆沙論)』을 지었다.
- 납박제바구라성(納縛提婆矩羅城) :
범어로는 nava-deva-kula이며, 신천사(新天寺)라는 뜻이다.
지금의 Nohbatgang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또는 지금의 Kanauj의
동남쪽 35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Bangarmau의 약간 북쪽에 위치해 있는
Newal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 아유타국(阿踰陀國) :
범어로는 ayudh , ayodhy 라고 한다.
아유사(阿踰闍), 아유차(阿踰遮)라고도 음사한다.
난승(難勝), 불가전(不可戰)이라고 번역한다.
이 나라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첫째는 라마야나 등에서 보이는 Ayodhy 라고 하여
지금의 Oudh에 해당한다고 보는 설,
둘째는 실제의 지리상에서 방위나 거리를 정정하여 지금의 K k pur가 된다고 하는 설,
셋째는 『서역기』의 긍가하가 반드시 긍가의 본류(本流)에 한하는 것이 아니며
지류(支流)도 긍가하라고 부르고 있는 점으로 보아 (서역기)의 긍가하를
지금의 Gumti강으로 판단하여 이 도시를 지금의 Oudh라고 보는 설,
그리고 넷째로는 아유타의 경역(境域)을 대략 지금의 Fatepur 지방에 해당시켜서
그 수도를 Fatepur의 동남쪽 29마일 지점에 있는 Aphui가 된다고 하는 설 등이 있다.
행정(行程)으로 본다면 네 번째 설이 가장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 실리라다(室利邏多) :
범어로는 r r ta라고 하며 승수(勝受)라고 번역한다.
서인도 사람으로서 구마라라다(鳩滅邏多)의 제자이다.
경부(經部)의 학장(學匠)이며 동천축의 마명(馬鳴),
남천축의 제바(提婆), 북천축의 구마라라다(鳩滅邏多),
중천축의 용수(龍樹)와 함께 서천축을 대표하는 5대 논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지은 경부의 비바사론이라는 저서는 지금은 전해지고 있지 않다.
출처: 동국역경원 http://ebti.dongg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