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란이를 아세요?
손 들 필요는 없어요.
<법기 수원지>라는 팻말을 따라 산을 타고 빙글빙글 돌아와 보세요.
가도 가도 산뿐인데 여기에 무슨 사람이 살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계속 길을 따라 올라 오세요. 길을 의심하지 마세요.
태란이도 처음 이사 올 때 꼭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곧 마을이 보일 거예요.
그 마을 신작로를 따라 진주농원을 지나, 마을회관을 지나고,
버섯 하우스 네 동을 쭈욱 지나, 가장 안쪽으로 들어와 보세요.
허리가 굽은 소나무 세 그루가 지붕을 덮고 있는 집,
그 집에 사는 아이가 바로 태란이랍니다.
그런데, 동네 어른들은 태란이를 두고
“콘테이너 딸아, 학교 가나?"
“콘테이너 딸아, 엄마 계시나?"
그렇게 불러요. 태란이의 기분은 조금도 생각 않고 말이어요.
물론, 태란이 네는 일 년 전에 법기로 이사와서 컨테이너 집에 살고 있어요.
그렇다고 사람 이름을 놔 두고 ‘콘테이너 딸’이라고 부르면 누가 좋아할까요?
어른들은 좀 이상해요. 어쩔 땐, 이런 말도 들어요.
“쯧, 쯧, 쯧, 요새 젊은 엄마 아빠들은 이혼을 밥먹듯이 하고 말이야!
아이들이 얼마나 힘
이 들꼬."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인지 태란이는 전혀 알 수가 없어요.
하필 다 지나가기도 전에 어른들은 왜 이렇게 수군거리지요?
귓속말을 하려면 옆 사람 귀에 더 바싹대고 말을 하든가,
정말 궁금하면 태란이에게 직접 물어보든가 해야죠.
하지만, 이럴 때 태란이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어요.
눈을 약간 아래로 깔고 입술을 약간만 오므리고서는 할 말 없다는
식으로 고개만 까딱하고 인사하면 돼요. 왜냐고요?
그래야 어른들은 자기가 한 말이 옳구나 만족하고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답니다.
그 반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술을 꽉 다물고는 무언가 할 말은 많지만
참는다는 식으로 어른을 쳐다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세요?
“저 봐라, 저 봐. 어린 아가 상처를 입어서 영 버릇도 없다.
불쌍하기는…… 쯧쯧쯧." 그리고는 멀쩡하게 놀고 있는 자기 아이를
불러다가 괜히 바지를 세게 추어올려요. 태란이는 생각했어요.
어른들이 태란이가 충분히 힘들게 산다고 생각하도록 눈을 아래로 깔고,
입술을 약간 오므리는 게 낫지 괜히 나 때문에 다 큰 아이의 엉덩이가
바지에 끼어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되겠다 하고 말이예요.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집에 다 왔더라고요.
태란이는 마을버스에서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훌쩍 내렸어요.
사실, 오늘은 태란이에게 무척 특별한 날이거든요.
아침에 엄마가 버섯 하우스에 일하러 가기 전에 그러셨어요.
“태란아, 오후에 이삿짐 센터에서 오기로 했으니까 집 비우지 마라."
엄마는 일부러 무뚝뚝하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태란이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서요.
태란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네, 라고 대답했어요. 압니다.
태란이도 알아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태란이는 집 안에 가방을 놓자 마자 이장님 댁으로 뛰어갔어요.
닭장 안의 금계와 은계에게 모이를 주는 것도 잊어버렸어요.
엄마가 버섯 하우스로 일을 나가기 시작하고부터 오후에 모이주기는
태란이 몫이었어요.
하지만, 피아노 때문에 오늘 하루 수업이 얼마나 지루했게요.
혹시나 이삿짐 센터에서 벌써 와서 피아노를 가져갔으면 어떡하나,
만약 그렇다면 태란이는 죽어버리고 말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태란이는 금계와 은계도 오늘만큼은 모이가 없어도 닭장 안을
구석구석 뒤져서 부스러기라도 찾아 먹고 있을 것 같았어요.
태란이는 급하게 이장님 댁 창고 문을 열었답니다.
피아노!
피아노는 그대로 있었어요.
진한 고동색의 피아노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양파망 밑에서 태란이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왜 피아노가 창고 안에 있느냐고요?
동네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요.
태란이의 집이 너무 좁기 때문에 그랬어요.
컨테이너 안에 피아노가 들어갈 수 없어서 이사 오자 마자 이장님 댁
창고를 빌렸거든요. 벌써 이 년이 되었답니다.
태란이는 피아노 앞에 섰습니다.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었어요.
네모난 의자 속에는 태란이의 피아노 책이여러 권 있었답니다.
체르니, 쏘나티네, 명곡집……
태란이는 명곡집을 천천히 집어들었어요.
태란이는 사십오 쪽이 나오도록 피아노 책을 두루룩 넘겼어요.
<월광 소나타>는 태란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니까요.
의자에 앉아 마악 피아노 건반 위로 두 손을 올리는데 사진 한 장이 툭,
떨어졌어요.
아빠와 엄마, 그리고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 아기 사진.
안경 쓴 아빠가 아기를 안고 있고,
그 옆으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엄마가 아기의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이었어요.
세 사람 뒤로 청룡열차가 지나가고 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 날 지 아무 것도 모르던 이 아기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태란이는 그 동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들여다보았던 이 사진을
피아노 책 사이에다 끼웠습니다.
그리고는 곧 <월광 소나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창고 안에서 치는 마지막 연주가 되겠지요.
피아노는 오늘 아빠의 집으로 갈 거예요.
피아노 다음은 태란이 차례였어요.
판사 아저씨가 나무 망치로 땅땅땅 두드리며 그렇게 말했다네요.
태란이의 성씨가 ‘박’ 이어서 아빠를 따라가야 한다고요.
그리고 엄마는 가난하기 때문에 박태란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다고 말했대요.
어른들이 겨우 이 두 가지 이유를 찾는데 이 년이 걸렸어요.
이 년씩이나!
그동안 엄마는 신장염에 저혈압으로 몸이 약해졌어요.
이제는 자다가도 엄마의 신음 소리를 들으면 태란이가 솜이불을 꺼내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아요.
혈압이 낮아지면 몹시 추워지는지, 엄마는 추워, 추워 하셨거든요.
태란이가 아빠의 집으로 가고 나면 누가 장롱 문을 열고 솜이불을 꺼내
엄마를 덮어줄까요?
<월광 소나타>가 창고 안에 가득 퍼졌습니다. 얼마나 고요한지 몰라요.
컨테이너 안에서 엄마와 태란이가 꼭 껴안고 잠들 때,
멀리서 들리던 뻐꾸기 소리와 찰찰찰 쉬지 않고 흘러가던 개울물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아빠의 아파트에서도 이 평화로운 소리들을 들을 수 있을까요?
태란이는 피아노를 치며 엄마 생각을 했어요.
엄마가 버섯 하우스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납작한 참나무 조각을
톱밥에 묻는 일도, 금계와 은계를 키워서 파는 일도 모두 태란이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요. 태란이는 잘 알지요.
하지만, 태란이가 아빠의 집으로 가고 나면 엄마는 누구를 위해 일을 할까요?
태란이는 두 손을 정성스럽게 오므리고는 피아노 건반을 부드럽게
짚어 나갔습니다. 바로 어젯밤, 엄마가 태란이 귀에 대고 속삭일 때처럼요.
‘잊지 마라, 태란아. 너는 엄마와 아빠가 가장 사랑했을 때 태어난 생명이다.
엄마가 힘들었을 때 태란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몰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엄마는 영원히 너의 엄마다.’
태란이는 달빛이 비추는 호수와도 같이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도대체 태란이가 없으면 엄마는 누구와 다정하게 속삭일까요?
태란이는 피아노를 치다 말고 벌떡 일어났어요. 그리고는 집으로 달려갔어요.
무얼 잃어버린 사람처럼 급하게 뛰어갔어요. 금계, 은계!
그제사 퍼뜩 생각이 들었어요. 닭들이 태란이 마음을 알고 닭장 안을
구석구석 뒤져서 사료 부스러기라도 찾아 먹고 있을 거라는 건 터무니 없는
상상이잖아요.
태란이의 생각이 옳았어요. 금계와 은계는 황금색과 은색의 깃털을 땅에
그을리고는 어느새 둥지 안의 알을 쪼아먹고 있었어요.
“바보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알을 쪼아먹다니! 도대체 정신이 있어, 없어?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몰라? 배가 좀 고픈 것도 못 참느냐고?
좀 있으면 이삿짐 센타 아저씨들이 피아노를 아빠 집으로 가져 갈 거야.
너희들도 나한테 모이 얻어먹는 게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정신 차려!
엄마가 일일이 모이 주지 않더라도 알은 뜯어 먹지 좀 마, 제발 부탁이다."
태란이는 닭모이 줄 때 항상 중얼중얼 말이 많았어요. 그럴 수 밖에요.
태란이는 세상 모든 것과 얘기를 나누는 특별한 아이니까요.
엄마는 태란이가 커서 작가가 되면 딱 좋겠다고 하셨어요. 이유는 몰라요.
아무거나 잘 지어낸다는 뜻인가 봐요. 태란이는 문득,
오늘부터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태란이의 꿈은 어제까지 피아니스트였거든요.
그 전에는 애견 미용사, 그 전보다 더 전에는 학교 선생님,
더 전전 전에는 유치원 선생님, 스쿠버다이버, 야생동물 보호가,
떡장수, 고물장수, 영화배우, 개그맨……. 처음에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어요. 뭐 어때요.
꿈이 자주 바뀐다는 건 그 아이가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일 텐데요.
닭들은 열심히 모이만 쪼아 먹었어요.
오늘은 배가 고파서 아무 대답도 하기 싫은가 봐요.
그러고보니, 태란이가 없어도 엄마는 심심할 틈이 없겠다 싶었어요.
버섯 하우스 일도 바쁘지만 닭들이 알을 쪼아먹기 전에 엄마가 자주자주
모이를 주어야 하니까요. 다행이지 뭐예요!
쳇, 그깟 피아노가 뭐라고.
태란이는 금계와 은계에게 모이를 듬뿍 부어 주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때였어요.
신작로를 따라 트럭 한 대가 오고 있었어요.
태란이는 까치발로 내려다보았어요. 길에 부연 먼지가 날렸어요.
트럭은 곧장 이장님 댁 창고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답니다.
아, 아, 아!
태란이의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가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 도저히.
태란이는 트럭보다 먼저 이장님 댁으로 달려갔어요.
창고 문을 열고 피아노 앞에 앉았어요. 피아노를 치고 싶었어요.
어떤 곡이라도 그냥 열심히 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생각나는 악보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멍청하게 앉아 있었어요. 웅
성웅성 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죄송합니다, 이장님. 차가 밀려서 좀 늦었네예."
트럭 소리가 뚝 멈추면서, 낯설은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어요.
“여겝미더. 우리 창고가."
이장님 목소리였어요. 그러고는 바로 문이 열렸어요.
“하이고, 콘테이너 딸이 여게 있었네!"
그때까지도 태란이는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어요.
“꼬마야, 좀 비켜 줘야지 아저씨가 일을 하지!"
축구선수처럼 덩치가 큰 아저씨들이 피아노 가까이로 왔어요.
누가 모르나요.
그래도 태란이는 입을 꼭 다물고 있었어요.
피아노가 태란이에게 조금만 더 있어달라고 했으니까요.
“태란이 이제 아빠한테 가면 좋겠네.
심심하게 촌에 사는 것보다 도시 살면 재미날 텐데.
허허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장님은 태란이에게 그만 일어서라는 듯 웃어보였어요.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지요?
태란이가 도시에 살면 재미있을 지 없을 지 어떻게 알아요?
왜 마음대로 생각하나요? 아무리 아이지만 그 아이의 기분은 생각하지도
않고 웃기는 왜 웃어요?
“쟈가 눈은 커다랗게 해 가지고 고집이 좀 셉미다. 허허허."
“꼬마야, 아저씨들 시간 없다. 자, 김군아 땡겨보자."
아저씨들은 꼬박꼬박 태란이에게 ‘꼬마’라고 하더니,
피아노를 끌기 시작했어요.
피아노는 시멘트 바닥에 몸이 닿으니 기분이 나쁘다는 투로 끼익끼익 울어댔어요.
누가 알까요.
태란이가 피아노에게 얼마나 많은 말을 했는지.
엄마 아빠가 큰소리로 싸우는 날도, 아빠가 떠나간 날도,
엄마가 버섯하우스에서 늦도록 일하고 있는 동안에도 태란이는
피아노하고만 놀았어요.
태란이가 엄마 아빠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아무도 몰라요.
피아노만 알아요.
아저씨들이 피아노를 계속 끌고 갔습니다.
피아노는 끄르륵끄르륵 참 슬프게도 울어댔어요.
태란이도 울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태란이는 의자에서 마악 일어섰답니다.
이젠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아이쿠, 무거워라."
피아노도 이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다는 듯 털썩, 트럭 위에 얹혔어요.
태란이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피아노만 쳐다보았어요.
이장님이 창고 문을 세게 닫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트럭은 떠나갔어요.
도무지 말릴 수가 없었어요.
태란이는 끈끈이에 붙은 파리같이 가만 서 있기만 했어요.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태란이를 꼼짝 못하게 만들어버렸으니까요.
세상에는 태란이의 힘이 닿지 않는 것 투성이었어요.
“아, 아저씨! 잠깐요, 잠깐!"
이걸 어쩌죠? 갑자기 태란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요.
여태 잊고 있었다는 듯 쿵덕쿵덕 소리까지 내며 벌렁거렸어요. 사진!
“와 그라노, 태란아?"
이장님이 돌아나오며 태란이에게 말했어요.
“내 사진요! 내 사진 안 꺼냈어요!"
태란이는 발을 동동 굴렀어요.
트럭은 벌써 신작로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어요.
태란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요.
이제 가족사진은 엄마나 아빠에게는 귀찮기만 할 거예요.
사진이 주인도 없이 저 혼자 나뒹굴 것을 생각하니 태란이는 죽기보다
싫어졌어요.
아마 이장님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 것이 그때였을 거예요.
“있어봐라, 야야. 아, 여보세요."
태란이는 어느새 울고 있었어요. 아무리 태란이의 힘이 닿지 않는 것이
세상에 많다지만, 사진 한 장만은 태란이가 지키고 싶었어요.
태란이는 너무나도 슬프게 울었어요.
아무리 참아도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어떡해요.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된다고 했어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누가 그랬어요.
트럭은 곧 멈췄어요.
사진은 태란이 손에 들어왔답니다.
태란이는 컨테이너 집으로 걸어갔어요.
한 발 한 발 힘없이 걷고 있는데 문득 아주머니들이 깔깔거리는 소리 때문에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엄마가 버섯하우스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나 봐요.
저 멀리서 여러 명과 걸어오고 있었어요.
그 중에는 태란이 때문에 바지가 엉덩이에 끼어버린 아이의 엄마도 있었어요.
오늘이 어떤 날이라는 걸 엄마는 까먹었을까요?
엄마는 그 아이 엄마와 함께 웃고 있었어요.
태란이는 잠시 기가 막혀서 입을 조금 벌리고 말았어요.
태란이는 갑자기 슬퍼져서 집으로 막 뛰어가고 싶었지만 천천히 걸어갔어요.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태란이는 금계와 은계에게 물을 넘치도록 부어주고 나서는 일기장을 꺼냈어요.
벌써 열 장이나 썼는 걸요.
태란이는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나 봅니다. 당연하지요.
오늘 같이 슬픈 날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을까요.
세상에는 태란이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어요. 하지만, 또 이 세상에는
엄마와 태란이만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을 일기장에다 마지막으로 적었어요.
그리고 태란이는 곰곰 생각해 보았어요.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법기로 오는 길, 그 길을 따라 곧바로 오다 보면
엄마가 사는 컨테이너 집을 언제라도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
태란이는 잘 알아요.
길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지요.
그러고 나니까, 오늘이 왜 슬픈 날인지 이유를 까먹고 말았어요.
하품을 했더니 눈물이 나고 입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태란이는 이제 일기를 그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은 한 글자라도 쓸 말이 없었으니까요.
태란이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요?
그건 세상에서 가장 쉬워요.
내가 태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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