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럽게 우리 문화 지키기에 힘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국 것이 세계 최고'라는 공통된 믿음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악 음반만을 제작ㆍ감독(프로듀싱)한 국악전문 PD인 박승원 씨(40)도 그 중 한 사람이다.
94년 '국악의 해'를 맞아 서울음반에 제1호 국악전문 PD로 들어간 박씨는 그동안 국악음반 타이틀만 150개를 제작했다. 기악 성악 관현합주 창작국악 등서울음반이 내놓은 국악타이틀 230개 중 절반 이상을 그가 만들었다.
국악이 장사 안된다는 이유로 많은 국악PD가 일자리를 떠난 상황에서 그는 국내 유일한 국악전문 PD로서 10년째 아성을 지키고 있다.
박씨는 대학(서울예술대)에서 서양작곡을 전공하고 전자기타리스트로서 그룹사운드 활동을 했다. 연예인을 꿈꿀 만큼 국악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하지만 동서양 합주로 유명한 김희조 전 서울예대 교수(작고)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박씨는 서울예대 졸업 직후인 84년 단국대 국악과 1회생으로 들어가 국악작곡을 공부하고 거문고를 부전공했다. 졸업한 해인 88년 올림픽조직위원회 문화행사 간사를 맡아 국악프로그램을 주도했고 92~94년 충남국악관현악단에서 단원생활도 했다.
박씨는 "단원 활동을 통해 한정된 국악애호가를 만나기보다는 우리 음악을 좀더 알릴 수 있다는 희망에서 94년 음반사 공채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국악 매력에 대해 "국악은 음정 장단 박자 등에서 연주자 주관에 따라 표현을 달리할 수 있어 다른 음악을 포용하는 힘이 크다"며 "글로벌시대에 외국진출이 가능한 문화콘텐츠는 바로 전통음악"이라고 말했다.
박씨 계획은 전통음악을 총정리하기 위해 국악 전장르를 앨범 30장에 담는 것이다. 잘 팔릴 것을 기대하지 않지만 본인 세대에서 반드시 한 번은 정립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우리 음악을 수출하고자 기출시된 국악음반에 대해 국외 라이선스도추진할 생각이다.
박씨는 "국악을 접한 외국인들이 최근 우리 음악에 부쩍 많은 관심을 나타낸다"며 "한국인 중에도 국악애호인이 많아지고 있어 전통음악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