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지난 8월 전국의 숙박업체를 대상으로 정보화를 추진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번 사업은 정보화 타당성 평가와 사업자 공개입찰을 거쳐 지난 8월 18일 대우정보시스템㈜과 ㈜LG히다치가 컨소시엄의 형태로 공동사업자로 선정됐다. 문관부 산하의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사업을 주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총 3억 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중 2억 5천만원은 개발비로, 1억원은 연구비로 소요되게 된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일차적인 숙박업 관리 솔루션 프로그램 개발이 완료되며 이후 결정될 사업 방향에 따라 허브 사이트 구축이나 예약 시스템 연동 등도 진행돼 국가적인 숙박업 네트워킹이 형성될 예정이다.
국내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초 공사로 진행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관광정책팀장인 류광훈 팀장은 “숙박업 네트워킹에 대한 기존의 사업이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업체들을 끌어들이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사업은 ‘업체중심’의 사업”이라며 “우선적으로 국내 숙박 업체의 정보화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려 앞으로 이들을 바탕으로한 다양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라고 전했다. 즉, 사업체들의 정보화 역량을 끌어올려 이를 전자상거래와 연결지어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
현재 국내의 4만여 숙박업체중 10%만 이 시스템을 사용해도 4천개의 숙박업체의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5일제 실시와 삶의 질 향상 등으로 앞으로 관광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어느 산업 분야에 있어서도 큰 물결인 정보화가 유난히 숙박업에 있어서는 뒤쳐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그동안의 안내정보제공위주의 사업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하나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적인 지원방안은 현재 정해진 것은 없지만 계속적으로 고민해야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전반적인 방향과 대상 업소의 범위 등은 10월말이나 11월 중순 이전에는 정해질 전망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그는 우선적으로 개발될 프로그램은 “고객관리, 재고관리, 인사관리, 회계, 예약관리 등의 단위 모듈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각 업체에서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관리시스템은 등록·수정 등 고객 관리와 e메일 홍보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예약관리시스템은 온·오프라인 예약자·대기자 그리고 잔여실 현황 파악에 활용된다. 투숙관리시스템은 고객의 재·퇴실 및 숙박비 정산, 객실관리시스템은 객실의 사용빈도수 및 소모품과 비품의 현황을 파악할 수있다. 이밖에 구매·자재 관리시스템은 고정자산, 소모품, 기타 자산에 대한 견적 자료관리 및 입고자료 생성 등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화관광부 국민관광과의 고의수 사무관은 “이번 사업이 관광숙박업계 정보화 마인드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시스템이 구축되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온라인을 통해 숙박장소의 실시간 현황 파악 및 예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전국의 호텔과 모텔, 여관, 민박, 콘도 등을 아우르는 것으로 업체 자율적으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이용에 따른 비용부담은 없다.
업계, 당위성은 인정하나 업계의 필요에 맞는
솔루션 개발이 관건
아직은 사업의 방향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이번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은 대상의 범위가 명확치 않다는 것. 우선 특급 호텔을 비롯해 관광호텔의 경우에는 이미 내부 관리 시스템은 물론 예약망 역시 갖춰져 있어 이번 솔루션이 필요한 업체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업을 주체하는 입장에서도 특급 호텔들을 주요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모텔 및 여관들이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할 텐데 현 상황으로서는 이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듯 이들 업체들의 주 수입원은 대실에서 오고 또 이들 업소들의 객실 형태가 주로 더블 침대이기 때문에 트윈 침대를 선호하는 외국 관광객들의 기호에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또 업주의 인식이 아직까지 정보화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업에 대한 업계의 바람은 업계의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업체 스스로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9일에는 제 1차 연구협의회가 열려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김재걸 팀장은 “관광공사와 연관돼 진행되고 있는 호도투어의 이용률이 높은 것에서 보듯 숙박업의 전자 상거래의 필요성은 부각돼 왔으나 이제까지 크게 진전된 사항은 없었다”며 “중저가 숙박업체에서 어떻게 e-business환경에 적응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결국 중저가 숙박업체들의 여건 성숙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업체의 특성에 맞게 정말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개발돼 업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관광호텔업형회의 최현국장 역시 “숙박업의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e-business 환경 구축의 필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그러나 숙박업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 경영상의 차별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차별성을 고려한 표준화 작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직접 숙박업을 경영하고 있는 숙박업자들의 의견수렴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돼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차원에서 역할과 시장에서 주도해야할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대한숙박업중앙회 총무부장은 “월드컵시의 중저가 숙박시설 예약망 시스템인 월드인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황”이라고 한다.
그는 “월드인에 참여한 숙박업소들이 주요 수입원인 대실을 받지 못했던데다가 월드인을 통한 예약률도 저조하고 교육과 회의 등에 불려다니는 등 손해가 컸기 때문에 불신이 커졌다”며 “이번 사업의 경우도 실무적으로 얼마나 업체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회의가 든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무엇보다 이번 시스템의 유용성에 대한 업주들의 신뢰와 필요성을 끌어내는 것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숙박업계에 대한 정보화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것을 해결하는데 있어서의 여러 문제점과 해결해야할 점은 많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류광훈 팀장도 “현재 국내 숙박업계의 정보화 현황에 대한 실정파악 조차 거의 불가능한 점 등 개발에 있어 여러 이면적인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지했하고 있다”며 “업계와의 계속적인 의견조율과 방향 설정 등을 통해 최대한 업계의 필요를 충족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사업이 5년, 10년 뒤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7월달에는 정부가 숙박시설지원 등에 대한 특별법을 2005년까지 연장 적용하는 골자의 ‘관광숙박시설지원등에 관한 특별법’법률과 시행령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주요 개정안 내용은 관광호텔의 사업계획승인 및 변경승인에 대한 일괄심의를 위해 설치된 인·허가 일괄처리위원회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관련부서 협의결과 상충되는 의견이 있을 경우에만 동 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할 것, 학교보건법상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중 상대정화구역내에서의 객실영업을 위주로 하는 관광호텔의 건축 및 증·개축에 대해서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도록 할 것, 시한 만료되는 ‘관광숙박시설지원등에관한특별법’의 유효기간을 2005년 12월31일까지 3년 연장함 등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시행령 개정안은 여관, 모텔 등 지정숙박시설에 적용되고 있는 교통유발부담금, 개발부담금은 50%에서 100%감면으로, 환경개선부담금은 25%감면에서 50%감면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계속적으로 중소형 관광 숙박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월드인의 실패 거듭되지 말아야
한편 지난해 월드컵을 대비해 정부가 구축해 현재 3천8백개의 여관, 4천여 민박 가구, 33개 사찰 등 총 9만실정도를 확보하고 중저가 숙박예약시스템인 월드인은 월드컵 이후 심각한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기간동안 약 2만명 정도가 월드인을 통해 예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수익구조가 취약해 현재 조직 및 기능 축소 등의 파행적인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부산아시안게임과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도 별반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민간 사업자 등이 19억 가량을 들여 개발한 월드인 시스템 사업이 이처럼 난관에 봉착한 것은 앞서 지적했던 대로 월드인 사업은 PC가 없는 업체가 있을 정도로 정보화 기반이 취약한 중저가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예약시스템으로 무리하게 편입시키려 했고 업체 자체적으로는 모텔과 여관의 경우 숙박보다는 대실을 주요 수익원천으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업체가 이를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일고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진행되야할 국가 숙박업 네트워킹이 월드컵이라는 커다란 행사를 맞아 무리하게 진행된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월드인 시스템을 이용해 서울시내의 숙박업소에 대해 대한숙박업중앙회에 관리 및 운영을 위탁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숙박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의 약 4천 5백개의 숙박업소중 1백 30개 정도의 업소가 월드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들 업소에서는 전화를 이용한 3자 동시 통역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의 1call당 5천원의 이용료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된다.
물론 이번 숙박업시스템 개발이 월드인 사업과 같이 시스템만을 구축하려는 사업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기반이 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겠지만 자칫하다가는 또다시 국가 예산낭비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글 / 허수정 기자
미니 인터뷰 /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 팀장
“‘사업자 중심’의 사업으로
숙박업 전반적인 정보화 표준 구축할터”
이번 사업의 주관을 맡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팀장은 “그동안 시스템 구축에 치중하던 숙박업 네트워크 사업이 업체 자체의 취약한 정보화 기반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며 “이번 사업은 업계의 정보화 수준을 올리는 ‘사업자 중심’의 사업으로 예약 시스템으로 끌어들이거나 허브 사이트를 구축하는 등의 앞으로 진행될 사업에 있어서 기초 공사의 의미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표준화 사업이 끝난 뒤에는 다양한 형태의 마켓이 형성될 것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예약 에이전트들이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든지, 관광공사에 연결을 시킨다든지 하는 다양한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것.
“표준화된 숙박 업체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관광공사나 각 지방자치단체, 혹은 예약 에이전시 등이 주도가 돼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며 “향후 사업에 대한 방향이나 대상 업체 등은 업계와 연구진 등의 계속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정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니 인터뷰 / 고의수 문화관광부 국민관광과 행정사무관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초 작업”
문화관광부 국민관광과의 고의수 사무관은 “이번 사업은 규모가 작거나 인력이 불충분해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중소규모의 숙박업체를 위한 정부차원의 정보화 사업”이라면서 “주로 1~3급 호텔이 대상이긴 하지만 모텔과 여관 등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개발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진행됐던 월드인 등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함에 따라 중저가 숙박시설들의 여건을 성숙시켜 장기적으로는 예약망과 결제시스템까지 갖추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원노출 등의 문제로 업소들의 자발적 참여 의지 저하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 그는 “이미 카드 사용 활성화와 영수증 의무 발급 등으로 많은 부분 노출돼 있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별로 없다”면서 “업체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용성있는 프로그램으로 개발된다면 자율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 “이번 사업과는 차원이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정부에서는 중저가 숙박업소에 대한 서비스 매뉴얼 개발과 이용률을 높여줄 수 있는 소개 책자와 CD 제작 등도 추진하고 있는 등 중저가 숙박시설의 활성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중이다”고 밝혔다.
㈜LG 히다찌 ·대우정보시스템㈜
이번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된 대우정보시스템과 LG히다찌는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대우정보시스템(대표: 박경철)은 99년 대우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시스템 통합 전문업체로 이외에도 IT 아웃소싱, e-Business,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 컨설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공공, 제조, 교육, 금융, 의료, 유통/물류 등 전 산업 영역에 걸쳐 약 3백 50개 정도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01년 문화관광부 전국관광자원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과 2002년 문관부 종합관광정보시스템 구축을 수주하기도 했다.
LG 히다찌(대표: 이기동)는 히다찌의 하드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는 회사로 일본을 비롯한 20여 국가에서 금융, 제조, 공공 분야의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주요 실적으로는 1996년부터 99년까지 G7 국책과제 1단계 수립과 97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의뢰로 산학연 연구활동, 2000년 승무원 운용 계획 시스템 등의 연구실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