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입시…선진국의 대입제도는?
기자명 이하은 기자 2018.04.29 22:30
美, 개별 대학이 대입제도 채택…지원자의 선택의 폭 넓어
英, A레벨 변별력 약화에 따른…대체시험 증가와 사교육 부담
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고교부터 직무 고려한 입시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오는 8월 국가교육회의가 확정할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역대 대입제도는 첨예한 갈등으로 단기적 문제를 봉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번 개편 권고안 시한도 4개월 남짓 남아 곳곳에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입제도는 당장에 사교육 타파와 고교 교육 정상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앞으로 닥칠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비해 중장기적 방향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에 선진국들은 어떤 교육개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미국, 다양한 입시전형과 자율성 보장 = 미국 대입은 ‘다양성’과 ‘자율성’으로 정의된다. 대학별로 다양한 대입제도를 실험해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중앙정부가 대입제도에 개입하지 않으며, 주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분권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개별 대학이 학교 특성에 맞는 제도를 채택하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인 GPA △국가 표준화 시험인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 또는 ACT(American College Test) 점수 △에세이 △비교과 활동 등이 있다.
GPA의 경우 내신 성적의 변별력보다는 교육과정의 수준이나 이수단위를 중요시한다. 심화과정(AP)과 우등과목(HR)을 이수하면 가산점을 부여하는데, 이는 학업성취도를 넘어 진로분야의 관심과 능력을 살피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미국은 비교과 활동을 다른 선진국보다 중요하게 본다. 교사 추천서부터 외부 커뮤니티 활동, 리더십 활동, 상장, 예체능 역량까지 다양하게 검토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대학 입시 정책의 국제 비교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입제도는 지원자의 학문적·직업적 관심과 교과과정의 연계를 두루 살피고 있기 때문에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내신성적과 국가시험 외에 비교과활동에 얼마나 몰입해 참여했는지 보기 때문에 사교육시장이 두드러지게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영국, 학업성취도에서 직무ㆍ기술ㆍ도제를 인정 = 영국은 정부의 기술경쟁력 및 취업경쟁력 강화 정책에 아래 학업능력에서 직무경험과 전문기술을 반영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입학 경로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에는 내신 제도가 없다. 즉, 대입에 의무교육 기간의 성적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 표준화 시험인 A레벨(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 Advanced-level)이 대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평가체계가 개정된 이후 지난해 최초로 치러진 A레벨 결과에 대한 대학교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A레벨이 절대평가를 따르고 있고, 고득점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지원자의 변별력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이에 최상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본고사 부활과 면접구술고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케임브리지 Pre-U나 국제바칼로레아(IB) 등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이로 인해 지원자의 사교육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케임브리지대 입학시험은 빈곤층 학습자에게는 잠재적인 장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영국은 교육개혁을 단행하면서 평가체계뿐 아니라 기술계획(Post-16 Skills Plan)을 통해 직무관련 자격증명체계를 개혁한 점도 눈에 띈다. A레벨 수준의 자격증명을 획득해 고등교육기관과 취업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대입의 문이 전통적인 A레벨뿐 아니라 직업, 기술 및 도제교육까지 확대되면서 대학 입학경로는 유연화와 다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로써 지식뿐만 아니라 직무 경험이나 전문적 기술 등의 실제적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 일본, 고교-대학-사회로의 ‘접속’을 중시 = 2020년을 목표로 한 일본의 대입제도 개혁은 기존의 학교형태가 아닌 생애에 걸쳐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각각의 생애주기를 연결하는 ‘접속’을 중요 과제로 삼았다. 이는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 평생교육 등 대학이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노력이다.
일본의 대입제도 전형은 △일반입시인 대학입시센터시험 △AO 입시 △추천입시 등으로 나뉜다. 사립대의 모집비율은 각각 △55~60% △30~35% △10% 순이다. 대학입시센터시험은 학생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기초학력고사로,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출제해 학습 부담을 줄였다. 또한 암기식이 아닌 논리적 사고력을 판단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출제하고 있다. AO 입시는 활동경력보고서, 논문, 면접 등을 시행해 지원자의 자질과 능력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추천입시는 학생부전형으로 추천서를 받은 학생을 선발한다.
일본은 그간 대입제도하에 선발의 공평성,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문부과학성은 2016년 고-대 접속 시스템 개혁회의 및 대학ㆍ고등학교 관계자들의 심의를 거쳐 2021년도 대학입학자 선발 실시 요강을 제시했다. △고교생이 대학수준의 교육을 이수하는 기회를 확대 △대학이 추구하는 학생상과 교육내용의 정보를 제공 △학생의 능력, 적성에 따른 진로지도와 학습지도 충실화 △고교-대학관계자의 상호이해의 필요성 등이 중심 내용이다.
일본의 대입제도 개혁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중앙 통제식에서 학생과 지방 특수성에 맞추는 평가 방식으로 개편했다는 점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의무교육단계에서 기술의 발전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교육과정과 대입제도를 연계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교육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당장 쟁점이 되는 사항들만 짜깁기식으로 모아 처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성보 한국교육네트워크 이사장은 “국가교육회의가 만들어진 취지가 중장기적 교육발전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위원 구성부터 활동 내용까지 장기적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교육의 입시는 사회제도와 맞물려 종합적으로 풀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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