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부:강강술래의 눈물(9)
1.낚시
2.매실
3.이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4.부모 마음
5.메아리
6.황홀경
7.정문골 선바위
8.몽돌
9.강강술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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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낚시
거기서 뭣하노''
지나가는 바람 집적인다
물 위에 앉아 있는 찌
고기야
물면 어떻고
안 물면 어쩌랴
내려놓고
앉아 있으니
이 자리가 천국인 것을
바람아 쉬어 가거라
저 강태공
성불하는 것 좀 보고 가자
~~~~~
2.매실
화전 밭 일구어
매실 심은 지 19년
농부는
최잔고목(摧殘枯木)*,
부러지고 썩은 나무 막대기
잡초 뽑다
고개를 드니
매실
저 혼자서
익어
노랗게 웃는다
*최잔고목(摧殘枯木):
마음공부 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아무 쓸 곳이 없는 대 낙오자, 최잔고목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중국 대매산(大梅山) 법상선사(法常禪師) 선시 (禪詩).
~~~~~
3.이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앞산 뻐꾹새
뒷산 붉은머리 오목눈이
탁란하고 알을 품고
속이고 속는다
개천은 아직도 발이 시린데 여름을 굽고 있는 햇살
망종이 지났으니
정문골 화전밭에 무슨씨앗 묻을까
콩밭은 고라니 놀이 터
옥수수는 너구리 간식
고구마 밭은 멧돼지 생일 상
녀석들 미워서
들깨나 심어 볼까
낮달 구름속에서 빙그레 웃는다
진정 이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개울물에 얼굴 싯는다
~~~~~
4.부모 마음
고춧모 내고 있다
과년한 딸 그림자
밭 이랑을 따라 다닌다
너희들이 이 마음 알기나 해
넓은 밭에 보일동 말동
초록 점들 짠하다
매운 시집살이
잘 견디어 내야 해
뿌리는 땅속에 깊이 묻고 두팔은 하늘 높이 들어
별을 따야 한다
울굿불굿 아들딸 많이 낳고
~~~~~
5.메아리
손주들이 다녀간 후
소나무 밑에
들꽃 한 묶음 놓여있다
뽀미 무덤이다
콧날이 맵다
지난봄
저세상으로 간 친구,애견
어제저녁
반딧불이 쫓던 손주들
''뽀미다!
뽀미가 왔다'' 외치는 메아리
가슴 저민다
~~~~~
6.황홀경(恍惚境)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백두산 천지
아,
저 비경
누구의 작품인가
''신이여
감사합니다''
~~~~~
7.정문골 선바위
잠을 깨우는 봄비
가끔은 꿈속에서
이렇게 만나는 것을
더러는 연잎에
물방울로
만나는 것을
간밤에 솔잎 끝에
무지개 걸어 두고 가신
얄미운 당신
그래도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살아만
돌아와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문골 선바위
~~~~~~
8.몽돌
부딪쳐
돌고 돌며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나지 않게
살아 갑시다
내가 둥글면
이웃이 둥글어 지고
세상도 둥글게 돌아갑니다
우리 모두
둥글게 둥글게 살아 갑시다
~~~~~
9. 강강술래의 눈물
한가위 둥근달이 유난히도 밝다
저 동산 위에 달 좀 보거라
구름아 가까이 오지 말고 저만큼 비켜서라
오늘만은 분단을 놓고 울고불고 짜지 않겠다 그 틀을 뛰어넘어서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그것도 그럴 것이 70여 년을 갈라선 이 조국 땅에 평양 선언이 있던 그 다음 날, 정확히 말해 2018년 9월 20일 우리 문 대통령 하고 저쪽 김정은이 그마 하고 우리 성산 백두산에 올라 활짝 웃고 있는 그 모습을 소환 해놓고
왜 우리는 통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가
왜 우리는 미국놈 중국놈 일본놈 눈치만 보아야 하는가 눈물이 핑 돈다
달님은 다 알고 있지 수만 년 이어 온 이 금수강산에 우리 민족이 터를 잡고 살아온 그 9천여 년 역사를, 깽깽이 풀이 어디에서 자라고 백두산 호랑이는 시방 어디에 숨어 있고 한라산 구상나무는 솔방울을 몇 개 달고 있는 것까지도 다 알고 있지
아내와 개다리소반 놓고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술 한잔하다 보니 콧등이 맵다
적요한 달빛 아래
마당을 쓸고 있는 저 소나무 그림자
귀뚜리 노랫소리가
한 많은 대동강도 단장의 미아리 고개도 전선 야곡도 여자의 일생도 다 밀어 내 버리고 강강술래를 꺼내 놓는다
저 건너 큰 산 밑에,
동백 따는 저 큰 아가시,
앞 돌아라 인물 보자,
뒤 돌아라 뒤태 보자, 강강술래/
인물 태는 좋다마는, 눈주자니 너 모르고,
손치자니 남이 알고, 강강술래/
우리 둘이 일허다가,
해가지면 어쩔 거나, 강강술래/
강강술래 강강술래/
강강술래는 진짜 우리의 것
옛 마한시대에, 2천 년 전 그시대에 지금의 서남지역, 고흥 보성 강진 장흥 진도 해남 지방의 토속 말로
강 '강'은 원(圓)을, '술래'는 수레(輪)로,
순라로 둥글게 원을 돈다는 뜻이렸다
'둘레로 둘레로 돌아라' 풍작과 다산을 기원하는 강강술래,
"이詩人도 알고 계시지"
"아문 그렇고말고요"
둘레로 둘레로, 돌고 돌아라, 삼천리 강산이, 강강술래/금수강산이, 강강술래/두두 물물이, 강강술래/ 더도 말고 덜도 말고,/아들딸 구별 말고 한 뭇 씩 낳고 길러, 강강술래/마르고 닳도록 살아보세, 강강술래 /
돌고 돌아라 강강술래/
한 뭇 씩 퍼질러 놓으면 누가 기르게요?
허허 이게 무슨 소리여
출산을 기피해 시방 나라가 없어질 판인데
강강술래/
임진란 때에는 이순신 장군 어깨에 힘을 실어 일본 쪽바리 그놈들 기를 꺾어 놓았던 강강술래
이제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되어 아마존 그 숲속 어디에선가 강강술래 소리가 울려 퍼지고 고릴라 그 노마들 엉덩이 들썩들썩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풍문도 있어 참말로 자랑스럽다
달 떠온다 달 떠온다, /
동해 동천 달 떠온다, 강강술래/
저 달이 뉘 달인가, 강강술래/
눈물이 난다
휘영청 둥근 달아
조국 산하를 서리서리 설서리 어루만져라 산을 넘고 또 산을 넘어 물을 건너고 또 물을 건너서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오대양 육대주가 한목소리로 울고 웃어 강강술래로 하나가 되자
달은 우리 민족을 기억하고 있다
통일의 그날은 언제 오는가
아들딸 많이 낳아 강강술래 이어가자
괜스레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