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그대가 꽃밭에 들어갈 때 가시를 보는가, 꽃을 보는가? 장미와 재스민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1207-1273)의 글입니다. 인생에는 가시도 있고 꽃도 있습니다. 그중 무엇과 함께 인생을 보낼 것인가? 이것은 너무나 중요한 질문입니다.
고통과 슬픔을 더 크게 볼 것인가? 즐거움과 기쁨을 더 크게 볼 것인가? 무엇을 더 크게 보느냐에 따라 인생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지난 5월 27일 복음 말씀은 오늘 복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산모는 출산의 시간이 다가오면 근심과 걱정으로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 근심, 걱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버립니다. 남아있는 것은 기쁨뿐입니다. 걱정과 근심은 이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과거가 되어버렸습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달리스트가 흘린 땀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가 받은 훈련은 참아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지옥 훈련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남는 것은 기쁨뿐입니다. 고통스러웠던 훈련의 시간은 이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생에 고통이 없는 성취는 있을 수 없습니다. 공부도, 운동도,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습니다. 고통도 있고 기쁨도 있습니다. 가시도 있고 꽃도 있는 것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보고, 가시를 잊는 게 잘 사는 인생입니다. 오늘 기쁠 수 있다면 과거의 고통은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과거의 고통 속에 머무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간은 이미 흘러갔는데 그들은 여전히 과거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과거와의 싸움에서 계속 K.O. 패 당하며 살아갑니다. 과거의 아픈 시간을 돌아보며 웃어넘길 수 없다면 우리는 여전히 패배자일 뿐입니다.
오늘은 오늘의 해가 떴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생의 패배자는 여전히 어제를 살아가고 과거를 살아갑니다. 과거의 고통과 슬픔을 만지몀서 자꾸 후회하고 원망하고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이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신앙은 주님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일입니다. 주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의 죄는 용서받았습니다." "당신의 과거는 용서받았습니다." "당신은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구약성경의 두 번째 책은 [탈출기]입니다. 히브리 노예들이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탈출했다 해서 예전에는 [출애굽기]라 했지요. 히브리 노예들은 광야 생활을 오래 하게 되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노예로 살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모세를 원망하기에 이릅니다.
"당신은 우리를 여기서 죽일 작정이요? 이 배고픈 자유보다 노예로 살던 때가 그나마 먹을 것이 있어 더 행복했던 것 같소. 우리가 이집트 땅에 머물러 있을 때 먹었던 마늘이며, 부추, 고기가 그립단 말이오."
히브리 노예들의 마음은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과거가 '지금, 여기(hic et nunc)'를 이기고 있으니, '지금 여기'는 지옥일 뿐이죠. 그러니 그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과거를 이기지 못한 오늘은 원망과 슬픔으로 가득할 뿐입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과거에 매인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말씀입니다. 과거는 지냐갔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러니 주님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갑시다.
가수 노사연 씨가 [만남]이라는 노래로 우리의 이야기를 기막하게 정리했습니다.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아~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마라.
박신부의 묵상 산책 ㅡ모든 것 안에 놀라운 축복이 있습니다ㅡ5권 중에서 서울 대교구 상도동성당 주임사제이신 박성칠 미카엘 신부님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