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아주 사랑하는 팬으로 글 한 번 쓰지 않고 이 월드컵을 그대로 보낸다는 것이 웬지 섭섭한 마음이 들어서 펜을 들기로 했다. 며칠 전에 영국과 크로아티아의 준결승전이 있었다. 크로아티아라는 나라에 대한 지식도 적고 별다른 애정을 가질만한 계기도 없기에, 나는 영국편을 들기로 했다. 어떤 경기를 볼 때, 아무나 이겨도 상관이 없는 마음으로 경기를 보면 재미가 반감이 되므로, 나하고는 전혀 무관한 두 팀이 뛰더라도 어느 한 쪽의 편을 들면서 보면 경기가 훨씬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아무튼 이 날 나는 축구의 종가라고 흔히 말하는 영국을 응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말이 축구의 종가이지 사실 영국이 월드컵을 포함한 국제무대에서 크게 이름값을 하지는 못하는 팀이다. 지난 20년간의 피파의 순위도 그저 평균 10위 안팎이지만, 월드컵에서의 영국 팀의 성적은 그 보다도 못하다. 그러면 이 번에 영국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한 크로아티아는 어떤 나라인가? 사실 크로아티아라는 신흥국가를 잘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소련이 득세하던 시절의 동유럽은 거의 모두가 소련의 위성국가였다. 그 중에도 유고슬라비아라는 나라가 있었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진 후에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이 유고 연방은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렸다. 이 민족 간의 내전이 끝난 후에 과거의 유고 연방은 세르비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등의 6, 7개의 나라로 쪼개졌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 크로아티아다. 인구도 500만이 안 되는 아드리아 연안의 작은 나라인 크로아티아는 축구의 신성이다. 지난 20년 동안 대략 25위 정도의 피파에서의 랭킹을 유지하고 있다. 이 시합을 나는 미국에서 늦은 아침 시간에, 듀크님은 아주 이른 새벽 시간에 서로 각각 시청하게 되었다. 이 경기가 막 끝이 난 후에, 내가 어떤 볼일이 있어 듀크님에게 카톡으로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용건은 용건이고, 두 사람이 이 경기를 막 보고 난 후라서, 자연스레 화제가 축구 경기로 옮겨가게 되었다. 듀크님은 이 경기를 나름대로의 분석의 눈으로 설명을 했고, 나는 직관의 눈으로 설명을 했다. 사실 나와 듀크님은 이 카페를 통해 만나 제주에서의 2년을 함께 하며 같이 걷기도 많이 하고, 함께 40일 가깝게 동남아 배낭여행도 함께한지라 서로를 어느 정도 잘 아는 처지다. 나는 사물을 볼 때, 직관적인 사고로 하고, 듀크님은 같은 사물을 볼 때, 분석적 사고로 접근을 한다. 나는 어문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그는 이공계의 전공을 한 사람이다. 이 날 우리 두 사람은 똑 같은 축구를 보았는데, 듀크님은 보다 자세하게 이 두 팀의 색깔과 기술적 능력을 바탕으로 평가를 했고, 나는 이 두 팀의 문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평가의 초점을 맞췄다. 물론 우리 둘은 아마추어다. 축구의 아주 디테일한 기술적 전술적인 면을 평가하기엔 능력이 부족하지만, 모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나름대로의 판단과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평가의 기준에서 듀크님이 본 것은 주로 실력과 운이고, 내가 주로 본 것은 운과 정신력이었다. 평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축구 선수생활을 하신 내 아버지의 표현을 빌리면, “공은 둥그니끼니 타(차)봐야 알디, 거럼 타(차)봐야 알디” 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만큼 다른 운동도 그렇지만 특히 축구에는 의외성(운이나 정신력, 아니면 운과 정신력)이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형편없었던 스웨덴과의 첫 경기, 조금 나아진 멕시코와의 두 번째 경기 그리고 운과 정신력으로 세게 1위의 독일을 몰락시킨 세 번째의 경기를 보면 이 말은 맞는 말인 것으로 보인다. 크로아티아는 빈국은 아니다. 요즈음 세계 축구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북 대서양의 외로운 작은 섬나라인 아이슬란드처럼 인구가 천만에 훨씬 못 미치는 작은 나라다. 그러나 건국의 역사도 짧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는 축구라는 전쟁 아닌 전쟁을 통해서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나라의 이미지를 각인 시키려는 선수들과 크로아티아의 응원단의 결의(나는 이를 ‘간절함’으로 표현한다)를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축구가 전의와 같은 정신력만으로는 세계의 강자는 물론 챔피언이 될 수는 없다. 갖출 것은 갖춰야한다. 기본이 된 상태에서 정신력이나 운이 작용을 해야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월드컵이라는 세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4년마다의 화약 없는 전쟁에서 32개의 나라가 나와 16강을 넘고 8강 정도에 이르렀다면, 각 팀들의 실력의 차이는 아주 근소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바로 그 간절함을 지닌 정신력과, 운이라는 것이 따라주는 팀이 승리를 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마치 2002년의 한국 팀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두 경기가 남았다. 이틀 후면 그 간절함과 운에서 밀린 영국과 벨기에와 그와 반대인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대결로 압축이 된다. 그런데 이 전의 영국과 크로아티아 경기에서도 도박사들과 전문가들은 영국의 승리를 예측했다. 이 번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경기도 역시 프랑스의 승리를 점친다. 그러나 나는 영국과의 시합에서 크로아티아의 간절함을 목도했다. 따라서 나는 이틀 후에 있을 시합에서 누구를 응원할지는 이미 정해졌으니 아마도 신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결승전엔 프랑스VS.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신생국 역사가 짧은 국가..."? 슬라브 민족이 스천년을 살며 일구어온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동부 유럽 국가 입니다. 다만 나라 간판을 단지가 짧을뿐 절대로 허접한 나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이 보기에 South Korea가 잘 안알려저 있을겁니다. (요새야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들 가서 알려저 있을지도 모르지만..) 크로아티아 만만한 나라 아닙니다!
요즘 그로아티아는 한국에서 선호하는 관광국 1호랍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그러나 그렇게 뭉쳐다니면서 그 아름다움을 진정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죠. 관광객이 몰리지 않은 크로아티아의 구석구석은 정말 신의 예술품이죠. 저는 유럽에서 아주 좋은 시간 오후 8시에 축구 경기를 보네요. 한국에 있음 겨우 재방송이나 볼 텐데......ㅎ 사실 유럽 축구는 제게 아주 빤~하죠. 영국이 질 거라고 생각도 했고요. 제 예상대로 만주키치가 마지막으로 한 골 넣어서 늦은 밤에 소리를 와아~ 하고 질렀답니다. 몇몇 크로아티아 선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어서 제겐 낮이 익은 선수들이랍니다.
아톰님처럼 모든 경기를 애정으로 챙겨보는 팬들도 계시지만, 형편따라 볼수도 또 못볼수도 있는것에 구애없이 그저 편안히 즐기는 저같은 사람들도 있겠죠. 오늘아침 커피를 마시며 벨지움과 잉글랜드 경기를 보면서 잉글랜드의 부진한 경기력에 아쉬어하다가도 벨지움 선수들의 플레이에 환호를 보내며 재밌게 시청했어요. 경기는 끝났지만 주요장면을 다시 보면서 E. Harzard 같은 잘하는 선수들 역시 멋지구나! 인정해주고..ㅎ 오늘은 Toby Alderweiread의 방어장면을 보면서 승패의 결정력은 Goal이지만, 'Pass'의 중요함과 최선의 'Defense' 가 얼마나 멋진건지.. 단지 Sports에서만이 아닌 이런 단어들의 위력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첫댓글 결승전엔 프랑스VS.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신생국 역사가 짧은 국가..."?
슬라브 민족이 스천년을 살며 일구어온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동부 유럽 국가 입니다.
다만 나라 간판을 단지가 짧을뿐
절대로 허접한 나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이 보기에 South Korea가
잘 안알려저 있을겁니다.
(요새야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들 가서 알려저 있을지도 모르지만..)
크로아티아 만만한 나라 아닙니다!
요즘 그로아티아는 한국에서 선호하는 관광국 1호랍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그러나 그렇게 뭉쳐다니면서 그 아름다움을 진정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죠.
관광객이 몰리지 않은 크로아티아의 구석구석은 정말 신의 예술품이죠.
저는 유럽에서 아주 좋은 시간 오후 8시에 축구 경기를 보네요. 한국에 있음 겨우 재방송이나 볼 텐데......ㅎ
사실 유럽 축구는 제게 아주 빤~하죠. 영국이 질 거라고 생각도 했고요. 제 예상대로 만주키치가 마지막으로
한 골 넣어서 늦은 밤에 소리를 와아~ 하고 질렀답니다. 몇몇 크로아티아 선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어서
제겐 낮이 익은 선수들이랍니다.
지금 독일에 사시는 모양 입니다.
ㅋㅋ
우리가 2대빵으로 떨어뜨린 ...
독일서 그 게임후 별일 없으셨는지 궁금 합니다.
@카프 아뇨~ 스위스에 살아요. 그리고 독일 질 때 '와아!'하고 기뻐했어요. 독일 남편 역시도 한국 응원했고요!
여하튼 축구는 감동의 스포츠 인거 같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축구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이기던 지던 많이 우나봐요.
'아톰'님의 글을 읽고보니 관심없던 축구를 이번에는 보아야 하겠네요. 지남번 동부 유럽 여행중 크로에티아 국립공원 관광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이 적은 나라가 FIFA에 준결승에 들었다니...
항상 건강하십시요.
저도 한국이 시합을 안하니깐 편안하게 즐깁니다
아톰님처럼 모든 경기를 애정으로 챙겨보는 팬들도 계시지만,
형편따라 볼수도 또 못볼수도 있는것에 구애없이 그저 편안히 즐기는 저같은 사람들도 있겠죠.
오늘아침 커피를 마시며 벨지움과 잉글랜드 경기를 보면서 잉글랜드의 부진한 경기력에 아쉬어하다가도 벨지움 선수들의 플레이에 환호를 보내며 재밌게 시청했어요.
경기는 끝났지만 주요장면을 다시 보면서 E. Harzard 같은 잘하는 선수들 역시 멋지구나! 인정해주고..ㅎ
오늘은 Toby Alderweiread의 방어장면을 보면서 승패의 결정력은 Goal이지만, 'Pass'의 중요함과
최선의 'Defense' 가 얼마나 멋진건지..
단지 Sports에서만이 아닌 이런 단어들의 위력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또 좋은 것은 맥주맛이 더 좋다는 거죠.
월드컵행사인지 가격세일도 자주 하고..ㅎ
이런 잔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보나봐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국 축구가 크로아티아 처럼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