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에 있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먼저, 로스쿨 학생들의 취업성공여부에 대해 보자면,
로스쿨 학생 협의회 (?) 회장은 국민들에게 좀 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로스쿨의 일부 교수들 역시 이러한 주장에 동조한다.
그런데 과연 현재 로스쿨은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들을 배출해내고 있는 것인가.
현재 로스쿨 1기생들이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 로스쿨 자체적으로 졸업시험제, 학사관리 엄정화 등의 제도 등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이 제도만으로 자질을 갖춘 변호사들을 배출해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로스쿨 내에서 학점을 잘 받은 이들이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는지, 로스쿨 자체적으로 마련한 각종 시험들과 졸업시험들이 변호사로서의 자격을 검증해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로스쿨 옹호론자들은 로스쿨에 대한 '신뢰'와 제도도입, 유지의 '당위'를 강조한다. (이것이 최근 감사원의 대대적인 사학 감사에 대한 사학 측의 '자율성' 논리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성급한 일반화가 될 수 있겠지만, 서울의 모 메이져 로스쿨에서는 민법을 1회독도 채 하지 못한 1기생들이 수두룩하다고 하니, 과연 이들에게 변시를 응시하게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기본 7법과, (검찰실무는 제외하더라도) 다른 실무과목들을 3년 내에 이수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가능하기나 한 것이냐 하는 질문은 유효한 것이지만, 크게 관심은 없다. 개인차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본 법과목을 공부하면서 기본서는 보지도 않고 케이스집만으로 수업한다느니, 민법도 다 보지 않았는데 기록을 쓰게 한다느니 하는 비판들이 있다. 기존의 교육과정을 3년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로스쿨생들은 (특히 비법 전공 출신들은) '어떻게 법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점. 그리고 로스쿨 옹호론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내보이지 않은 채, 그저 좋게, 정치적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스쿨이 필요한지 여부, 사시를 존치해야 하는지 여부는 이 문제와 별개의 문제다.
로스쿨 문제는 우선 로스쿨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로스쿨 1기생들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는지 만을 놓고 다뤄야 한다.
로스쿨 교육은 철저히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사건으로부터 문제되는 논점을 즉각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는 '법학기계'를 양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실력의 문제다.
로스쿨 학생들은 기본 법률의 기본 개념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가? 나아가 사건의 사실관계로부터 논점들을 도출해낼 수 있는가? 엉켜있는 논점들을 가려낼 수 있는가? 그리고 정해진 시간 내에 해낼 수 있는가?
로스쿨 교수들은 로스쿨 학생들이 3년이라는 시간 내에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가?
로스쿨의 이해당사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이미 로스쿨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제기되었다.)
이것은 현직에 있는 법률가, 사법연수원생, 사시준비생, 법과대생 기타 사시존치론자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지극히 객관적으로 제기될 수 있고, 제기되어야 하는 의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을 외면하는 현재의 상황, 그리고 본질을 은폐한 논쟁은 그저 버블을 키울 뿐이다.
버블은 언젠가 터지게 되어 있다.
첫댓글 이 글을 원래 쓰신 분은 뭐하시는 분일지 문득 궁금..
실무가 양성을 위한 로스쿨 교육... 새로운 양성 시스템을 도입하였지만 그 안에서의 교육 컨텐츠나 방법 등에 대해 고민해야할 문제를 잘 지적한 것 같음. 철저히 기본부터...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내는 연습... 실무가라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인데요...앞으로 로스쿨 내에서의 교육에 대한 고민과 많은 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교육 주체인 학생들은 물론이지만, 이에 대한 교수님들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글 쓰신 분의 "그런데 과연 현재 로스쿨은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들을 배출해내고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 설정이 적절한 것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에 대한 사회의 평가가 어떤지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결정할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기존의 변호사(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수료)가 갖고 있는 능력이 10개였다고 하여서, 변호사시험으로 배출된 변호사에게도 10개 또는 그에 준하는 능력을 요구할 당위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로서 자격이 충분한가의 여부는 기존 사법시험 출신들의 능력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요구 수준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봅니다.
(제 주관적 견해입니다만) 변호사시험 출신들이 사법시험 출신들에 비해 법적 지식이나 소양이 '통계적으로' 부족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는 충분할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떨지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입증해낼 부분입니다.
저는 이런 견지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수가 (법무부가 1기에게 적용하는) '정원 75%'이 좋을지, 아니면 다른 어떤 기준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왜이렇게 변호사를 과거시험 치르는 유생처럼 보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법률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찌끄러기 변호사들은 굶겨서 퇴출시키고 나머지는 치열하게 경쟁해서 끊임없이 발전하게 채찍질을 할 텐데요. 선배 변호사들도 기본법 잘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한 변호사가 되지 않는다고도 하고요~ 우리 법조계엔 더 많고 다양한 배경의 변호사들이 필요하고 실력이 진짜로 부족한지는 실무를 통해서 평가해야겠죠. 물론 이젠 변호사들이 전부 법원에 가서 송무를 맡지도 않겠죠. 일하는 형태도 아주 다양해지겠고요
전국의 법과대 교육을 죽여버리고 학원강사들이 주도해 온 신림동 교육, 매년 수만명의 낭인을 양산해 온 고시제도, 국민 혈세로 개인 자격증 교육시킨 사법연수원이라는 기존의 버블이 곪아 터져서 지금의 로스쿨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로스쿨 버블 운운하기 전에 기존의 고시망국론부터 짚어보시기 바랍니다.
원글쓴 분께 허락은 받으셨나요? 스누라이프 글을 서로연에서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학내 커뮤니티의 글들이 자꾸 무단으로 외부로 반출되어 논란거리가 되는 모습을 보니 좋지는 않네요. 삭제해주시고, 앞으로는 자중해주세요.
허락 받았습니다. 인증도 가능하구요. ^^; 의견교환을 하고 싶어서 올린거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불필요한 논란거리를 줄이기 위해 재학생 게시판에 올린 것이구요. 최소한의 앞가림은 저도 언제나 하고 있습니다.
법학 실력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점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드네요. 개인적으로 꼭 로스쿨이었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법대 학부교육의 실무교육 강화를 통해 해결할수도 있었죠) 시험을 위한 공부로 자격을 취득하는 게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교육을 통한 자격취득의 제도가 마련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