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의 저녁, 오늘은 뭘 어떻게 먹어야 잘먹었단 소리를 들을까 하고 즐기세님과 머리를 굴리던 중...
즐기세님께 거하게 밥 한끼 살일 있는 즐기세님의 친구분이 연락이 옵니다. (야~호~ 저도 아는 분 ㅎㅎ)
그 밥 오늘 살테니까 같이 보자고..... 일이 있어 포천쪽에서 서울 올라가는 길이니 의정부쪽에서 보자고.....으흐흐....
즐기세님과 의정부쪽에서 뭘 먹을까 고민...
의정부 평양면옥에 가서 불고기와 냉면 ? 제육에 냉면 ? 을밀대 다녀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 갸우뚱...
오뎅식당 부대찌개는 ? 아니 이건 남이 쏘는 건데 부대찌개로 퉁칠 순 없어 ㅎㅎ 너무 저렴하다는....
그러던 중 번개같이 떠오르는 세글자 " 무 수 옥 " .......
아주 오래된 집은 아니지만 30년 넘게 서울 북쪽 고기계를 평정하고 있는 생등심의 절대고수급 업소입니다.
질 좋은 생등심을 서울 강남 유명 고기집 가격의 50%~60%에 먹을 수 있는 곳...
(체감하는 고기의 퀄리티는 코리아하우스나 버드나무집등 강남유명 업소의 90% 쯤?)
그리고 원래 남의 살은 남의 돈으로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답니다 ㅎㅎㅎ
일산에서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바람처럼 이동 ... 오랜만에 오는 맛집입니다.
도봉역 인근 서울북부지원/지검 건너편 뒷골목에 있는 무수옥.
보시다시피 정육점을 겸하고 있는 정육식당의 형태입니다. 강남 대치정육식당도 이런 형태....
대개는 이런 정육식당 형태의 영업을 하는 곳들이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집은 정육점을 겸하고 있어 소를 부위별로 정형가공 된 것을 사입받지 않고,
소 한마리를 통째로 사입해서 직접 발골, 정형을 합니다. (물론 대분할 정형은 된 것으로 받겠죠)
소 한마리를 통으로 받기 때문에 고기 들어오는 날 (매주 화요일)에는 다양한 특수부위도 주문이 가능합니다.
주력메뉴인 생등심외에 안창살, 토시살, 살치살 등등 다양한 특수부위와 간/천엽 서비스도 화요일만 가능....
기본 상차림입니다. 고기등급에 비해서 정말 가격이 착하기 때문에 파채와 무채, 쌈채소 약간을 제외하고 반찬 없습니다.
그런데 저 무생채가 정말 예술입니다. 너무 맵지도 , 달지도 않고 무 자체의 아린 맛도 많지 않아서 먹을수록 중독성이....
저 무채에 꽃힌 손님들은 따로 졸라서 포장을 해가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집은 저 무생채 하나면 다른 반찬 필요없어요.
이 집의 단하나 아쉬운 점은 참숯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니 그냥 보통 숯불도 아닌 가스화로죠. 화력은 셉니다.
이 집의 고기에 화로까지 숯불이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일 텐데....그런 것도 결국엔 가격에 다 반영되기 때문에, 이집의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별 불만없습니다. 고기가 맛있으면 다 용서되요. ㅎㅎㅎ
고기 정말 실합니다. 두께도 두툼하게 썰어서 내오기 때문에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미디엄이나 미디엄 레어도 가능..
고기를 너무 얇게 썰어서 내오면 (접시에 펼쳐서 양을 많아 보이게 하려는 꼼수의 일환이기도 한 방법이죠) 너무 금방
속까지 익어버리기 때문에 미디엄 레어 정도로 익혀서 Juicy한 육즙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짜증이죠.
고기는 보시다시피 마블링 좋고 풍미도 좋은 최상급입니다. 이 집은 암소만 취급합니다. 거세우 취급 안합니다.
부분으로 사입받지 않고 소 한마리로 사입하는 집이라 더 수월하겠죠. 예전에 어느 신문에서 이집의 고기등급을
1~1+ 급으로 기사가 나간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1++ 이 아니라는 건데...사실 이 집은 그 등급이 무색합니다.
소를 잘 골라서 원플급에서 제일 좋은 투플에 가까운 고기를 사입하는 건지, 이집만의 숙성방법이 따로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 집에 가본 회수가 한 30 여회 정도 되는데....(위치상 자주 가기엔 너무 멀죠..ㅎㅎ) 아주 약간의
기복은 있어도 이집에서 먹은 고기가 서울의 유명한 고기집 1++(투플러스) 보다 맛이 더 좋았던 적이 꽤 많을만큼.....
사진에 보이는 저 미디엄 레어의 탐스러운 자태 ㅎㅎ 아직 몇시간 안되었지만 또 침 고입니다 ㅎㅎ
이집의 메뉴는 생등심 등 고기류 외에 수육도 있고, 육회, 설렁탕, 육회비빔밥, 내장탕 등이 있습니다.
(고기 굽는 사진이 넘 부족하네요. 오늘 자리에서 제가 고기구울 막내짬밥이라. ㅎㅎ 열심히 굽느라 사진이 부실 ㅎㅎ)
육회는 양념 맛이 과하지 않고 딱 발란스 좋은 맛의 휼륭한 육회입니다. 맛있는 육회와 최강의 무생채가 있기때문에...
당연히 이집 육회비빔밥도 너무 맛있습니다. 게다가 육회비빔밥 시키면 설렁탕 국물도 주고.......
이집 마무리 식사용으론 저 사골국수가 인기입니다. 고기먹은 사람에 한해서 (판매하는설렁탕 국물과 같은)
사골국물에 소면 만 것을 단돈 1,000원에 팝니다. 그냥 잔치국수도 그 보다 비싸게 받는 집들도 많은데....
설렁탕도 낮에 식사용으로 꽤 인기있는 메뉴입니다. 고기집이지만 설렁탕을 겸해서인지 아침 9시부터 열기때문에
이 집은 아침식사도 가능합니다. 설렁탕 국물은 무겁고 꼬리한 편이 아니라 요즘의 가벼운 설렁탕과의 중간 쯤..?
아마 한우암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설렁탕에서는 조금은 불리하기 때문일 겁니다.
일반적으로 고기는 암소가 거세우나 숫소보다 누린내도 없고 연해서 더 좋지만, 고기를 제외한 다른 부위는 암소가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양/곱창 등 내장도 암소가 더 좋지않고, 소머리고기도 암소가 더 않좋구요.
(숫소보다 작아서 소머리에서 나오는 고기의 수율이나 국물의 양도 암소가 더 불리합니다)
암소가 제일 불리한 것은 바로 사골/우족/도가니 등의 뼈입니다. 그 이유는 암소는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기 때문에
뼈에서 영양분이 많이 빠져나가게 되므로 푹 끓여도 국물이 잘 안나옵니다. 마찬가지로 늙은 소도 국물이 안나오구요.
사람도 여자들이 남자보다 더 많이 골다공증에 걸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출산과 수유.....
고기가 들어오는 화요일 다음날인 수/목 2일 동안은 내장탕도 먹을 수 있습니다. 전날 들어온 고기를 다듬고 내장을
손질한 후 판매하는 거죠. 설렁탕보단 조금 꼬리하면서도 터프한 맛에 나름 단골들도 많은 메뉴이구요.
가격 정말 착합니다. 1인분에 28,000원 더구나 양도 180g....(100g 값으로 환산해보면 마트고기값에 50% 정도 더 받는)
10여년 전까지 1인분 150g 이상이던 고기류 정량이 강남을 필두로 슬그머니 줄더니 요즘엔 120~130g 이 대세죠...ㅡㅡ,,
130그램 정량인 집들은 정말 고기 잘 먹는 사람들 같은 경우 3~4인분은 먹어줘야 ㅡㅡ,,
위치가 너무 서울 북쪽 외곽에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많이 취약한 곳이지만, 멀리서 찾아가도 실망할 수준이 아닙니다.
서울 동북쪽에 사시는 분들은 모임이나 가족 외식 때 한 번 들려보시면 좋을 곳이라 생각되어 포스팅합니다.
그나저나 즐기세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1년에 한두번 가는 집인데 덕분에 오랜만에 ^^
* 상 호 : 무수옥
* 주 소 :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600-4
* 전 화 : 02-954-6293
* 영업시간 : 09:00~22:00 (9시 이후엔 고기나 식사가 떨어질 가능성 많음)
첫댓글 벌룬님의 글은 앞에서 펼치는 제스츄어까지 떠오르는 리얼 다큐급 친절한 스토리텔링 설명입니다. ㅎㅎ. 요즘"남의 살" 드물게 먹고 있는데 슬쩍 가볼까 싶어지네요. 후기급 방문기 잘봤습니다.^^
워낙 구석에 있어 맛집 좀 다녀보신 분들도 언제 한번 간다간다 하시면서 못 가보는 경우가 많은 집입니다. ㅎ 숟가락님도 가보시면 후회 안하실겁니다.
일단 우리는 꽁짜라면 청산가리도 먹는다는거~~ ㅎㅎ
멀어서 엄두 안나서 못간곳인데 흑흑흑 ... 가격 진짜 싸네요
맘 먹기가 그래서 그렇지 막상 가면 후회없는 곳입니다. 무수옥 벙개나 함 할까요 ? ㅎ
벌룬님 설명덕인지 꼬기 참맛나보입니다
덕분에 침만 두사발ㅎㅎ
꼭 가보세요 ^-^
이집은 설렁탕으로 유명했던곳 아닌가여...깍뚜기가 너무 맛있었던 집으로 기억되네여...이 집 설렁탕 먹어본지가 20년이 다되어가네여ㅠㅠ
와우,,, 함 가봐야징,,,ㅎㅎ
친절하시게 가격표까지 올려주시고,,,자세한 후기,,,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