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서지 사항]
글 가에쓰 히로시 | 감수 기타무라 다이이치 | 번역 염은주
초판 발행일 2024년 3월 15일 | 135×195㎜ | 392쪽 | 값 22,000원
ISBN 978-89-6319-572-8 03830
[분류]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 에세이
국내도서 > 에세이 > 동물 에세이
[주제어]
#일본 남극 탐험 #남극 과학 탐사 #남극 월동 #남극 기지 #쇼와 기지
#가라후토견 #개썰매 #썰매개 #타로와 지로 #제3의 개
책 소개
1958년, 일본의 1차 남극 월동대는 성공적인 월동을 마치고 2차 월동대와 인수인계를 앞두고 있었다.그러나 악천후가 회복되지 않아 2차 월동대는 월동을 포기하고 1차대와 함께 남극 쇼와 기지를 떠나게 된다. 썰매개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아무도 없는 쇼와 기지에 남겨졌다. 1차 월동대 썰매개 담당자였던 기타무라는 1년 후 3차 월동대원으로 다시 남극을 찾았고, 쇼와 기지에 생존해 있던 타로, 지로와 기적적인 재회를 이루었다. 믿기 어려운 이 뉴스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일본은 환희로 들끓었다.
1968년, 2월 쇼와 기지 근처에서 개 한 마리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타로, 지로와 함께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진 ‘제3의 개’였다. ‘제3의 개’ 사체 발견 후 14년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기타무라는 그 개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마음먹는다. 왜 ‘제3의 개’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역사에 묻혀 버렸나? 봉인된 ‘제3의 개’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함께 월동대원으로 헌신했던 개들의 활약이 드러나고 타로와 지로의 기적적인 생존을 둘러싼 최대의 수수께끼가 풀린다.
출판사 서평
일본의 1차 남극 월동대원으로 참가한 지구물리학자가
동료로서 개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존경과 감사
차가운 땅에서 피어난 개와 인간의 뜨거운 우정
남극의 과학자 그리고 개들의 이야기
이 책은 ‘타로와 지로의 이야기 그 후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개와 사람의 극적인 만남뿐 아니라, 극한의 공간에서 과학 탐험에 헌신했던 과학자들 이야기, 그리고 그 과학자들을 도와 남극의 눈얼음 위를 질주했던 썰매개들의 헌신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 최초의 남극 탐험대 1차 월동대원이었던 기타무라 다이이치(지구물리 연구)는 타로, 지로와 재회로부터 23년이 흐른 후(1982년) 같은 1차 월동대원이었던 선배로부터 9차 월동 때 남극 쇼와 기지에서 ‘제3의 개’의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당시 일본의 남극 월동 사상 첫 번째 희생 대원의 시신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개 사체 발견은 묻히고 말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 듣는다.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 ‘제3의 개’는 어느 개인가
2018년, 규슈의 신문사 기자가 규슈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다 퇴임하고 요양원에 있는 기타무라 박사를 만나러 간다. 타로, 지로와 재회로부터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기자를 만난 기타무라 박사는 기자에게 제3의 개의 존재를 말하고 그때부터 두 사람의 제3의 개 추적이 시작된다. 일본의 패망, 부활의 기회, 남극 탐험, 개썰매 탐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는 월동대원들과 썰매개들이 함께한 남극 과학 탐사에 관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인간에게 버려진 15마리의 가라후토견 그리고 타로, 지로와 재회로부터 10년 후 기지에서 얼어붙은 사체로 발견된 개가 어느 개인지 추적하는 과정은 차가운 땅에서 피어난 인간과 개의 존경과 우정을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인간에게 헌신하는 개의 사명감, 책임감, 통찰력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인간에게 헌신하고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개들을 위한 진혼
영화 〈남극 이야기南極物語〉(1983, 일본), 〈에이트 빌로우Eight Below〉(2006, 미국), TV드라마 〈남극대륙南極大陸〉(2011, 일본)의 소재가 된 타로와 지로의 기적으로부터 60년. 타로, 지로와 재회한 유일한 대원 기타무라 다이이치 씨가 의문투성이 ‘제3의 개’에 관해 말하기 시작한다. 남극 1차 월동대 최후의 증인이 밝히는 남극 이야기의 진실을 듣는다. 남극 월동대 개 담당 지구물리학자의 썰매개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과 관심은 인간의 필요로 극한의 공간으로 끌려가 인간에게 헌신하고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개들에 대한 진혼이다. 남극이라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공간에서 사람과 개가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교감을 나누었는지, 서로 얼마나 신뢰했는지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추천사
일본의 1차 남극 월동대가 쇼와 기지에 남겨 두고 떠났으나 1년 동안 기적적으로 생존했던 썰매개 타로와 지로의 이야기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동 스토리다. 이 책은 단순한 흥미와 감동을 넘어 일본의 초기 남극 탐사의 어려움과 함께 세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남극 세종기지 건설과 초기 월동 시기에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 남극에서 함께 탐사했던 개들에 대한 기억을 한 마리 한 마리씩 더듬어 가면서 인간과 개 사이의 신뢰와 교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_김예동(남극연구과학위원회 의장, 《남극이나 북극에 가 보셨나요?》 저자)
아마존 재팬 독자들이 이 책에 보내는 찬사
★마지막 한 장까지 단숨에 읽었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작품을 읽었다.
★개와 함께 사는 사람,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
★다 읽고 나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에 한동안 먹먹한 여운에 빠졌다.
★기타무라 씨가 개 한 마리 한 마리한테 이별의 말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 책은 열여덟 마리의 개들에게 보내는 진혼이다. 개마다 개성과 자부심이 있고 사는 법이 달랐다.
저자 소개
글 가에쓰 히로시嘉悅 洋
와세다 대학 정치경제학부 경제학과 졸업하고 니시닛폰 신문사 편집국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에서 과학, 의료 분야를 담당한 후 도쿄 지사의 정치 담당으로 수상 관저 캡, 정치 데스크를 거쳐 문화 담당 데스크로 일했다. 2001년에 니시닛폰 신문사 IT전략 책임자, 2005년에 신문사 산하 IT전문회사 ‘미디어 플래닛(현 니시닛폰 신문 미디어 라보)’의 CEO에 취임했다. ‘니시닛폰 신문 여행’ CEO를 거쳐 지금은 집필과 강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감수 기타무라 다이이치北村泰一
1931년 교토시에서 태어났다. 1954년 교토 대학 이학부 지구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57년 일본 남극 관측대 1차 월동대, 1959년 3차 월동대로 참가했다. 이후 도시샤 대학 공학부 강사,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 객원 조교수, 규슈 대학 이학부 교수를 지냈으며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극권, 중국에서 학술 탐사를 진행했다. 1995년 규슈 대학의 명예교수가 되었다.
번역 염은주
부산에서 태어나 경성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다. 일본 후쿠오카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통역사로 일했다. 지금은 캐나다에 살면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문명의 우울》 《그거 참, 신기한 일도 다 있네》가 있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1. 재시동 (2018년)
1차 남극 월동대 개 담당자│한 마리 더 살아 있었다│공식 보고서의 기록│9차 대원의 증언│
물증이 없다│검증 재개
2. 남극으로 (1955년 9월~1957년 2월)
남극 관측 실현 가능성│개썰매 채용│가라후토견│타로, 지로와 만남│
훈련의 성지, 왓카나이│썰매팀 편성│남극행 티켓│왓카나이로 출발│이게 개라고?│
이루어지지 않은 수의사 동행│남극 관측선 소야호 출항│푸른 남극│월동대원 발표│
개썰매의 첫 출전│대원 빠진 상륙식
3. 월동 (1957년 2월~12월)
장엄한 빛의 커튼│천연 냉동고│식탁의 위기│제2의 선도견│개들이 좋아하는 것│
첫 남극 개썰매 탐사│벡의 마지막│리키의 귀환│가에루섬 탐사│대륙으로 이어진 발자국│
힛푸노쿠마의 자존심│설상차 탐사 포기│보쓴누텐을 향해│마지막 난관│영광의 라스트 런│
개들과 약속│고래의 잔해│데쓰의 이상한 행동│수의사의 부재│마지막 탐사│데쓰의 죽음
4. 절망 (1957년 12월~1959년 3월)
마지막 임무│혼란 속의 인수인계│이름표와 목줄│예기치 못한 권고│목줄만이라도│
월동 철회│비난의 폭풍│다시 남극으로│개들이 살아 있다!│타로와 지로, 기적의 생존│
사체 찾기│부서진 희망│고로의 마지막 식사│러시안룰렛│부자연스러운 ‘법칙성’│
극한 상황에서의 본능│수장
5. 검증 (2019년)
봉인된 진실│직무 전념 의무│후쿠시마 대원 시신 발견│부작위의 작위│털 색깔과 체격 정보│
검역 증명서│첫 번째 단서│두 번째 단서
6. 해명 (2019년)
최대 수수께끼, 무엇을 먹었나│다양한 가설│세 곳의 먹이 창고│제1 먹이 창고│
제2, 제3의 먹이 창고│보호 본능과 리더십│남은 후보│슈퍼 도그│‘나는 선도견’
연표
감수를 마치며
맺는말
참고 자료
책 속으로
1958년 2월 11일. 1차 월동대는 남극 관측선 소야호에 전원 철수하였다. 열다섯 마리의 가라후토견은 2차 월동대와 함께 계속 활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쇼와 기지에 묶어 둔 상태였다. 그러나 악천후가 회복되지 않았고 급기야 24일에는 2차 월동 포기를 선언하게 되었다. 그 순간 가라후토견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극한의 공간에 남겨지게 되었다. 개들의 운명은 절망적이었다.
_20~21쪽
타로와 지로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비참했다. 남은 열세 마리 중 일곱 마리는 눈얼음 아래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중 한 마리를 해부한 결과 ‘완전 아사’였다. 체중은 대원들이 떠난 시점의 반으로 줄어 있었다. 여섯 마리는 목줄 또는 그 밖의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 최종적으로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었다. 두 마리는 기지에 생존, 일곱 마리는 사망 그리고 여섯 마리는 행방불명. 이것이 오랜 세월에 걸친 정설이었다.
_21~22쪽
제3의 개를 특정하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기타무라 씨의 결의는 더 단단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제3의 개의 수수께끼를 풀리라. 타로와 지로만이 아니다. 극한의 땅에서 목숨을 잃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개들이 있다. 얼음과 눈 속에 묻힌 그 개들에게도 빛을 비춰 주고 싶다. 그것이 몰살된 모든 개에 대한 속죄이기도 할 것이다
_41쪽
개들의 마음이 기타무라의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이 개들은 인간과 고락을 함께하는 같은 월동대원이다. 그 마음, 그 행복한 연대감이 기타무라를 감쌌다. 뜨거운 것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올라 기타무라는 잠시 썰매 너머로 눈을 돌렸다. 하얀 눈얼음에 붉은 핏자국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그것은 인간과 함께 썰매를 움직이는 가라후토견들의 활활 타오르는 의지의 색이었다.
_193쪽
남극에 남겨진 개들은 어떻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을까. 그 순간들을 내 눈으로 직시하자. 열다섯 마리 개들을 내 손으로 찾아내고 개들이 얼마나 무참한 상태이든 진심을 다해 장례를 치뤄 주자. 개들을 죽게 한 내 손으로 다시 개들의 사체를 보듬어야 한다. 내가 저지른 잘못과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1차 월동대의 개 담당자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속죄가 아닐까.
_235쪽
“타로! 지로!”
기타무라가 눈밭에 무릎을 꿇고 양팔을 크게 벌렸다. 타로와 지로는 맹렬한 기세로 달려와 기타무라에게 부딪혔다. 마침내 기억해 낸 것이다.
타로가 1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져 버린 몸을 비벼 댄다. 지로가 앞발을 세워 장난치려 한다. 그 발의 힘이 대단해서 아플 정도다. 놀랄 정도로 건장해졌다.
“너희 정말….”
더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기타무라는 타로와 지로의 목을 당겨 힘껏 끌어안았다. 타로와 지로도 기타무라의 얼굴을 날름날름 핥았다.
_247~248쪽
곁에 있던 나카무라와 오구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기타무라가 품에 안고 있는 아카를 좀처럼 바다에 넣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시선을 느낀 기타무라가 허리를 굽혀 아카를 얼음 구멍 속으로 살며시 넣었다. 천천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고 생각했으나 예상치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아카가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마치 기타무라와 이별을 아쉬워하듯 물 위에 뜬 상태로 빙글빙글 원을 그리고 있다.
“아카, 이제 괜찮아. 조용히 쉬어.”
_272쪽
먹이 문제는 오랜 세월 막연한 상태로 해명되지 않고 있었다. 이 문제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제3의 개의 정체를 밝힐 힌트를 얻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기타무라 씨가 끈질기게 고집하는 이유였다. ‘타로와 지로의 기적’을 둘러싼 최대 수수께끼인 먹이 문제는 제3의 개의 존재가 드러나며 갑자기 중대한 테마가 되었다.
_322쪽
그 개는 생각했을 것이다. 크랙도 크레바스도 없는 쇼와 기지가 가장 안전한 곳이다. 그것은 홀로 남극을 헤맸던 경험과 네 번에 걸친 탐사로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먹이도 있다. 기지를 벗어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경험을 쌓은 베테랑을 포함한 큰 무리를 만들어 쇼와 기지 근처에 머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베테랑 개들은 기지를 버리고 떠날 것 같다. 어떻게 할까? 도주파 다섯 마리의 베테랑 개들과 무리를 지을까, 잔류파인 타로, 지로와 함께할까.
_369쪽
기타무라 씨는 조그맣게 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타로, 지로와 재회했을 때….”
목소리가 갈라진다. 감정이 밀려오는 표정이다.
“리키는 바로 우리 곁에 잠들어 있었어요.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_3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