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회> 북두런 정기모임 결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1. 날짜 : 2024년 2월 28일(수) 19시 ~ 21시
2. 장소 : 비대면 Zoom 모임
3. 토론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작 / 임홍배 역)
-발제자 : 임종현 님
4. 참석 인원
-임종현, 김정자, 김민자, 진재희, 윤경수, 박종현, 박연 (7명)
5. 토론 내용
a) 소감
*번역이 훌륭하다. 역자가 국내파 독문학자라 그런 것 같다. *1930년에 출간된 책인데도 공감되는 바가 많다. *여러 번 읽어도 의미가 새로워 고전의 힘을 느끼게 한다. *재미도 있고 울림도 깊었다 *일종의 성장소설인데 골드문트의 여성편력 이야기가 너무 많아 청소년 권장 도서로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인간 내면의 두 즉면인 이성과 감정을 심층 탐구하는 소설로 보인다. 묘사가 아름답다. *성장소설의 최고봉인 것 같다. *수도원이라는 배경도 흥미로웠다. *청소년기 성의 호기심에 눈뜰 때의 느낌이 환기되었고, 끝에서 골드문트가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도 감명깊었다. *애정행각이라고 하지만 골드문트는 가벼운 쾌락이 아니라 매순간 진지했다. *청소년기에 읽었을 때는 무척 지루했지만 성인이 되어 읽으니 성장소설보다 종교소설에 가까운 것 같다. *골드문트의 여성편력은 바람기라기보다 ‘봉사’나 ‘보시(報施)’에 가까운 것 같다. *작품 말미에 나르치스가 자신은 사랑이 없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골드문트의 임종시 나르치스와 나눈 대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b) 두 영혼의 운명적인 만남
*스무살도 안되는 어린 나이에 두 사람은 선생과 학생으로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헤세는 이 작품을 ‘영혼의 자서전’이라고 했다. 이는 작가 안에 (또한 모든 인간 안에) 내재하는 두 가지 상반된 분력인 지성과 감성(“지와 사랑”)을 탐구한 것으로 보인다. *장인(匠人) 니콜라스와 골드문트의 만남도 주목할만다. 유럽 역사에서 불멸의 예술적 걸작들이 탄생하는 전형적인 상황이다.
c) 골드문트의 감성을 촉발시킨 매체인 사랑, 특히 ‘어머니’ 이미지
*헤세의 생모에 관해 Bard AI Chat에서 검색해보면 이름은 마리 헤세이고 인도문화와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헤세의 독립적인 성향과 강한 의지에 영향을 미쳤다. 그녀가 60세에 사망했을 때 헤세는 몹시 슬퍼했다고 한다. *헤세의 외조부와 부친은 개신교 계열의 인도 선교사였다. 그러나 소설의 배경인 마리아브론 수도원은 가톨릭 종단인 것 같다. *성서에서는 하느님과 교회, 남편과 아내를 각각 머리와 몸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런 개념이 작품에도 반영된 듯하다. 몸은 감성과 사랑의 터전이다. *성서의 ‘이브’와 괴테의 ‘영원히 여성적인 것’도 골드문트의 '어머니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인간에게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한결 친밀하고, 근원적이며, 애착이 가는 존재임은 부인할 수 없다. *어느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우승곡 곡명이 <엄마>였는데 선곡의 불공정 논란이 있었다. 엄마라는 단어가 음악성을 넘어 이미 감동적이고 심금을 울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만큼 어머니라는 이미지가 지닌 힘이 큰 것은 보편적 사실이다.
d) 두 사람 중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지와 사랑을 구분하지만 실은 한 인간 안에 공존하는 두 얼굴이다. *‘~싶다’라기보다는 실제 내 모습은 무엇인지를 투명하게 통찰해야 할 것 같다. *조선시대 유교 문화가 '이상적 인간상'으로 제시한 '선비, 학자, 관료'는 오늘날까지도 한국인의 진정한 자아를 억압하는 일종의 ‘악령’일 수도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나르치스를 모범으로 삼는 분위기였고, 골드문트 같은 유형은 문제아나 말썽꾼으로 치부되었지만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도 많다. *음악이나 연극에 빠진 선후배나 친구들이 많은데 힘들게 살면서도 열정과 추구로 나름대로 행복한 것 같다. 나 자신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혼합된 가운데 골드문트 비중이 좀 더 높은 것 같다. *나의 타고난 성향은 골드문트에 가깝지만 골드문트처럼 감정의 소용돌이에 이끌려 살고 싶지는 않다. *자신은 나르치스적이지만 딸은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다. 어릴 때도 청소년기에도 자유로운 이성교제를 적극 권장했다. 가슴 졸인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넓은 세계관과 인격적 성숙으로 이끄는 모멘텀이 된 것 같다. *정적인 것을 좋아하고 모험을 싫어하는 편은 나르치스에 가깝지만 상상의 세계에서는 골드문트적인 성향도 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수도원에서 탈출하지 못한 골드문트'인 것 같다. *예술가라도 모두가 방랑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고 성실하고 견고한 삶을 영위하는 훌륭한 예술가들도 있다.
e) 골드문트의 여인들
*헤세는 골드문트를 통해 자신의 예술론을 피력하고 있는 것 같다. *예술가의 추구와 고뇌, 치열한 모색 등을 잘 담아냈다 *여인들과의 만남에서 농축된 경험을 통해 조각에 심오한 혼이 담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여인은 뤼디아(기사의 큰딸)인 듯하다. *골드문트는 뤼디아와 레베카(유태인 소녀)를 제외하면 사랑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 여자와의 동침은 충격적일 정도로 외설적인 장면이지만 사실은 골드문트 자신보다 여자들이 원한 것이었다. *골드문트는 타인을 잘 읽는 사람으로 보인다. *골드문트는 연애라는 예술(art)의 절정의 경지에 들어선 듯하다. *아그네스를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라고 묻는 그녀에게 '나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라고 한 대답은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그의 연애는 일시적인 쾌락의 추구가 아니라 매 순간 진심이었고 상대를 위한 것이며 자기 희생적이었다. 흑사병에 걸린 레제와의 관계가 전형적인 사례다. *성장소설이라기보다 종교적인 소설로 읽힌다. * ‘골드문트’는 독일어로 ‘황금의 입’이라는 뜻인데 중세에 콘스탄티노플의 주교였던 크리소스토모스(“金口”)와 같은 뜻이다. (설교를 너무 잘해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함).
f) 생명, 죽음, 예술
*'어머니가 없으면 죽을 수도 없다'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와 같은 뜻인 것 같다. *밀란 쿤데라는 <정체성>이라는 작품에서 자식의 죽음으로 인해 삶에서 해방감을 느꼈다고 하는데, 공감이 되었다. 부모의 죽음이 주는 해방감 같은 것이 있다. ‘나도 이제 죽어도 되겠구나’라는. *어머니는 사랑의 근원이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존재이므로, 어머니의 사랑을 경험한 자는 안심하고 영원한 대지(우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어머니는 작은 생명체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으며 신과 동일체다. *'나르치스에게는 어머니가 없다'거나 '나르치스는 사랑에 굶주리고 있다'는 말은 그가 정신이 세계에만 머무르고 있어 몸(물질)의 사랑을 체험한 인간이 오르는 영혼의 상태에 이르지 못했다는 말이 아닐까. *가톨릭 신앙의 마리아 숭배는 사랑의 근원인 모성의 궁극적 형상인 여성(이브)에 대한 신앙이 아닐까. *가톨릭에서의 마리아는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적인 의미가 강하다. (개신교는 '직거래' ^^) *노년의 골드문트가 아그네스를 다시 찾아가서 겪는 수모와 실망스러울 정도로 찌질한 모습은 왜일까? 속물인 인간의 한계? *낙마의 겸험으로 자신의 늙음과 소멸이라는 한계를 인정한 듯하다. *예술가의 에너지원인 방랑벽을 재충전하기 위한 마지막 모험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실패의 충격으로 몰락하고 무너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웅의 비극적인 결말과 닮았다.
g) 골드문트가 방랑을 통해 성취한 것.
*방랑을 통해 그는 자신을 발견했고, 인생과 세계에 대해 숭고한 인식에 도달했다. 지성과 사유가 아니라 체험(감정)과 사랑이라는 길을 통해서. *말년의 골드문트에게 전통적인 의미의 신앙심이 남아있었는지는 의문스럽지만, 자연과 예술, 인간의 아름다움을 깊이 감지한 그의 영혼에 오히려 진정한 종교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골드문트의 방황은 어머니의 사랑을 예술로 승화해냈다. 이를 통해 나르치스도 사랑을 깨달았다.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다. *하지만 나르치스가 없었다면 골드문트의 구도적인 방랑도 실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골드문트의 마지막을 보면서 큰 위로를 얻는다. 둘의 결합이 작가의 주제가 아닐까?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도 유사한 주제의 작품이다. 지성과 사랑의 결합이 완전한 삶이라는 것. *지와 사랑은 인생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다. *이 작품의 제목을 <지와 사랑>으로 번역서도 있듯이 나르치스는 지성적 인간(학문/의지/논리/정신), 골드문트는 감성적 인간(예술/감성/욕망/육체)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이 소풍이라면 골드문트가 더 멋진 소풍이었던 것 같다. *나르치스든 골드문트든 인간은 각자에게 맞는 체질이 있는 듯하다. *인생의 2/3는 골드문트, 1/3은 나르치스처럼 살아보고 싶다.
6. 여유 한 잔
https://www.youtube.com/watch?v=7CBwkBGv-mw&pp=ygUaendlaSBrbGVpbmUgc3Rlcm5lIGhlaW50amU%3D
Two Little Stars
(Refrain)
Two little stars stand
at the big heaven's tent.
They will go with you
well in the wide, wide world.
Two little stars are
my very last greeting.
Oh, Thinking of me, when I have to go away!
It was an evening, at the window
I once asked you softly:
Will you stay with me forever?
Oh, my child, you have said.
(Refrain)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Oh, so many (people) stand at the window,
when the night falls down,
and there are the same words
that the wind brings him from afar.
(Refrain)
7. 다음 모임 (229회)
- 일자 : 2024년 3월 13일(수)
- 장소 : Zoom, 비대면 모임
- 토론도서 :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송태욱 역, 현암사 (추천)]
- 발제자: 김민자 님
8. 발제 순서
김민자 → 김정자 → 진재희 → 박종현 → 윤경수 → 박연 → 임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