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756823C50A7AE0834)
그렇게 얼마를 달리고 올라갔을까...
11:50에 길고도 먼 고갯길을 올라 버스는 사람들을 괴물이
내뱉듯이 삽시간에 그 많던 승객들을 내려놓고 텅 빈 채 올라왔던
길로 내려갔다.
아마도 차고지는 그 아래 주차장인가 보다.
버스에 내려 잠시 차갑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갓바위 정류소 앞에는 긴 줄이 어느 세 이어져 있다.
803번 버스의 특징은 중간 하차가 거의 없는, 종점에서 하양읍까지
아니 면은 경산시장까지 사람들의 행선지가 정해져 있기에
갓바위에서부터 입석으로 서서가면 등산 갔다가 와서 서서 가는 것도
곤욕이다.
그래서 30분마다 버스가 오는 사정상 갓바위 종점에서 줄 서 는 날 보다
안 서는 날이 이상한 그런 상황이 되었다.
나와 함께 타고 온 승객들은 이미 갓바위 진입로 길로 다들 올라갔다.
11:53 내가 타고 온 버스보다 한발 먼저 갓바위에 도착한 버스가
12:00 갓바위 출발을 앞두고 정류소 앞에 대기했다.
깔끔한 초록색 슈렉버스이다.
버스의 앞문이 열리고 등산 배낭을 땅에 놓고 기다리던 승객들이
종종걸음으로 버스에 오른다.
좌석이 아닌 입석형 버스여서 이내 입석 승객이 나오더니
버스 안은 역시나 올라 갈 때 나 내려 갈 때 나 만 차이다.
왔을 때와 똑같은 풍경을 싣고 803번 버스는 고개 길을 내려가
하양읍을 거쳐 경산시내까지 갈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0274F33C50A7AE081F)
803번 버스가 내려가고 주차장에 잠시 조용하다 싶을 무렵
등산로에서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밀물처럼
주차장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이내 정류장 앞에 줄이 만들어진다.
이번 줄은 제법 길었다.
아무래도 뒷줄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입석으로 가야할 듯싶다.
줄이 길어지자 새치기 때문에 고성이 잠시 오고간다.
이런 일도 사람이 가장 붐비는 날이면 더욱 심하다.
12:25..아래 주차장에 내려가 있던 내가 타고 올라왔던
803번 버스가 다시 주차장 종점으로 올라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7B573C50A7AE080B)
좁은 앞문이 열리고 버스는 널름널름 괴물처럼 사람들을 안으로
집어넣는다.
버스는 앞에까지 가득 찼다.
하양까지 하차할 승객도 없이 이 모습으로 쭉 달릴 것이다.
12:30 콩나물시루가 되어있는 803번 버스가 禪本寺(선본사)일주문을
향해 출발하여 긴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03760B3C50A7AE0911)
이미 立冬(입동)이 저만치 지나고, 갓바위로 오르는 등산길 주변은
어느새 겨울옷으로 갈아입었다.
엊그제 눈까지 내렸는지 바싹 말라버린 낙엽사이로 마치 소금을 뿌려 놓은 듯
눈이 얇게 쌓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5B263C50A7AE092F)
초록빛 녹음이 물든 날 이 길을 올랐던 것이 불과 한 두 달 전 같은데..
어느새 소리 없이 계절은 사뿐사뿐 멀리 걸어가 버리고, 한해의 끝을 알리는
겨울이 八公山(팔공산)을 드리웠다.
점점 높이 갈수록 옷깃 속을 파고드는 차가운 칼바람에 얼굴이 얼얼했다.
八公山(팔공산)의 겨울도 여느 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차갑고
길고도 매섭다..
八公山(팔공산)을 병풍처럼 뒤로한 영천시 화산면, 신령면
군위군 부계면 산성면 경산시 와촌면지역은 매서운 바람이
춘삼월 하순까지 추위와 함께 이어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751D3C50A7AE0912)
간만에 갓바위를 올라서니 땀에 젖고, 허기가 느껴진다.
공양실 안 온돌바닥은 뜨끈뜨끈하여 문을 열자 온기가 확 느껴졌다.
앉은뱅이 식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모습의 공양미를 들고 있었다.
짠지와 오이 콩나물 약간이 든 그릇에 밥을 퍼서 비빔밥을 만들고,
365일 변하지 않는 씨레기국이 공양실의 메뉴이다.
조촐한 밥과 국이 놓인 상 앞에 앉아서 열심히 먹었다.
시장이 곧 반찬이라고 하던가..
평상시 집에서 이렇게 먹으라고 하면 글쎄..
당장이라도 고추장이나 참치 캔 하나 사들고 올 것 이다.
TV에 요즈음 하루라도 빼놓지 않고 나오는 유명 맛 집 들도
지금 이순간은 그곳이 하나도 안 부러울 만큼 밥맛은 꿀맛이다.
이곳 공양실에서 지켜야할 것은 외부반찬 반입은 금지..
그리고 밥과 국은 절대로 남겨서는 안 된다.
공양도 하나의 수행이다.
그저 공짜로 밥 한 끼 먹는다는 생각은 버리고,
이곳에서 왜 이방인들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대접하는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042B3C50A7AE0A03)
드디어 갓바위 정상에 올라섰다.
오후 햇살을 등지고 갓을 쓴 부처님이 앉아 계신다.
갓바위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약사여래좌상은 원광의 제자
義玄(의현)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하여 통일신라 636년
선덕여왕 7년에 이곳에 여래상을 세웠다고 한다.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리면 반드시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영 엄한 갓바위 돌부처님을 예불하기위해 대구,경북지역 외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八公山(팔공산)의 명소지다.
갓바위는 경북 경산시 瓦村面(와촌면)大閑里(대한리)에 자리한
禪本寺(선본사)에 소속되어 있으며, 갓바위의 지명권을 놓고
대구와 경산이 한동안 마찰을 빚어왔으나 갓바위의 위치와 지역은
경산시 瓦村面(와촌면)大閑里(대한리)로 확정되었다.
갓바위를 오르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숱한 사연과 소원을 품고
긴 계단을 오른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할머니..
한쪽 다리가 불편함에도 계단 옆 손잡이에 의지하여 오르는 아주머니..
등산로를 오르며 그 모습을 볼 때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든다.
지난해 TV에서 보았던 다큐멘터리“차마고도”가 생각났다.
중국의 가장 서쪽 끝 티벳고원을 넘어 불교의 성지 티벳사원을
찾아 가기위해 삼보 일 배를 거듭하며 몇 달을 고난의 길을 걷던
사람들의 모습..
거기에는 죽음을 앞둔 한 노인이 마지막 소원 티벳사원으로 가기위해
목숨을 걸고 가던 모습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주었다.
八公山(팔공산) 갓바위로 오르는 길을 한국의 차마고도 라고 부르고 싶다.
산 정상에는 차가운 강풍이 몰아치고, 산 아래 낙엽들이 휘날린다.
겨울바람이 아무리 세찬들 간절한 소망을 담아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동요시키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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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할 때는 대구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쪽 길은 가히 깎아지른 절벽사이를 잇는 아슬아슬한
돌계단이 곡선으로 가파르게 내려간다.
올라오는 길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오히려 내려 갈 때 가 더 어렵다.
아슬아슬하게 난간 손잡이를 잡고서 주춤주춤 내려가는데, 점점 다리가
풀리는가 싶은 것이 마치 유격훈련 PT체조를 하는 느낌이었다.
아니.. 대구방향 등산로길 자체가 유격훈련이었다.
경산방향으로 내려갔으면 이미 도착했을 시간인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간신히 등산로 계단을 내려와 단풍이 남아있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아주 조금 남은 늦가을의 흔적을 바라보며 다음가을을
기약했다.
주차장 입구 관리사무소 앞뜰에는 변함없이 길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겨울과 올봄 여름에 만났던 고양이들이 그 자리에 옹기종기
오늘은 세 마리가 앉아있었다.
사람과 늘 마주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서기를 싫어하는 그들은
철저한 야생 고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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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햇살이 드는 따스한 곳이어서 주변의 길고양이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이 녀석들도 또 다시 찾아온 달갑지 않은 겨울에 걱정이 드는지..
두 눈을 감은 채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듯 하다.
지금까지 잘 견뎌 주고 있기에 이번겨울도 이 아이들이 잘 이겨내고
따스한 춘삼월 봄에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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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와촌면 禪本寺(선본사)일주문 앞 803번 버스 종점과 달리
대구방향 갓바위 종점은 넓은 주차장에 10분 간격으로 대구시내 중심가와
기차역과 공항을 경유하는 401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곳도 경산과 마찬가지로 긴 줄이 이어지지만 버스가 803번과 달리
배차간격이 짧기에 긴 줄도 빠른 시간에 사라진다.
구태여 급하게 종점으로 뛰다시피 내려와서 앞줄에 붙으려 할 필요가
없을 만큼 경산방향과 다른 점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6E413850A7AE0C0D)
401번 버스가 막 한대가 내려가고 바로 버스가 종점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이곳과 401번 버스역시 특별한 날에는 버스들이 넘치는 승객들로
뒷감당이 안 되는 날도 있다.
수능이 지나고 다소 등산객수가 줄었다고 한다.
경산 803번 버스..
대구 401번 버스..
각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올라가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갓바위를 향해 올라가는 유일한 버스들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06843450A7B1F618)
정적이 흐르는 종점에 禪本寺(선본사)에서 저녁예불을 올리는
종소리가 은은히 산을 타고 울려 퍼진다.
아름답다 못해 한편으론 숙연함이 느껴지는 종소리가 울리고..
17:15 경산에서 출발한 803번 버스가 종점에 올라왔다.
버스에는 5명의 등산객이 내렸다.
이 늦은 밤에 갓바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저 감탄이
나온다.
승용차도 제법 종점으로 많이 올라온다.
이젠 야간산행 사람들이 정적 속에 빠진 일주문 주차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026CAE3850A7AE0C0F)
승객을 모두 하차시킨 버스는 다시 등산로 입구에서 U턴하여
경산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종점에 주차한다.
17:45 경산행 버스로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야 한다.
추운 날씨 속에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드문드문 좌석 몇 곳 만 승객이 앉은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한산함마저 들게 하며 이내 803번 버스는 산을 내려가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4AC83850A7AE0C34)
시간이 갈수록 추위의 기세는 더해간다.
사람들로 분주했던 곳이 이렇게 고요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사람들이 대부분 떠난 갓바위 주차장 종점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의
수도 점점 줄어든다.
이제 이곳으로 올라올 버스도 7편만 남았는데 18:30 버스까지만
경산시내까지 운행하고 이후 6편의 버스는 모두 하양읍에서 운행을
종료한다.
차가워진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18:15 내려가는 803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좁은 좌석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이내 졸음이
쏟아져 오고..
버스는 사방이 어둠뿐인 길고도 함한 산길을 내려간다.
첫댓글 갓바위가 등산로에 불이 일일이 다 밝혀져 있어서 야간산행하기 좋습니다. 저도 몇 주 전에 야간산행을 다녀왔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야간에 갓바위 모습도 정말 풍경이 멋있네요.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사실 여기서 저희들만 보기가 너무나 아깝습니다. 시간과 물질적인 여유가 있다면 에세이집으로 내셔도 정말 손상이 없을것 같네요.^^;;
매월 음력 초하루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빠짐없이 갓바위를 찾아갑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을 앞쪽으로 401번을 이용해서 다녀옵니다.
지금의 수능이 끝나고 입시철이라 정말 혼잡함 정도가 심각하지요~~~
전번 14일날도 오후 늦게까지 401번 입석 빼곡하게 세워서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