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털링 모스 경(Sir Stirling Moss)은 전후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의 300 SLR 레이스카를 타고 1955년 밀레 밀리아에서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코스 레코드를 세우며 우승한 일은 모터스포츠의 전설로 남아 있다.
지난 2009년, 메르세데스-벤츠는 SLR 맥라렌을 기반으로 스털링 모스의 활약사를 기념하기 위한 한정판 슈퍼카를 제작했다. 그 유명한 SLR 스털링 모스다. 300 SLR 레이스카를 오마주한 로드스터 디자인과 높은 희소가치로 현재까지도 제법 인기있는 소장품이다.
그런 SLR 스털링 모스 매물이 아랍 에미리트에서 등장했다. 그런데 이 차의 전 차주는 스털링 모스의 광팬이었던 걸로 추정된다. 차 전체를 스털링 모스의 이미지로 뒤덮었기 때문이다. SLR 스털링 모스를 탄다면 그렇지 않아도 엄청난 시선을 받을 텐데, 좀 더 민망할 수도 있겠다.
보닛에는 스털링 모스의 사진과 그가 탔던 300 SLR 레이스카의 이미지, 그리고 그의 자필서명 등이 부착돼 있다. 차체 측면에도 비슷한 이미지와 스털링 모스의 역사적인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스털링 모스의 상징적인 '722'번 엔트리 넘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화려한(?) 이미지들이 떼어낼 수 있는 '랩핑'인 지, 혹은 도색된 것인 지는 불확실하다. 만약 손쉽게 제거할 수 없다면 깔끔한 외관을 원하는 콜렉터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매물의 가치는 높다. 출고 당시의 순정 알로이 휠은 물론 탈착식 커버 패널, 차량 커버, 배터리 충전기 및 공구 세트, 한정판에 따라 오는 책과 모자, 고글까지 함께 딸려 온다.
가격은 280만 달러(한화 약 31억 1,000만 원)다. 출시 가격이 75만 유로(한화 약 9억 8,000만 원)였던 걸 생각하면 그 희소성 때문에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었다. 웬만한 최신 하이퍼카와 맞먹는 가격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LR 스털링 모스는 SLR 맥라렌을 기반으로 한정 생산된 슈퍼카다. 650마력의 V8 슈퍼차저 엔진이 얹혀 최고속도는 350km/h, 0-100km/h 가속시간은 3.5초에 달한다. 생산량은 75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