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저것 놀이> 기본 틀
○ 소재[은유]: 수필의 날(A) = 수필의 생일(B)
○ 왜?[동일성]: A와 B[이질성] 속의 동일성[태어남]
○ 원관념[주제]: 수필의 날(A)
○ 보조관념[제재]: 수필의 생일(B)
○ 형상화[창작]: 수필의 생일(B) 이야기로 수필의 날을 그려낸다.
알고나 댕깁시다, <수필의 날> 행사
오덕렬
제23회 수필의 날 고창 행사에 다녀온 후 <수필의 날>에 대해 좀 꼼꼼히 알고 싶어졌습니다. 얘기나 나눠보자고 회원이 운영하는 ‘마실카페’에 몇 분을 초대했습니다. 수필 하나만을 보랃고 일생을 사신 수일 선생, 수필문학이란 단어를 좋아하는 수이 님, 요새 좀 횡설수설하는 수삼 님, 창작수필에 밝은 창수 씨, 그리고 우연찮게 카페에 들러 관객이 된 카페라떼 씨 등입니다.
그동안 <수필의 날>이 ‘12월 1일→ 7월15일→ 4월 28일’로 몇 차례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공식 ‘수필심포지엄’이 아닙니다. 자유스럽게 <수필의 날>이 옮겨간 순서에 따라, 가슴에 담고 있는 얘기를 다 털어놓읍시다. <수필의 날>에 대해서 무논에 개를 치듯, 태풍 대비 갈개치듯…. 개탕을 확 쳐봅시다.
수일: 12월1일 <수필의 날>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2000년 12월 1일,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 한 카페에서 조병화, 공덕용, 이기진, 유경환 등 43명의 수필가와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이 모였습니다. 이날이 ≪현대수필≫ 창간일이어서 연말행사 겸하여 모여, <수필의 날>로 선포된 것입니다. 2006년까지 6차례를 ≪현대수필≫에서 수필의 날 행사를 치르고 제7회 때부터 ≪한국문인협회≫로 넘어왔어요. 이를테면 행사가 私에서 公으로 제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현대수필≫ 회장이 연말 시상식 날을 맞아 <수필의 날>로 정하고, 이름만 내걸었을 뿐 실질적인 기념행사도 없었고, 또한 수필문단인들의 총의를 수렴하지도 않은 자신들만의 행사에 그치고 있었다고….
수이: 문협으로 넘어온 <수필의 날>은 민주 절차를 밟아갔습니다. 이 과정을 주도한 분은 강석호 당시 부이사장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일신수필」이 ‘수필이란 용어를 처음 쓴 것을 기려 그 기록의 첫날, 8월 15일을 <수필의 날>로 잡은 것이랍니다. 날짜를 정해놓고도 마무리 공식적인 조정자는 신세훈 이사장이 맡고, 추진위원은 강석호, 도창회, 윤재천, 시인 이성교, 평론가 임헌영이 선임되었습니다. 윤재천 교수의 의견은 날짜는 새로 정하되, 실시 횟수와 선언문은 그대로 인정해주기를 원했습니다. 후보 일은 3개로 축소하였습니다. ① 7월 15일(일신수필), ② 10월 1일(≪박문≫ 창간일), ③ 12월 1일(≪현대수필≫ 창간일) 중에 우편으로 의견을 물은 바,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연암의 기행문으로 정해졌습니다. 이 관계 일들은 ≪수필문학≫(2007년 8월호)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문단의 중의를 모으고도 창작수필의 효시 「가을」을 놓친 점은 우리 문단의 부끄러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1980년대의 허구논쟁에 이은 두 번째가 되겠습니다.
수삼: 중지衆智를 모아 정해진 날짜를 또 4월 28일로 바꾼 연유는 무엇일까요? 항간에 떠도는 얘기로는 “7월은 너무 덥다”는 핑계였습니다. 화창한 봄으로 하려면 3월도 좋고, 4월로 하려면 초순, 중순이 좋겠는데…. 귀꿈스럽게 4월의 그믐께냐고요? 왜 해필 28일이냐고요? 지난 고창 대회는 4월 28일로 옮겨서 6번째였습니다. 그러니까 2018년, 그때 혹 어떤 의견수렴 같은 소식을 누구 들으신 분 계셔요? 그때 직책을 맡은 분은 한국문협 수필분과 회원 3,700여 회원에게 그 전말을 소상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원도 모르게 수필의 생일날이 또 바뀌다니요. 스스로 정체성을 부인한 것 아닌가요? 이사장의 축사에서 어떤 이유와 어떤 힘이 작용했을까 하는 짐작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자! 봅시다.
“역사의 도시, 문화예술이 발달한 전주에서 귀하신 여러분을 뵙게 돼 무척 반갑고 행복하다. 코로나19가 수필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수필계의 큰 별 윤○○ 선생께서 4월 28일에 태어나 기쁘고 매년 행사를 치르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을 계기로 한국 수필이 발전하게 되길 빕니다.”
창수: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11시:16에 ≪한국 창작수필 문인협회≫는 「가을」 발표 105주년을 맞아 수필의 날을 선언했습니다. 장소는 광주광역시 시립문등도서관 대강당이고요. 문학계 인사 50여분이 참석했습니다. <수필의 날> 선언문은 여섯 문장, 195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필의 날> 선언문
문학은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상상의 힘을 빌려 언어로 미를 창조하는 예술이다. 창작수필은 마음을 짓는 문학이다. 삶의 이야기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가능한 세계를 노래한다. 우리가 가꾸려는 창작수필 나무는 한국의 하늘과 땅에서 햇볕을 받고 바람을 쐬며 자생적으로 한국의 미로 자랄 것이다. 현대문학에서 창작수필의 효시로, 그 모범을 보인 작품이 육당 최남선의 「가을」이다. 1917년 청춘지 11호에 발표된 날, 11월 16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이날을 수필의 날로 선언한다.
2022년 11월 16일
한국 창작수필 문인협회
<수필의 날>은 현대 창작수필이 발표된 날로 잡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요. 11월 16일! 세월이 흐르면 어느 날 역사가 손을 번쩍 들어줄 것으로 믿습니다. <수필의 날>은 현대 창작수필 「가을」의 생일날입니다. 수필회원 여러분! 알고나 댕깁시다, 수필의 날 행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