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화엄경 약찬게 : 독송,약사사 금담스님>
두번째강설,용수보살약찬게(龍樹菩薩略纂偈)
(3)❂ 용수와 중관철학의 전통
『화엄경』 「약찬게」를 지으신 용수보살龍樹菩薩은 불교사에서 아주 중요한 분입니다.
용수보살은 대승의 최고 논사論師로 추앙되는 분입니다. 대승의 논서論書를 제일 먼저 쓰신 분도 바로 용수보살입니다. 용수보살은 불교의 여러 사상뿐만 아니라 외도外道의 사상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그는 대승의 ‘공사상空思想’에 입각하여 이에 어긋난 여러 실재론實在論적 견해들을 설파해 내었습니다.
대승불교는 개인의 깨달음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기존의 분위기에 반발하여 대중적인 종교운동으로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대승불교도 자연히 철학적인 정립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승불교처럼 많은 논論을 쓰게 됩니다.
용수보살 당사에 초기의 대승경전들, 즉 반야의 경전인 『화엄경』, 『법화경』, 정토경전들이 비록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니겠지만, 이미 성립되어 유통되고 있었음을 우리는 용수보살의 저서들을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용수보살은 이 경전들을 해석하는 논論을 지었는데, 그의 저서들 가운데 철학적으로 중요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반야경전 계통의 공사상에 입각하여 그릇된 실재론적인 견해들을 논파하는 저서들로서, 『중론中論』, 『십이문론十二門論』, 『공칠십론空七十論』
② 역시 공사상에 입각해 외도를 파하는 『회쟁론廻諍論』
③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의 주석으로서 용수사상의 여러 가지 측면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대지도론大智度論』
④ 『화엄경』 「십지품十地品」의 주석서인『십주비바론十住毘婆沙論』과 화엄의 유심사상唯心思想을 논하는 『대승십이론大乘十二論』
이처럼 용수보살의 교학은 상당히 포괄적인 것이었으며, 단순히 반야 경전의 공空사상만을 전개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의 철학은 어디 까지나 공사상에 있었으며, 이 때문에 그의 『중론中論』을 중심으로 하여 중관철학中觀哲學이 성립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중관불교의 중대한 역할을 선도한 용수보살은 불교의 핵심이 연기설緣起說에 있음을 간파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존의 불교를 철학적으로 분석. 종합하여 대승불교를 새롭게 확립함으로써 제2의 불타佛陀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용수가 제2의 불타로 자리매김된 것은 무엇보다 기존의 불교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회통會通(언뜻 보기에 서로 어긋 나는 뜻이나 주장을 해석하여 조화롭게 함)적 종합화에 기인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해석과 회통적 종합의 이론적 토대는 다름 아닌 ‘연기설’ 에 대한 그의 독자적인 해석 방법입니다. 그는 기존의 불교사상(초기불교, 부파불교, 『반야경』)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연기緣起’와 ‘공(空)’ 같은 문제들을 그의 독특한 논증방식(공의 논리)에 의해 체게적으로 밝혀내어 불타의 근본 사상을 종합적으로 규명하였습니다.특히 초기불교에서 부파불교를 지나 용수보살에 이르기까지 약 오백년에 걸쳐 불교의 중심 교리로 사용되어 왔던 ‘연기’ 라는 말을 ‘팔불八不’ 라는 개념에 의해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연기는 그 의미상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예컨대 『반야경』에서 명료하게 밝히지 못한 연기와 공의 관계 및 그 의미를 ‘‘팔불八不’과 ‘상의相依’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논구論究 함으로써 연기의 기본 성격을 분명히 하였을 뿐민 아니라, 무자성無自性(자성이 없음, 모든 것은 연기에 의해 생멸하므로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의미) 공관空觀의 연기를 확립하였습니다.
그에 의해 불교는 비로소 철학적인 기초와 종교적인 깊이를 다질 수 있게 되어던 것입니다.
용수보살의 생애에 대한 전설적 일화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사상입니다. 고대 철학자의 저술에 대하여 항상 제기되는 실제 저작여부와 관련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모든 불교학자들이 인정하는 용수보살의 저술은 『중론송中論頌』입니다.
중국에서는 『중론송』의 용약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십이문론』과 함께 그의 제자 아리아제바의『백론百論』 등 세 가지 논을 소의경전所依經典(근본경전)으로 한 삼론종三論宗이 생겼으며, 그 핵심은 이른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는 한 구절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파사현정이란 ‘삿된 견해를 깨트려 곧 진리를 드러낸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팔불八不
용수보살의 대표적 저술인『중론中論』의 「귀경게歸敬偈」에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상주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으며, 하나도 아니고 다르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不生亦不滅 不常亦不斷 不一不異 不來亦不去,불생역불멸,불상역부단,불일불이,불래역불거))라는 게송이 있습니다.
이것은 열반涅槃의 의미를 드러내기 위한 것인데 열반은 원래 생生하는 것도 멸滅하는 것도 아니므로 연기하여 생한 일체의 모든 법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상주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는 것으로서, 어떠한 자성自性이 있지도 않은 공空임을 표명한 것입니다.
이 여덟 가지 부정, 즉 팔불八不은 중생들의 수많은 미혹된 견해를 대표하는 생生. 멸滅. 단斷. 상常. 일一. 이異. 래來. 거去의 여덟 가지 견해를 부정한 것으로서 외도들의 사견邪見과 불교 내의 유부有部 등의 유견有見을 척파한 것입니다.
*상의相依
용수보살의 공사상은 어디가지나 연기緣起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곧 연기緣起하여 생겨나는 일체의 법은 고유한 본성, 즉 자성이 없으며, 고정적인 자성이 없으므로 공(空)하다고 설하는 것입니다.『중론』에서 설하는 ‘제일의제(第一義諦)’와 ‘세속제(世俗諦)’의 내용은 이 뜻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일체가 공하며 이러한 견지에서 제법을 관하는 것이 ‘제일의제(第一義諦)’입니다. 그러나 비록 공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연기하여 상대적인 세계가 성립하기도 하니 이 같은 세간의 입장이 곧 ‘세속제제(世俗諦)’입니다.
『중론中論』에서는 제일의제(第一義諦)는 세속제(世俗諦)’에 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또 이 이제[二諦(제일의제와 세속제)]의 도리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 깊은 불법의 뜻을 알지 못한다고 설하여, 공이 결코 단순한 무無가 아님을 역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