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공책 만들기 / 이 더운 날에]
방학을 보내고, 노래하려고 첫 만남 가졌어요. 가을겨울학기에는 3학년 달빛서당과 4학년 무지개서당이 함께 소리모아부르기 배움합니다. 학교 안에서 두 서당이 위, 아래 터전에 나누어 지내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했어요. 몇 해 만나온 시간이 있어서, 서로에 대해 알긴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해요. 이제 조금 더 자주 만나며 관계를 열어가고 깊어지기를 바랐어요. 노래를 사이에 두고 만나니, 서로의 마음과 감정을 조금 더 자주 마주하게 되겠지요.
첫 시간에는 공책을 함께 만들고, 노래 “이 더운 날에”를 함께 불렀어요. 방학을 보낸 이후, 아직 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더운 여름날에 부는 이 바람은 어디서 오나
푸른 저 산 위에 나무 나무들이 보내주었나
바람 한 줄기에 함께 묻어오는
싱그러운 풀내음 음음
지친 내 마음도 어느새
미소 짓고 있구나
바람결 속에 들려오는
나무들의 이야기
우린 잘 있으니
너도 잘 지내렴 이 더운 날에
더운 여름날, 산과 바람을, 풀내음과 나무들을 노래하다보면 어느새 무더워 지쳤던 마음은 잊혀지고, 싱그럽고 잔잔한 마음이 우리 안에 가득 들어온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즐겁게 잔잔히 노래하고, 무더웠던 방학, 즐거이 여름 놀이했던 날들 떠올렸습니다.
[8월 18일: 통일 참 쉽다]
‘광복절’하면 해방을 맞이했던 사람들의 웃음과 만세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내 즐거운 마음이 가시기도 해요. 강점기 이전 나라가 하나였던 날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금 남과 북이 갈라져 미움과 전쟁이 끝나지 않은 현실이 짚어지는 때문입니다.
우리 땅의 상처가 참 깊어요. 이 상처의 치유를 생각하면 통일을 마주하게 되어요. 우리가 오해와 미움을 그치고 다시 하나가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 나누고 노래했어요.
우리나라 한 가운데 갈라놓은 가시울타리
어떻게 하면 통일이 될까 어떻게 하면
가시울타리 이쪽저쪽 총 멘 사람들 모두
총을 내려놓으면 되지 총을 내려놓으면
총을 내려놓으면 되지 않을까
통일이 된다면, 북녘의 동무들을 사귀게 되겠지요. 그러면 그 동무하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을 것 같아요. 즐거운 상상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그려보았어요.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지금 당장 뭘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즐거운 상상, 나누는 마음 느껴지려나요?
[9월 7일: 나팔꽃집보다 분꽃집이 더 작다]
모기 입이 꼬부라진다는 처서의 마지막 날, 아직 모기는 쌩쌩하지만 아침, 저녁은 정말 가을입니다. 아이들도 이제 긴 바지, 긴 팔 옷을 입고 등교하기도 해요. 그러나 아직 여름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여름 꽃들을 생각하며, 권정생 선생님의 시, “꽃밭”을 읽어보았어요.
꽃밭 / 권정생
나팔꽃집보다
분꽃집이 더 작다
해바라기꽃집보다
나팔꽃집이 더 작다
“해바라기꽃집은 식구가 많거든요”
제일 작은 채송화꽃이 말했다.
꽃밭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지식산업사
나팔꽃, 분꽃, 해바라기꽃. 모두 마을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꽃들이에요. 채송화는 마을학교 아이들이 익숙하게 아는 쇠비름과에 속한 식물이라고 해요. 마을 한 바퀴 돌며, 꽃들을 만났답니다.
우리가 종종 그리는 그림과, 실제 모습이 정말 같은지 다른지 자세히 관찰했어요. 그런 후 학교로 돌아와 그렸는데, 얼마나 똑같을까요? 아니면 실제와 상관 없이, 우리 마음속에 피어있는 모습일까요?
이 시를 노래로 만든 백창우 선생님은 시의 마지막 줄, “꽃밭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를 빼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부분을 빼는 것이 아쉬워서, 후렴부에 화음으로 그 가사를 넣었어요. 과연 달빛과 무지개 서당 동무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훌륭하게도 한 번 듣고는 무던하게 따라 불렀어요. 아이들이 그린 꽃들도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