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1)오 정 훈*
목 차
1.들머리
2.해체시 교육의 가능성
3.해체시 교육 방법
4.마무리
1. 들머리
해체는 형식과 내용의 일탈이다.거시적인 차원의 문학적 관점에서 접
근한다면,문학과 예술의 경계 설정을 거부하는 해체도 새로운 문학적 시
도를 위한 방법적 탐색이라 볼 수 있다.전통적인 시 갈래의 속성을 온전
히 보유하고 있는 서정시의 입장에서 보면 해체시는 이단아일 뿐이다.시
의 형식을 철저히 깨뜨려 시 갈래의 권위를 부정하면서,현실의 차용과 현
실 자체를 시적 형식으로 격상시키고 있다.뿐만 아니라,시적 구성요소의
결합을 시어 속에 교묘하게 배치시킴으로써 독자에게 정서적 감동과 인식
적 혜안(慧眼)을 제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와 주제적 의미를 철저히 파
괴시키고 있다.시가 갖는 최소한의 형식과 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작
가의 의도를 배제시킴으로써 무화(無化)와 무위(無爲)의 가치를 재창출한다.
하지만 해체적 기법이 파괴와 무질서를 자행함으로써 예술 자체를 부정
*대아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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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은 아니기에 새로운 예술적 패러다임의 창조를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무미건조하고 구태의연한 글쓰기 방식에서 벗어나,새로운 방법적
시도를 통해 사상의 확산을 꾀함은 물론 표현수단과 형식의 창조를 꾀하
고자 하는 것이다.해체는 예술적 글쓰기의 새로운 시도만이 아니라,현실
에 대한 부정이며 기존 가치에 대한 거부이다.삶을 지배하는 기존의 인식
체계와 가치관에서 벗어나 현실을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원리를 모색
하고자 하는 몸부림인 것이다.이렇게 볼 때,해체는 기존 삶의 방식과 예
술 행위에 대한 비판이면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발전적 시도로 볼 수 있
다.해체의 정신을 일탈을 통한 창조로 인식한다면,해체의 예술적 시도는
새로운 문학적 성취를 위한 도전이며 삶의 개방성을 성취하고자 하는 인
식 지평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다면,발상과 표현의 전환을 꾀하는 해체시를 교육
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획일성을 뛰어넘어 다양성과 창조성을 추구하
고자 하는 신선한 움직이라고 할만하다.시 문학 일반에 대한 보편적 교육
뒤에 시도되는 해체시에 관한 교육적 경험은,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
뜨려 예술의 권위를 붕괴시킴으로써 예술을 자기 삶으로 편입시키는 계기
가 될 것이다.형식을 파괴하고 의미에 집착하지 않는 해체적 태도는,그
대로 학생들에게 전이되어 삶과 작품을 창의적으로 바라보게 할 것이다.
또한,작가와 작품의 권위가 부정되고,형식과 내용이 해체된 시 텍스트는
오로지 독자의 위치를 부각시켜 줄 뿐이다.그러므로 작품 향유의 주체로
서의 학생은 감상의 권위를 부여 받을 수 있게 된다.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77
2. 해체시 교육의 가능성
근대의 문학은 차이,타자성,균열,간극,이화(異化)와 소외의 경험 등을
중요한 특성으로 하며,1)이러한 문학적 특성은 개별적인 현실의 삶을 반
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다양한 삶의 모습을 문학을 통해 형상화하고
자 하는 시도는,소외되고 주변부로 내몰렸던 삶에 대해 천착하고 이를
문학적 제재로 다루는 전환점이 되었다.자연 중심의 생태적 가치관을 도
외시한 비정상적인 인간 중심적 사고와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극단적 맹
신은,현실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회의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이데올로
기 해체라는 비상구를 탐색하게 만들었다.유독 이러한 문제의식의 중심
에 서 있었던 예술가가 해체적 성향의 작가들이었으며,그들에게 해체는
단순한 글쓰기 방식의 새로움이 아니라 현실과 삶에 대한 비판이며 패러
다임의 전환이며 방향제시를 위한 시도였던 것이다.해체 시인들은 해체
를 통해 시대적 절망감을 토로함으로써 무의식 속에 각인된 욕망을 표출
하고자 한다.2)
해체주의에 각인된 포스트모더니즘적 패러다임은 교육현장에도 많은 시
사점을 준다.‘교육적 가치’의 성취를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교육활동 속
에서,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서 어떤 단계에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
성’에 대한 인식적 합의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절대적 가치의 테두리를
깨뜨려 확장시켜나감으로써 발전적 치환과 대체를 모색하는 것이 삶의 과
1)김수이,「현실비판적 해체시의 교육방법론과 기대효과」, 현대문학이론연구 33,현
대문학이론학회,2008,504면.
2)삶에 대한 치열한 천착없이 고통을 가볍게 무화시켜 버리거나,형식 실험 자체가 아
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고 유희적으로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해체시를 무가치한 것으
로 비난하는 논의도 있으나,해체시의 본령이 후기산업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새
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그 시사적 의의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문흥술,「해체시에 나타나는 주체해체의 양상」, 인문논총 14,서울여자
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2005,30~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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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것이다.3)가치성에 대한 상대적 관점은 상상력의 고취와 창의성 신
장을 지향하는 시 교육에 발전 가능한 인식적 틀을 제공해 줄 것이다.기
존 인식에 대한 해체적 일탈은 시 작품 감상과 창작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정당화해 줄 것이며,교사의 권위를 해체시켜 독자로서의 학생을 시 교육
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1) 해체의 일탈성
철학적 사고에서 출발한 해체주의는 ‘일탈’이 주된 특성이다.데리다의
해체주의는 훗설의 ‘근원적으로 자명한 원리’라고 믿는 기존의 형이상학
적 사고를 비판한다.이를 위해 그는 어떤 매개체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한
사유를 강조한다.4)해체 정신은 삶을 지배하는 기존의 원리와 가치관에
대한 파괴이자 새로운 시도로서의 인식 전환이라 할 수 있다.데리다를 비
롯한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은 비트겐슈타인이나 하이데거와 마찬가지로,
형이상학의 거대한 전통이 종언을 고한 것으로 간주한다.특히,데리다는
‘인간의 종언’을 통해 인류의 전통적 목적의 종언이라는 화두를 제시한다.
이는 전통적 이상들이 과연 성취되어 온 것이냐에 대한 의문을 가능하게
하며,나아가서는 이러한 이상들이 우리를 영원한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을 정도로 반생산적이지 않았냐는 의심조차 들게 해 준다.5)이성과 합
3)변화는 언제나 고정되고 변경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태도는 인습
적 억측에 불과하며,현재의 모든 사고는 상대적인 것일 수밖에 없으며 완성되지 않
은 生成途上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또한,이데올로기는 초월적 종교가 지닌 내세
적 성스러움이든 미래역사에 내재하고 있는 성스러움이든 신성한 모든 것을 부정하
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속성으로 인해 비미학적인 형식
의 창조가 가능하다.E.H.카아,길현모 옮김, 역사란 무엇인가 ,서울:탐구당,
1996,190~191면;루시앙 골드만,조경숙 옮김, 소설사회학을 위하여 ,서울:청
하,1994,33면.
4)김효중,「한국 현대시 비평과 해체주의 이론」, 연구논문집 56,대구효성가톨릭대
학교,1997,97면.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79
리성을 바탕으로 한 진보적 역사관이 삶의 근본 원리라고 믿고,이를 통
해 이상의 실현을 추구해 왔던 인류의 보편적 패러다임에 근원적인 의문
을 제기한 것이다.결국,진보를 표방하는 기존의 과학적 사고는 특정 지
배 이데올로기를 정당화시킴으로써 종국에는 삶의 종언과 인간의 종언이
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해체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은
이러한 종언적 상황에서 새로운 삶의 원리를 찾기 위해서는,모든 기존의
지배적이고 권위적인 사고와 삶의 방식을 해체하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데리다의 ‘차연’개념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데리다에 의
하면,기호는 부재하는 현존을 제시하며,대상을 제시하는 대신 우리는 기
호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우리는 지시물을 내놓는 것을 연기하거나
늦춘다.바로 여기에 차연의 특징인 기표와 기의,그리고 기의와 지시물
간의 연기와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즉,기호를 사용할 때 자기 현존
적인 기표에 구현된 지시물과 기의의 현존이 즉각적으로 우리에게 드러난
다는 인식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기호에는 실질도 현존도 없으며
단지 흔적으로서의 기호의 놀이와 작용만이 존재한다고 본다.6)이러한 관
점은 기표에 집착하고 작품과 작가의 권위를 절대시하던 기존의 인식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드 만 역시 유기적 형식에 집착하고 시를 무한한
자기 소유의 의미 구조라고 생각하는 신비평가들은,시를 ‘언어의 도상’이
라고 믿는 자기 주장을 해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텍스트에는 차이
와 관계에 의한 임시적인 불안정한 의미만이 존재하는 것이다.인간은 이
텍스트 안에 존재하며,인간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이며,텍스트 안의 연쇄
작용에 얽혀 있다는 입장이다.7)해체주의는 현실적 삶의 원리를 지배했던
5)조광래, 해체주의란 무엇인가 ,서울:교보문고,1989,116면.
6)빈센트 B.라이치,권택영 옮김, 해체비평이란 무엇인가 ,서울:문예출판사,1990,
68면.
7)ChristopherNorris,민경숙 외 옮김, 해체비평:이론과 실제 ,서울:한신문화사,
1995,29~53면.
280■문학교육학 제33호
이성 중심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부정함과 동시에 지배 담론을 형성하는
텍스트도 해체시키고 있는 것이다.기존의 삶의 체제와 가치관을 해체함으
로써 새로운 인식의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했듯이,텍스트의 절대적 권위
를 해체시킴으로서 예술과 삶과의 이분법적 인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예술
적 인식과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철학적 인식으로서의 해체주의는 시문학 속에서 주체의 죽음,매체개방
주의,텍스트의 공동화 현상으로 구체화된다.8)독창성의 근원으로 대접받
던 시인은 ‘생산자’로서의 자격만을 갖게 되며,포스트모더니즘의 패러디
기법이 작가의 창조적 권위에 도전하는 전략으로 등장하게 된다.무정부주
의적 입장을 보이는 포스트모더니즘 시인들에 의하여 인습적 굴레에서 벗
어나,다양한 스타일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권위와 통제의 형식을 거부함
으로써 질서,조화,균형을 해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언어에
만 의존하던 제한성을 극복하고 매체와 제재의 무제한성을 추구하게 되며,
‘공백’이 주텍스트가 되고 오히려 진술은 부텍스트로 전락시키는 기법을
통해 삶의 무의미성과 반미학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또한,시는 삶과 분
리된 자율적 존재로 진리 혹은 진정한 삶을 추구한다는 기존의 발상은 인
간이 진리에 종속되는 종속 담론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새로
운 기법적 시도를 감행하고자 한다.삶과 예술은 엄격히 분리되며,예술은
절대적 권위성을 부여받는다는 기존의 예술에 대한 허상은,세계에 존재하
는 사물들을 내적인 필연성 없이 나열하는 이항대립체계 해체를 위한 ‘표
면성’9)의 강조를 통해 와해된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 시인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해체의 선구자로 알려진 황지우는 전통적인 시 형식의 일탈을 시도
하고 있다.시의 고유한 형식을 파괴하고 매체의 변용을 통해,형식의 파
괴는 물론 그 속에 담기는 주제 의식에 대한 철저한 해체를 도모한다.기
8)김준오, 도시시와 해체시 ,서울:문학과비평사,1988,138~146면.
9)이승훈, 해체시론 ,서울:새미,1998,50~67면.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81
호의 허상을 지적하면서 엘리트 중심주의를 지향하던 시 갈래의 절대적
가치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이를 통해 그는 문학의 문법을 넘어 삶의
문법까지 해체시키고자 한다.
서구지향의 근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진보 개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인 시인으로 장정일을 꼽을 수 있다.그는 여러 시편들을 통해
자본중심주의와 경쟁중심논리를 거론하면서 오히려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인간성을 소외시키며 강자 중심의 지배체제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
다.또한,그는 ‘신식’과 ‘거대함’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던 기존의 가치관이
종국에는 주객전도와 가치의 해체를 몰고 왔으며,급기야 ‘역설적인 공동
화(空洞化)’를 초래한 것으로 인식한다.
김영승은 ‘반성’을 화두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시발점으로 해서
인간의 권위를 해체하고,주체와 객체의 명확한 구분을 뛰어넘는 의식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그가 감지하고 있는 현실 속에는 성장 이데올로기
가 담보했던 안락과 만족이 아니라,결핍과 불합리가 존재할 뿐이다.이러
한 현실에 주목함으로써 김영승은 ‘반성’의 주체가 오히려 지배계층이 되
어야 함을 반어적으로 조롱하고 있다.
2) 해체의 시교육적 수용
해체가 표방하는 정신과 실험적 성향은 시교육의 현장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문학읽기는 텍스트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서 나아가 독자로서의 학
습자가 문학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고,정서적으로 반응하며,자신의
삶과 사회를 바꾸어 가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10)문학교육에서 정
10)최근의 문학교육 및 시교육적 논의는 문학읽기를 단순한 정서적 차원의 감상에서
벗어나 사유와 인식의 범위로까지 확대하고 있다.문학읽기를 통한 학습자의 주체
적 체험은 사고력 신장은 물론,실제 삶에서의 자기 통찰과 자기 인식에 도달하게
한다.또한,문학체험을 통해 독자는 비판과 성찰의 과정을 거쳐 깨달음의 단계에
282■문학교육학 제33호
서적 반응과 자기 삶에 방점을 둘 경우 상상력에 관한 부분도 비중있게 다
룰 필요가 있다.문학적 상상력은 작가의 창조물인 시작품을 토대로,표현
과 내용에 반영되어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시켜 머릿속으로 장면을
떠올려보는 심리적인 활동이다.11)상상력은 단순히 제시된 정보를 이해하
고 분석하는 능력에만 한정되지 않고,구체적인 대상이나 현상을 토대로
추론적으로 확산되는 이미지 생성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풍부한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고정된 표현방식이나 정형화된 가치체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기존의 표현이나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신선한 심리적 충격을 유발시켜 상상력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
문이다.이런 점에서 해체시가 보여주는 기상천외의 이미지 활용,언어의
파격성,세계의 산문화,표현매체의 다변화 등은 학생들에게 상상력을 자
극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12)해체주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인들은 기
존의 세상을 읽어 가는 방식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대하지 않는다.새로운
시각으로 대상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낯설고 기이한 이미지로 표현하고
자 한다.이러한 성향을 가진 작품을 학생들이 접하게 되면,학생들은 기
존의 작품 읽기 방식과는 다른 감상과 이해를 위한 심리적 기제들을 발동
접근 가능하며,이는 언어구성능력에 대한 체험을 넘어 그 배후에 작동하는 사유
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이강옥,「문학교육과 비판․성찰․깨달음」, 문학교육학
29,한국문학교육학회,2009,46면;원자경,「사고력 증진을 위한 문학교육 방안연
구」, 문학교육학 30,한국문학교육학회,2009,186면;서유경,「읽기교육에서의
문학텍스트 활용탐색」, 문학교육학 31,한국문학교육학회,2010,35면;이명찬,
「현대시 교육과 4․19혁명」, 문학교육학 32,한국문학교육학회,2010,82면.
11)상상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이미지들을 결합시키는 심상형성기관(image-maker)
으로 주목되며,상상력은 이성과 정서적 요소를 포괄하는 구성적 능력으로서 종합
적인 정신능력이다.김준오, 시론 ,서울:삼지원,1991,102면;구인환 외, 문학
교육론 ,서울:삼지원,1989,67면.
12)초현실주의 시는 신비성과 비합리성이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서정시의 전통적인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부정하였다.이는 인간의 무의식과 상상력에 의해 정신세계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
게 되었다.초현실주의는 해체주의와 시기 및 논의의 출발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본고에서는 둘 사이에 인식 측면의 공통분모가 있다고 판단되어 언급하기로 한다.
간호배, 초현실주의 시 연구 ,서울:한국문화사,2002,11면.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83
시키게 된다.13)상상을 통해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감상하고자 하는 사고
체계의 전환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그러므로 이미지 간의 인접성과 관련
성이 전무한 해체시는 그 자체로서 상상력을 유발시키는 교육적 단서가
될 수 있다.
해체시는 현실의 수용보다는 비판을 통해 형상화된다.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오면서 새로운 가치 정립을 위한 시험의 시간들을
경유할 수밖에 없었다.이러한 사회 문화적 여건과 맞물려 현실에 대한 비
극적 인식을 바탕으로,심층 없는 표피적 현실을 조소하고 공격하거나 폭
로하는 언어유희,요설과 장광설 등이 드러나게 되었다.14)해체시의 작가
들은 세상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것의 허위와 위선을 철저히 폭
로시킴으로써 새로운 이념 창출의 가능성을 제기하고자 한다.15)이러한
성향의 해체시를 교육현장에 수용했을 때,학생들은 현실을 맹목적으로 수
용하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현실을 분
석하고 이해함으로써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게 될 것이다.건전한 비판정신
은 문제의식을 갖게 할 것이며,이러한 의식은 발전적인 대안의 제시라는
긍정적 결과를 도출하게 될 것이다.발전과 공생이라는 긍정적 입장에서
제기되는 비판적 성찰은,세상을 바라보는 피상적이고 획일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심화된 확장적 인식을 길러 줄 것이며,발전적이며 생산적인 가치
13)해결 방식을 모르는 과제를 처음 접한 이후,그 과제의 해결 방법을 터득한 학생들
에 비해,과제의 수행 방법을 전혀 모르는 학생들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떨어진다.TimothyJ.Perfect&
BennettL.Schwartz,AppliedMetacognition,NY:CambridgeUniversityPress,2002,
p.156.
14)이 점에서 90년대 시의 전략은 80년대 중반 이후의 오규원,황지우,이성복,박남
철,장정일,김영승 등의 해체적인 시적 경향을 많은 부분에서 계승하고 있다.김
춘식, 불온한 정신 ,서울:문학과지성사,2004,133~135면.
15)후기구조주의는 ‘작가,독자,비평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깨트려가고자
하며,문화와 역사,그리고 심리학적 이론을 상호관련성의 입장에서 결합시키고 지
속적으로 변화시켜갈 것을 요구한다.BrendaK.Marshall,TeachingthePost-modern:
FictionandTheory,NY:ChapmanandHall,1992,122~123면.
284■문학교육학 제33호
관을 함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교육방식의 관행 속에서 비판적 인식을 심화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절대적인 권위를 부여받은 성전으로서의 정전
을 바탕으로 한 교사의 시에 대한 일방적인 설명과 학생들의 수동적인 수
용이 교육현장의 실질적 모습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이러한 상황
에서 정전과 교사의 해석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고,학생 자신의 독
창적이고 자발적인 문제해결방식을 주장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그러므로 비판적 인식의 신장이 발전적 미래사회의 구
현을 위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라는 사실에 합의를
한다면,해체시를 제재로 한 시교육은 교육현장에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신,새로운 언어,새로운 시법에 대한 시인들의 용기 있는 시
도는 끊임없이 시의 역사를 쇄신해 왔다.16)미적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조
적인 부정미학의 중심에 해체시가 놓여 있다.해체시 작가들은 기존의 정
통 서정시의 시작법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현실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새로운 형식의 창조를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황지우는 주어진 현실을 편
집하여 비판적 정치적 담론을 만들어 내고자 했으며,박남철은 판단하고
논평하는 화자를 내세웠고,김영승은 사적인 화자를 진리 판단의 근거로
삼았으며,유하는 패러디로 이중적 현실 풍자를 수행하였다.17)언어만을
표현매체로 인식했던 기존의 시작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매체를
통해 작가의식을 드러내고자 했으며,현실을 그대로 재단해서 제시함으로
써 표현의 일탈과 가치관의 확장을 추구하고자 했다.이러한 일련의 시작
태도를 통해 작가들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으며,해체시는 학생들에게 창
의적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는 발상 전환의 매개가 될 것이다.
문학은 그 자체로서 창의적 사고의 결과물이다.해체시는 기존 시작법
16)구모룡, 시의 옹호 ,서울:천년의시작,2006,66면.
17)권혁웅, 미래파-새로운 시와 시인을 위하여 ,서울:문학과지성사,2005,255면.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85
에 의한 문학작품을 구태의연한 인습의 산물로 간주하고,사유와 표현에
있어서 극단적인 창의적 파격성을 시도하고자 한다.그 결과 해체시는 형
태적 고정성과 안정성을 거부하는 형식적 실험 양상을 보여준다.18)서정
시의 틀의 넘어서고자 하는 형식적 파격성은,단순한 실험적 성향의 결과
물이라기보다는 철저한 현실비판과 작가의 자기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
기에 문학적 창의성을 구현한 본보기라 할 수 있다.그러므로 학생들은 해
체시를 통해 사유와 표현의 창의성을 체험하게 될 것이며,새롭고 참신한
발상과 표현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정전의 자격을 획
득한 선별된 제재를 통해 시 교육을 받아 온 학생들에게 시는 엄격한 형식
의 틀을 갖는 절제된 미적 범주로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해체
시가 갖는 일탈성은 창의적 사고와 결부되어,학생들로 하여금 문학이 추
구하는 창의적 사고의 본질적 속성을 깨닫게 하는 전범(典範)이 될 것이다.
작품과 작가의 절대적 권위를 용인하고,시 분석의 객관주의를19)표방
하는 기존의 시 읽기 방식에서는 학생의 자발적인 해석의 개방성은 허용
될 수 없다.학교현장에서의 시 교육은 신비평의 관점에 따라 어조,비유
와 상징,운율,이미지 등의 내적 구성 요소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
의된 의미를 도출하는 과정에 집중되었다.그러다 보니 시 작품은 문학적
향수와 정서를 느끼고 반응하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분석하고 이해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또한,의미파악 중심의 시 교육은 수용자
로서의 학생을 작품 감상의 상황에서 배제시키고 오로지 작품과 작가만
남는 현상을 초래하고 말았다.해체시는 독자가 소외되는 문학 감상의 국
면에서 독자로서의 학생의 권위를 부활시켜 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
다.작품과 작가의 권위를 부정하고 현실과 문학의 경계 해체를 주장하는
18)방민호, 감각과 언어의 크레바스 ,서울:서정시학,2007,108면.
19)문학양식에 대한 분석 즉,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어떤 운율이 사용되는가,
혹은 운율의 성격은 무엇인지를 입증하는 것은 비평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객관
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TerryEagleton,HowtoReadaPoem,UK:Blackwell
Publishing,2007,102면.
286■문학교육학 제33호
해체적 성향의 시는 감상과 창작의 주체로 독자를 대안으로 설정하기 때
문이다.
의미의 확정 자체를 거부하는 해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해명을 기대한다.20)언어와 텍스트의 절대적 가
치를 부정함으로써 독자의 수용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입장에
서면 시 텍스트의 감상과 이해의 과정과 결과는 단선적일 수 없으며,개방
적이고 개성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러한 성향의 해체시를 교육현장으
로 들여오게 되면,학생들이 감상의 주체로서 스스로 작품을 읽고 자신의
개성과 판단에 따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일방적인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 해체시를 통해 학생들은 시에 대한
자기 느낌과 생각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시를 고정된 하나의 의
미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에 의해 완성되는 개방적 유기체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3. 해체시 교육 방법
해체시 교육의 가능에 합의할 때,해체시 교육의 방법은 해체시의 특징
에서 도출될 수 있다.‘이미지 그물망짜기’,‘작가의 발상 탐색하기’,‘텍스
트상관성을 통한 전략 찾기’등을 교육 방법으로 제안할 수 있다.해체시
는 시가 갖는 고유한 속성인 운율과 의미의 구속에서 벗어나 생경한 이미
지의 결합을 극단적으로 강조한다.그러므로 해체시를 감상하기 위해 이미
지에 주목하고,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은 해체시가 추구하는 본질에 접근하
기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또한,해체시는 기존의 표현방식을 벗어
20)오세영 외, 20세기 한국시의 사적 조명 ,서울:태학사,2003,430면.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87
나는 실험적 성향이 강하므로 작가의 독특한 발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발한 표현방식의 이면에 숨어 있는 작가정신과 의도를 탐색하는 것도
교육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사실상 해체시는 텍스트 자체의 완
결성을 추구하지 않기에 현실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텍스트들과의 상호관
련성 속에서 감상할 필요가 있다.텍스트 내부에 존재하는 요소들 간의 상
호관련성과 텍스트와 현실 상호간의 교섭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것도 해
체시 이해의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이러한 해체시 읽기 방법이 작가의 의도나 표현방식을 이해하
고 여과 없이 수용하는 차원에 한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작가의 해체적
인 표현양상에 대한 탐색과 아울러 해체시를 독자 나름대로 받아들이는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감상태도 역시 강조될 필요가 있다.
1) 이미지 그물망 짜기
김영승의 「반성 764」는 이미지 결합이 돋보이는 시이다.이미지의 인접
성이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기에 독자로 하여금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강
아지 ‘밍키’와 화자 ‘영승이’를 결합시켜 ‘밍승이’라는 무능력한 화자의 이
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화자의 방을 ‘잠수함’의 이미지와 교차시킴으
로써 일상적 생활인으로서 삶의 중심부에 서지 못하고 끝없이 추락해야만
하는 화자의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颱風<베라>가 北上中인 이 暴,雨中에
雨備를 입고 물에서 나온 潛水夫같은 몰골로
半地下의 내 房그 潛水艦hatch앞에
밀린 전기 밥솥 월부금을 받으러온 물귀신 같은 靑年을 보더니
떼굴떼굴 구르며 악을 쓰며
288■문학교육학 제33호
놀랍고 憤해 죽겠다는 듯 밍키가 짖는다
‘저젓……영키야!’/하며 어머니가 소리치고 나서 웃는다
영승이를 부르시려 한 건지 /밍키를 부르시려 한 건지
하긴 /나를 밍승이라고 부르면 또 어떠냐
강아지 영키와 /海底二萬里의 김밍승 艦長
밀린 潛水艦月貰/언제 주나?
계속 潛水할 것!
魚雷하나 없는 이 고물 잠수함
기뢰 맞고 폭뢰 맞고
잠망경이나 깨뜨려 갖고 애꾸나 되고
月貰밀린 밀밍승 艦長
계속 潛水하며 넙치가 되든가
海底밑바닥을 파고들어가 地球
內部에 들어가 웅크릴 것!
함장님 잠수함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물이 새들어와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6만원짜리 /이 잠수함
으음…… /그래도 의연히 /계속 잠수할 것 /(이상)
― 김영승,「반성 764」,전문
제시된 시를 감상하기 위해 ‘이미지 그물망’을 짜보면서 이미지의 구체
적인 모습을 연상하는 것은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이미지 그물망을
짜기 위해서는,인접성을 갖는 유사한 개별 이미지를 연결지어 나열하는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89
‘이미지 연쇄’와 이질적인 이미지를 충돌시켜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이미
지를 창출하는 ‘이미지 혼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악,憤-짖는다-
강아지-밍키’는 ‘강아지’와 관련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 결합
이다.또한,‘나-영승-함장-애꾸’의 이미지 배열은 화자인 ‘나’를 구체
화시킬 수 있는 이미지들이다.이러한 이미지 묶음은 ‘이미지 연쇄’로서
유사성을 갖는 관련 이미지들을 단순 나열하는 성격이 강하다.교육상황에
서 학생들에게 대상과 관련된 이미지를 ‘이미지 연쇄’라는 방법으로 연결
짓고 이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작품에 한 발 다가서게 할 수 있다.
위 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이미지 결합 방식은 ‘이미지 혼성’에
의한 것이다.‘강아지-밍키’와 ‘나-영승’이 결합되어 제 삼의 이미지인
‘영키,밍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영키’와 ‘밍승’이
라는 이미지는 강아지와 인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한 것으로서,동
일체로서의 정서를 갖는 이미지인 것이다.‘영키’와 ‘밍승’이라는 이미지에
집중한다면,‘강아지’의 ‘악’과 ‘분’한 ‘짖는’행위는 단순한 짖음이 아니라
‘나’의 세상에 대한 원망이면서 울부짖음으로 이미지 변이를 이루게 된다.
‘半地下-방’과 ‘海底-잠수함’의 이미지도 단순한 이미지 나열이라기보다
는,‘월부금’을 제때에 내지 못하는 ‘방’이 갖는 현실적 어려움의 이미지와
‘기뢰,폭뢰’에 의해 침몰할 수밖에 없는 ‘잠수함’의 상황이 ‘이미지 혼성’
을 유발시키고 있다.‘반지하’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화자의 소외된 삶
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인 ‘방’과,‘기뢰’와 ‘폭뢰’라는 외적 시련으
로 인해 해저로 잠수해서 웅크릴 수밖에 없는 ‘잠수함’은 ‘이미지 혼성’에
해당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이미지 연쇄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가 창출되는 부분
을 찾아보게 하고,어떤 이미지가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집중하게 할 필요
가 있다.또한,이미지 혼성 방식에 의해 결합된 이미지가 결합 전과 후에
어떤 독특한 정서와 의미를 드러내는지에 관심을 갖게 할 필요도 있다.이
러한 활동을 통해 낯설고 이질적인 이미지 결합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
290■문학교육학 제33호
하고 그를 통해 독특한 정서를 환기시켜 내는 것이 해체시의 특징임을 깨
닫게 할 필요가 있다.단순히 학생들로 하여금 ‘이미지 연쇄’와 ‘이미지 혼
성’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고 상상하게 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발견한 이미지를 재구성해서 ‘이미지 그물망’을 직접 짜보게 함
으로써 이미지를 생생하게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악,憤짖는다 강아지
함장 애꾸 나
밍키
영승
영키 밍승
고물 잠수함 밀린 잠수함 월세 방 잠수함
벽에 금 월세 6만원 半地下 海底
[그림 1] 이미지 그물망 짜기
[그림 1]은 제시된 시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미지 그물망을 짜본 것이
다.이미지들 간의 인접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해체시의 경우도,전
체 이미지들의 관련성을 살피고 이를 ‘그물망’으로 연결시켜 본다면 작품
의 감상과 이해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학생들에게 그물망을 짜보
게 하기 위해서는,우선적으로 유사성과 차별성을 갖는다고 판단되는 이미
지들을 구분짓고 이를 묶어나가게 할 필요가 있다.학생들이 이미지에서
받은 느낌과 읽어낸 의미를 토대로 이미지를 항목화하면서 일정하게 그룹
을 형성해 나가는 방법은,개별 이미지에 대한 감상뿐만 아니라 이미지 그
룹이 형성하는 전체적인 정서와 의미를 발견해 내는 유용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학생들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이미지 연결짓기에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91
서 벗어나기 위해서는,이미지 연결의 근거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곁가지로
달아가는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그림 1]에서 근거에 해당하는 이미
지를 곁가지로 이어놓은 부분이 ‘벽에 금’,‘월세 6만원’,‘半地下’,‘海底’
등이다.이미지 그물망 짜기는 개별 시어에서 느끼는 학생들의 주관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실현되는 것이기에 학생들마다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
다.이미지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연결짓고 그 근거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보충해 가면서 자기만의 그물망을 짜 본 후,자신의 그물망을 다른 학생들
에게 발표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자신의 이미지 그물망을 좀더 치밀하게
다듬어 갈 수 있을 것이다.이처럼 ‘이미지 연쇄’와 ‘이미지 혼성’에 해당
하는 이미지를 찾아보고,이를 바탕으로 ‘이미지 그물망’을 짜는 일련을
과정을 통해,이미지의 충돌이 새로운 이미지로 파생되며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의 결합이 새로운 느낌과 의미를 불러일으킨다는 원리
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 그물망 짜기에서 독자의 자발적 감상태도를 북돋워주기 위해서
는 ‘탐색-발견-재구성’의 단계를 학생 스스로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
다.이미지를 단순히 작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단서로 인식하지 않고,
학생의 경험을 토대로 시적 의미를 ‘탐색’하며,이를 바탕으로 독자의 비
판적 추론적 사고를 통해 의미를 ‘발견’해 가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이렇
게 발견된 의미를 독자의 정서 속에서 ‘재구성’하고,그것이 유발시키는
심리적 차원의 깨달음을 음미해 보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2) 작가의 발상 탐색하기
해체적 발상은 상식을 벗어난다.황지우의 「日出이라는 한자를 찬,찬,
히,들여다보고 있으면」은 새로운 문체적 실험으로 발상이 돋보이는 시이
다.언어를 표현의 매개로 인식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기호를 적극적으로
292■문학교육학 제33호
시 텍스트 구성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기존의 시를 패러디하고 이
를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의미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또한,텍스트의 말
미에 ‘주석’을 첨부함으로써 시 텍스트의 정형성을 깨뜨리고 시 텍스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고자 한다.이러한 형식적 실험은 단순히 기존의
시 형식에 대한 도전이라는 의의를 넘어,시적 정신에 있어서도 새로운 주
제를 탐색하고자 하는 뚜렷한 경향이 보인다.21)즉,엘리트중심의 시 창작
과 감상의 틀에서 벗어나 작품 향유의 사각지대에 존재했었던 소외계층을
소재로 작품을 형상화함으로써 시적 대중주의와 보편화를 추구하고자 한
다.형태의 해방 속에서 사회의 해방을 추구하는22)미학적 인식을 경험하
기 위해 황지우의 ‘시적 발상’에 대한 탐색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 우에 ◢▲◣
그 上上峰에
◉ 하나
그리고 그 ◢▲◣ 아래
▼◤◥그림자
그 그림자 아래,또
▼◤◥그림자,
아래
다닥다닥다닥다닥다닥다닥다닥다닥다닥다
凹凸한 지붕들,들어가고 나오고,
찌그러진 △□들,일어나고 못 일어나고,
찌그러진 ♂♀들
88올림픽 오기 전까지의
新林山10洞B地區가
보인다
‘해야 솟아나 지난 밤 어둠을 살라 먹고 맑은 얼굴 고운 해
21)한국현대시학회, 20세기 한국시론2 ,서울:글누림,2006,262면.
22)홍용희, 꽃과 어둠의 산조 ,서울:문학과 지성사,1999,147면.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93
야 솟아라’
솟지 마라
原註:따옴표 안에 인용된 구절이 朴斗鎭「해」의 일부라는 것을 밝히는 것
자체가 불경이다.그러나 나의 불경은 소년 시절엔 전편을 암송했던 이 시를
모조리 까먹었다는 데 있지도 않고,겨우,혹은 무의식적으로,생각난 이 구절
이 과연 맞게 인용된 것인지 더 이상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기억이
여,제발 맞아라!정말 눈물겹도록 이 日出이.
― 황지우,「‘日出’이라는 한자를 찬,찬,히,들여다보고 있으면」,전문
제시된 해체시를 감상하기 위해,작가가 작품을 형상화하기 위해 시도
한 사고의 방법 즉,‘발상’을 점검함으로써 작품의 의도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기존의 시와 견주어 발상의 전환에 해당하는 부분을 작품
속에서 찾아보고,해당 표현이 갖는 가치와 의의를 탐색함으로써 해체시의
특징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효율성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위의 시에서는
먼저 표현 매체와 관련해 기존의 시와 차별화되는 발상법을 고려해 볼 필
요가 있다.시적 공간과 화자가 묘사하고자 하는 시적 대상의 특징을 언어
라는 매체적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호’를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표현 방법의 신선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기호’가 시적 언어가 될 수 있다
는 해체적 발상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해체시 이해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생경한 기호를 통해 공간과 대상을 묘사함으로써 언어를 경유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음은 물론23),기
존의 언어 사용방식과 그를 통해 유발되는 의미의 고정관념을 와해시키고
자 하는 의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제시된 시의 표현매체에 주목하게 하고,어떤 표현매
체가 사용되었으며,그러한 매체를 통해 작가가 노리고자 하는 효과가 무
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게 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과정을 통
23)기의는 기표의 결과물이란 의미에서 기의는 기표로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사물이
란 기표 자체도 명사로 사용될 때는 이중적이고도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자크 라
캉,권택영 옮김, 욕망이론 ,서울:문예출판사,1994,56면.
294■문학교육학 제33호
해 학생들로 하여금,언어는 시적 표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현실자체
가 시가 될 수 있음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으며,시적 의미와 표현은 폐쇄
된 체계 속에 갇혀 있지 않고 끊임없는 개방성을 가지고 확장되고 변용되
는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24)해체시에 사용된 ‘기호’는 단순히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체물이 아니라 기존의 언어질서를 비판적으로 해
체하고자 하는 것이며,현실에 최대한 근접하는 시각적 이미지로서의 ‘기
호’를 도입함으로써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음을 느끼게 할 필요
가 있는 것이다.
발상과 관련해서 살필 수 있는 또 다른 것으로 ‘기존시의 패러디’이다.
패러디 기법을 통해 기존 텍스트의 구절을 단순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차
원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자 한다.‘어둠’을 극복하고 ‘해’가
솟기를 바라는 인용구절에서의 발언은,‘솟지 마라’는 부분을 통해 황지우
에 의해 거부당하고 만다.화자는 소외받은 공간으로서의 ‘新林山10洞B
地區’에 어둠은 사라지고 희망의 해가 솟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하지
만 화자는 박두진의 시 구절에서 진정한 ‘일출’을 염원하고 그것의 성취를
위해 열정적인 노력을 구가한 바가 있는지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
다고 볼 수 있다.절절한 현실과 괴리된 지식인의 위선적인 언어를 거부하
고 있는 것이다.화자는 현실과 관련성을 맺지 못하는 문학적 허영을 비판
하고,현실적 열망을 진정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선언적 문구를 거부하고자
한다.그러면서 피상적인 언어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서 언어가 구체적인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하기를 갈구하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제시된 시에서 기존시의 흔적을 찾아보게 하고,원래
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 및 의미와 인용된 시에서 발견하게 되는
효과와 정서를 서로 견주어보게 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과정을 통해 원시
24)현상은 의미를 지니는 구조로 조직화되는 경향이 있으나,파롤은 랑그의 폐쇄된
체계 속에 갇히지 않고 열린 지평을 지향한다.미셸 콜로,정선아 옮김, 현대시와
지평구조 ,서울:문학과지성사,2003,11~12면.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95
(原詩)가 갖는 상징성이 인용시에서 새로운 가치와 의미로 재창조되고 있음
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기존시를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분위기와 가치
를 탐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또한,‘솟아라’라는 원시의 인용 부분과
‘솟지 마라’라는 창작 구절의 상호 모순적인 진술에 대해 주목하게 할 필
요도 있다.형태상의 대립을 통해 새로운 의미 창출을 시도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게 함은 물론,원시를 그대로 인용하고 그 의미를 재현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원시에 전제된 인식과 표현 효과를 해체하려는 작가 정
신에 주목하게 해야 한다.
텍스트 구성을 위한 방법적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사족처럼 보이는 ‘원
주(原註)’부분은 형태상의 해체를 시도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논문이나 인문학 텍스트에서 볼 수 있는 주석을 배치함으로써 서정 텍스
트로서의 시에 새로운 감각과 정서를 불어 넣고자 한다.‘원주’는 에필로
그적 성격을 보여주는 부분으로서 앞에서 진술한 시 구절에 대한 감정적
인 차원의 언급으로 보이지만 메타텍스트로서의 성격을 갖는다.소외계층
에 대한 안타까운 인식과 그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재하는 현실
적 상황에서 그것을 간절하게 바라는 화자의 시적 의도가 ‘원주’부분에서
여과 없이 제시되어 있다.이러한 부분이 시적 긴장성과 형식적 세련미를
반감시킨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작가는 그러한 비판을 역으로 공격하면
서 기존의 시적 형식의 고정성을 뛰어 넘어 새로운 실험적 형식을 시도하
고자 하는 것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제시된 시의 형식적 특징에 주목하게 하고,여타의 서
정시와 대별되는 황지우 시의 형식미가 갖는 독특함을 체험하게 할 필요
가 있다.이를 통해 시가 시로서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정형적 틀을
깨뜨리고 그것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독자에게 어떤 느낌을 주며 그것이
갖는 의미를 따져보게 할 필요가 있다.행 구분을 지키고 있는 앞부분과
행 구분을 무시하고 산문적 진술로 일관하고 있는 뒷부분의 ‘원주’를 견주
어 보면서 형식의 차이가 드러내는 미감을 체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
296■문학교육학 제33호
다.최소한의 절제미를 보유한 행 구분이 된 부분과 시로서의 자격 요건을
상실한 뒷부분의 병치를 통해,전형적인 서정시의 형식미를 벗어난 형식적
특징이 빚어내는 시각미를 통해 해체시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의 발상을 탐색하기 위해 ‘표현매체,표현방법,텍스트 구성방식’을
살피는 작업이 자칫 텍스트에 전제된 작가의 발상과 의도를 독자가 기계
적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독자 중심의 읽기
가 되기 위해서는 작가의 발상에 대한 ‘평가’의 측면이 강조되어야 한다.
‘발상’은 소재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과 그것을 창의적으
로 드러내고자 하는 안목에 관한 것이다.그러므로 독자의 입장에서 창의
적 사고의 적절성을 판단하고,그에 대한 개별 감상의 결과를 학생 상호간
의 대화를 통해 나눔으로써 감상의 수동적 성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3) 텍스트상관성을 통한 전략 찾기
해체시의 전략25)은 작품을 지배하는 일정한 규칙,문법,통사에 대한 전
면적인 ‘분열’과26)‘일탈’이다.또한,해체주의자들은 문학을 포함한 이 세
계는 텍스트의 요소들이 상호관계를 가지는 상호텍스트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한다.27)그러므로 현실과 작품의 상호 견주기인 상호텍스트
성을 통해 표현의 이면에 내재된 전략을 탐색함으로써 의도에 접근할 수
있다.해체주의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의미 전복’이라는 방
25)본고에서 ‘전략’은 작가의 소재에 대한 입장과 가치관은 물론,그것을 활용해 시적
의미를 형상화하기 위해 사용한 작가의 사고과정과 표현방법을 일컫는 용어로 사
용하고자 한다.
26)반재현주의,탈중심주의,기표의 자율화 등이 주된 미적 특징이다.오세영 외, 현
대시론 ,서울:서정시학,2010,293면;이장욱, 나의 우울한 모던 보이 ,서울:
창비,2005,15면.
27)이승하, 한국 현대시 비판 ,서울:월인,2000,341면.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97
식을 통해 뒤집어서 전달한다.이러한 성향에 주목할 때 해체의 전략으로
주목할 수 있는 것으로 ‘의미 뒤집어 표현하기’가 있다.이러한 ‘의미 뒤집
어 표현하기’는 독자 입장에서 ‘의미 뒤집어 읽기’라는 작품 읽기 방식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마련인 것이다.한편,해체적 표현은 시상의 전개과
정 속에 모든 의미를 온전히 채워 ‘상징어’를 통해 충분히 전달하지 않는
다.‘생략’,‘일탈’,‘비약’의 방법으로 ‘빈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독자 스스
로 그 자리를 채워 읽게 하려는 시도를 감행한다.따라서 ‘빈 자리를 통한
표현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의미 채워 읽기’를 통해 작품을 완성시켜 나
가게 한다.
재래식 부엌을 신식 키친으로 바꾸자
싱크대를 달고 가스렌지 설치하니 너무나 편해
재래식 부엌을 신식 키친으로 바꾸자
부엌까지 들어온 수도꼭지 삑삑 틀어 과일 씻어놓고
가스렌지 탁탁 켜 계란 구으니 너무나 편해
재래식 부엌을 신식 키친으로 바꾸자
밥상에 실어 안방까지 나를 일 없이
소시지,버터를 냉장고에서 꺼내 척척 식탁 위에 차리니 너무나 편해
재래식 부엌을 신식 키친으로 바꾸자
토스터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누르니 빵이 뻥뻥 튀어 오르네
재래식 부엌을 신식 키친으로 바꾸자
칙칙 끓는 포트물로 커피 만들어 마시고
드르륵 믹서 돌려 토마토주스 만드니 너무나 편해
재래식 부엌을 신식 키친으로 바꾸자
간편한 식사가 끝나면,
남편은 포크,나이프 접시 등을 싱크대 앞에서 찹찹 씻고
아내는 그 옆에서 콧노래 부르며 그것들을 닦아 찬장에 챙긴다
재래식 부엌을 신식 키친으로 바꾸자
간단한 설거지가 끝나면,
남편은 아내의 입술을 마요네즈가 묻어 있는 후식으로 얻고 나서 출근을 하고
아내는 말끔히 닦여진 식탁 위에 <굿 하우스 키핑>을 펼친다
298■문학교육학 제33호
재래식 부엌은 신식 키친으로 바꾸자
― 장정일,「신식 키친」전문
해체시에 전제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텍스트상관성에 주목하고,작가
가 표현전략으로 활용한 ‘의미 뒤집어 표현하기’와 ‘의미 비워 표현하기’
를 살펴보고자 한다.위의 시에는 철저하게 작가의 의도가 감추어져 있으
며,관념성을 떠나 삶에 기반을 둔 현실주의를 지향하고 있다.28)‘재래식
부엌’을 ‘신식 키친’으로 바꾸는 행위가 ‘너무나 편’하고 ‘간편한’삶의 방
식으로 전환되었음을 평범한 아침 일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재
래식 부엌의 불편함을 언급하면서 아침을 준비하는 신식 부엌의 풍경을
긍정적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제시된 시를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제대로 된 감상태도일까?낡은 불편함을 청산하고 새로움으
로 변화되어 가는 삶의 방식에 긍정적 인식을 지닌 작가의 가치관을 표현
한 작품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신식 키친에 의해 부정당하
는 재래식 부엌을 사라져가는 전통으로 본다면 그 의미는 달리 해석될 수
있다.다음 작품에도 먹거리를 소재로 식습관과 삶의 방식 변화에 대한 화
자의 긍정적 인식이 드러나 있다.
오늘 내가 해보일 명상은 햄버거를 만드는 일이다
아무나 손쉽게,많은 재료를 들이지 않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명상
그러면서도 맛이 좋고 영양이 듬뿍 든 명상
어쩌자고 우리가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족속>가운데서 빠질 수 있겠는가?
자,나와 함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행하자
먼저 필요한 재료를 가르쳐주겠다.준비물은
(…중략…)
위의 재료들은 힘들이지 않고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믿을 만한 슈퍼에
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슈퍼에 가면
모든 것이 위생비닐 속에 안전히 담겨 있다.슈퍼를 이용하라―
28)김재혁, 릴케와 한국의 시인들 ,서울:고려대학교출판부,2006,319면.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299
(…중략…)
이 얼마나 유익한 명상인가?
까다롭고 주의 사항이 많은 명상 끝에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이 만들어졌다
― 장정일,「햄버거에 대한 명상」부분
‘햄버거를 만드는 일’과 ‘명상’을 결합시키는 화자의 독특한 표현전략은
‘유익’함으로 귀결된다.햄버거는 신식 키친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이들
은 재래식 문화와는 거리가 먼 미국식 문화의 부산물인 것이다.미국식 외
래문화에 대한 ‘유익한 명상’은 전통문화에 대한 부정과 거부의 결과 ‘맛’
좋고 ‘영양’많은 가치물로 다가서게 된다.「신식 키친」과 「햄버거에 대한
명상」은 소재에 대한 작가의 인식과 표현전략이 일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두 작품 모두 ‘미국식 신식 문화’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
다.하지만 「아빠」라는 작품을 통해 위에 제시한 작품들의 의미는 전복되
고,그 전략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거짓 웃음이 거품 치네
푼돈을 긁어모아 맥도널드를 사 먹는 어린 꼬마들이
그 작은 입술로 거무스레하게 그을은 빵
사이에 끼인 붉은 스테이크를 씹어 들려 할 때는.거짓
웃음이 거품 치네.맛있다고 브라운 소스 묻은
빈 손가락을 소리 내여 빨아야 할 때는
(…중략…)
저녁마다 우리의 싱크대 위에서
시어가는 김치 단지를 볼 때.냉장고 속에서
곰팡이가 먹어대는 식은 밥덩이를 볼 때
어머니,거짓 웃음이 거품 쳐요!당신이
하얀 냅킨에 쌓인 맥도널드를
쟁반에 얹어 코카콜라와 함께 내
코 앞에 내어놓을 때,이것이
300■문학교육학 제33호
너의 아침식사라고 명령할 때,불현듯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항변하고 싶을 때
―장정일,「아빠」,부분
위 시에서 ‘신식 키친’과 ‘햄버거’는 가치성을 상실하고 작가가 의도하
는 진정한 의미가 부각된다.‘식식 키친’에 의해 내몰렸던 ‘우리의 싱크대’
는 ‘곰팡이’로 변질되어 가고 ‘된장찌개’를 다시금 갈구하게 되는 ‘거짓 웃
음’만이 존재하는 공간인 것이다.결국,「신식 키친」과 「햄버거에 대한 명
상」에 전제된 작가의 표현전략은 ‘의미 뒤집어 표현하기’이며,이러한 작
가의 의도는 「아빠」라는 텍스트를 통해 입증이 되고 있다.‘뒤집어 표현’
하는 전략 찾기를 통해,의도를 직접적이거나 함축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낯설게 드러내는 해체시의 특징을 체험하게 된다.
해체시의 전략을 학생들이 탐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별 시어의 의미
나 작품의 내적 구조에만 몰입하는 경향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제시
된 작품과 유사한 표현전략을 택하고 있는 작품을 찾아보게 하거나,학생
이 추정한 표현전략을 입증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보게 할 필요가 있다.
작가가 의도를 ‘뒤집어 표현’하고 있다는 근거를 찾기 위해,동일한 대상
이나 소재에 대해 상반된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을 살펴보게 해야 한
다.작품들 간의 견주기를 ‘대상’과 ‘대상에 대한 작가의 정서’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은 텍스트들 간의 상호 비교를 통해 위와 같은 유사성과 차이성
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처음에 제시된 두 작품에 현대문명화 되어가는
사회적 현실을 비판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뒤집어 표현하기’전략이 활
용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아울러,작품 속에 온전히 실려 있지 않은 여
분의 의미를 ‘채워 읽기’위해서는 다른 텍스트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백화점 왕국」29)과 「지하도로 숨다」30)와 같은 작품을 활용함으로써,
29)새로운 왕국에 대하여 이야기한다./그것은 백화점 왕국이고 /오전부터 술 취한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301
서구의 자본과 경쟁 논리에 의해 잠식되어 가는 우리 문화와 생존력에 대
한 안타까운 인식을 찾아 낼 수 있다.대상에 투영된 작가 정신에 주목하
고 의도를 작품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거친 사고의 과정을 추정해 봄으로
써 해체의 전략으로 사용된 ‘비워 표현하기’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학
생들로 하여금 해당 작가의 여러 작품들 속에 존재하는 유사한 소재의 시
어를 연결짓게 하고,해당 시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성을 맺고 있으면서
작가의 의식 세계를 반영하는 시어를 묶어 보게 함으로써 애초에 제시된
작품의 의미를 채워 갈 수 있을 것이다.
신식 키친 … 안방까지 나를 일 없이 … 너무나 편해
햄버거 … 유익한 명상 …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
맥도널드 … 거짓 웃음 …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백화점 … 생을 망쳐버린 자 … 문을 닫아야겠어요
의류며 생활 용품 … 지하도 … 창백해진 얼굴 … 무덤의 주인
해체시 읽기는 작가 중심의 의도성을 해체하는 작업이기에 텍스트상관
성을 통한 작품 읽기가 작가의 의미 주도성을 뛰어 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의 전략 파악을 위해 끌어오는 관련 작품의 ‘선택권’
을 독자가 가질 필요가 있다.작가 중심의 감상태도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다른 작가의 관련 작품을 가져올 수도 있겠으나,특정 작가의 해체 전략을
명료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일 작가로 범위를 제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전략적 유사성을 가진다고 판단되는 작품을 학생 스스로 인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업을 망친 자들인데 /망쳐버렸다구,풀이 죽어 망.쳐.
/버.렸.다.구.떠드는 사람들은 /정말 생을 망쳐버린 자들인지도 모른다./(…중
략…)/우리도 문을 닫아야겠어요.우리는,<문을 닫아야겠어요>/우리가,<문을
닫아야겠어요> 우리의,<문을 닫아야겠어요>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장정일,「백화점 왕국」부분)
30)각종 의류며 생활 용품 그리고 식당에서 화장실까지 거의 완벽한 지하도 /(…중
략…)/쳐다본다.창백해진 얼굴,아아 내가 이 무덤의 주인인가?/(장정일,「지하
도로 숨다」부분)
302■문학교육학 제33호
용하고 그 이유를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작품을 학생 주도적으로 판
단하고 감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4. 마무리
본 연구에서는 해체시의 교육 가능성에 주목하고 그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해 보았다.해체시는 기존의 서정시가 지닌 정형성을 부정하고 일탈을
통해 새로운 정신과 방법적 시도를 감행한다는 측면에서 학생들의 사고력
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제재가 될 수 있다.감수성과 상상력을 신장
시키는 것이 문학교육의 목표이기에 해체시를 통해 학생들의 문학을 바라
보는 평범한 안목에 신선함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새로운 문학성
창조를 위한 해체적 사고를 교육현장 속에서 학생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교육적 방법의 모색이 필요하다.기존의 서정시에서 옹
호하는 세계를 비판하고,문학의 도구로 절대시되었던 언어의 한계를 극복
해 다양한 수단과 매체를 통해 삶의 현장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을 이해하
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해체시에서 이미지가 결합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인접성과 대립성
을 갖는다고 생각되는 이미지를 연결지어보고,낯선 이미지의 결합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조합이 생성해 내는 이미지의 느낌에
집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 관련성과 배타성을 갖는 이미지를 연
결지어 ‘그물망’을 짜봄으로써,이미지의 결합 원리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발상’에 관한 탐색은 고정관념을 벗어나고자 하는 해체시의 근본
정신에 한 발 다가서게 한다.작품 속에 사용된 표현매체의 특이성과 기존
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재구성하는 경향,시의 형식적 틀을 파괴하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정훈 ■303
고 새로운 텍스트 구조로 변용하려는 시도를 의식적으로 주목하게 함으로
써 작가의 해체적 발상을 경험하게 된다.상호텍스트성을 활용한 ‘표현전
략’찾기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의도를 뒤집어 표현하고 텍스트 내에 의미
를 온전히 채워서 표현하지 않는 해체시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특정
사물이나 소재에 주목하고 거기에 반영된 작가의 가치관이 유사한 양상으
로 드러나 있는 작품을 찾아보고,동일한 성향의 소재임에도 선행 작품과
모순되는 인식을 담고 있는 작품을 상호 견줌으로써 작가의 해체적 표현
전략을 체험하게 할 수 있다.아울러 소재의 확장을 통해 유사한 대상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채워갈 필요가 있다.
핵심어 해체, 해체시, 이미지, 작가의 발상, 상호텍스트성, 문학 교육, 작가의 의도
304■문학교육학 제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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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체시 읽기 방법에 관한 연구 /오 정 훈|작성자 옥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