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만세
저자장서후(장지현) 출판보림 | 2022.11.25.
책소개
장서후 시인의 동시집 《독립 만세》는 총 65편으로 전체 3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 똑똑똑 머리 편에서는 ‘일상’이라는 주제의 시들을 모았다. 시인의 일상이 시가 되는 여러 단서를 엿볼 수 있다. 표제로도 쓰인 〈독립 만세〉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양파에서 어떻게 독립 만세라는 의미를 이끌어 내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시이다. 양파에서 싹이 나면 컵에 기르는 일상의 행동에서 화초라는 존재로 독립하는 관점의 발상이 독창적이다. 시인 특유의 관점이 잘 드러나 있다.
독립만세 / 장서후
양파가 일냈어요
보란 듯 푸른 줄기 뻗어
만세를 하고 있어요
엄마가 내준 물컵 위에서
양파는 홀로
꿈을 알차게 이루고 있던 거죠
맵고 동그란 틀을 깨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푸른 줄기, 하얀 뿌리 일구는
화초가 되었어요
제2부 보름달 편에서는 자연에 대한 시의 모음이다. 〈보름달〉은 이번 제4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시 부문의 대표 시이기도 하다. 시인의 자연에 대한 단상들이 무한 상상력의 집합체로 표현되어 있다. 보름달을 보고 둥그런 목구멍을 상상할 수 있는 시인의 재기 발랄한, 생각의 힘이 놀랍다.
보름달 / 장서후
오늘은
밤하늘이 노래하는 날
입 크게 벌리고
아아아아아
신났다
둥그런 목구멍이
환히 보인다
제3부 콩닥 풍선은 시인의 마음 혹은 감정들의 모음 편이다. 시인은 솔직하고, 씩씩하게 마음을 다룬다. 그래서 동시 한 편 한편이 마치 거대한 응원가를 듣는 기분이 든다. 이 동시를 읽고 나면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나를 응원해 / 장서후
나는 할 수 있어
느려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한 발짝씩 천천히 가면 어때?
내게 없는 건
할 수 없다는 생각뿐!
내가 못 할 거라고
뒤에서 킥킥
콧방귀 뀌는 사람들은
아마 코가 이상한가 봐
아님 납작코가 되고 싶은가 봐
《독립 만세》의 전체적인 시의 특징은 대부분 짧고 명징하다는 점이다. 그 간결한 행간 사이사이에 시인의 밝음이 묻어나고, 심보영 그림작가의 샤방샤방한 그림이 사랑스러움을 더해 주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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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후(장지현) 시인, 아동문학가
서울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월간 〈끼〉 일러스트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카툰 연재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좋은 엄마〉 동시 공모전 금상, 같은 해 〈문학세계〉 와 2006년 〈오늘의 동시문학〉 신인상, 2016년 수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일러스트 시집 《다시》를 쓰고 그렸다.
출판사서평
심사평 (목일신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수상작)
장서후의 동시는 이런 소통의 난해성과 양식의 정체성의 불투명함을 벗어나 있다. 그의 동시는 간결하고, 단순하며 또 명쾌하다. 무엇보다도 시적 화자의 동심이 어린아이의 의식을 통해 잘 표현되어 있다. 어린아이의 직관을 통해 그가 체험하는 동심의 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언어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 아동문학가 이준관 · 문학평론가 이재복
목일신아동문학상
한국의 아동문학가 은성(隱星) 목일신(1913~1986)은 〈자전거〉 〈아롱다롱 나비야〉 〈누가누가 잠자나〉 〈자장가〉 등 고향의 자연과 삶을 꾸밈없는 동심으로 표현한 400여 편의 동시와 수필, 노랫말을 남겼습니다. 그중 〈자전거〉는 ‘따르릉 따르릉 비켜 나세요’로 시작하는 동요로 잘 알려져 있어요. 일본어로 말하고 써야했던 어린 시절에 독립운동가이자 목사였던 아버지의 격려로 쓴 우리말 동시 중 한 편입니다. 목일신아동문학상은 목일신의 문학 정신과 항일 정신을 계승하고, 미래의 어린이들이 우리 국어로 쓰인 아름다운 글을 읽고 쓰며 맑고 평화로운 세상을 가꿔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2019년 제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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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학습 / 장서후
사과 먹을 때 나는 소리
사과사과사과......
사과는 몸소게
자기 이름을 숨겨 놓았다
먹을 때마다
얼마나 맛있는지
꼭 기억하라고
반복 학습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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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신하 / 장서후
촐랑촐랑 발걸음 가볍게
살랑살랑 엉덩이 흔들며
온달이가 산책한다
여기저기 왔다갔다
킁킁 냄새 맡고
씨익 오줌 싸고
너도 내 거, 너도 내 거
모두 자기 거라며
영역 표시하면서 왕 노릇 한다
신난 온달이 뒤를
나는 목줄 고이 잡고
신하처럼 졸졸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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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해 / 장서후
맛나게 먹은 불고기
배 속에서 똘똘 뭉쳐
새 생명을 만들어 냈다
입으로 끄윽
엉덩이로 뽀옹
아, 탄생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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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 장서후
우리 집에서 제일 큰 거실이
썰렁하다
모두 방에 콕 박혀
나오질 않는다
아빠가 선태간 경고는
바로 치킨 주문!
닫혔던 방문이 쪼르르 열린다
재잘재잘 까르르 깔깔
거실이 북적인다
역시 치킨이 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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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 풍선 / 장서후
친구의 깜짝 생일 파티를 위해
열심히 풍선을 분다
네가 못 분 풍선
내가 받아서 분다
네 숨과 내 숨이 섞인
빵빵하게 부푼 풍선
내 마음도 부푼다
그게 뭐라고
집에 올 때 가져왔다
볼 때마다 가슴이 콩닥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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