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다 신조라는 전설적인 사진가가 있습니다. 홋카이도 비에이 태생의 이 작가가 담은 비에이의 사계, 특히 겨울 사진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데요. 모든 풍경이 면과 선으로만 이뤄진 비에이 평원의 풍경은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거의 없었던 1960~70년대 일본 CF 단골 촬영장소로도 각광을 받았습니다. 최근 비에이도 한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여름에는 인근 후라노와 함께 수많은 단체관광객들이 찾아오고 겨울에는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힌 설국을 만나러 사진애호가들을 비롯, 자유여행자들도 많이 찾고 있습니다. 비에이는 정확하게 홋카이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대중교통으로는 둘러보기 힘들만큼 넓은 지역입니다. 실제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트리나 세븐스타 나무, 마일드세븐 언덕, 청의호수 등의 이곳 명소들을 만나려면 차로 돌아봐야 하는데 겨울철 렌트를 해서 직접 운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위험한 일입니다. 택시를 대절하거나 단체여행을 해야 하며 비용이 부담스러울 경우, 삿포로 교민의 일일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비에이의 겨울을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기차노선이 잘 되어있는 일본이고 당연히 비에이도 기차역이 있습니다.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까지 1시간 30분. 아사히카와에서 비에이까지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삿포로에서 당일치기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법도 하지요. 저도 그렇게 한번 해봤었지만 결과는 암담 그 자체였습니다. 삿포로에서 비에이까지 기차 타고 가는 길은 너무 낭만적이고 좋았지만 비에이역에 내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군요. 마침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는데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크리스마스 트리며 마일드세븐 언덕 등의 설국은 기차역에서도 한참. 대중교통도 없고 택시도 그곳까지 내려만 줄 수 있다고 하고... 눈물을 머금고 비에이 기차역만 보고 삿포로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비에이를 여러번 갔는데 결국 전용버스를 대절한 단체여행을 다녀왔더랬지요. 혹시나 겨울철 삿포로에서 비에이를 가고 싶은 분들이라면 당일치기는 언감생심! 비에이에서 1박 혹은 2박을 할 생각을 하고 미리 택시를 대절하거나 숙소에 이야기해 기사 딸린 차를 대절하는 방법 밖에 없답니다. 겨울철 애먼 자신감으로 직접 운전하다가 외국인들이 교통사고로 죽는 일이 빈번하니 직접 운전할 계획이라면 막설하시길!
비에이가 딱 홋카이도 중앙이라면 그보다 북쪽. 일본 최북단 도시인 왓카나이나 그 옆의 섬 레분쵸 같은 곳은 정말 오지입니다. 중간에 딱히 관광지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거의 가본 사람들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저역시 홋카이도를 여러번 갔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지요. 비에이에서 오른편. 그러니까 동북쪽은 그래도 꽤 많은 관광지가 있고 교통도 잘 되어있는 편인데요. 아칸호수, 굿샤로 호수, 마슈 호수 등 아름다운 호수 기행의 거점이 되는 기타미, 홋카이도의 동쪽편에 있는 항구도시 쿠시로, 유빙선과 일본 감옥의 상징이었던 아바시리, 대자연과 홋카이도 불곰의 서식지 시레토코가 그래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그 중에서 쿠시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그러니까 학을 가장 많이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 고장입니다. 이 두루미들은 눈 내리는 겨울 특히 환상적이니 자태를 뽐내는데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들이 '사루룬카무이'라는 이름을 붙여 습지의 신으로 모셨다고 할 정도로 겨울에 만나는 두루미는 아름답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두루미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추운 겨울, 아무 대책없이 자연을 헤매고 다니다가는 큰일날 일입니다. 쿠시로 지역에는 세 곳의 두루미보호센타가 있는데요. 츠루미다이 보호센터, 츠루미 이토 썬크츄아리, 그리고 아칸 국제 두루미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자연 상태로 두루미를 보호하고 있는데요. 수백마리의 두루미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칸 국제 두루미센터가 가장 많은 두루미를 만날 수 있으며 바로 앞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해 많은 사진가들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이곳 쿠시로를 대중교통으로 다니긴 힘들며 역시 단체여행이나 차를 대절해서 다니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차로 이동할 경우, 쿠시로에서 위로 2시간 남짓, 아사히카와에서는 3시간 거리에 '기타미'라는 홋카이도 북동부의 거점도시가 있습니다. 이 기타미를 거점으로 또 홋카이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기타미에서 약 20분 정도 북동쪽으로 가면 비호로라는 아주 작은 동네가 나오고 또 좀 더 가면 비호로 고개가 나오는데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호수들이 있는 겨울풍경이 일품입니다. 실제로 1월1일 새해 해맞이 장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지요. 비호로 고개 너머 굿샤로 호수와 마슈 호수, 이오우잔 화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펼쳐지는데 진정 "이곳이 홋카이도로구나!"라는 감탄이 나옵니다. 칼데라 호수들인 이곳 호수들의 물은 너무나 맑아서 아주 깨끗한 물에만 산다는 신비의 생물 마리모가 살고 있고, 새하얀 백조들도 많아서 뒤의 설산들과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합니다. 자유여행으로는 가기 힘든 곳이지만 더 윗쪽의 시레토코 국립공원까지 간다면 진정한 홋카이도의 대자연을 만나는 셈입니다.
사실 삿포로만 벗어나면 홋카이도는 너무나 넓고 또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엔 막막한 감이 많습니다. 중부의 비에이조차 가기가 만만치 않는데 북동부는 더 그러하겠지요. 그래도 이 기타미 쪽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거대한 리조트가 있어서 여행하기가 좋습니다. 바로 노던아크 리조트(http://www.northernarcresort.com/kr/)라고 여름에는 골프장, 겨울에는 스키장을 운영하는 시설과 서비스면에서 일품인 리조트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고 아사히카와 공항에서 이곳까지 송영 서비스도 가능하고 대절여행이나 일본 국내 항공편 수배까지 한국어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이곳에 간다면 꼭 이용해볼만합니다. 이곳의 온천 또한 끝내주는데 보기 드문 나트륨 유산염천으로서 물이 초콜릿색을 띄고 있어 '금탕'이라고도 불립니다. 눈이 덮혀있는 노천에서 온천 즐기기. 겨울 홋카이도 간다면 꼭 해봐야 할 호사겠지요.
다이세쓰산. 한자로는 大雪山. 말 그대로 엄청나게 눈이 오는 산이란 뜻입니다. 맑은 날에도 이 산에만 가면 눈이 올 정도니 대설산이란 이름이 실감이 납니다. 홋카이도 중앙에 솟아있는 해발 2,291미터의 아사히다케산을 중심으로 무척 넓은 산악 지역이 펼쳐져 있는데 일본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이기도 합니다. 이 다이세쓰산은 차로 한바퀴 그 주위를 돌려면 2시간 이상은 걸릴 정도로 무척 넓으며 비에이나 후라노 지역에서 보통 가기 마련입니다. 개인여행에서 이 산을 겨울철 만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전문적인 산악인들만 겨울산을 오를 수 있지요. 지금도 포악한 불곰들이 잔뜩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차를 대절한다거나 단체여행에서 버스로 만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들이 있는데요. 거대한 얼음폭포를 만날 수 있는 소운쿄 협곡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이 다이세쓰산에는 제가 경험한 진짜 최고의 노천온천이 있는데요. 그 설명은 아래의 팁에서 하기로 하지요.
우리는 노천온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본의 노천온천은 료칸(여관)에 딸린 온천이고 나름 밖에서 온천욕의 낭만을 즐길 수 있지만 진정한 노천온천은 아니지요. 하지만 이곳 다이세쓰산에는 진짜 100% '레알' 노천온천이 있습니다. 찾기도 어려울 정도로 산속에 콕 박힌 '후키아케'라는 온천이 있는데요.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는 온천이고 따로 입장료도 없고 관리인도 없습니다. 그냥 찾아가서 옷 벗고 온천을 즐기는 진정 원시적인 온천인데요. 100년 전, 심지어 수천년 전에도 똑같이 했을 방식인 셈입니다. 아무 가공이 안 된 천혜의 자연온천 속에서 눈과 함께 즐기는 온천은 그야말로 놀라운 경험입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만약 혼자 갔고 온천에 일본인들밖에 없다면 당연히 남녀혼탕이 된다는 것입니다. 원래 이쪽 온천문화가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사람들끼리 가면 서로 부끄러워서 수영복을 입고 가지만 만약 일행이 없이 혼자 간다면? 홀딱 벗고 목욕을 즐기던 중 묘령의 이성이 홀딱 벗고 들어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그럼 저도 그런 경험을 해봤었을까요? 음...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자, 어떻게 미리 홋카이도 여행 잘 하셨나요? 언제고 한번 제가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홋카이도 겨울여행 총정리를 하고 싶었는데 뭔가 숙원을 끝낸 듯 해 후련한 기분입니다. 보셨듯이 홋카이도는 우리나라 남한의 크기에 필적할 정도로 넓은 땅입니다. 삿포로, 오타루만 다녀와서 홋카이도를 보고 왔다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나 마찬가지지요. 저역시 아직 안가본 홋카이도의 미지의 세계가 너무 많은데요. 시간을 두고 또 한번 여러번 가볼 생각입니다. 홋카이도는 진정 겨울여행지로 최고의 땅. 처음 가보는 분들은 삿포로부터. 그리고 여러번 가거나 시간을 여행에 많이 할애할 수 있는 분들은 꼭 홋카이도 윗쪽까지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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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박멸연구센타 우쓰라씨(http://woos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