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프리카 여행기 – 제 8일차(2018년 12월 31일)
아프리카에서 세모를 맞는다. 오늘은 이곳 에디오피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이동하는 일정이다.
아프리카 북단에서 최남단으로 이동하여 비행시간도 6시간이라고 한다. 4시에 모닝콜을 받고 5시에 식사를 하고 6시에 공항으로 이동한다. 신발을 벗고 혁대를 풀고 번거로운 짐 검사를 여러 번 한다.
이번 여행의 일정표가 잘 짜여 진 것 같다. 험지를 여행하고 나면 좀 쉬었다가 다시 험지로 가는 식이다.
남미는 오지투어란 여행사를 이용하였다. 그때 느낌이 오지투어는 아프리카 전문은 아닌 것 같았다. 우연히 소풍투어란 여행사를 찾아 아프리카를 몇 번이나 다녀왔냐고 물었다. 의외의 질문이라며 한참을 세어보아야겠단다. 그래서 소풍투어를 통하여 이번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여행은 메이저 여행사보다 아프리카를 오랫동안 많이 다닌 여행사가 좋은 것 같다. 아프리카는 수시로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앞 여행팀의 가이드가 최신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해도 막상 다음 팀이 가보면 또 사정이 변해있다.
인터넷 동호회 회장이 회원을 모집하여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개고생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들은 고생인줄도 모르고 아프리카 여행은 으레 그러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IMF때 오스트리아 빈에서 여행사가 부도난 경험이 있다. 런던에서 시작하는 중부유럽 여행이었는데 그 날이 서울로 귀국하는 마지막 일정이었다. 여행사가 부도가 나면 그 순간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여행팀들이 올 스톱이 된다고 한다.
대부분 현지 여행사들이 후불제로 도급을 받아 여행을 진행하는데 돈 줄 사람이 부도가 났으니 나 몰라라 하고 여행팀들을 팽개친다고 한다. 그 순간 런던에 있는 여행팀은 자비로 빈까지 오던가 아니면 새로 비행기 표를 끊어서 귀국해야 한다.
또 여행사한테 사기를 당한적도 있다.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그리스 패키지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출발일이 다음달 10일인가 되었는데 말일 날 부도가 났다고 한다. 가만 보니 고의 부도였다. 아니 처음부터 한 탕 해먹으려고 여행사를 차리고 모객을 하였던 것이다. 이놈은 그래도 서울시에 2억짜리 여행사 보험에 가입하고 2억만큼만 모객을 하여 나중에 여행비를 돌려받기는 하였지만 6개월이 걸렸다,
그때 경험을 코카사스 3국 여행갈 때 써먹었다. 이 여행사도 냄새가 나는데 여행 일정이나 가격의 유혹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원래 낚시 밥이 향기롭지 않은가. 잘하면 낚시 밥만 따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좋은 호텔에서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는데 우리 다음으로 두 팀인가 더 보내고 부도를 냈다고 한다.
여행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가이드다. 세미배낭에서는 가이드라 하지 않고 길벗이라고 한다. 여행사에서는 길벗은 설명 같은 것은 해주지 않고 항공예약과 숙소 그리고 중요지점 이동만 책임진다고 강조한다. 세미배낭에서는 아침에 호텔에서 밥 먹고 나가서 저녁에 숙소에 돌아오기까지는 각자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치안이 불안한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각자 알아서 돌아다닌단 말인가. 정말 길벗이 회사에서 말한 대로 자기 일만 하였다간 여행자들은 악몽이 될 것이다. 그래서 길벗이 버스를 수배하여 단체로 다니게 하고 점심도 좋은 식당으로 안내하여 메뉴선택에 조언도 해주어야 한다. 또 현지 안내인의 통역도 해주어야 한다.
남미여행에서는 길벗이 여자였는데 의외로 엉덩이가 무거워 방구석에 박혀있는 날이 많았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몸무게가 있는 남자인데 어찌나 바지런한지 참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그러나 길벗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복불복이다.
또 여행에서 중요한 것이 날씨인데 이 또한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래도 어느 때가 우기이고 어느 때가 건기인지는 알 수 있다, 아프리카는 우기에는 아예 여행을 할 수 없는 곳도 있고 도로가 진창이 되어 잘못하면 옴짝달싹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으면 이 사람이 몇 월에 갔는지가 가장 궁금한데 이것을 밝히는 사람이 없더라. 내가 아프리카 여행기를 쓰면서 굳이 날짜를 적는 이유다.
케이프타운 공항에는 넬슨만델라 사진이 이곳저곳에 걸려 있다. 공항은 유럽의 공항처럼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한국인 여자 가이드가 나와 Capetonian 호텔로 안내한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데 보니 흑인 빈민촌 마을이 길게 보인다.
방배정이 끝나고 내일부터의 투어비 60불과 테이블마운틴 입장료 30불씩 한 사람당 90불씩 걷는다.
아직도 해가 쨍쨍해서 물어보니 호텔에서 특별히 우리를 위하여 셔틀버스를 제공하겠단다. 4시에 이곳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는 워터프론트로 향한다. 오늘이 연말이라 새해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더위에 돌아다니니 갈증이 나서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자 순창 동계리에서 오신 분이 맥주를 내겠단다. 6시에 약속한 장소에 가서 기다리니 호텔 셔틀버스가 와서 숙소로 돌아왔다.
밤중에 새해맞이 폭죽 소리가 요란하다.
가가 장상용
![](https://t1.daumcdn.net/cfile/cafe/993EA8465E11CC4422)
첫댓글 Table Mountain 에서의 대서양을 바라보면서 큰 뜻을 품었던 그 날이 아득해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