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내 난방공급이 잘 되지 않아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공급하는 난방온수 배관을 폐쇄해 해당 난방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대표회의는 입주민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오재성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 항소심과 대표회의가 입주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시설물 철거 및 원상복구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대표회의는 입주민 B씨에게 38만1850원을 지급하고, 대표회의가 입주민 B씨에게 2011년 11월 15일부터 2013년 2월 15일 사이에 부과한 난방비에 관한 B씨의 채무는 4만7188원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입주민 B씨는 대표회의에게 6만7795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민 B씨는 본인 세대에 난방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울에 냉기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코자 비용을 들여 세대 내 다용도실에 가스보일러를 설치하고, 싱크대 내에 난방배관을 설치함으로써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공급하는 난방온수가 들어오는 배관을 폐쇄하는 공사를 해 대표회의에서 난방비로 징수하는 난방온수를 소비하지 않았다.
이후 입주민 B씨는 난방온수사용료에 해당하는 세대별 난방비를 부과하지 말아달라고 대표회의에 요구했으나, 대표회의는 이를 거절, 2010년 11월 15일부터 현재(지난해 1월)까지 입주민 B씨에게 난방비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B씨는 2013년 3월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제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민사11단독은 지난해 1월 “피고 대표회의는 난방비 중 이미 지급한 38만4994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고, 대표회의가 원고 입주민 B씨에게 2011년 11월 15일부터 2013년 2월 15일까지 부과한 세대별 난방비 69만2666원의 B씨의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아파트 관리규약상 난방비가 관리비에의 한 항목으로 규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입주민에게 각 관리비 항목의 구체적인 납부 의무를 인정하려면 실체적인 관리비 납부 의무 발생 요건이 인정돼야 한다”며 “입주민 B씨가 가스보일러를 설치하고 난방 배관을 폐쇄함으로써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공급하는 열을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됐다면, B씨에게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부과하는 요금 중 난방비 납부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2010년 개정 관리규약을 보면 각 입주 세대별로 전기·수도·가스의 배관·배선 등 이외에 급탕 및 난방의 배관에 관해 계량기가 설치되는 경우, 설치된 계량기까지는 공용부분으로 하고, 그 후의 배관은 전유부분으로 해 계량기를 관리주체가 관리함을 전제로 정하고 있다”며 “아파트 세대별로 난방 계량기가 설치되지 않아 사용량을 측정할 수 없다는 사유로 난방온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세대에게 난방온수 사용요금을 부담토록 할 경우 아파트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난방 계량기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관리주체의 책임인 난방 계량기 미설치로 인한 부당한 결과를 입주민 부담으로 전가시키는 결과가 돼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대표회의는 입주민 B씨에게, B씨가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분의 난방비로 납부한 41만여원 중 기본요금을 제외한 38만여원을 지급하라”며 “대표회의가 원고 입주민 B씨에게 2011년 11월 15일부터 2013년 2월 15일 사이에 부과한 2011년 10월부터 2013년 1월분까지의 난방비에 관한 B씨의 채무는 4만7188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반소청구에 관해 “입주민 B씨는 세대 내로 들어오는 난방배관을 폐쇄하고 가스보일러 설비를 전유부분 내 추가로 설치했을 뿐, 아파트 자체 난방배관을 철거한 것은 아니므로,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철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택법에 따라 행위허가나 신고가 필요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가스보일러 설치 행위가 주택법에 따라 행위허가나 신고가 필요한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대표회의가 입주민 B씨의 난방 설비 개선 요구에 불응했다”며 “이는 B씨에게 낙후된 난방 설비로 인한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제1심 판결과 일부 결론을 달리해 부당하므로 대표회의는 입주민 B씨에게 38만1850원을 지급하고, 대표회의가 B씨에게 2011년 11월 15일부터 2013년 2월 15일까지 부과한 난방비에 관한 채무는 4만7118원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입주민 B씨는 대표회의에게 6만7795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