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이이잉~ 탁!!!
"제기랄!!"
방화셔터 자동연동을 본 이후 방화셔터를 올리고 있었는데 절반쯤 지점에서 멈췄다. 상향 버튼을 탁,탁,탁 연거푸 눌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향 버튼을 누르면 내려가는데 그 다음 상향 버튼을 누르면 그 멈춘 지점까지만 올라가고 더 이상 움직이질 않았다. 점검구까지는 높이가 대략 3미터. 보조인력 선생님께 사다리를 갖고 오시라고 부탁하였다. 그동안 통행자들에게 조심히 이동해 달라고 안내하였다.
보조인력 선생님께서 사다리를 갖고 오셨다. 일단 먼저 보조인력 선생님께서 올라가서 점검구를 열고 천장 내부를 들여다 보셨다. 그러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한숨을 쉬며 내려오셨다. "관리사님, 모터가 너무 깊숙이 있습니다.", "아..." 불길한 소식에 탄식이 아니 나올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떤 상황인지 나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점검구 속으로 고개를 집어 넣어 보았다. 점검구를 왜 이 위치에다가 만들었는지 점검구 제작자가 원망스러웠다. 모터가 가까이 있지를 않았다. '아.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일단 가능성은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자동연동을 보았다. 그후 수신기 복구를 하고 연동제어기 복구를 하고 상향 버튼을 눌러 셔터를 올렸다. 이번에는 3분의1만 올라가다가 멈추었다. "이런, 염병할!!!" 아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사다리를 최대한 높이고 올라가서 점검구 속으로 허리 이상 들어갔다. 팔을 힘껏 뻗어야 간신히 모터 부근에 손이 닿았다. 그러나 모터 주위로 공간이 매우 협소했다. 체인질을 하기에는 모터가 반자에 가까이 붙어 있었다. 체인을 당기려고 해도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시베리안!!!" 핸드폰으로 카메라 셀카 모드로 하고 타이머를 설정한 후 모터 하단부에 있는 리미트 조절기로 추정되는 곳에 사진을 연거푸 찍었다. 모터가 구석진 곳에 있는 데다가 반자에 거의 근접해 있어 리미트 조절기가 보이지를 않으니 위치를 대강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대충 이 지점에 이렇게 있구만...'
그때였다.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관리사님, OO빌딩 3층에 완강기가 어디 있는지 기억나십니까?" 월 안전관리 도시는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었다. "거기요? 아... 점검한지 몇 달 시간이 지나서 완강기 위치까지는 기억이 잘... 그런데 어쩐 일로...", "소방서에서 나왔는데 완강기 위치를 물어 봅니다. 완강기가 보고서에는 있다고 표시돼 있는데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3미터 높이 사다리 맨 윗칸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허리는 점검구 속에 있는 채로 잠시 최면 모드로 접어 들었다. 그날 그 현장 완강기를 보고 지나갔던 그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레드썬... 그러나 잘 되지를 않는다. 떨어지면 골절 또는 사망 상황이기 때문에 최면이 잘 되질 않는다. "죄송합니다. 완강기 위치까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관리사님. 지금 이걸로 보고서 허위 작성 문제를 삼으려 하고 있는데 잘 해명해 보겠습니다.", "네.. 소방관님께 설명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3미터 높이 사다리 위에서 다소 멘탈에 충격이 오긴 했지만 흔들려서는 안 되었다. 뒷목에서 압박이 느껴졌지만 절대로 떨어져서는 안 되었다. 나에게는 부양가족이 있지를 않은가? 또 나에게는 갚아야 할 채무가 있지를 않은가? 지금 이 순간 방화셔터를 이렇게 방치해 놓고 끝났다면 나에게는 또한 관계인 선생님들로부터 퍼부어져 올 욕설 세례가 예비되어 있지를 않은가? 힘을 내서 손을 뻗어 리미트 조절 너트를 찾아 더듬어 보았다. 이건가? 보이질 않으니 대강 느낌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에잇! 모르겠다!' 너트를 돌렸다. '에잇! 몰라!' 또 다시 너트를 돌리고 돌렸다. 그 다음 보조인력 선생님께 방화셔터를 올려 보라고 말했다.
보조인력 선생님이 상향 버튼을 누르니 방화셔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멈추었던 지점을 통과하여 계속 올라갔다. '아, 이제 되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리미트가 깨졌기 때문에 방화셔터가 천장 속으로 말려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정지!!!" 외침 소리와 함께 보조인력 선생님은 실수 없이 정지 버튼을 누르셨고 방화셔터는 천장에서 멈추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고 상황은 종료되었다. 사다리에서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몹시 피곤했다. 이제 통행자들은 별일 없었던 것 마냥 지나다녔다. 건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름없었다. 열심히 고생해서 간신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였다. 실상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과 진배없었다. 방화셔터는 처음 상태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 있었다. 방화셔터를 힘겹게 연동 봐서 올려 놓은 고생이나 사무실에 앉아서 웹서핑을 한 것이나 결과적으로는 똑같았다. 차라리 사무실에 앉아서 웹서핑이나 했으면 관계인 선생님은 지적사항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돈이 나갈 것에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비용 청구서만 계속해서 받으니 화가 나실 만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세상 각 분야에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그나저나 분명 완강기를 봤기 때문에 보고서에 있다고 체크한 것었을 텐데 기억이 나질 않아 해명을 못하니 나의 신통치 못한 암기력이 아쉬웠다. 대충 점검한 게 아닌데 사람들이 대충한 것이라고 간주를 하니 야속하긴 했지만 이 또한 각자 본인 위치에서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니 그냥 내 할 일만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었다.
첫댓글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세상 각 분야에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의미있는 말씀이시네요
셔터점검할때가 신경 많이쓰이죠
안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않지만 그렇다고
안할수도없공..TT
셔터점검할때 관계인 대동해서 하면 이런일 없습니다. 점검갔지 보수하러갔습니까ㅋㅋ 보조인력 불쌍하다.,
보통 관계인들 키만주고 바쁘다는 핑계로 잘 안오죠
현실이 잘못 알려지면 안 되니까요. 현실은 상상보다 더 냉혹합니다. 덜 올라간 셔터의 방치를 용인해 주는 관계인 선생님과 같은 훈훈한 모습보다는 이왕 사다리 타고 올라간 김에 리미트까지 맞춰서 그냥 셔터를 올려 놓지만 말고 현장조치완료까지 해달라는 게 리얼리즘이고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관계인 선생님이 옆에 계셨으면 점검이라서 그렇게까지는 못 한다고 갑론을박하는 데 점검시간이 조금 더 소요됩니다.
😊
저일이 하루중 단 10분 찰라 였다는거
글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점검도 별로 재미 없는 일이에요.
저도 소방서에서 전화오면 그냥 맨붕 옵니다 내가 뭐 잘못한거 있나 ㄷㄷ 최근에 거의 1년전에 점검한 전통시장 감지선형감지기를 물어보더라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