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용품 구입기
배보다 배꼽이 크더라도 배꼽은 있어야 한다. 자전거보다 자전거 용품을 사는데 돈이 더 많이 들더라도 최소한의 정비 도구와 안전 용품은 갖춰야 한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는 어쩌면 값비싼 자전거보다 튼튼한 육각렌치가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자전거 여행을 위해 마련한 자전거와 관련 용품을 정리해 본다.
자전거 본체(Black Cat 중고, 30만원)
MTB는 '블랙캣'이라는 브랜드의 중고자전거를 30만원에 구입했다. 전문가용 새 자전거는 저렴한게 1~2백만원대, 심지어는 2천만원짜리 자전거도 있지만, 4~5만원대 중고자전거만 2~3대 사용해본 나로서는, 내 평생 가장 비싼 자전거를 갖게 된 셈이다.
'블랙캣'이라는 브랜드도 처음인데, 전문가용('입문자용'이라고 부르지만...) MTB로서는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것 같다. 무게는 13kg정도라고 하는데, 더 무거운 것 같다. 중고가가 70만원 정도 한다는 첼로(Chello)를 들어보았더니 내 자전거보다 훨씬 가벼운 느낌으로, 손으로 들고 이동하는 게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자전거의 견고성은 그 무게와는 상관이 없다는 금천MTB 사장님의 설명이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고... 5개월 할부로 계산했다.
헬멧(BELL)-48,000원 ![](https://t1.daumcdn.net/cfile/cafe/181DDD284C04B3DF08)
유럽에서는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자동차 벌칙금 처럼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한다. 헬멧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안전사고를 대비해서 꼭 필요한 용품이다. 현지에서 살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물가가 저렴할 것 같아서 함께 구입했다. 보통 10만원 이상하는 상품이 주종을 이루는데, 싼 것을 찾았더니 5~6만원대 물건이라고 하면서 48,000원에 주셨다. 자전거 및 부품, 용품 가격을 정확히 모르는 나로서는 믿고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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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 팬츠(35,000원)
팬츠는 자전거를 구입한 후 10일 정도 후에 구입했다. 꼭 전용 팬츠가 필요한지 아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고, 구입해야 한다면 고가 브랜드 용품이 좋은지, 저가 팬츠가 좋은지 생각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용품 중에서 의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중에 MTB 페달이 고장나는 일이 생겼고, 금천MTB사장님께서 무료로 손을 봐주셔서, 찾아간 김에 구입하게 됐다. 또, MTB를 며칠 타다 보니 처음 2~3일 정도는 엉덩이가 매우 아팠지만, 빠르게 적응해서 꼭, 패드가 달린 전문 팬츠가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러나, 장거리 주행을 하다보면 체중과 짐의 하중, 그리고 딱딱한 안장 등으로 엉덩이가 아플 것은 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엉덩이가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쉽게 낫지 않고, 자전거 여행 자체가 힘들 수도 있으므로, 중간 중간 전용 팬츠를 입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40,000원에 판매하는 국산 특가상품으로 데, 딱 1개가 남았다면 35,000원에 주셨다. 실제로 조금만 나은 것을 찾아도 쉽게 100,000원대를 호가했다.
그러나, 테스트로 입어본 결과 이 팬츠만 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디자인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패드도 훌륭했고, 착용감도 좋았다. 섬유류야 우리나라 수준이 국제적이지 않은가? 괜히 동남아산 브랜드 제품을 찾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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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계(CATEYE)-35,000원
속도계는 개인의 용도와 목적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고,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 같은 경우는, 매일매일의 주행거리와 주행 중 속도, 여행을 마쳤을 때 총 주행 거리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애초에 15,000원대 중국산 제품을 사려고 했는데, 금천MTB 사장님께서 일본 제품을 권해주셨다. 80,000원대 제품도 있지만, 이 정도면 가격상 큰 무리도 없으면서, 기능도 좋은 편이라고 추천해주셨다.
실제로, 속도계가 중간에 문제를 일으키면 있으나마나 한 것이 되고, 손목시계가 없는 내게 이 속도계가 시계기능을 대신 하기도 해서 35,000원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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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받이+가방-20,000원
작은 배낭을 메고 2~3일만 연습주행을 하다보면 어깨가 결리고 심하면 손가락까지 저려온다.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텐데, 나 같은 경우는 오른쪽 오깨가 조금씩 아파 오다가, 새끼손가락이 결리고, 한 번은 새끼손가락이 감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둔해지더니, 그 상태가 2~3일 정도 이어졌다. 장거리 주행에서 이와 같은 상태는 심각한 것이어서, 배낭을 메지 않을 방법을 연구했는데, 우연히 바퀴 양쪽에 매는 짐가방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이것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자전거 후면에 철제 짐받이를 달고, 양면에 접어다 펼 수 있는 철제 짐칸을 달려고 했는데, 금천MTB 사장님께서 그것은 무게도 나가고, 짐이 별로 들어가지 않을 것 같더라며, 이 가방을 어떻게 구해주셨다. '몹시' 촌스러운 디자인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깨가 결린 것보다는 나으리라. 그러나, 몇번 타보았을 때 발뒤꿈치가 가방 모서리에 닿고, 생각보다 짐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점, 중간 중간 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때 대형 가방이 어차피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여전히 앞선다.
출발 전 연습 주행을 해보고 문제가 심각할 경우 30L 짜리 벨트색을 별도로 구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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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튜브(1쌍)-8,000원
나는 거의 도심 주행만을 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튜브나 타이어가 펑크나거나 찢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고작해야 타이어에 '실펑크'가 나서 3일에서 1주일 정도 세워 놓으면 바람이 조금씩 빠지는 경우였는데, 자전거 수리점에서 한 번 수리를 한 적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장거리 주행 경험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쓰고 이야기하는 것은 의외로 쉽게 튜브가 펑크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예비 튜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타이어는 중고를 공짜로 주신다고 해서 받아는 왔는데, 무게가 많이 나가서 유럽까지 가지고 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타이어가 찢어질 정도면, 그 때는 유럽 내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며, 정 걱정이 되면 출발 전 새 타이어로 바꿔 달고 떠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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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fal Kit(튜브 수리용)-5,000원
자전거 튜브가 펑크났을 때마다 대 튜브로 갈아 끼우는 것은 아니다. 웬만한 작은 펑크는 본드와 특수 스티커를 덧대어서, 수리한 후 그 튜브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Zepal Kit는 튜브가 펑크났을 때, 이렇게 '땜빵'을 하는 도구다. 이 도구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게 아니라, 타이어를 제끼고 튜브를 꺼내어서, '땜빵'을 한 후 다시 집어 넣고 바람을 넣어 타고 갈 수 있는, 활용도와 숙련도이다. 현재 타고 있는 중고 자전거를 이용해서 반드시 실습을 하고 여행을 떠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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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air1 Tool1(너트풀이, 드라이버 등)-8,000원
지금 타는 45,000원짜리 중고 자전거와 이 MTB가 가장 다른 점 중 하나가 볼트와 너트의 생김새다. 지금 타는 자전거는 일반적인 드라이버로 열고 조일 수 있는 볼트와 너트를 사용하는데, 이 MTB는 육각렌치를 홈에 집어 넣어서 돌려 빼는 볼트를 사용한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런 형태의 볼트가 더 튼튼한 것은 아닌지... 때문에 '육각렌치'라고 하는 드라이버가 사이즈별로 달려 있는 '맥가이버칼'처럼 생긴 툴킷을 구입해야 했다. 문제발생시 유용하게 쓰인다면야...단, 무게가 다소 무거웠는데, 1kg라도 줄여야 하는 나로서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 가격대에서 더 가벼운 것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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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air2 Tool2(체인수리용)-10,000원
자전거를 잘 아는 친구 말로 체인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그런 일이 생기면 자전거 주행은 '끝'이다. 실제로 티벳에서 중국을 자전거로 넘어 온 신상환씨는 그의 여행기 <세계의 지붕 자전거 타고 3만리>에서 자전거 체인이 끊어져 돌로 겨우겨우 수리를 하고 주행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체인이 끊어졌을 때 수리할 수 있는 도구를 사고, 여분의 체인도 조금 얻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도구 활용 능력이다. 충분한 연습을 하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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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1쌍(Shimano Deore)-8,000원
브레이크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품이다. 내리막길에서 주행 중 브레이크가 빠져버리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때문에 브레이크 1~2조씩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편이 좋다. 또, 매일 브레이크 상태를 체크하여, 브레이크가 많이 달았을 경우에는 미리 새것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 또 경비와 짐의 여유가 된다면 브레이크 한 쌍 정도는 추가로 구입해서 가져가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브레이크 교체를 실습하고 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기타 물품
이밖에 자전거 커리어가 없는 기차나 버스를 이용할 때, 자전거를 담고 운반할 수 있는 '대형 가방'을 구입했다. 재질은 나일론 천으로 되어 있고, 딱 한 번 사용한 적이 있는 것이어서 정가 20,000원짜리를 15,000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그 크기가 매우 크고, 견고하지 않아서, 얼만큼 쓰임새가 있을지는 아직 잘 알 수 없다.
이밖에, 자물쇠와 시건장치를 3,000원에 구입했고, 브레이크줄, 볼트, 너트, 중고타이어, 에어펌프 등을 서비스로 받았다. 에어펌프는 보통 40,000원대부터 시작하는데, 플라스틱제로 그렇게 견고해보이지 않는 에어펌프를 무료로 받았다. 이 에어펌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러번 테스트 해보고, 만약 함량미달이면 저렴한 것을 새로 구입해 가야 한다.
이런 부품과 용품은 무로 현금 결제를 했으나, 자전거는 카드로 구입했기 때문에 수수료 12,000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카드 수수료를 고객이 지불하는 것이 불법이기는 하지만, '남는 게 없다'고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