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달리기 선수들> 안데르센
시상식이 막 벌어지고 있었어요.
달리기 선수 중에서 1등과 2등에게 상을 주는 것이랍니다.
"내가 1등이야!"
산토끼가 우쭐거리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어요.
"심사위원들이 아주 공정해. 하지만 달팽이가 2등이라니 기분 나빠!"
"절대 그렇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시상식을 구경하던 쥐가 말했어요.
" 나는 끝까지 참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
심사위원들도 이렇게 말했었지."
쥐가 계속해서 말했어요.
"달팽이는 뼈가 부러져도 뛰었군. 더군다나 달팽이는 등에 집까지 지고 달렸잖아.
그러니 달팽이는 2등이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해."
" 아니야! 심사위원들은 나를 뽑았어야 했어!"
제비가 나서며 말했어요.
" 다른 어떤 선수도 나보다 빠르지 않아! 누가 나처럼 이렇게 우아하게 날 수 있지?"
"그래, 그게 바로 너의 문제야."
쥐가 나무랐어요.
"너는 이 곳이 좀 쌀쌀해지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갈 거잖아.너는 이 곳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
" 만약 내가 늪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면?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자격이 생기는 거야?"
제비가 화가 나서 물었어요.
"그렇다면 늪의 마녀에게서 네가 겨울잠을 잤다는 확인서를 받아 와야 하겠지."
쥐가 비웃으며 대답했어요.
그 때, 달팽이가 끼여 들었어요.
"그래도 나는 내가 1등 상을 타야 했다고 생각해. 내가 죽을 힘을 다해 뛰는 동안,
토끼는 도중에 쉬었단 말이야. 그러니 당연히 내가 1등상을 타야지."
그러자 숲에서 제일 오래 살았다는 이정표가 말하기 시작했어요.
"이번 시합은 내가 여덟 번째로 심사를 보기 때문에 여덟 번째에 기준을 두었어.
즉,'A'부터 시작하면 산토끼(hare)의 앞글자인 'H'는 여덟 번째 글자지.
그래서 토끼를 1등으로 한 거야. 또 'Z'에서부터 시작하면 'S'가 여덟 번째잖아.
그래서 2등으로 달팽이(snail)를 선택했지. 모든 것은 순서가 있어야 해."
그러자 노새가 나서며 말했어요.
"내가 심사위원만 아니었더라면 나를 선택했을 거야.
이 경기는 빠른 것뿐만 아니라 뭔가 끌어당가는 힘이 있어야 해. 그건 바로 아름다움이야.
난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뽑았어. 토끼의 귀가 얼마나 근사한지 알아?
정말 보기 좋더군! 마치 내 젊었을 때를 보는 것 같았어."
"쉿!"
파리가 꾸짖었어요.
" 나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아. 단지 할 말이 좀 있는 것 뿐이야.
난 그때 토끼 두 마리를 앞질러 가고 있었어.어린 토끼가 기차 앞을 가로질러 뛰어가더군.
그 토끼는 피하다가 결국에는 뒷다리를 기차에 치고 말았지. 내가 다 봤어.
그 토끼가 그대로 누워 있는 사이에 난 앞질러 나갔지. 그런데 그걸 이긴 거라고 볼 수 있겠어?
내가 상을 바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야."
들장미는 생각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요.
'나는 햇빛이 1등과 2등상을 모두 타야 한다고 생각해요.
햇빛은 매일 우리 장미들을 활짝 피게 하고 향기를 뿜게 해 주니까요.'
들장미는 성격상 큰 소리로 말하지 못했어요. 자신의 말이 맞을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만약 내가 햇빛이라면 심사위원단에게 아주 뜨겁게 햇빛을 비춰서
모두 정신을 못 차리게 할 거예요. 지금도 정신을 못 차리고있지만요.
하지만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겠어요!'
들장미는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곧 소리를 내어 조그맣게 속삭였어요.
" 숲 속에 평화를! 향기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희생하다니......
.신화나 노래에나 나올 만큼 사랑스럽지 않아요? 햇빛은 모두에게 영원히 남을 거예요."
"그런데 1등 상이 뭐지?"
늦잠을 자느라 지금 막 도착한 지렁이가 물었어요.
"양배추밭 무료 입장권이야. 그건 나의 아이디어야.
난 너무 똑똑해. 각자에게 가장 좋은 것을 상으로주는 게 좋아.토끼는 매우 만족해 할 거야.
그리고 2등인 달팽이는 돌담에 앉아 이끼를 실컷 즐기게 되었지.
게다가 내년 대회에는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게 됐어.
심사위원 중에 달리기 선수가 생긴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야.
우리의 앞날에는 더욱 큰 희망이 있어!"
노새가 크게 말했습니다.
첫댓글 안데르센 동화 시리즈 필사해봅니다.
우와~~ 멋지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바오밥 샘, 올려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욕심 많은 달리기 선수들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