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상반기 하늘 높은 줄 몰랐던 바이오/헬스케어 PER
제노포커스, 코아스템, 펩트론,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올해 성공적으로 상장을, 아니 상장해서 대박을 터뜨린 종목들이었습니다.
특히 제노포커스와 코아스템의 경우에는 상장 후 연상행진을 갈 정도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장외주식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넥신, 메디톡스, LG생명과학, 알테오젠, 한미약품, 바이넥스 등 '바이오시밀러' 테마를 탔던 종목들이
평균 PER 5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필자가 기억하는 상반기 최고의 PER는 한독의 244였습니다.
제넥신의 경우 7만원 대에서 연중 최고가인 14만원대로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불과 2개월이었습니다.
장외, 장내를 막론하고 '바이오 광(狂)풍' 이라고 불리던 시장이었습니다.
거기에 화장품 테마가 더해져 '코스메슈티컬(Cosmetic+Pharmaceutical의 합성어)' 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대개 코스메슈티컬은 줄기세포 기반의 화장품을 다루고 있었는데, 이 테마를 타고 고공행진을
해온 기업들도 수두룩했습니다.
IB업계에서는 상반기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M(모바일)', 'B(생명공학)', 'C(화장품)' 를 묶어 'MBC' 라는
테마를 붙였는데, 역시나 다른 두 개의 테마보다 'B(생명공학)' 에 대한 관심은 한 여름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웠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고, 기관/개인투자자들 모두 하루 아니면 1주일이 무섭게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주가에 희희낙락했었습니다.
2.승승장구하던 바이오, 역풍을 맞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들의 분위기가 하반기 들어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상반기에 그렇게 치고 올라갔었기에 '고평가 논란' 이 있었으나, 시장에서 너도나도 분위기에 휩쓸렸기 때문에
누구 하나 주의깊게 움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왜냐하면 그 분위기에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외면하기에는
수익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8월부터 중국 증시에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세계의 굴뚝이라고 불리던 중국 증시, 상반기만 해도 단기간에 30%는
우스웠던 '불스 마켓(Bulls Market)' 이 순식간에 '베어 마켓(Bear Market)' 으로 돌변했습니다. 이러한 대외적인 경제변수로
인해 국내증시가 풍파를 맞으면서 바이오/헬스케어가 집중포화를 맞게 됩니다.
상장종목 기준으로, 7월 이후 한미약품은 25.1%, 셀트리온은 10.9%, LG생명과학은 16.9%, 바이로메드는 31.6%, 메디톡스는
24.2% 하락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의 시가총액이 11조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장외에서는 바이오 대장주로 불리던 올리패스가 16만원에서 5만원 이하로 수직낙하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글로벌 제약사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와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순식간에 반토막 그 이상이
나버리게 됩니다. 아니, 그 이전에 파멥신의 기술특례 심사청구 일정 무효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때만 해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헤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올리패스 주가의 폭락으로 인해 시장에 쓰나미가 몰리게 됩니다.
대장주가 부진하자 파멥신, 강스템바이오텍, 앱클론, 엠씨티티바이오, 싸이토젠 등 시장에서 이름 좀 날리는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도 덩달아 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3.몸을 사리는 것인가, 회귀현상인가
어찌됐든 이러한 시련을 겪고 있어도 상장할 기업은 상장 해야 하는법입니다. 다만, 할인율을 높게 적용시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상장을 하려 합니다.
비단 이런 현상이 올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올해는 상반기에 워낙 호황이었기 때문에 그 낙차가 더욱 힘겹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최근에 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앱클론, 애니젠(애석하게도 미승인이 났지만..), 바이오리더스, 씨트리, 툴젠 등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하여 증시 입성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몸값을 확연히 낮추고 있습니다.
반면, 싸이토젠이나 유앤아이는 특별히 눈에 띄게 낮추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역시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상반기에만 해도 4만원 이상에서 거래되던 파멥신이 이제는 3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리패스는 언제쯤 최고가 근처까지 회복할지 의문인 상태입니다. 아직 풍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
입니다만, 어디까지나 상반기와 비교하였을 때 체감되는 분위기일 뿐이라고 봅니다.
현재의 상황들이 몸을 사리는 측면도 있고, 원래대로 시장이 회귀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딱히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시장이 원래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아니면, 증권사(주간사)에서 신규상장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오히려 증권사에서 몸을 사리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변수 하나만으로 이렇게 시장 상황이 급변하지는 않습니다. 두 개의 요소가 적당하게 섞여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4.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
지난달 21일에는 미국발 악재가 터졌습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의 높은 약값에
대해 질타하면서 바이오/헬스케어에 대한 투심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개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 제약사들의 폭리 문제를 언급, 약값 규제 공약을 발표하여
나스닥시장의 바이오 관련주들의 주가는 15% 하락했습니다. 현재 힐러리 클린턴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점을 감안
하면, 바이오/헬스케어 투자심리는 미국 대선 종료 시점까지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존 바이오의약품에 관한 이야기라고 판단됩니다. 오히려 기회는 바이오시밀러 쪽에 있다고 판단
됩니다. 정확히말하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내의 테마는 아직 유효한 셈입니다. 그 테마는 '바이오시밀러' 가 될 수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는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저렴한 약가로 공급되므로, 약값 폭리 논란에서 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가장 미래 전망이 밝은 산업이기도 합니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이제 겨우 큰 싸이클 하나가
지나갔을 뿐입니다.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하나의 큰 싸이클이라고 판단) 두 번째 큰 싸이클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진입 전쟁인데, 아직 제대로 된 개막전도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특성 상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웰빙(Well
-Being)' 이나 '웰 다잉(Well-Dying)' 에 대한 니즈도 유효합니다. 시장이 잠깐 내려앉았다고 끝나는 테마는 아닙니다.
분명히 기회는 있습니다. 100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지만, 상반기 시장이 너무나 비이성적이고 호황이어서 상대적으로
하반기 시장이 더욱 힘들어 보이는 것입니다. 지금은 그 낙차를 극복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