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사용 설명서
사명이란 나의 목숨을
어떻게 사용使用할 것인지에 관한
'목숨 사용 설명서'이다.
지상의 모든 존재는 고유한 사명이 있다.
무엇을 위해 나의 생명을 사용할 것이냐?
그것은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살아가는
나만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나의 목적'이다.
세상을 떠나는 날, 묘비에는
두 개의 날짜가 새겨질 것이다.
하나는 태어난 날이고,
나머지 하나는 죽은 날이다.
그 빈 공간에 무엇을 채우느냐는
순전히 나의 몫이다.
시인 타고르는 시집 《기탄잘리>에서
“신이 어느 날 문득 죽음의 광주리를
우리 앞에 내밀었을 때
우리는 과연 그 광주리에 무엇을 담아놓고
이 세상을 떠날까?"라고 노래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게 인생이라지만
신에게 텅빈 광주리를 내밀 수야 없지 않은가.
삶은 계란이오
김수환 추기경은 어떤 사람이
'삶은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삶은 계란이오.” 여기서 삶은 'life(생명, 사는 일)'도 되지만
'냄비에 삶는다’는 뜻도 된다.
우선 '사는 일이 계란'이라면
병아리처럼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나와야 한다.
자기 세계에 갇혀 있으면
생명의 탄생이나 진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펄펄 끓는 냄비 안에서
'삶은 계란'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계란 바깥의 세상으로 나오는 일은
어디까지나 자력으로 해야 한다.
자기 힘으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어주면 계란프라이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도 성숙된 삶을 영위하려면
자기 힘으로 껍질을 깨야 한다.
그런 부활의 과정을 거쳐야
새로운 세상으로 입장할 수 있다.
황금 소금 지금
어떤 사물이나 현상도
지금이란 시간이 전제되지 않고선 존재할 수 없다.
삶은 지금이고, 지금이 아닌 삶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생은 수많은 지금이 모인 집합체이다.
이 순간을 충실히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알차게 영위하는 길이다.
지금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람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다.
그는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역설했다.
지금보다 귀한 것은 없다.
세상의 어떤 보물보다 귀하다.
천하를 호령했던 진시황도,
억만장자 록펠러도 갖고 있지 못한 지금이다.
암스트롱이 달에서 본 것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에게 기자가 물었다.
“달에 가서 무얼 보고 오셨나요?"
"제가 사는 지구가 참 아름답다는 것을 보고 왔습니다.”
놀랍지 않은가. 달에서 감탄한 것은 달의 경치가 아니라
지구의 풍광이었다는 사실이
지구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암스트롱처럼 지구 바깥으로 떠나야 할까.
그럴 필요가 없다. 세상을 보는 '나의 안경'만 바꾸면 되니까.
빨간 색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은 빨갛게,
파란 색안경으로 보면 세상은 파랗게 변할 것이다.
고운 눈으로 대하면 세상은 예쁜 꽃과 새소리로 넘칠 것이다.
글 ...배연국 `소확행 ` 에서
Sentimentale, Suite No. 1 for Flute and Jazz Piano
그림 .. Barbara Appleg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