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 탑팸,그들을말한다
우리, 두리.
"녹차라떼 하나랑, 핫초코 주문받았습니다."
앞서 걷던 여원이 두리를 데리고 온 곳은 한적한 분위기의 카페였습니다.
많은 테이블은 아니지만 빈 테이블이 없는데도 카페 분위기는 조용했습니다.
시내에 위치해 있음에도 시내에 있는 기존 카페들과 달리,
흘러나오는 노래들도 잔잔했으며 내부 인테리어도 아늑하니 차분하고 조용했죠.
게다가 무엇보다 좋은건 카페내에서의 금연이였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따라 손님들도 나눠져 오는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까 너 머리 잘랐네."
"...."
"학주가 그렇게 자르라고 해도 안자르더니."
창밖만 보던 두리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두리가 다녔던 노재중학교는 규율이 제일 까다로웠던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었죠.
그 중 제일 엄격했던건 복장과 두발이였는데, 요즘 시대에 참 웃기게도 노재중학교는 귀밑 5cm를 강요했으며
전교생들 중에서 그렇게는 죽어도 못한다는 학생들중에는 두리도 속해있었습니다.
"죽어도 안자른다고 정학까지 먹었으면서 왜 잘랐냐?"
"...."
"뭐 짧은 것도 나름 괜찮지만."
방금 전에 나온, 하얗고 긴 머그잔에 담긴 녹차라떼를 두어번 저은 두리가 옆에 있던 물을 반정도 비어내고 말합니다.
"그건 니가 더 잘 알텐데."
"...."
"내가 왜 머리를 잘랐는지."
이번에는 여원이의 물 잔이 비워집니다.
그렇게 오가는 말없이 침묵만 쌓이기를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요.
여원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옵니다.
"아직도 내가 밉냐.?"
"아니."
"..?."
"관심없어. 너 같은 애."
하하하하..조용한 카페에는 제대로 한방 먹은 여원이의 웃음소리가 점령해버리죠.
허면 그것마저 못마땅한 두리가 시선을 틀어버리구요.
예쁜 구석이라곤 단 하나도 없습니다. 뭐 예쁜 짓을 하지도 않았지만, 여하튼 제일 보기 미운 건 바로 저 입.
무슨 말이 튀어 나올지 모를 장여원의 입. 목소리입니다.
"임이랑하고는 여전하다며."
"...."
"야. 그래도 지금은 그 새끼도,"
"할 말이 그거야.?"
어느새 녹차라떼를 다 마신 두리가 빈 머그잔을 내려놓으며 묻습니다.
더이상 듣기 싫다는 목소리죠. 듣고 싶지 않은 겁니다. 듣고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예전에 어땠고 지금이야 어떻든, 끝난건 끝난거니까요. 흘러버린 시간은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홍두리 넌 어떻게 아직도 그대로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두리에게 비춰지는 여원이가 딱 그짝이죠.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은 두리가 헛웃음을 지으며 쇼파에 등을 기댑니다.
여원이 또한 답답함에 물을 리필하구요.
"솔직히 예전에 어쨌든 지금이 더 중요한거 아냐?"
"...."
"지금 너. 아직도 임이랑 좋아하고 있잖아."
여유있어 보이는 여원이에게 향한 두리의 시선이 사라질줄을 모릅니다.
곧, 두리의 시선이 틀어지면은 이번에는 여원이가 쇼파에 기대어 자세를 편히 하네요.
직원의 배려로 두리와 여원이의 앞에는 물로 가득한 유리컵 하나가 놓여집니다.
"내가 지금 누굴 좋아하든 너랑은 상관없어."
"왜. 내가 또 무슨 짓 할까봐서?"
더이상은 못참겠는지 한계에 다다른 두리가 가방을 챙겨 일어납니다.
일어선 두리를 올려보던 여원이가 기댔던 자세를 바로 하네요.
"임이랑이 시키든? 가서 내 마음 좀 확인해보라고?"
"야. 홍두리."
"웃기지 마. 아직도 그대로인 건 내가 아니라 너희야."
"앉아. 앉아서 얘기해."
일어선 자신의 팔을 잡는 여원이의 손을 뿌리친 두리가 흥분한 감정을 추스리고서 다시 말을 잇기 시작합니다.
카페 안의 모든 시선들이 자신들에게 향해 있다는 걸 알리도 없겠지만 신경쓰지도 않는가 봅니다.
"이제와서 이런거 따지지는 것도 웃기지 않아..?"
"따지는게 아니고 오해를 풀자는 거야."
"오해? 오해를 풀자고."
"앉아 홍두리. 지금 니 꼴 우스워."
다시 한번 흘러나온 두리의 헛웃음이 힘없이 허공으로 흩어져 모습을 감춰버립니다.
서있던 그대로 굳어버린채, 흥분에 못이겨 떨리는 입술만 깨무는 두리는 옆에서 툭 건들기만해도 쓰러질것 마냥
안쓰러워 보이네요.
이제와서 왜 또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내 꼴이 우습다고. 내가 누구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
"니들 제발 사람 좀 그만 갖고 놀아."
"....."
그렇게 텅 빈 맞은편만 보던 여원이는 다시금 쇼파에 등을 기대고서 창밖을 보면
카페의 건물에서 나와, 횡단보도 쪽으로 걷는 두리의 모습을 천천히 쫓기 시작합니다.
중학교 때보다 살이 좀 빠진 듯, 많이 작아진 두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않는 여원이는 두리의 앞에 있었던 물마저
단숨에 마셔버립니다.
그러다가 문득, 맞은편 쇼파에서 보이는 반짝임에 자리를 옮기면 주인을 잃은 핸드폰이 발신자를 깜박이고 있네요.
[착한 범이]라고 깜박이는 발신자는 옛날의 홍두리에게 어울리는 말투이죠.
한동안 깜밖이던 발신자가 부재중으로 남으면 핸드폰 폴더를 열고서 이것저것을 보다가 전화부를 눌러 확인하면
꽤 많이 저장되있는 이름들이 촤르륵하고 펼쳐지는데, 그것들을 하나하나 밑으로 내려가던 여원이의 손가락이
이내 멈춰집니다.
"그대로이면서 큰소리치긴."
멈춰져 있던 이름을 한동안 보고만 있다가 통화키를 누르는 여원이로 인해 그 이름은 곧 수신자로 바껴버립니다.
네모난 바탕화면에는 낯익은 번호와 함께 수신자 이름으로 가득해져버리죠.
"여보세요? 혹시 '♥사랑쟁이♥' 되십니까?"
여원이마저 자리를 일어남으로서 빈 테이블에는 컵들을 치우는 직원의 손길로 변해버립니다.
"어디야 새끼야. 집? 십분안으로 간다."
발신자 번호와 다른 목소리에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아 뭐가 뭔지 모를 ♥사랑쟁이♥의 모습이 상상이 됐는지
통화를 끝내고 계산을 하면서 연신 웃던 여원이가 카페에서 나와, 택시를 잡기위해 택시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왠지 모르게 두리와는 다른 여원이의 가벼운 발걸음은 얄밉기 그지 없네요.
.
/모란A. B-2동 201호.
삑삑삑삑. 띠릭. 비밀번호를 누르자 도어락이 해제되면서 잠겼던 문이 열립니다.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이제 막 빨래를 널은것마냥 포근한 향이 여원의 몸을 감싸네요.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들도 좋아하라는 향이죠. 개어있던 옷들로 가득한 옷장을 열었을때,
그때 확하고 풍겨나오는 개운한 향이랄까요.
이랑이가 옆으로 오거나 지나갈 때, 혹은 이랑이의 옆에 서면 실컷 맡을 수 있는 향입니다.
이러니 향수가 따로 필요 없습니다. 하루 24시간을 같이 있어도 없어지지 않죠.
"얌마. 형왔다!"
주인을 잃은 TV가 홀로 소리를 내고 있는 거실을 지나쳐 이랑이의 방문을 열면 교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위에 누워있는 이랑의 모습에 여원이의 한쪽 눈썹이 찡그러졌습니다.
오늘 역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기력한 이랑이를 볼때면 화도 나고 답답할 뿐이죠. 한심하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네요.
옛날의 그 뻔뻔함은 어디로 갔는지. 아니, 솔직히 말해서 남들에게 보여지는 그 뻔뻔함이 왜 홍두앞에서는 보여지지않는건지.
책상위에 가방을 내려놓은 여원이가 그대로 이랑이의 엉덩이를 밀어버립니다.
"아 왜..오지말랬잖아."
"새끼야. 누군 오고싶어서 왔냐고."
엎드려 있던 이랑이가 몸을 바로 하고서 팔로 두 눈을 가리며 말합니다. 오늘따라 더 가라앉은 목소리예요.
"두리 핸드폰이나 놓고 가."
"뷰웅신. 야. 눈뜨고 이거 봐."
이랑의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하던 여원이가 이번에는 진동이 울리는 두리의 핸드폰을 꺼냅니다.
곧, 두리의 핸드폰은 희미하게 떠진 이랑이의 두 눈 안에 가득해져 버리네요.
외부 액정에서 깜박이는 낯익은 번호와 발신자 이름에 여원이의 손에 있던 두리의 핸드폰은
어느새 이랑이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이내, 부재중으로 남아버리는 그 발신자 이름이 믿기지 않는지 이랑이의 두 눈이 깜박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랫동안 깜박이지 않은 이랑이의 두 눈은 조금씩 빨갛게 충혈되기 시작합니다.
"장여원. 이거.."
"니네 둘다 짜증나는거 알고 있냐?"
"뭐야 이게.."
부재중으로 남은 발신자 이름을 한동안 내려보다가 자신을 향해 묻는 이랑이에게 뭐 어쩌라며 퉁명스레 대답하는
여원이가 의자에 앉습니다.
이런 득템까지 해줬으면 이제는 알아서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여원이는
의자를 반쯤 돌려 자세를 바로하고서 컴퓨터 전원을 꾸욱 누릅니다.
"홍두리가 사람 좀 그만 갖고 놀으라더라."
"...."
"아니잖아."
"..아니지."
두리의 핸드폰 폴더가 부숴질새랴, 조심히 닫고서 다시 두 눈을 가려버리는 이랑이의 손에는
두리의 핸드폰이 꼬옥 쥐어져있습니다.
이렇게 핸드폰이 아닌 두리가 잡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은 아니지.."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 그만 이랑의 입술새로는 힘없는 웃음이 흘러나옵니다.
.
휴 시간이 넘 빨리 가요 헝헝.
첫댓글 정말 읽으면서 느낀 거지만, 이랑이도 초큼 괜찮다???? 초큼 많이 괜찮아ㅋㅋ..그치만 나에겐 시크 영일씨가 있우니까..
우리두리하니까애프터스쿨생각난다..먀내...♥
이 배신자...
난... 여원이가 조탕?
인쏘닷에선 첨으로 우리두리에 댓끌*^0^* 늘 탑에서만 봤는딩 ㅋ_ㅋ 울 E랑씌♡
웓..사랑쟁이는 이랑이군녀...ㅋ대체 이랑이랑 두리 사이에 뭔 일이 잇엇던걸까여ㅠ.ㅠ궁금굼긍..앍 이랑이♡_♡
이번편 달달하고쪼아여!!! ♥사랑쟁이♥
깨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