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영원사 (智異山靈源寺)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마천삼정로 544-659
지리산 해발 9백여 미터의 산중턱에 자리한 영원사는 통일신라시대 영원대사가 창건한 이래 서산, 청매, 포광 스님 등의
당대 선지식들이 주석한 바 있는 수도도량이다. 지리산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영원사는 지리산 주능선의 한가운데인
삼각고지에서 북으로 뻗은 삼정산을 뒤로 하고, 벽소령이 병풍처럼 앞으로 펼쳐져 있는 산세가 수려한 곳이다.
한때는 주변의 울창한 수림을 이용하여 너와로 이었던 100칸이 넘는 9채의 전각들로 웅장한 가람의 모습을 지녔을 만큼
내지리(內智異)에서 제일 큰 사찰이었다고 한다. 영원대사가 영원사 부근에 토굴을 파고 8년을 계속 참선 수도를 하였으나
깨우침을 얻지 못해 수도처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다 물도 없는 산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 낚는 시늉을 하고 있는 노인의 말을 듣고 다시 참선 수도를 하고 깨우침을 얻었다고 한다.
영원대사가 창건할 때 얽힌 일화부터 예사롭지 않은 수도도량인 영원사는 고승들이 스쳐간 방명록이라고 할 수 있는
조실안록(組室案錄)을 보면 부용영관(芙蓉靈觀), 서산대사, 청매(靑梅), 사명(四溟), 지안(志安), 설파 상언(雪坡 常彦),
포광(包光) 스님 등 당대의 쟁쟁한 고승들이 109명이나 이곳에서 도를 닦았다는 기록이 있다.
너와 지붕으로 된 웅장한 선방에 당대의 고승들이 즐비했던 영원사의 위용은 여순사건과 6.25전란으로 가람이 완전 소실되어
지금은 몇 개 남은 주춧돌과 부도들로 웅장했던 옛가람의 모습만 더듬을 뿐이다.
또 영원사에서 남쪽으로 마주보이는 산중턱의 토굴에서 오랫동안 참선한 수도승 청매스님의 방광사리탑과
선문염송설화(禪門念頌說話) 30권을 기록했다는 구곡각운대사의 사리를 보존했다는
상무주암의 필단사리 3층 석탑 등도 지난 날의 유서 깊은 영원사의 선풍(禪風)을 말해주고 있다.
첫댓글 이번 순례 답사의 가장 뜻깊었던 사찰입니다.
경허집鏡虛集
칠언절구(七言絕)
지리산 영원사에서(題智異山靈源寺)
不是物兮早駢拇
물건이 아니라 해도 벌써 군더더기이니
許多名相復何爲
허다한 명상들 다시 무슨 소용 있으랴
慣看疊嶂煙蘿裏
늘 보느니 높은 봉우리 내 낀 등라 속에
無首猢猻倒上枝
무수한 원숭이들이 거꾸로 나무에 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