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회> 토론 후기 《도련님》
1. 날짜 : 2024년 3월 13일(수) 19시 ~ 21시
2. 장소 : 비대면 Zoom 모임
3. 토론서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저 / 송태욱 역)
-발제자 : 김민자 님
4. 참석 인원
-김민자, 김정자, 오지은, 진재희, 윤경수, 임종현, 박종현, 박연 (8명)
5. 토론 내용
작가에 관하여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는 근대 일본문학에서 “언문일치”를 최초로 실행한 작가다. -일본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천 년 동안 일본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나쓰메 소세키가 1위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실제 작가로 글쓴 기간은 12년 정도에 불과하다. -1867년 생으로 막부시대가 끝나고 ‘대정봉환’이 이루어진 해에 태어났다. -친부모를 떠나 친척의 집에서 생활하는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냈다. -대학 졸업 후 한때 시코쿠의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도련님>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적 지식인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기였다. 일본의 국민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와도 교류가 있었다.
1. 소감
-재미 있고 우습고 쉽게 읽혔다. -글로 쓴 만화책 같다. -1906년에 출간되었지만 1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충분히 공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오늘날에도 사회 초년생이 부딪치는 모순과 위선들이 생생히 그려지고 있다. 이런 작품을 근대 문학이 시작되는 초기에 거의 첫 작품으로 썼다는 것이 놀랍다. -강직한 사무라이 정신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서민의식으로 응축되고 억압된 일본인들의 내면이 폭발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 시원했다. 기요 할머니의 따뜻한 면도 좋았다. -도련님이 교사들에게 붙인 별명이 아주 적절해서 그의 시선으로 인물과 사건을 따라갈 수 있었다. 도련님의 이미지가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와 겹쳐졌고, 중고시절 문학 시간에 배웠던 소설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뛰어났다. -시골 중학교라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리에 맞서는 정의로운 인물상을 그려냈고 통쾌한 ‘권선징악’ 행위로 마무리했다. -‘도련님’이라는 호칭의 주체인 기요 이야기가 미흡해서 완성도가 좀 떨어지고 디테일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감성적인 문체와는 전혀 다른 직선적이고 간명한 문체를 사용했다. 나쓰메 소세키가 활동했던 시대를 ‘도련님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새로운 사상을 품은 지식인들이 기존의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대로 (‘도꼬다이’식으로) 살던 때였다. 이 작품은 일본이 근대를 넘어 군국주의로 치닫는 시대에서 지식인들의 방황과 과격한 노선(군국주의나 사회주의, 천황 암살)을 시도했던 시대의 반영인 듯하다. -도련님은 시대와 타협하지 않았던 것일까,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일까. -시대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사회적 모순과 직면해 있는 인간들의 보편적인 모습인 것 같다.
2. 도련님은 어떤 사람인가
-‘도련님’이라는 호칭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타인(기요)이 불러준 것이다. 인간은 (특히 아이는) 누군가가 불러주는 대로 성장하는 것 같다. -‘공동육아’ 과정에서 아이들이 선생님들을 별명(감자, 코알라, 잠자리…)으로 부르는 것을 보았는데 적절하고 예리해서 감탄했던 적이 있다. -님들의 별명은 무엇인가? 로보캅, 노루, 꺼실이, 돌(앞짱구), -“앞뒤 가리지 않는” 고지식하고 직선적인 성격은 부모한테서 물려받았다기 보다는 무조건적으로 받아주고 수용했던 기요 때문인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솔직함”이었다. 기숙사 학생들의 장난 자체보다 그것을 부인하는 정직하지 못한 모습에 더욱 분노하고, 기요가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선물이나 음식을 주는 행위도 옳지 않다고 말한다. -솔직함은 좋지만 표현 방식이 거칠어서 고지식함으로 비친다. -‘도련님’은 정의롭고 아부하지 않으며 따뜻한 마음도 지녔지만 끝임없이 군시렁대는 모습도 있어 ‘군시렁쟁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작가의 체험이 반영된 이야기지만 도련님의 성격상 영어선생보다 수학선생(옳고 그름이 분명한)으로 설정한 것이 흥미롭다.
3. 형과 ‘나’의 차이
-형은 여자 같이 나긋나긋하고 시대의 흐름인 영어공부에 열심을 내는 등 현실 감각도 있고 유산 처분 과정에서 약싹빠르고 계산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유산 처분 후 동생에게 준 600엔이라는 어정쩡한 액수는 그런 얍삽함의 방증이다. -반면에 ‘나’는 장기 둘 때 형이 깐족거리니까 장기 말을 이마에 던져버려서 아버지로부터 심한 질책을 듣는 괴팍한 성격이다. -형은 부모님에게 귀여움을 받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라도 서로 영 딴판인 경우가 아주 흔하다. 성격도, 인간관계도, 학업성취도도 각기 다르다. -부모라면 말썽을 피우는 자식에게 오히려 더 큰 관심과 정을 주어야 할 것이다. -부족한 아이를 보살피는 것은 좋으나 늘 더 많이 챙겨주다 보면 재산 분할 때 형제간에 불화가 심화될 수 있다.
4. 기요에 대하여
-기요는 늙고 무식한 하녀지만 몰락한 귀족가문 출신이라 말썽꾼 도련님의 숨겨진 자질을 알아보는 통찰력이 있었던 것 같다. -도련님에 대해 사심없이 일편단심으로 보살폈으며 늘 칭찬하면서 기대가 충만했고 죽어서까지 가족묘에 묻히기를 원했다. -기요(靑)라는 이름에도 이런 성격이 담긴 것 같다. -내게도 이런 사람이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도련님은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기요를 읽으며 친할머니가 떠올랐다. 무조건 존중해주고 받아주고 품어준 분이었다. -어릴적 외할머니와 함께 오일장에 갔다가 피곤해서 잠든 사이 따뜻한 등에 업혀온 기억이 났다. -내게 기요 같은 존재는 어머니다. 항상 나를 믿고, 지지하고, 희생하는 모습이 그렇다. -기요의 너무도 지극한 사랑에 어쩌면 도련님의 생모가 아닐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5. 동료 교사들 중 가장 인상깊은 인물
-모두 별명이 특이해 기억하기 쉽고 재미 있었다. -‘빨간 셔츠’처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요즘(특히 총선 정국) 흔하게 보이는 것 같다. -‘빨간 셔츠’의 대표적인 특징은 ‘위선’이다. 겉으론 선한 모습으로며 부당한 이득을 챙기지만 속은 검고 삐뚤어져 있다. 이런 존재는 이념이나 진영, 종교를 넘어 어디에나 있다. -‘알랑쇠’가 인상적이었다. 늘 보스를 쫓아다니면서 아부하는 인간으로 특히 낚시 가서 ‘나’에게 보인 모습은 압권이었다. 내 주위에도 ‘알랑쇠’같은 사람이 있어 스트레스를 준다. 이야기 끝에서 흠씬 얻어맞는 모습에 통쾌함을 느꼈다. -‘산미치광이’는 올곧은 사람이면서도 자기가 해야할 말을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도련님처럼 옳은 말이라도 함부로 거칠게 말해서는 안 됨을 일깨워준다. 약혼녀를 빼앗긴 ‘끝물 호박’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는 품성도 감탄스러웠다. -‘끝물 호박’은 점잖고 온순한 사람이어서 호감이 간다. -‘끝물호박’과 동질감을 느꼈다. -애인을 빼앗겼기에 안쓰럽고 안됐다.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모습이 재미 있다. -좁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이웃에 대해 세세한 것까지 환히 알고 있다. 피지에서도, 여주 시골에서도, 이태리 마을에서도. -친밀한 것은 좋지만 대도시의 익명성이 시골에는 없기에 때로는 갑갑함을 느낀다.
6.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원칙, 상식, 정의인 것 같다. 그렇지 못한 사회와 부딪쳤을 때 무대포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평함’도 그가 높이 추구하는 가치다. -어릴 때는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소득은 높고 책임은 적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부끄럽다. -올라갈수록 책임을 지려하기보다 회피하려고 한다. -과거 회사 근무 초년 시절에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압박감도 상당했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의(justice)가 중요하기에 ‘빨간 셔츠’와 ‘알랑쇠’ 같은 인간들의 권모술수에 저항한 것이다. 마지막에는 그들의 사악함에 주먹으로 응징했다. -예전 회사에서 여러모로 존경받는 훌륭한 선배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회사에서는 무협지를 많이 읽었다. 무협지를 통해 비즈니스를 배우고 있었을까? -지도자에 대한 일방적이고 단순한 평가는 피해야 할 것 같다. -도련님은 정직하고 순수한 것은 좋으나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의식은 없는 것 같다. 3시 이후 근무에 대한 불만이나 교장, 교감의 특권에 대한 반발 등은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철부지의 모습이다. -대학 교수들의 경우 젊은 초임 시절에는 불합리한 관행에 분노하고 반발하지만 해가 갈수록 적응하고 비슷해지는 모습을 본다.
7. ‘나’와 ‘산미치광이’의 닮은 점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출세할까? 아직은 ‘알랑쇠’처럼 오너에게 충성하고 비위 맞춰주는 인간형이 출세하는 것 같다. 사회 적응력이 높고 가진 자들에게 잘 보이는 인간이 아직도 출세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산불감시원으로 근무하면서 밑에서 보는 것과 위에서 보는 것이 참 다르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사회도 그런 것이 아닐까. 서로의 시야 차이를 인정한다면 좀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관리자의 리더십은 스타일에서 차이가 있지만 퇴직 후에도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함께 열심히 일했지만 퇴직 후에는 잊혀지는 것이 서글프다. -도련님과 산미치광이는 “결이 같은 사람”인 것 같다. 서로를 알아보고 같이 투쟁에 나선다. -처음에 있었던 긴장관계도 서로 비슷해서 생긴 것 같다. 지역감정도 좀 있었지만 나중에는 강한 유대감으로 의기 투합한다. -두 사람이 중학교를 떠난 후 서로 연락이 끊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 이해관계가 없다는 고지식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6. 여유 한 잔
https://www.youtube.com/watch?v=S0-Kc0hBVhk&pp=ygUj66qo66qo7YOA66Gc7IOBIOuFuOuemCDtlZzquIDsnpDrp4k%3D
일본의 국민 동요 <모모타로>
한글자막은 4:00~
https://www.youtube.com/watch?v=jg_WxG1cRnY&t=52s&pp=ygUj66qo66qo7YOA66Gc7IOBIOuFuOuemCDtlZzquIDsnpDrp4k%3D
<모모타로 이야기>
7. 다음 모임 (230회)
- 일자 : 2024년 3월 27일(수)
- 장소 : Zoom, 비대면 모임
- 토론도서 :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작, 정혜윤 역, 문학동네, 2022)
- 발제자: 박종현 님
8. 발제 순서
박종현 → 김정자 → 진재희 → 윤경수 → 박연 → 오지은 → 임종현 → 김민자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