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에세이
아자, 병술년 개띠들이여!
김향기 발행인
58년 개띠 남편과 55년 양띠 아내가 1남 2녀의 자식을 두었는데, 하는 짓을 살펴보니 개보다는 양을 많이 닮을 듯싶다. 성품도 유순한데다 팔목을 꺾고는 손바닥을 뒤집은 채 잠 자는 모습까지 영락없이 양이다. 아, 이렇게 나약해서야 어찌 이 험한 세상 파도 헤치며 살꼬? 자식들이 커갈수록 걱정이 많아지는 남편은 요즘 허리끈을 조이며 개띠 본연의 사명을 새삼 되새기고 있다.
마침 2006년이 병술년(丙戌年) 개띠해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겠다는 결의도 다지고 있다. 파수견(把守犬)으로서의 역할만 잘 한다면 개와 양은 그야말로 천상배필이다.
옛 문헌에는 사냥개를 전견(田犬), 집을 잘 지키는 개를 폐견(吠犬), 보신탕용으로 길러진 개를 식견(食犬)이라 했다는데, 공통적인 개의 덕성은 충성심과 희생정신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개띠 남편으로서 양같은 아내와 자식들을 얼마나 제대로 건사했는지 돌이켜 보면 그저 얼굴이 달아오를 뿐이다. 요즘의 형국같아서는 양이 벌어 개를 먹여주는 꼴이다. 믿거나 말거나 2005년은 개띠 남편 사주에 삼재(三災)가 들었다나. 게다가 역마살까지 끼고. 그래서인지 잡지 만드는 일이 늘 적자로 허덕여야 했다. 그럼에도 양띠 아내는 참 무던했다. 실질적인 물주이고 발행인인 셈인데, 바가지도 긁지 않고 편집권을 놓고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자유를 주었으니 말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분발할 일이다. 해서 정말이지 새해 병술년은 소망차게 맞이하면서 이 땅의 모든 개띠들과 ‘아자!’ 외치! 고 싶다. 한번 뛰어보자. 개띠생들이 얼마나 장점이 많은가. 상식적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만 나열해도 노트 한 페이지는 가득 찰 것이다(단점은 모르겠다.) 적어 볼까나.
‘헌신적이다. 믿을 수 있다. 강인하다. 신뢰할 수 있다. 끈기가 있다. 관대하다. 지략이 풍부하다. 책임감이 있다. 품위가 있다. 주위가 깊다. 열심히 일한다. 도움을 준다. 생각이 깊다. 너그럽다. 겸손하다. 솔직하다. 열정적이다….’
이만하면 병술년 새해는 명실상부하게 개띠가 열어가는 해가 될 만하다. (노무현 대통령님도 개띠라고 하니, 올해는 경제살리기에 전념하시고 온나라와 온국민을 위한 파수견, 전견, 폐견이 되셨으면 좋겠고 나아가 식견이 되셨으면 좋겠다. 대통령 아래 모든 공직자 역시 이하동문! 그렇게 된다면 동서남북에서 칭송을 얻지 않을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돈 버는 일만큼은 장담하질 못하겠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생각하는 것이 부자로 살지는 못할 바에야 최소한 부부가 건강하게는 살자는 것이다. 건강한 중년을 위해 제일 좋은 것 중에 하나는 역시 부부산행, 가족산행이 아닐까 싶다.
한가지, 이 땅의 모든 남편들이여, 잊지 마시라. 평균수명으로 볼 때 아내가 7~8세는 더 오래 사신다는 것을. 이 적잖은 격차를 줄여나가려면 정말 숨도 잘 쉬고(調息), 마음도 잘 다스리며(調心) 살아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