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무엇이 문제인가
1. 회유와 편법에 의한 입지 선정
강정마을은 인구가 1,900명 정도 되는데 2007. 4. 26. 불과 80여 명이 모인 마을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결의가 이루어졌다. 그 전에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와 관련해서 단 한 번의 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었다.
그 후 도지사는 강정마을을 포함한 대천동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해군측이 일방적으로 홍보전을 펼치게 한 다음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주민 다수가 찬성한다는 이유로 2007. 5. 14. 해군기지 강정동 유치결정을 발표했다.
유치결의 이후 이에 반대하는 강정주민들이 주민총회를 열어 주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하자 경찰병력이 동원된 상태에서 투표함 탈취사건이 벌어져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강정주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07년 8월 20일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했고 725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94%인 680명이 해군기지 유치에 반대했다.
이처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사안임에도 어떻게 소수만이 모여 결의를 하고 여론조사 결과는 주민 다수의 찬성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여하튼 해군은 강정주민들이 유치를 원했으므로 그렇게 결정했다고 강변을 하며 해군기지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은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갈라서게 되며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되었다. 사촌끼리는 물론 형제끼리도 원수가 되어 서로 싸우게 되었다. 그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겪은 정신적인 피해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서귀포신문>이 2009년 9월 2일부터 11일까지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적대감,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적인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이 전체 주민 중 75.5%를 차지하였다. 정신이상 소견 중에는 적대감이 가장 많았는데 전체 주민 중 57%가 적대감에 사로잡혀 고통 받고 있었다. 또한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전체 주민의 43.9%나 되어 제주도민의 자살충동 평균치인 8.1%에 비교해 볼 때 5.4배나 높았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계획했다고 응답한 주민들도 34.7%나 됐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강정마을 주민들의 정신상태가 황폐화되어 버린 것이다.
2. 절대보전지역의 무단 해제
제주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제도가 특별법상의 절대보전지역 제도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의 고유한 특성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건축물의 건축, 시설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공유수면의 매립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2010년 7월 28일 기준으로 절대보전지역 지정현황을 보면 제주도 전체 면적 중 10%에 해당하는 188km2가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라산은 물론 성산 일출봉 등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절대보전지역 제도는 제주의 자연환경보전체계의 근간을 이룬다.
강정해안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올레7코스에 위치하고 있어 2004. 10. 27.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럼에도 도지사는 국책사업인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강정해안변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하였다.
그러나 만일 이번 해제를 그대로 용인하게 되면 앞으로는 한라산은 물론 성산 일출봉도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만 달면 절대보전지역을 함부로 해제하고 마음껏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이는 제주도의 자연환경보전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버리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니라 할 수 없다.
3. 제주도민의 생존권 위협
미국과 중국은 동아시아 해양의 축선이라고 할 수 있는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해협-센카쿠열도-서해’에서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작년 여름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를 서해로 보내겠다고 하며 중국을 위협했고 이에 중국은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미국의 위협에 강하게 대응했다. 그 후 중국은 주하이 에어쇼에서 무인정찰기로 탐지된 미군의 항공모함 전단을 향해 순항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 화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경쟁이 얼마든지 군사적 긴장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는 이지스함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 정박까지 가능한 규모로 설계되어 있다. 한편 한ㆍ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미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한국은 허여(許與)하고 미국은 수락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조항에 따라 미국은 제주해군기지를 사용할 권리를 원칙적으로 갖게 된다.
따라서 제주해군기지가 이대로 건설된다면 미국은 대 중국 공격용 기지로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해 미군의 이지스함,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이 제주해군기지에 들어오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이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여 군사공격 경고, 한국 관광 금지, 해양수송로 봉쇄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간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미ㆍ중 관계는 물론 한ㆍ중 관계도 악화될 것이고 제주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고려할 때 중국 관광객 방문의 급감 등 제주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미ㆍ중 또는 한ㆍ중 간에 제주도를 대상으로 하는 국지전이 발생하여 제주도가 온통 불바다로 변할 수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결7호 작전으로 인해 제주도민 대다수가 죽임을 당할 뻔 했던 악몽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4. 대안은 무엇인가
강정마을회는 지난 2007. 11. 10. 강정마을을 생명평화마을로 선포하면서 세계 모든 이들이 찾는 인류의 고향으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강정마을 주민들은 생명ㆍ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려 4년 이상 동안이나 치열하게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해 왔다. 만일 강정마을 주민들이 투쟁에서 승리하여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백지화된다면 강정마을이 선포한 생명ㆍ평화는 제주의 상징이 될 것이고 제주는 생명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주는 세계 모든 이들이 찾아와서 쉼과 치유를 통해 생명력을 회복하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그런 장소로 변모할 것이다. 제주가 진정한 생명평화의 섬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강정마을은 그 중심에 자리 잡을 것이고 해군기지 공사현장은 해군기지반대투쟁 전시관, 자연치유연구소 및 자연치유센터, 국제 NGO환경ㆍ평화센터, 생명평화 캠핑장 및 공연장 등이 들어서는 생명평화공원이 조성될 것이다. 또한 강정마을 주민들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유기농산물 판매 및 생명평화 게스트 하우스 운영 등으로 인한 소득증대도 꾀할 수도 있다. 나아가 유엔평화대학, 유엔환경평화지도자센터 및 반기문 기념사업 등을 탐라대학교 부지로 유치하고 매년 전 세계적인 생명평화축제를 개최하면서 서귀포월드컵 경기장을 그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다만 이처럼 제주가 생명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현재의 관행농법 위주의 농업을 친환경 농업(생명농업)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환기 동안의 소득 격감에 대한 보전대책 마련과 친환경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의 볼거리 위주의 관광은 치유ㆍ휴양ㆍ레저 중심의 관광으로 한 단계 도약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주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친환경 생명농업을 연계하는 자연치유 관광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ㆍ제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셋째, 기존의 중앙정부와 외지자본이 주도하는 관광단지 중심의 개발, 하드웨어적이고 환경파괴적인 개발에서 탈피하여 도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사회 중심의 개발, 소프트웨어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개발로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